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GA Universe
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10부 Thor: Dark World
Episode 1. Butcher (2)
아스가르드.
아스가르드는 지구와 같은 구형이 아닌, 평평한 섬 같은 형상이기 때문에 외곽은 물이 우주로 떨어지는 모습을 하고 있다.
평평한 섬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작은 섬 정도로 생각하면 곤란했다. 아스가르드는 어지간한 행성 두 세 개를 합쳐놓은 것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수백만에 달하는 백성들이 아스가르드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으며, 그들의 왕 오딘은 아홉세계의 수호자를 자처함과 동시에 아스가르드의 창과 방패였기 때문에 아스가르드의 백성들은 항상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아스가르드를 수호하는 오딘의 휘하에는 에인헤랴르라고 불리는 정예병들이 있었다.
지구에 전승되는 북유럽 신화에선 오딘이 라그나로크에 대비하기 위하여 모은 전사들이고, 발키리로 하여금 낚고 싶은 전사가 있으면 싸우는 도중에 뒤치기로 죽여 데려오도록 하는 황당한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이곳의 에인헤랴르는 아스가르드를 비롯해 오딘이 수호하는 아홉 세계의 존재면 누구나 될 수 있었다. 물론 누구나 지원할 순 있었지만, 에인헤랴르가 되기 위해선 고된 훈련을 이겨내야 했고, 이번처럼 아스가르드와 아홉 세계의 분쟁이 벌어지면 현장에 바로 투입됐기 때문에 사망률 또한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아홉 세계의 수호자 오딘의 선택을 받은 자라는 명예와 영광이 더 컸기 때문에 에인헤랴르를 동경하고 전사가 되는 걸 원하는 이들의 지원은 끊이지 않았다.
이번처럼 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에인헤랴르의 일상은 단순했다. 아스가르드의 치안과 오딘의 궁성을 지키는 일을 맡았으며, 경계 근무를 서지 않으면 항상 궁성 바깥에 있는 훈련장에서 체력과 무예를 가다듬었다.
미드가르드에 전해지는 북유럽 신화에 따르면 에인헤랴르는 매일 아침 일찍 수탉 울음소리에 일어나 발할라를 나와 큰 평원에서 치고받으면서 죽어나가지만 일몰 때쯤에 완벽히 살아나서 다시 발할라로 돌아가서는 신나게 먹고 마시고 잔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신화일 뿐, 실제로는 잘 훈련받고, 잘 먹으며, 잘 쉬는, 매우 모범적인 훈련을 행하고 있었다.
발키리 군단이 모종의 이유로 해체되고, 에인헤랴르가 새로 창설되면서 그들의 지휘와 훈련은 항상 전쟁의 신들이 맡아왔었다. 초창기에는 오딘의 형제이자, 전쟁의 신인 티르가 에인헤랴르의 훈련과 지휘를 맡아왔지만, 지금은 워리어스 쓰리와 오딘으로부터 전쟁의 여신 칭호를 받은 레이디 시프가 맡고 있다.
다른 날에도 에인헤랴르의 훈련은 강도가 높았지만, 오늘은 훈련의 강도가 더 높았는데, 그 이유는 후긴과 무닌이라는 이름의 두 까마귀를 대동한 오딘이 직접 훈련장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후긴과 무닌은 아스가르드를 포함해 아홉 세계의 정보를 수집해 오딘에게 알려주는 또 다른 정보망이었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갑옷이 아닌 통이 넓은 로브를 입고 있어, 얼핏보면 아홉 세계의 수호자가 아닌 거 같았지만, 그의 손에는 오딘을 상징하는 무기 궁니르를 들려 있었기에 멀리서봐도 오딘임을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의 왕이자, 사령관이 지켜보고 있는 터라, 에인헤랴르의 훈련은 더욱 가열차게 이뤄졌다.
가열찬 훈련이 이뤄지는 훈련장에는 오딘 말고도 또 다른 이가 찾았다. 붉은 망토를 걸치고, 묠니르를 허리에 찬, 오딘의 장자 토르가 바로 그였다. 토르는 오딘의 발치에 엎드려 있는 거대한 두 늑대, 게리와 프레키를 보고 가볍게 인사를 한 뒤, 오딘의 곁에 섰다.
“바나헤임은 이제 안전한 게냐?”
“노른하임과 리아도 안전해졌습니다. 아버지께서 나서셨다면 더 빨리 안전해졌겠지요.”
“허허……. 빵에 버터를 바르듯 아첨하는 기술이 늘었구나.”
“아첨이 아닙니다.”
아들과 가벼운 농담을 나눈 오딘은 항상 그랬듯이 냉철한 통치자로서의 얼굴로 돌아왔다.
“비프로스트가 파괴된 후, 처음으로 아홉 세계가 평화를 되찾았고 우리 힘을 보여줬다. 이제 모두가 널 존경해 마다 않는다, 수고했구나.”
“고맙습니다.”
토르의 목소리에 남아있는 그늘을 눈치 챈 오딘은 아비로서, 그리고 아스가르드의 왕으로서 차기 왕위 계승자에게 조언을 건넸다.
“혼란스러운 네 마음 외엔 모든 게 제 자리를 찾았지.”
“제인 포스터 때문이 아닙니다.”
“인간의 삶은 덧없이 짧다. 가까운 곳으로 눈길을 돌려보거라. 통치자가 아닌 네 아비로서 하는 말이니…….”
그렇게 말하는 오딘의 눈에는 에인헤랴르와 함께 전투 훈련을 받고 있는 시프의 모습이 담겼다. 아스가르드 최고의 여전사로 평가받을 정도로 뛰어난 무력을 자랑하며, 토르를 도와 수많은 전장터를 다니며 활약한 그녀는 최근에 들어 프리가의 제안으로 토르와 약혼을 하게 됐다.
오랫동안 토르를 바라보며 마음을 키워온 시프의 속사정을 알고 있는 프리가였고, 시프 정도면 아스가르드의 차기 왕비로 충분하다고 판단한 오딘의 생각 때문에 이뤄진 약혼이었지만, 미드가르드로 한번 추방당했다가 돌아온 토르는 약혼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혼란스러워 했다. 이제까지 전사로서의 삶만 살다가 아무 것도 없는 자신을 어떤 대가도 없이 도와준 여인을 마음에 품게 됐기 때문일까?
잠시 아들을 바라보던 오딘은 그에게서 뭔가를 읽어냈는지, 토르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넌 이제 왕위에 오를 준비가 됐다. 받아들이고 기뻐하거라. 전사들과 먹고 마시고 승전 파티를 즐기면서 즐거운 척이라도 해.”
그날 밤에는 아홉 세계의 평화를 되찾은 것을 기념하며, 오딘이 에인헤랴르와 아스가르드 백성 전체에게 베푸는 연회가 이뤄졌다.
지구에 전승되는 북유럽 신화에선 에인헤랴르는 무한정 제공되며, 양도 절대 줄지 않는 제림니르라고 불리는 돼지의 고기를 먹고, 하이드룬이라는 산양에게서 제공되는 벌꿀술을 마신다고 하는데, 실제 아스가르드에서 제공되는 음식 가짓수를 줄이긴 했지만 양은 정확했다. 아스가르드의 모든 백성들이 배불리 먹어도 남을 정도의 음식이 연회에 나오기 때문이었다.
볼스타그도, 펜드랄도, 목숨을 걸고 전장을 누빈 에인헤랴르와 그들에게서 전설적인 무공을 듣는 아스가르드의 백성들을 보면서 토르는 벌꿀술을 한 잔 들이키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그들과 함께 어울리며 밤새 무용담을 늘어놓았겠지만, 지구로 한 번 추방당한 이후부터는 토르의 분위기는 예전과 달랐다. 호방하고, 호탕한 전사에서 이젠 삶과 죽음을 알며, 왕으로서의 책임감을 자각해가는 차기 왕위 계승자로 변해가고 있었다.
승전에 크게 기뻐하지 않는 토르의 모습에는 제인에 대한 혼란스러운 마음만이 원인이 아니었다. 아홉 세계의 혼란을 수습하면서 토르는 너무도 많은 죽음을 봐야했다. 살아남은 에인헤랴르보다 혼란으로 인해 죽어간 백성들과 병사들의 수는 곱절은 많았다.
오딘이 항상 말버릇처럼 자신과 로키에게 했던 말, ‘지혜로운 왕은 결코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그에 대비해야한다.’가 요즘 들어 더 많이 가슴에 와 닿았다.
‘한 잔 더’를 외치는 볼스타그를 보다가 토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회장 밖으로 나온 그를 불러 세운 사람은 다름 아닌 약혼녀였다. 취기가 전혀 없는 토르처럼, 시프도 딱히 술을 마시지 않았는지 그녀의 얼굴을 평소와 같은 냉랭함 그 자체였다.
“옛날엔 몇날며칠을 흥청망청 즐겼잖아? 오늘은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네?”
“넌 하로킨 전투의 승전파티를 하다가 새로 전쟁을 일으킬 뻔했었지.”
“그 녀석들이 내가 정성껏 만든 요리가 쓰레기라고 욕했기 때문이지.”
“네 손은 요리를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요리를 만들기 적합하지 않은 손과 평생 함께 살아야 할 텐데, 괜찮겠어?”
잠시 토르를 살펴보던 시프는 그의 팔을 잡았다.
“나랑 한잔 하는 건 어때, 응? 오늘밤엔 폐하께서 시킨 일도 없잖아.”
“……다른 할일이 있어.”
“네가 밤마다 어디론가 사라지는 거 알고 있어. 아스가르드의 왕위 후계자가 한 세상에만 신경 쓰면 되겠어?”
시프의 충고에 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혼녀는 그가 밤마다 몰래 헤임달을 찾아가 지구의 동태를 살피고, 한 여자의 행방을 쫓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해도, 토르는 자신의 오랜 친우이자, 전우, 그리고 약혼녀를 불안하게 만들 생각 같은 건 없었다. 그는 시프의 손을 조용히 그리고 꼭 잡아주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띠웠다.
“항상 내 옆에서 함께 싸워줘서 고마워, 시프. 충고도 마찬가지고.”
토르가 손을 잡아준 것만으로도 마음이 어느 정도 풀렸는지, 시프는 이제까지 냉랭함이 담겨있던 얼굴을 풀고, 그녀만의 매력이 담긴 미소를 지어보였다.
영국 런던의 어느 술집.
바텐더는 손님을 위한 술을 만들어야 하고, 돈과 알코올이 주는 알싸함과 몽롱함을 맞바꾸는 사람들이 한창 북적여야하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술집의 단골 메뉴 중 하나인 손님들 간의 시비가 벌어지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다시 한 번 더 말해줄래?”
말하면서, 한 여자가 카운터의 스톨에서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검은 머리카락에 곱상한 얼굴을 가진 이 여자의 이름은 현지원, LTK탐정사무소 소속 직원이라는 직함을 가진 남자였다. 한 무리의 남자들과 대치 중인 지원은 거의 충분한 싸움태세를 보이고 있었다.
“잘못 알아들은 것 같은데. 이 녀석?”
“뭐야? 튕기는 거야?”
건들거리는 웃음을 띠운 채로 남자들은 제각기 말한다. 귀찮게 지원에게 생트집을 잡은 인간은 총 4명. 그 안의 한 사람은, 170cm인 지원보다 더욱 더 머리 하나 분이 더 컸다. 런던 외곽에 있는 주점, 낯선 상대가 있다면, 한 번은 생트집을 잡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건달풍의 패거리들이 지원에게 시비를 건 무리들이었다.
“여행 온 거 같은데 우리가 길 안내 해준다고 말했지.”
세상에 믿을 건 부모님이 물려준 커다란 덩치밖에 없을 거 같은 남자는 지원을 내려다보면서 아까와 같은 대사를 토해냈었다.
“그 뒤에 한 마디가 더 있었던 거 같은데?”
지원은 다른 한 사람, 4명의 패거리 중에서 제일 뚱뚱한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아, 말해주지.”
귀에 거슬리는,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남자는 대답한다.
“동양년하곤 놀아본 적이 없으니까 재미 한 번…….”
퍼억!
뚱뚱한 남자가 끝까지 말을 끝내기보다 먼저 지원의 부츠가, 남자의 안면에 박히고 있었다. 우와 하며 가게 내에 환성이 가득 찼다.
“네, 네 년…….”
끝을 맺지 못했던 남자는 그대로 주저앉았고, 남은 3명은 당황하며 싸울 포즈를 취한다.
“숙녀에게 그런 말을 쓰면 안 된다고, 부모님이 안 가르쳐 주시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단숨에 내디딘 지원의 발길질이, 덩치 큰 남자의 턱을 차 부수고 있었다. 그 덕에 남자는 힘없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우와와와와와와!
뚱뚱한 남자 때와 마찬가지로 손님들 사이에서 환성이 터져 나왔다.
“네 녀석!”
“자, 잘도!”
아무리 여자라고 해도 맨손으로 지원을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남은 두 사람은 바지 뒷주머니에서 꺼낸 나이프를 빼어들었다. 싸움이 생각 외로 커지자 바텐더는 경찰에게 신고가 바로 들어가는 비상버튼을 몰래 눌렀다.
“고작 여자를 상대로 칼까지 꺼내는 거야?”
여유로운 웃음을 그대로 유지한 채, 지원은 두려워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쪽도 사양하지 않지. 어디서부터든지 덤벼!”
덤빈다고 진짜 덤비는 멍청이가 이곳에 한 명 있었다. 남은 두 놈 중 하나가 나이프를 찔러들어왔지만 지원은 당황하지도, 동요하지도 않은 채 옆으로 몸을 비켰다.
“어엇?”
“어엇이 아니지.”
퍼억!
슬쩍 비켜선 자세에서 발길질로 한 번, 숨을 못 쉬어서 괴로워하는 얼굴을 향해 매서운 주먹이 쉴 새 없이 꽂혔다.
“……무자비하다.”
“닥쳐!”
누군가의 입 밖으로 나온 중얼거림에 지원은 호통쳤다.
“칼을 꺼낸 시점에서 ‘싸움’ 정도의 수준이 아니잖아! 그것도 여자를 상대로! 이 정도면 이쪽도 적당히 처리해 줄 의리는 없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지원은 남은 한 사람을 돌아보았다.
“남은 건 너 하나네.”
“그렇군…….”
대답하며 남자는 나이프를 좌로 우로 바꿔 쥐면서, 한 발짝씩 지원과의 간격을 좁힌다. 동료가 셋이나 쓰러졌는데도 침착하기 이를 데 없는 남은 남자를 보며 지원은 살짝 휘파람을 불렀다.
“틀림없이 저 멍청이가 보스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보스였군.”
“그건 네가 직접 확인해 봐.”
남자의 다리가 멈췄다. 그것은 그가 가진 통찰력이 경고음을 발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동료 셋을 쓰러뜨린 지원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말해두지만 말이야. 잠깐의 여유를 즐기려던 내 시간을 방해한 대가는 크다고.”
조금은 진지해진 지원이 스윽하며 한 걸음을 내딛은 뒤, 다음 걸음을 내딛으려다가 발을 멈췄다. 남자도, 지원도 서로 노려보았다. 두 사람의 주위에 살기가 퍼졌다.
제각기 멋대로 일을 크게 떠들고 있던 무리들도, 두 사람의 분위기에 삼켜졌는지 이윽고 전원이 아주 고요해졌다. 술집을 찾아온 일순간의 침묵으로 인해, 누군가의 목구멍에서 침 삼키는 소리가 났을 때, 술집 문이 벌컥하고 열렸다.
“꼼짝 마라! 경찰이다!”
가게의 문을 차 열면서 경찰들이 일시에 우르르 들어왔다. 그리고 동시에 바텐더의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녀석들입니다! 이 녀석들이 문제를 일으켰어요!”
바텐더는 그렇게 소리치면서 지원을 지목했다.
“뭐라고?”
뭐라고 변명하기 전, 지원의 양 팔을 달려든 경찰 두 사람이 붙잡았다.
“네 녀석이냐!”
“자, 잠깐 기다…….”
“닥쳐, 얌전히 있어.”
오랜 탐정 생활 덕분에 이런 상황에서 공권력에 대항하는 건 그리 좋은 판단이 아니라는 건 익히 잘 알고 있었다. 지원은 별 말 없이 체포에 응했다.
투 비 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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