SAGA Universe
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10부 Thor: Dark World
Episode 1. Butcher (3)
토르에게 에인헤랴르의 승전 연회를 주관하도록 명령한 오딘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본래 에인헤랴르의 승전 연회는 오딘이 직접 주관하는 것이 법도였고, 이제까지 내려온 전통이었다. 하지만 이번만은 토르에게 주관하도록 명한 것은, 그에 대한 차기 왕위 계승을 공고히하려는 것 외에, 오딘에겐 누구에게도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
지금 오딘은 아스가르드에 있지 않았다. 찬란한 황금 갑주를 걸치고, 금빛으로 빛나는 궁니르를 든 채, 다리가 8개 달린 슬레이프니르를 타고 어두운 우주를 달리고 있었다.
아스가르드의 주인이 아무도 대동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행선지를 알리지 않은 채 어디를 가고 있는 걸까? 별빛이 가득한 우주를 달리던 슬레이프니르의 앞에 아스가르드만큼이나 찬연하게 빛나는 도시가 있었다.
그곳은 전능의 도시, 모든 우주의 지식이 모여있는 지식의 회관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20억 년 전, 신들의 전쟁 이후 건설된 곳으로, 창조의 바위 잔해와 최초의 별들이 붙인 화염의 남은 불씨를 가지고, 신돌이 어울려 지낼 수 있는 곳으로 새벽녘의 왕들과 최초의 고대 신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모든 우주의 불멸자들이 언제든 와서 편히 머물 수 있는 곳을 목적으로, 이곳에서는 영원의 조역이 유효했으며, 신성한 계약을 맹세한 덕에 수백만의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아스가르드도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는 인간의 보잘 것 없는 과학력으론 이곳 전능의 도시는 결코 찾을 수 없었다.
오딘이 도시 입구에 도착하자, 그의 연락을 받은 지식의 회관을 관리하는 고위 사서가 마중나와 있었다.
“아스가르드의 오딘이여, 이곳을 다시 방문하셨군요. 환영하는 바입니다.”
“오랜만이구려. 밀린 이야기를 하며 회포를 풀고 싶지만, 시간이 없소이다.”
“방문하신 목적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지식의 회관으로 향하시죠.”
고위 사서는 아스가르드의 절대신 오딘을 정중히 예우하며, 전능의 도시 중심에 있는 온 우주의 모든 지식이 모인다는 지식의 회관으로 그를 안내했다.
“지난번 모든 지식의 회관에 왔을 때는 두 아드님과 함께 왔었죠? 옛 신과 가문에 대해 공부하러 왔었는데, 이런 말씀은 죄송하지만 큰 아드님은 책을 가까이할 인상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정신을 차렸는지, 곧잘 책을 읽기도 한다오.”
“작은 아드님은 큰 아드님과는 다른 쪽으로 인상을 남겼죠. 말썽과 장난으로 말이죠.”
“로키의 어리석음에 대해선 내가 대신 사죄를 하리다. 오늘은 지식을 찾으러 왔으니, 그 이야기를 하는 편이 낫겠소.”
미미르의 샘에서 온 세상, 온 우주의 지식을 다 습득했다는 전설이 있는 오딘이 찾으려는 지식은 도대체 무엇일까? 호기심이 동한 고위 사서는 그에게 물었다.
“지식이라고 했는지요? 이런 일도 있군요. 온 우주의 모든 지식과 지혜를 알고 있는 오딘이 궁금한 지식이 도대체 무엇일까요?”
“제가 찾는 것은 한동안 자리를 비운 신, 사라진 신들의 명단이오.”
“그거라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겠습니다, 아스가르드의 왕이시여.”
지식의 회관 안으로 들어온 고위 사서는 오딘을 회관 한 쪽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다른 지식들과는 다르게 어둠에 둘러싸여 있었는데, 오딘은 궁니르의 빛을 밝혀 깃들어져 있는 어둠을 걷어냈다. 오딘이 걷어낸 어둠 안에는 수많은 책과 두루마리들이 숨어 있었다. 사라진 신들의 명단이 이렇게 많을 거라고 예상 못한 오딘은 이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라진 자들의 회관? 이 모든 책과 두루마리들이 그동안 사라진 자들을 의미한다는 거요?”
“활동이 없는 신들이죠. 죽었는지 행방불명된 건지 판단할 근거가 없으니 그저 사라진 자들이라고 할 뿐이죠.”
“믿을 수 없군. 이렇게나 많다니…….”
오딘이 사라진 자의 회관을 살펴보고 있을 때 고위 사서는 그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모든 지식의 회관을 이용하는 모든 이들은 그 목적을 밝혀야합니다. 이제 그만 이유를 설명해주시겠습니까?”
고위 사서의 말에 오딘은 책장에서 책을 한 권 꺼내었다. 책에는 ‘영원의 정원, 글렌글레이븐글레이드의 오크나무 왕과 세퀴이아 왕비’라고 적혀 있었다.
“최근 잠에서 깨었을 때, 난 두 가지의 비명을 들었소. 하나는 내 아들들의 비명소리, 다른 하나는 알 수 없는 신의 단발마였지. 일단 급한 대로 내 아들들을 구했지만, 아직도 그때 들었던 단발마를 잊을 수 없소. 그건 누군가 신을 살해했다는 뜻일 테니까.”
“하지만 신 도살자는 당신과 제우스에 의해 퇴치된 게 아닙니까?”
“그걸 모르겠단 말이오. 제우스에 의하면 분명 신 도살자는 처단됐을 텐데 말이지.”
말을 마치며 오딘은 책을 펼쳐 그 안에 있는 지식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진실을 알기 위해 사라진 자의 회관에 있는 모든 책들을 읽을 기세인 오딘을 뒤로 한 채 고위 사서는 조심스레 회관 밖으로 나왔다.
아스가르드의 왕성 인근, 가장 깊은 곳에는 왕성보다 조금 작은 규모의 거대한 지하감옥이 있었다. 아스가르드에 반역을 일으켰거나, 아홉 세계에 혼란을 야기한 자, 그리고 오딘의 권위에 도전한 자들과 같은 중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모두 이 곳에 수감됐고, 하나 같이 죽는 순간까지 이 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형벌을 받았다.
살아서 감옥을 나가는 이들보단 죽어서 이곳을 벗어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혹자는 오딘의 잔혹함을 상징하는 곳이라고 비난했지만, 이 감옥에 수감된 자들이 저지른 범죄와 그들의 범죄에 피해를 입은 유족들의 눈물을 생각하면, 이는 오히려 자비에 가까웠다.
이들보다 더 심한 죄를 저지른 이들은 오딘이 직접 궁니르의 칼날로 태워버렸으니까. 로키와 토르로 인해 비프로스트가 파괴되고, 테서렉트로 다시 복구될 때까지 한동안 아홉 세계가 큰 혼란에 휩싸였기 때문에 아스가르드의 감옥은 수많은 죄수들로 엄청나게 붐볐다.
“줄 똑바로! 어서 가지 못해!”
에인헤랴르의 호통이 감옥 곳곳에서 울려퍼졌다. 중범죄를 저지른 자들만 가둬놓은 감옥이라, 감옥에 들어온 범죄자들의 거칠과 반항적인 태도는 보통 범죄자들과는 달랐다. 범죄자들이 감옥에 들어오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남자, 로키는 히죽거리며 새로 들어온 감옥 친구들을 맞았다.
“고맙게도 오딘이 새 친구들을 계속 보내주는 군요.”
“내가 보낸 책들은 재미없니?”
로키의 감옥 안은 다른 죄수들이 갇혀있는 감옥과는 달랐다. 투명하고 강력한 에너지막으로 한쪽 면을 제외한 세 면이 굳게 막혀있는 건 같았지만, 내부는 달랐다. 많게는 20명까지 들어가는 다른 감방과 다르게 로키의 감옥은 그 혼자만 존재했다. 그리고 감옥 안은 의자와 작은 탁자, 그리고 책장과 책들이 있었는데, 아무리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아스가르드의 왕자였던 만큼, 로키에 대한 대우는 특별했다.
혼자 있어야 하는 로키의 감옥에는 한 중년의 여인이 함께 있었는데, 토르와 대단히 많이 닮은 중년 미부인은 오딘의 아내이자, 토르와 로키의 어머니인 프리가였다. 프리가는 자신이 보내준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로키에게 한 소리했지만, 돌아온 그의 대답은 냉담하기 그지 없었다.
“죽을 때까지 갇힌 채 책이나 보란 말인가요?”
“……널 편하게 해주려고 최선을 다했단다.”
“그래요? 오딘도 같은 마음인가요? 토르는요? 밤낮으로 나에 대해 묻는 걸 짜증내하지 않던가요?”
잔뜩 삐뚤어진 아들을 보며 프리가는 차분하게 그의 잘못을 되새겨주었다.
“네가 여기 갇힌 건 네 행동 때문이야. 누굴 원망할 필요는 없어.”
“내 행동이요? 내가 한 거라곤 왕이 될 운명이란 거짓말을 밝혀낸 게 전부라구요!”
“왕이라고 했니? 진정한 왕은 자신의 잘못을 경계하고, 이를 인정한단다. 넌 미드가르드에서 사람들을 학살했어. 그건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잘못이야.”
“내가 한 건 오딘이 한 짓에 비하면 약과에요. 오딘과 토르가 영광스러운 전쟁이라는 명목하에 얼마나 많은 이들을 죽였는지 잊으신 겁니까?”
“로키, 네 아버지는…….”
“그는 내 아버지가 아니에요!!”
프리가가 오딘을 말하려고 하자, 로키는 버럭 화를 내며 그녀의 면전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자신을 부정하고, ‘라우페이슨’이라고 칭한 자를 자신도 아버지라고 부를 생각이 없었다.
로키가 오딘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자, 프리가는 담담한 얼굴로 아들에게 말했다.
“그럼 나도 네 어머니가 아니니?”
그러자 로키는 굉장히 착잡한 얼굴이 됐다. 아버지인 오딘과 형인 토르에게는 앙금이 남아있지만, 어머니에겐 항상 죄송스러운 마음뿐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서리거인의 아기를 데려와 아들로 키워달라는 오딘의 어이없는 부탁을 들어줬고, 친자인 토르와 어떤 차별도 두지 않고 사랑으로 보살폈다.
성향상 배우는 걸 꺼려하긴 했지만 토르가 아닌 로키에게 자신의 마법 전부를 알려줄 정도로 프리가는 로키를 아끼고 사랑했다. 원래는 아스가르드에 돌아오자마자 미드가르드에 혼란을 야기한 죄로 오딘의 처형을 받아어야할 로키가 목숨을 부지한 것도 프리가의 간청 덕분이었다.
하지만 로키는 로키였다. 주변 사람의 호의를 호의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그는 자존심이 너무 강했고, 쓸데없는 오기를 부리는 이였다.
“……아니에요.”
오딘을 아버지가 아니라고 부정한 것처럼, 자신도 어머니가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프리가는 로키의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녀는 서글프게 웃으며 로키에게 손을 내밀었다.
“너는 항상 다른 이들에 대해 통찰력이 뛰어나지만 스스로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더구나.”
착잡한 얼굴로 로키는 프리가의 손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그의 손이 닿기 직전 프리가의 모습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로키에 대한 오딘의 분노가 아직 서슬 퍼렇기 때문에, 제 아무리 프리가라고 해도 감옥에 갇혀있는 로키를 자유롭게 만날 수 없었다. 아들의 안위를 직접 살펴보고 싶은 어머니의 심정으로, 프리가는 오딘에게 질책을 받을 각오를 하고 마법으로 환영을 만들어 감옥으로 보냈다. 그렇게 말상대도 해주고, 로키를 위해 읽을만한 책들도 보내주는 뒷수발을 오딘 몰래 해오고 있었다.
프리가의 환영이 사라지자, 로키는 더 착잡한 얼굴로 의자에 걸터앉았다. 괜시리 어머니에게 상처를 준 게 아닌가라는 후회가 물 밀 듯이 찾아왔다.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면 어머니께 꼭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만큼이나 쉽게 되지 않는 게 로키의 사과였다.
프리가가 환영마법을 해제한 것은 로키가 자신의 분신을 만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의 처소에 누군가 노크를 하며 자신을 밝혔기에 급히 교신을 종료한 것이었다.
“어머니, 토르입니다.”
오딘의 명령으로 연회장에서 에인헤랴르와 연회를 즐기고 있어야할 큰 아들이 불쑥 찾아오자, 프리가는 급히 로키에게 보낸 환영 마법을 해제했다. 토르가 처소에 들어오자, 프리가는 환하게 웃으며 아들을 맞았다.
“어쩐 일이니? 지금은 연회장에서 전사들과 함께 있어야하는 거 아니니?”
“전사들의 연회는 제가 없어도 즐거울 겁니다. 혹시 마법을 쓰셨습니까?”
처소 가득 느껴지는 마력에 토르는 주위를 힐끗 보다가 프리가가 뭔가 숨기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자, 그녀가 무엇을 했는지 짐작을 하곤 짧게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 아버지께서 로키에 대한 면회를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알고 있단다. 하지만 내가 직접 만난 것도 아니고, 마법으로 만났으니까 네 아버지의 명령을 어긴 게 아닌 셈이지.”
“생각해보니, 맞는 이야기군요.”
멋쩍게 웃으며 토르는 비어 있는 의자에 앉으며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로키에게 마법을 가르쳐준 것을 후회하십니까?”
“아니, 그렇지 않단다.”
프리가가 가르친 마법으로 로키가 지구에 큰 해악을 끼쳤지만, 프리가는 그에게 마법을 가리쳐 준 것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너와 네 아버지께서 너무 큰 그림자를 드리웠기 때문에, 내 능력을 가르쳐줘서 로키가 스스로 빛을 찾길 원했단다.”
“……녀석은 어머니께서 아시는 그 소년이 더 이상 아닙니다.”
“너도 마찬가지지만 그렇다고 네가 지구로 쫓겨났을 때 내가 널 덜 사랑한 게 아니잖니.”
오딘만큼이나 프리가의 현명함은 토르를 항상 감탄하게 했다. 자신도 그들만큼 오랜 세월을 살게 되면 그만큼 현명해질까라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아스가르드의 만물이 축복했고, 차기 왕위 계승자로 길러졌으며 현명한 부모님에게 항상 가르침을 받고 깨달음을 얻었다. 하지만 요 근래만큼이나 왕으로서, 전사로서, 그리고 한 남자로서 자신에 대한 확실함이 없어지는 건 처음 겪는 일이었다.
로키에 의한 지구 침공이 일어나게 한 원인도 따지고 보면 토르의 만용에서부터 시작했다. 물론 서리거인 쪽에서 먼저 몰래 잠입해 아스가르드의 무기고에서 무기를 털어가려는 시도를 했더라도, 토르의 분노는 아스가르드가 얕잡아보인 것이 아닌 본인의 대관식을 망쳤다는 것에 향해 있었다.
이를 빌미로 요툰헤임에 쳐들어가서 한 것이라곤 대화도, 정복도 아닌 사실상 학살을 시도했으며, 실제로도 서리 거인을 여럿 죽여 놓고, 번개까지 동원해 왕궁을 파괴하는 등, 온갖 깽판을 쳐댔다.
게다가 전쟁을 일으키진 않았어도 일으키려고 했고, 하필 그곳에 로키를 끌고 간 통에 요툰헤임에서 로키가 자신의 정체를 알아버렸으니, 이 모든 일의 시작은 토르의 오만과 만용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런 아들의 고민을 눈치챘는지, 프리가는 토르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아니, 두드려줬다기 보다는 그의 어깨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는 듯한 행동을 했다. 토르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랐다. 설마 자신의 옷이 더러워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닐텐데,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라는 생각에 물끄러미 프리가를 보았고, 어머니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어깨에 묻은 게 너무 많구나. 아스가르드, 천둥의 신, 에인헤랴르, 지구, 로키, 시프, 그리고 제인 포스터까지.”
“아…….”
“어깨에 너무 많은 걸 짊어지는 건 좋은 게 아니란다. 목이 굳고 어깨가 망가지거든. 무거우면 다 내려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란다.”
“하지만, 전 그럴 수 없다는 걸 아시잖습니까?”
“모두가 자신이 되고자 하는 모습엔 실패하기 마련이지. 영웅을 판단하는 척도는 진짜 자기 모습으로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달렸으니까.”
어머니의 위로에 토르는 납덩이처럼 무거웠던 마음을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예전 왕의 자리에 앉는다는 것에 신나서 희희낙락할 뿐인 철부지가 아니었다. 오딘 못지않은 강력한 왕이 되어 위대한 이름을 남기는 게 목적인 아이도 아니었다.
아스가르드는 또 한 명의 왕을 맞이하기 위해 기나긴 산고를 이제 막 시작했다.
런던 히스로 공항.
영국을 대표하는 관문 공항으로, 잉글랜드 그레이터 런던 서부의 힐링던 구에 위치해있다.
런던을 대표하는 국제공항이라 영국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유럽에서 첫 번째, 세계에서는 세 번째로 번잡한 공항이다. 국제선 탑승객 기준으로는 2014년 두바이 국제공항에 추월당하기 전까지 세계 1위, 2018년 기준으로는 2위이다.
하루에서 엄청난 사람이 오가는 이 공항에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클로드 카르엘.
이름부터 평범하지 않은 이 남자는 겉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얼굴 생김새는 평범했지만, 검은 머리카락과 피부, 떡 벌어진 어깨를 포함해 190㎝에 가까운 장신에, 옷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평생에 걸쳐 운동을 해오며 가다듬은 완벽한 근육들까지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
비행기에서 막 내린 클로드는 비행 동안 꺼놓았던 휴대폰 전원을 켰는데, 그의 휴대폰이 켜지자마자 타이밍 좋게 전화가 걸려왔다. 휴대폰 액정에 ‘필 콜슨’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본 클로드는 보안회선으로 전화를 받았다.
“콜슨 요원, 지금 런던에 도착했습니다.”
[고생했습니다. 스타크 씨의 뒤처리 때문에 바쁜 사람에게 이곳 일까지 맡겨서 죄송합니다.]
“죄송할 거까진 없습니다. 스타크 씨의 사고 뒷수습보단 이쪽 일이 편할 거 같으니까 말이죠. 콜슨 요원도 이쪽으로 오는 겁니까?”
[그쪽 일도 담당할 거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렵습니다. 따로 맡은 일이 있어서요.]
“따로 맡은 일이요? 스타크 씨가 저지른 사고 수습을 하고 계신 거 아니었어요?”
[그 일은 시트웰 요원이 맡고 있습니다. 저는 따로 임무를 받은 게 있어서요. 저희 팀은 그쪽으로 이동했습니다.]
토니 스타크가 어떤 사고들을 치고 있는지는 언론보다 먼저 쉴드의 통신망을 통해 접하고 있던 터라, 클로드는 토니가 만다린의 본거지로 쳐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분명 그 아이언맨이 쳐들어간 것이라 만다린의 본거지에선 큰 전투가 벌어질 게 분명할 거고, 쉴드는 슈퍼 히어로가 저지른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는 건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일 말고 다른 어떤 급한 임무가 있기에 그쪽을 우선한단 말인가? 중요한 임무니까 우선했겠지라는 생각에 클로드는 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또 볼 수 있다니 다행이군요. 근데 어디로 가야합니까?”
[카르엘 요원의 휴대폰으로 발생한 이상현상들의 위치를 보냈습니다. 일단 그쪽으로 가서 확인부터 해주시죠.]
“알겠습니다.”
영국에 발생한 이상현상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라는 지시에 클로드는 알았다고 답하곤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을 통해 이상현상의 위치를 확인한 클로드는 공항 밖으로 나가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선 줄의 가장 뒤에 섰다.
휴대폰으로 이상현상이 발생한 곳을 확인하느라 클로드는 뉴스를 볼 새가 없었지만, 그가 있는 곳 근처 텔레비전에는 기묘한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제 뒤에 있는 스톤헨지에서 오늘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알몸으로 이 곳을 배회하던 남성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돼 연행된 것이죠. 그는 과학장비를 들고 관광객들에게 자신이 구해주겠다고 외쳐댔는데, 신원조회 결과 저명한 천체물리학자인 에릭 셀빅 박사로 밝혀졌습니다.]
그건 영국 서부에 발견된, 원형으로 늘어선 돌기둥들이 모여 만들어진 스톤헨지에 쉴드의 컨설턴트 중 한 명인 천체물리학자 에릭 셀빅 박사가 경찰에 체포됐다는 내용의 뉴스였지만, 클로드는 휴대폰만 보느라 그걸 알 수 없었다.
5분 정도 휴대폰을 보면서 줄을 서던 클로드는 그제야 자신의 멍청함을 깨닫더니, 슬쩍 줄에서 빠져나왔다.
“그냥 뛰어가면 되는 걸 왜 택시를 타려고 한 거야?”
라고 중얼거리면서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간 뒤, 초스피드로 이상현상이 발생한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투 비 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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