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9부 Iron Man: Extremis Episode 5. Loss (5) 팬픽, FAN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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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9부 Iron Man: Extremis

​Episode 5. Loss (5)


웬우가 킬리언을 소멸시킨 시기와 비슷한 시점에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에 의한 아이언맨 슈트와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의 싸움은 슈트들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아이언맨 슈트들과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이 결전을 벌인 장소는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이 엄폐하기 안성맞춤인 장소였기 때문에 아이언맨 슈트들은 손해보는 싸움을 해야 했다. 
탁 트인 곳이었다면 슈트들은 높이 날면서 리펄서 건만으로 요격하며 싱겁게 끝낼 수 있는 싸움이었지만 그럴 수가 없는 조건이었기에 슈트들이 원거리 공격의 이점을 버리고 백병전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의 수 자체가 많지 않았고, 킬리언과 그 외의 병사들의 능력 차가 크게 나타날 정도로 익스트리미스는 안정화되지 못한 약점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은 일반인 보단 강했지만 전차 하나를 혼자 때려잡을 수 있는 아이언맨 슈트를 상대로 처절하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의 수는 아이언맨 슈트보다 두 배 가까이 됐지만, 스펙부터 답이 없다보니 아이언맨 슈트 하나가 파괴될 때마다 익스트리미스 병사는 10여명 가까이 떼로 쓸려나갔다.
거기다가 킬리언의 1차 폭발로 인해 통제실이 통으로 날아가면서 아이언맨 슈트들의 자유로운 비행을 막던 구조물도 어느 정도 치워졌고, 하늘이 열리자 자비스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리펄서 블래스트로 적을 공격하라’는 새로운 명령을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에 입력해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려버렸다.
추후, 쉴드에 의해 수집된 정보에 의하면 최종 결전에 참전한 익스트리미스 병사의 수는 94명이었다. 이에 맞선 아이언맨 슈트는 마크 8부터 41까지 34기였고, 익스트리미스 병사에 의해 파괴된 슈트는 총 18기였다. 물론,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모조리 몰살됐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아침이 밝았고, 아이언맨의 여정 중 하나가 마무리 됐다.


일본 도쿄 인근의 작은 산.
예로부터 ‘쿠사나기’라는 성을 쓰는 가문이 관리하는 이 산은 몇몇 구역은 일반인들에게 공개됐지만, 몇몇 구역은 접근을 엄중히 막고 있는 기묘한 산이었다.
숲이 가득한 산기슭, 산기슭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꽤나 가파르게 이뤄진 등선을 한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오르고 있었다.
쿠사나기 가문이 ‘출입엄금’이라고 적어놓은 푯말 따윈 그녀에겐 어떤 장애가 되지 못했다. 그걸 뜯어내버린 여자는 긴 머리를 질끈 동여매곤, 쿠사나기 가문에서 봉인한 지역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약 2시간 가량을 산을 오르던 여자는 어느 동굴에 마주할 수 있었다. 쿠사나기 가문이 타인의 출입을 막은 지역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한 이 동굴은 어두운 입구만으로도 ‘함부로 들어오지 마라’라는 위압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위압감만으로 여자, 쿠사나기 스미레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네스츠의 비밀 연구소에서 탈출한 직후, 스미레는 일본으로 돌아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 가지고 있던 소지품을 모두 빼앗긴 탓에 가문의 돈을 사용할 수 없었던 스미레는 길거리 격투대회까지 나가며 돈을 모았다.
그냥 신분을 밝히고 가문에 도움을 요청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완전히 힘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네스츠의 추적을 당하는 건 피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이번 일에 가문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네스츠가 자신을 건드린 일은 스스로의 손으로 복수해야만 했다. 그것이 스미레의 자존심이었고, 힘을 빼앗기고 클론 연구까지 당한 수치심을 갚을 유일한 길이었다.
힘을 어느 정도 회복하긴 했지만 불꽃의 힘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오제의 봉인을 풀었을 때 신의 불꽃을 억지로 사용한 반발인지, 아니면 네스츠가 모종의 연구를 통해 가져간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불꽃의 힘이 예전에 비하면 반으로 줄어버렸다.
쿠사나기 가문의 무술에는 불꽃의 힘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터뜨리는 초식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을 사용할 수 없다는 뜻과 같았다. 부족해진 불꽃의 힘으로 네스츠를 무너뜨리는 건 어려웠기에 스미레는 가문의 금기인 ‘팔중원(八重垣, 야에가키)’을 찾기로 결심했다.

팔중원은 쿠사나기 가문에 전해지는 마검으로, 본래 사악한 흰 뱀이라 불린 무언가였으나, 쿠사나기 가문의 선조에게 패배해 심이 약해졌고, 그것을 가문의 대장장이들이 쿠사나기 가문의 불꽃을 이용해 제련, 검의 형태로 고정해 봉인한 전설을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특별한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검 스스로 불꽃을 낼 수 있으며, 검 자체도 매우 가볍고 예리했다. 
그 검이라면 지금 스미레에게 부족한 불꽃을 채워주기 충분했다. ‘검을 가진 자를 반드시 파멸시킨다’라는 가문의 경고 같은 건 지금 상황에서 중요하지 않았다. 스미레에겐 지금, 그 누구보다 강력한 힘이 필요했다.
잠시 동굴 입구에서 숨을 고른 스미레는 곧 횃불을 밝히곤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동굴 특유의 축축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가득 발산하고 있었다. 
동굴에 살고 있는 몇몇 생물들이 스미레를 보고 놀라 달아났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내부 동굴은 생각보다 간단한 구조로 되어있었다. 입구 근처의 약간 좁은 길을 지난 뒤에는 그다지 골목도 없었고 더 안쪽은 커다란 공동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완전히 공동의 안쪽으로 접어들자, 중심 쪽에 마치 낮은 절벽처럼 솟아 위쪽에서 뚫린 구멍인지 홀로 초연히 햇빛을 받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햇빛이 비치는 바로 그곳에 순백의 손잡이와 붉은 검신으로 빛나는 커다란 검이 꽂혀 있었다. 팔중원은 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 보면 그 가치를 눈치챌 수 있을 정도였고, 검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신물이라고 부를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를 가지고 있었다. 저렇게 아름다운 검이 ‘마검’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저 검을 손에 넣어야한다.’

그렇게 생각한 스미레는 심호흡을 한번 했다. 횃불을 적당한 곳에 꽂아놓은 스미레는-사실 횃불이 필요없을 정도로 동굴 안은 야에가키를 내리쬐는 햇빛 덕분에 밝았다- 훌쩍 뛰어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절벽이라기 보단 마치 제단 같은 모습이었고 그러고 보니 무언가 흙으로 덮인 밑에 석상 같은 것들이 새겨져있는 것 같기도 했다. 
팔중원은 한 손으로도, 두 손으로도 쥘 수 있는 길이의 검이었다. 마치 은색을 뿌려놓은 것 같은 손잡이와 불꽃을 닮아 영롱하게 반짝이는 붉은 검신은 이 검이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닌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스미레는 침을 한 번 삼킨 뒤, 손을 뻗어 팔중원의 손잡이를 거머쥐었다. 

콰직! 

순간 스미레는 온 몸이 부서질 것 같은 격통을 느꼈다. 통증은 옆구리에서부터 시작됐는데, 무엇이 자신을 때린 것인지 보기도 전에 스미레는 팔중원을 한 손에 쥔 채 절벽으로부터 굴러 떨어졌다. 
우당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스미레는 바닥에 처박혔고 다음 순간 그녀는 팔중원을 든 채 일어섰다. 하지만 무릎이 꺾이면서 피가 목구멍에서 튀어나왔다. 
숨을 쉬기 힘들 정도의 통증이 가슴과 옆구리 근처에서 느껴졌다. 스미레는 겨우 고개를 들어 앞을 노려보았다. 거대한 마치 절벽의 일부가 떨어져 나온 듯한 크기의 골렘이 육중한 몸을 움직이며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수호자……인가?”

갈비뼈 두세 개, 아무래도 내장에 찔린 것 같았다. 아니면 아까의 충격에 이미 내장이 출혈이 시작된 거일지도 몰랐다. 
스미레의 숨은 더욱 거칠어졌고, 오른팔은 들어올리기만 해도 가슴을 찢어버리는 것 같은 격통이 느껴졌다. 등뼈가 부러지지 않은 것이 다행인가라는 자조섞인 웃음이 나왔다.
스미레의 바로 앞에 선 골렘의 팔이 바람을 가르며 내려쳐지는 소리가 들렸고 스미레는 팔중원을 있는 힘을 다해 움켜쥐면서 골렘의 공격을 가까스로 피해냈다.
팔이 바닥에 내려 꽂혀진 충격으로 골렘이 주춤거리는 사이, 스미레는 이 순간을 놓치면 죽음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 온 힘을 다해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지금 스미레를 공격한 골렘은 특별한 사양이긴 했지만, 비슷한 종류의 골렘을 쿠사나기 가문에서 운용하고 있었다. 가문에 내려오는 비술을 이용한 골렘으로 쿠사나기류 고무술 수련에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골렘을 자주 봤기 때문에 스미레는 골렘을 멈추게 하기 위해선 중추가 되는, 즉 골렘의 생명이 되는 열쇠를 부수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골렘의 머리 한 가운데 박혀있는 빛나는 보석이 바로 그 열쇠라는 걸 파악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흙에 뒤덮여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던 그것을 향해 스미레는 팔중원을 때려 박았다. 
팔중원의 검신에 핏빛과도 같은 붉은 불꽃이 피어오르면서 검날이 보석에 박혀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골렘의 머리통은 아니, 골렘의 몸 전체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보석과 함께 폭발해 버렸다. 
골렘이 폭발한 충격에 스미레는 뒤로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와 함께 그녀의 곁엔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팔중원이 떨어졌다. 
차갑고, 그리고 끈적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스미레는 반쯤 감긴 눈으로 자신의 피가 조금씩 흘러나가 팔중원에게 닿는 것을 보았다. 팔중원의 하얀 손잡이가 스미레의 피에 얼룩졌고, 검 중앙에 박힌 검은 보석이 섬뜩한 빛을 발하는 순간, 스미레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어둡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 속에서 스미레는 숨이 턱에 닿도록 뛰고 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아무리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걱정마, 오빠가 널 지켜줄게.”

무언가 따뜻한 것이 그녀의 손에 잡혀 있다. 그것은 앞서서 달리고 있는 한 소년의 손이었다. 그 손을 더욱 세게 잡고 싶었지만, 스미레의 손은 자꾸만 소년의 손에서 미끄러졌다.

놓쳐서는 안 되는데…….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데…….

어둠과 공포…….. 쫓기고 있다는 두려움…….. 숨이 차서 더 이상 뛸 수 없는데도, 계속해서 뛰어야만 하는 괴로움. 그리고 갑자기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그런 공허함. 어느 순간 갑자기 나를 덮쳐오는 아무도 없는 공간이 덮쳐왔고, 결국 스미레는 오빠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오빠! 오빠아아아!”

비참하고 절망적인 목소리로, 그러나 아무리 불러도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다. 아무리 찾아도 어디에도 없다. 피를 토하듯 외쳐도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다. 영원히, 영원히 찾아 헤매도 끝은 없다. 

제발……. 누군가가 나타나길. 누군가가 내 옆에 있어 주길……. 누군가가 날 버리지 않길…….

누군가가 날. 구. 해. 주. 길.  


이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건가? 이대로 죽게 되는 건가? 이대로?
의식이 멀어져 갈수록 스미레는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정말 원하는 걸 얻지 못했는데……. 정말 원하는 걸 아직 얻지 못했는데……. 아직 얻지 못했는데 이대로 죽을 순 없었다. 
눈을 뜨라고 필사적으로 외치며 스미레는 눈을 떴다. 눈을 뜬 그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어딘가의 요양원에 있는 듯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병실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크윽……. 윽…….”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몸 곳곳에서 내지르는 격통에 스미레는 다시 의식의 끈을 놓칠 뻔 했다. 겨우겨우 고통을 진정시키고 보니 그녀의 온몸은 붕대 투성이였다. 온몸에 감겨진 붕대를 보니 팔중원을 얻었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 

“검은?”

그 고생을 해놓고 검을 동굴에 두고 왔다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스미레는 서둘러 주위를 살펴보았고, 침대 바로 옆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벽에 기대어져 있는 팔중원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직 몸이 다 회복되지 않았소. 지금은 푹 쉬는 편이 좋을 것이오.”

병실 한 켠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있던 남자가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며 스미레에게 말했다.
검은색 계열의 정장을 입고, 적당히 이마를 덮은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미레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왔다.

“묻고 싶은 게 많은 표정이군요”

“……여, 여긴 어디죠?”

“여긴 도쿄 부근의 요양원입니다. 당신 같이 외부로 드러나는 게 좋지 않은 사람들이 치료받고 요양하기에 딱 좋은 곳이죠.”

“내가 어떻게 여기에 온 거죠?”

스미레가 묻자 남자는 처음 그녀를 발견했을 때, 기절해있었다는 걸 기억해내곤 차분하게 대답해줬다.

“쿠사나기 가문의 봉인된 숲에서 당신을 발견했고, 이리로 데리고 온 거죠. 부상이 심해서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내가 거기에 있는 걸 알고 있었죠? 당신은 누구입니까?”

아직 정신을 완전히 차리지 못한 듯 스미레의 질문은 중구난방이었다. 남자는 자상하게 웃으며 스미레의 이불을 덮어주었다.

“궁금한 게 많겠지만, 차차 알아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내 이름은 성하빈이라고 합니다. 당신을 해칠 사람이 아니니 믿어주십시오.”

“그 말을 어떻게 믿죠?”

“당신을 죽일 생각이었으면 동굴에 그냥 방치했으면 됐겠죠. 그리고 네스츠처럼 당신을 연구재료로 쓸 작정이었으면 이렇게 정성들여 치료할 리 없지 않겠습니까?”

듣고 보니 하빈의 말이 맞았다. 스미레를 죽일 생각이었으면 골렘에게 당해 중상을 입은 그녀를 방치하면 그만이었고, 그녀를 연구재료로 쓸 작정이었으면 지금 그녀는 침대가 아니라 뭔가 수상한 액체로 가득 찬 캡슐에 들어있었을 테니까.

“지금은 몸을 완전히 회복하는 게 우선입니다. 지금 당신의 상태론 네스츠에게 복수하긴 커녕 죽음을 당할 게 분명하니까요.”

가장 우선해야할 게 무엇인지 깨달은 스미레가 다시 몸을 누이자 하빈은 스미레에게 자신이 읽던 책을 주었다.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라서 다행입니다, 쿠사나기 스미레 씨. 오늘은 그만 쉬십시오. 잠이 오지 않으면 그 책을 보도록 하고요.”

하빈은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서더니 병실 밖으로 나갔다. 하빈이 밖으로 나가자 스미레는 길게 한숨을 쉬며 그가 주고 간 책을 보았다. 
하빈이 준 책은 조지 오웰의 ‘1984’였다. 책 표지를 본 스미레는 ‘좋은 책을 선물해줬네’라고 중얼거리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버지니아 ‘페퍼’ 포츠의 장례식은 슬픈 분위기에서도 엄숙하게 치러졌다. 
수많은 슬픔이 묻혀있는 묘지들 사이에 그녀의 안식처가 정해졌고, 고인를 기억하고, 그를 사랑했으며, 생전의 그녀를 아꼈던 많은 이들이 장례식에 참석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양친을 잃고,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샤론과 페퍼 밖에 남지 않았던 고용주이자 연인인 토니 만큼이나 페퍼 역시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토니 정도 외엔 없었다.
무남독녀 외동딸에 양친은 사고와 병으로 일찍 사망했고, 가깝게 왕래하는 친척도 없었기 때문에, 페퍼의 유족은 오로지 토니 밖에 없었다.
멘탈이 완전히 붕괴된 듯 토니는 멀쩡히 걸어 다니고, 페퍼의 사망을 애도하는 사람들을 맞이했지만, 눈의 초점은 완전히 나가있었다. 영혼은 어디다 둔 채 기능적으로 움직이는 육신만 이 자리에 있다고 할까? 토니는 기계적으로 대답하고, 움직일 뿐이었다.

모든 눈물을 페퍼가 죽은 그 자리에 쏟아버렸는지, 장례식에선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다. 그랬기에 사람들은 토니의 냉정한 모습에 질렸는지 뒤로 돌아서 그의 험담을 늘어놓았다.
막 만들어진 무덤 앞에 페퍼의 묘비가 세워져 있었다. 단아한 페퍼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 묘비에는 그녀의 이름과 함께, 생몰년 그리고 ‘토니 스타크에게 심장이 있었다는 증거’라는 묘비명이 새겨졌다.

이곳에 페퍼를 묻었다. 

이제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었다.

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이, 맑고 깨끗한 눈물이 토니의 눈동자에서 흘러내렸다.
눈물로 가득 찬 눈으로 토니는 페퍼의 묘비명을 보았다. 토니 스타크에게 심장이 있었다는 증거가 바로 페퍼였다. 가장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토니의 심장은 땅 속 깊숙한 곳에 묻혀졌다.

“당신은 전쟁 뿐이던 내 인생에 평화를 줬어. 이제 편히 쉬어.”

이제, 영원히 페퍼와 함께 토니의 심장은 사라졌고, 이제 남은 것은 오직 강철의 심장 뿐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몇 번이고 되뇌이면서 토니는 페퍼의 곁을 떠났다.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