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10부 Thor: Dark World Episode 1. Butcher (1) 팬픽, FAN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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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10부 Thor: Dark World 


Episode 1. Butcher (1)


멀고도 먼 어느 조용한 세계.
생명을 머금고 있어야할 땅은 메말라버렸고, 하늘에선 자비심 없는 뜨거운 태양만이 내리쬐고 있었다. 모든 것이 사라진 세상, 모든 것이 멸종해버린 시대에 한 남자가 신의 자비를 구하면서 홀로 떠돌고 있었다.
창백한 그의 피부에는 신을 찬양하기 위한 온갖 문구들이 새겨져 있었고, 그의 목에는 멸종의 시기에도 잃지 않은 그의 신앙을 상징하는 장신구가 걸려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허름한 장신구였지만, 그는 그것을 매우 소중히 품고 있었다.
굶주리고, 지치고, 온몸에선 고통을 느꼈지만, 그는 자신의 신앙을 버리지 않았다. 그의 작은 손에 쥐어진 작은 여자아이만큼이나 신을 향한 그의 믿음은 확고했다.

그의 이름은 고르였다.
전능한 신 라푸를 숭배하는 신도 중 하나이자, 그 어떤 신도보다 강한 믿음을 가진 자였다. 라푸를 숭배하는 신도들은 그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들은 빛을 주는 라푸의 자비 덕분에 온갖 풍요로움을 누렸고, 라푸의 이름을 딴 제국까지 건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모두 옛날이야기. 
라푸를 믿고 따르는 이는 이제 고르와 그의 손을 잡고 묵묵히 삭막하고 메마른 땅을 걷고 있는 그의 딸 뿐이었다. 아직 어려서 라푸가 무엇인지, 그를 위해 어떻게 기도를 올려야하는지 모르는 딸의 몫까지, 고르는 하루에 수차례 라푸를 향해 기도를 올렸다.

“오, 전능하신 라푸여. 기도하오니 물과 식량을 주소서. 제가 아닌 제 딸을 위해 간청합니다.”

자신을 살려달라는 것이 아닌, 하나뿐인 딸을 위해 기도를 열심히 올린 고르였지만, 신은 그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 며칠을 굶었는지 세기를 잊어버린 날, 고르의 딸은 작은 호흡을 멈췄다.
라푸에 대한 신앙만큼이나 소중했던 딸을 잃자, 고르는 모든 희망을 잃어버렸다. 그에게 남은 건 깊고 깊은 절망과 한줌의 신에 대한 원망뿐이었다. 
하지만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신을 저주할 수 없는 일. 고르는 자기 자신을 놓아버리기로 했다. 이제까지 딸을 위해, 황량한 땅을 헤메고, 라푸에게 기도를 올렸지만 그 딸을 잃은 지금에 와선 그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루에 수차례 올렸던 라푸에 대한 기도조차도 집어치워버린 고르는 딸의 작은 무덤을 끌어안고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삶에 대한 모든 희망과, 신에 대한 믿음을 버린 자에게 누군가의 유혹이 찾아왔다. 딸의 곁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려던 고르의 귀에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힘들었겠구나…….]

누군가의 계시 같은 속삭임에 고르를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막 힘을 쏟아내 딸의 무덤을 만들었을 터라, 몸에 조금의 힘도 남아있지 않을 게 분명했지만, 그는 일어나 걸었다.  

[내게로 와라. 내게 와……. 얼마나 힘들었느냐?]

신의 계시일까? 아니면 악마의 속삭임일까? 그 어떤 것에도 확실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고르를 걷고 또 걸었다. 소중한 딸의 무덤도 내팽겨 친 채로 정처없이 걷던 고르는 황량한 땅 한 가운데 있는 오아시스를 발견했다.

[내게로 와……, 얼마나 힘들었느냐?]

황량한 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짙은 녹색의 수풀 속에서 고르를 부르는 계시는 이어졌다. 고르는 저도 모르게 오아시스 안으로 들어갔다. 오아시스 안은 뜨거운 태양을 막아주는 높고 푸른 나무, 그리고 물이 있었다.
물을 보자마자 고르는 더 생각할 것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얼마 만에 맛보는 물인지 몰랐다. 차가운 물이 온 몸에 끼얹어지고, 타는 듯한 갈증마저 해결해주자 고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물을 마시던 고르는 향긋한 냄새가 풍겨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형형색색의 먹음직스러운 과일들이 놓여 있었다. 물을 마셔본 적이 언제인지 세기 힘들 정도인 만큼, 고르는 먹을 걸 먹어본 기억 역시 오래됐다. 
오랜 갈증과 굶주림에 시달린 고르는 허겁지겁 과일들을 입에 우겨넣었다. 상큼한 과육이 입 안 가득 퍼졌고, 그것은 죽어가던 그에게 새로운 힘을 안겨주었다.

“이건 또 뭐야? 맙소사 내 과일을 다 처먹고 있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자, 고르는 과일을 먹다말고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황금의 왕관을 쓴 이가 있었는데, 그는 마치 고르가 소중히 목에 매달고 다리는 라푸의 장신구와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고르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그는 고르가 딸을 잃기 전 그토록 애타게 찾고, 살려달라고 기도를 올렸던 신, 라푸였다. 얼굴 가득 과즙이 묻고, 씨도 잔뜩 묻었지만 고르는 라푸에 대한 예를 올렸다.

“라푸! 빛을 주시는 이여!”

라푸는 짜증난다는 얼굴로 고르를 쓱 훑어보았다. 라푸를 보자마자 머리를 조아렸고, 그의 목에는 자신을 상징하는 장신구가 걸려 있었다. 라푸는 고르가 자신을 숭배하는 신자라는 걸 알아차렸다.

“날 따르는 자군.”

라푸가 자신을 알아보자, 고르는 더욱 경건한 목소리로 자신의 신에게 간청을 올렸다.

“전 당신의 마지막 신도 고르입니다. 신이시여, 저흰 모든 걸 잃었습니다. 땅은 메말랐고 모든 생명이 죽었나이다. 하지만 전 믿습니다. 약속대로 영원한 보상을 준비해 두셨음을요. 그래서 잔치를 여신 건가요?”

“영원한 보상을 믿는다네? 파하하하하하하!”

영원한 보상이란 말에 라푸는 큰 소리로 비웃었다.어리둥절해하는 고르에게 라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너에게 영원한 보상은 없어. 이 거렁뱅이야! 이건 방금 전의 사냥을 자축하는 파티라고! 저 신을 죽일 수 있는 저주의 검을 가진 자를 처치했거든!”

라푸가 가리킨 쪽으로 돌아보니, 그곳에는 온 몸이 검게 물든 누군가가 흑색의 대검과 함께 쓰러져 있었다. 그의 가슴에는 작은 단검이 박혀 있었는데, 황금색으로 물들어져 있는 단검에는 라푸가 내뿜는 광휘 같은 건 애들 장난 수준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방금 전 고르가 먹은 과일들은 라푸가 신들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가진 자를 처치하게 이를 축하하기 위해 현장에 마련한 잔치 음식이었다.

“저 놈은 내 제국도 파멸시키겠다고 협박했어. 내가 저 놈을 죽이려고 오딘과 제우스에게 얼마나 머리를 숙였는지 알아?”

“하지만 신이시여, 당신의 제국은 이미 끝났고 당신을 섬길 자도 없습니다.”

고르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들이 있는 이 행성은 라푸에 대한 신앙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하지만 라푸의 은총이 사라진 지금, 행성에 살아있는 건 마지막 신도인 고르 뿐이었다. 행성을 가득 메운 라푸의 신앙도, 그의 이름을 딴 영원한 제국도 모두 황량한 땅에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에 휘말려 모두 사라진 뒤였다.
고르의 지적에도 라푸는 별 거 아니라는 듯 퉁명스레 답했다.

“널 대신할 내 숭배자는 많아.”

“우린 고통 받았고 계속 굶주렸습니다! 당신만…… 믿다가…… 난…… 난…… 딸도 잃었습니다!”

딸을 언급하면서 고르는 이제까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딸만은 반드시 살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현실에, 라푸가 조금만 관심을 가져줬다면 딸을 잃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고르의 괴로움과 고통에도 라푸는 큰 관심이 없는 듯 했다.

“당연히 그래야지. 신을 위해 고통 받는 게 너희의 존재 이유야! 너흰 죽으면 끝이고 그 다음은 없어!”

고르는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오아시스는 이 행성에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닌 라푸가 자신의 권능으로 만들어낸 기적 중 하나였다. 신을 죽이는 자를 죽이고, 연회를 베풀기 위해 이렇게 많은 음식과 물을 만들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라푸는 고르와 그의 어린 딸, 그 뿐만 아니라 황폐한 사막에서 말라죽어간 그의 신자들을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
라푸의 마지막 신자는 고르지만, 고르 이전에 라푸의 이름을 딴 제국이 있었고, 그 제국 안에는 수많은 신자들이 라푸를 섬겼다. 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신자는 오직 고르 뿐이었다. 

자신을 따르는 신자를 보호하지 않는 신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신자의 신앙 위에 서지 않는 신은 신이 아니다.

라푸, 그는 신이 아니다.

극도의 분노로 이성을 잃을 뻔 했지만, 고르는 이를 부득 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까지 무릎을 꿇고 경건한 예를 갖추던 신자에게서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지자 라푸는 의아한 듯 고르를 보았다.

“넌 신이 아니야! 널 버리겠어!”

그렇게 말하면서 고르는 목에 차고 있던 라푸의 장신구를 떼어 바닥에 버렸다. 이제까지 소중히 간직해오던 라푸에 대한 신앙을 버릴 만큼 고르는 너무도 큰 분노에 휩싸였다. 하지만 아무리 분노했다고 한들, 그는 한낱 필멸자에 지나지 않았다. 고르가 자신에 대한 신앙을 버리겠다고 하자 라푸는 벌컥 화를 내며 순식간에 고르의 목을 잡고 그를 들어올렸다. 라푸에게 목을 잡힌 덕분에 숨을 쉬지 못해 발버둥치는 고르를 보며 라푸는 잔인하게 웃어보였다.

“네 무의미한 삶에 드디어 목적이 생겼구나. 너 스스로 라푸 자신을 위한 제물이 되어라!”

고르는 조금씩 의식이 멀어져가는 걸 느꼈다. 숨을 쉬지 못해 발버둥치던 고르의 뇌리에 아까와 같은 계시가 내려왔다.

[복수를 하고 싶으면…….]

복수! 복수를 해야한다! 저런 거짓된 신에게 속아, 딸을 돌보지 못했고, 딸을 잃어야만 한 이 분노를 어떻게 하란 말인가?

[에테르를 찾아 이터니티에게 가라……. 모든 신을 죽여라…….]

에테르? 이터니티?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고르는 이 말은 마음에 들었다.

[복수를 하고 싶으면…… 에테르를 찾아 이터니티에게 가라…… 모든 신을 죽여라…….]

모든 신을 죽여라!

정신을 차려보니 고르는 처음보는 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 아니, 그 검은 처음 보는 게 아니었다. 아까 라푸가 처치한 검은 피부의 누군가가 가지고 있던 흑색의 대검이었다. 어떤 특징도, 무늬도 없는 칠흑의 검은 라푸의 목에 꽂혀 있었고, 검이 꽂힌 곳에선 황금의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인간이었으면 즉사했을 치명상이었지만, 그래도 신이라 라푸의 숨은 바로 끊어지지 않았다.

“검에게…… 선택됐……으니 너…… 역시…… 저주…… 받은…….”

라푸의 말을 더 듣기 싫었는지 고르는 그의 목에 꽂힌 검을 뽑았다. 라푸가 상처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할 때, 고르의 몸에는 변화가 생겼다. 창백한 그의 피부가 검의 영향을 받았는지, 잿빛으로 변해버렸다. 
신의 인도와 구원을 바라던 어린 양은, 잿빛의 신 도살자가 되어 흑색의 검을 살펴보면서 입을 열었다.

“이상하군, 내게 이건 저주가 아니라, 계시로 느껴지는데?”

네크로소드를 고쳐 쥔 고르는 무릎을 꿇은 라푸를 향해 흑색의 섬광을 내리쳤다.

“그러니 난 맹세한다. 모든 신은 내 손에 죽으리라.”

바나헤임.
아스가르드의 왕, 오딘이 보호하는 영역 중 하나이며, 오딘과 같은 애시르 신족이 아닌 바니르 신족이 살아가는 곳이자, 토르의 친우인 워리어즈 쓰리의 호군의 고향이다.
아스가르드만큼이나 평화롭고, 풍요로운 곳이지만 지금 이곳은 전쟁의 불꽃에 휩싸여 있었다. 오딘이 잠시 잠에 빠져들고, 비프로스트가 파괴되면서 아스가르드의 통치력이 약해진 틈을 타, 오딘과 아스가르드의 반기를 든 종족들이 바나헤임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토르가 지구에 있던 테서렉트를 가져와 비프로스트를 재건하면서 오딘의 보호를 받능 아홉 세계의 혼란이 진정됐는데, 바나헤임의 반군들은 마지막까지 아스가르드에 반기를 들면서 그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오딘은 자신의 정예 워리어스 쓰리와 레이디 시프, 그리고 에인헤랴르를 보내 바나헤임의 혼란을 잠재우려고 했고, 바나헤임의 잔당들 역시 여기서 밀리면 답이 없다는 걸 알기에 죽을힘을 다해 저항을 하고 있었다.
미스틸테인을 휘두르며 말을 타고 전장을 누비던 레이디 시프는 적의 공격에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말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부상을 입지 않았기에 시프는 바로 일어나 자신을 말에서 떨어뜨린 적을 단숨에 베어버렸다. 적을 쓰러뜨린 시프는 엉망이 된 전장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토르가 지구에서 테서렉트를 가져와 비프로스트르르 복구한 이후부터 시프를 포함해 에인헤랴르의 정예들은 토르와 함께 아홉 세계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매일 매일을 전장에서 보내야했다. 과거 토르와 함께 영광스러운 전투를 오랫동안 수행했기 때문에 이번 혼란을 쉽게 수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다.
아스가르드의 보호 같은 건 필요없다면서 반기를 든 이들의 저항은 생각 이상으로 거세었다. 거기다 어디서 나오는 건지 알 수 없는 병력은 물론, 이들이 무장하고 있는 무기들은 아스가르드의 무기에 비하면 조잡하지만, 충분히 위협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시프는 적 중 하나가 자신을 향해 그 무기를 겨누고 있는 것을 보고 짧게 중얼거렸다.

“그래, 바로 저런 것처럼 말이지.”

시프가 나름 각오를 하려는 순간, 하늘에서 찬연한 빛의 다리가 내려와, 시프를 겨누고 있던 적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그것은 비프로스트의 빛이었다. 저항 세력의 세가 만만치 않을 때마다, 아스가르드는 항상 이렇게 전장에 비프로스트를 소환해 지원 병력을 보내주었다. 이 모든 건 결코 전쟁을 추구하지 않지만, 언제나 이를 대비하는 지혜로운 왕 오딘과 그의 충실한 눈 헤임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빛의 다리에서 나온 것은 에인헤랴르의 군세가 아니라 망치 하나였다. 보통 망치는 아니고, 아스가르드의 왕위 계승자가 갖는 상징이자, 주인에게 ‘천둥의 신’이라는 이명을 선사하게 만든 망치 ‘묠니르’였다.
묠니르는 시프의 주위에 있는 적들을 모조리 날려버린 다음에 다시 빛의 다리로 날아가 주인의 손에 안착했다. 빛의 다리가 사라지고 난 다음에 붉은 망토와 황금색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아스가드르의 차기 왕위 계승자 토르가 나타났다.
토르 외에 다른 에인헤랴르의 병사들이 없는 것을 본 시프는 한심하다는 듯 토르에게 소리쳤다.

“혼자 온 거야?”

“나 혼자면 충분하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토르는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더니 시프의 머리 위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바닥에 내려서면서 번개를 머금은 묠니르로 내리쳤다. 묠니르가 일으킨 충격파에 적들이 휘말려 날아갔고, 토르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시프를 돌아봤지만, 돌아온 건 앙칼진 목소리 뿐이었다.

“네 도움 없어도 거뜬하거든?”

“그래서 사방이 불바다인 거야?”

매력적인 미소를 보여준 것도 잠시, 토르는 적들이 달려들자 그들과 맞붙어 싸우기 시작했고, 시프도 미스틸테인을 휘두르며 적과 맞섰다. 
토르의 가세로 전투의 열기는 더욱 거세게 불타올랐다. 훈련의 양이나 장비의 질 등 모든 면에서 에인헤랴르가 우세했지만, 적들은 숫자가 많았다. 제아무리 정예병들이라고 해도 수적 열세에 몰리게 되면 승리를 쉽게 장담하지 못했다.
적 하나를 주먹을 때려줍힌 토르는 바로 묠니르를 집어던져 적들을 날려버렸다. 토르의 손에서 묠니르가 떠난 것을 본 적 하나가 총을 쏘았고, 항상 그의 등 뒤를 지켜주는 동료 시프가 작은 방패를 들어 총에서 발사된 화살을 막아주었다.
토르가 돌아보자, 시프는 쿨하게 대꾸했다.

“고맙긴 뭘!”

고맙다는 말도 안 했는데, 괜찮다는 대답부터 해버리는 약혼녀의 패기에 토르는 헛웃음이 나왔다. 하긴, 저런 성격이니 오딘에게서 아스가르드의 왕비로 적합하다는 말을 들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토르는 묠니르를 다시 불러들인 뒤, 적 셋을 동시에 후려쳐 날려버렸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아스가르드의 군세에 목숨을 걸고 달려들던 반군들의 저항이 약해졌다.

하지만 그들의 투지가 전혀 사라지지 않은 것에 의아함을 느낀 토르는 지금 들리는 쿵쿵 거리는 소리가 그들에게 어떠한 희망을 주는 소리라는 걸 파악했다. 그리고 약혼자보다 상황을 먼저 파악해난 시프는 토르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보라고 가리켰다.
토르가 보니 그곳에는 커다란 바위 거인이 있었다. 이제까지 영광스러운 전투를 해오면서 수많은 괴물들을 만났지만, 저렇게 생긴 괴인을 본 적은 없었다. 에인헤랴르 병사 하나를 가볍게 날려버리며 토르에게 다가오는 바위 거인을 보며 시프는 미스틸테인의 칼날을 접은 뒤 방패에 수납했다.

“뭐하는 거야?”

“뭐하는 거긴? 저쪽에서 일기토를 요구해왔잖아. 네게 양보할 테니까 얼른 해치워버려.”

“뭐라고?”

“왜 그래? 자신 없어? 파프니르도 때려 잡아 놓고?”

오늘따라 묘하게 약혼녀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걸 느낀 토르는 더 말을 하지 않고 바위 거인 앞으로 나섰다. 전투가 중단되고, 모든 시선이 토르와 바위 거인에게로 쏠렸다.
토르는 바위 거인을 쓱 올려다보았다. 어벤져스의 동료 헐크보다 훨씬 커다란 덩치를 가진 바위 거인은 토르를 만만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보게, 항복을 받아주지.”

토르의 말에 반군들과 바위 거인은 크게 비웃었다. 지금 누가누구에게 항복을 받아준다는 말을 한단 말이냐라고 반군들 사이에서 야유도 터져 나왔다. 그들과 함께 웃던 토르는 묠니르 자루에 달린 가죽끈을 잡고는 망치를 빠르게 빙글빙글 돌렸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회전한 묠니르로 바위거인을 올려쳤고, 죽어가는 별의 심장에서 제련됐으며, 신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무기, 묠니르에 얻어맞은 바위 거인은 말 그대로 조약돌로 산산조각 나며 바닥에 떨어졌다.
바위 거인을 단번에 제압한 토르는 주위를 둘러보며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

“딴 놈 없나?”

자신들 중 가장 강한 바위 거인은 한순간에 파괴되는 걸 본 반군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항복했다. 이제까지 치열하게 싸웠으면서도 끝까지 저항하던 반군들이 토르가 바위 거인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모습을 보고 항복하자, 워리어스 쓰리 중 하나인 펜드랄은 ‘다음부턴 큰 놈부터 해치우는 걸로 전술을 바꾸자’고 건의했다고 한다.
바나헤임의 혼란을 제압한 에인헤랴르는 피해 복구 및 반군의 수뇌부들을 아스가르드로 압송하는 전후 처리에 바쁜 시간을 보냈다. 전후 복구를 하는 에인헤랴르들을 지휘하던 토르는 워리어스 쓰리 중 하나인 호군을 잠시 불러냈다.

“다음 임무인 건가?”

자신을 부른 이유를 새로운 임무를 맡기기 위해서라고 생각한 호군이 묻자, 토르는 고개를 저었다.

“아홉 왕국의 혼란은 거의 마무리 됐네. 자네는 이제 이곳에 남아서 동족들과 함께 지내도록 해. 나머지 일은 우리에게 맡기고.”

“하지만…….”

“그렇게 해줘, 친구로서 부탁일세.”

토르가 정중히 부탁해오자, 호군으로서는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에인헤랴르와 워리어스 쓰리의 일원으로 토르와 함께 영광스러운 전투를 해왔지만, 호군의 마음속에는 항상 고향인 바나헤임으로 돌아가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싶어 하는 소원이 있었다.
친구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낸 토르는 그에게 은퇴를 권했고, 호군은 감사한 마음으로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말 고맙네, 토르.”

“이제까지 나도 고마웠네, 호군.”

“자네의 대관식과 결혼식에는 꼭 초대해줘. 다른 일이 있어도 반드시 참석하도록 할 테니.”

“아, 그건 좀 시간이 필요해. 아직 혼란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거든.”

결혼과 대관식 이야기가 나오자 이제까지 침착했던 모습이 사라지고, 토르의 얼굴에는 ‘당황’이란 두 글자가 순식간에 나타났다. 이제까지 친구를 위해 많은 것을 배려했던 점잖은 아스가르드의 차기 왕위 계승자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호군이 의아하게 쳐다보자, 토르는 급히 그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곤 바로 헤임달을 불렀다. 
비프로스트의 빛이 토르를 데리고 사라졌고, 빛의 다리가 사라지자 호군은 자신의 왕에게 경의를 담은 인사를 보냈다.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