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GA Universe
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9부 Iron Man: Extremis
Episode 5. Loss (4)
토니는 이를 부득 갈면서 킬리언을 향해 달려갔다. 킬리언 역시 토니를 향해 마주 달려왔다. 킬리언은 인간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높이로 점프를 한 뒤 토니를 내려치려고 했고, 그걸 예상한 토니는 그대로 슬라이딩을 해, 킬리언의 뒤로 피해나갔다.
바닥에 내려선 킬리언이 돌아보자, 토니는 아이언맨 슈트를 불러 장착했다. 붉은 HUD가 떠오른, 토니가 새로 장착한 슈트는 자비스의 설명에 의하면 블랙 스텔스 슈트 마크 16 나이트클럽으로 기동성에 중점을 둔 스텔스 슈트였다.
마크 16이란 숫자답게 토니가 마구잡이로 슈트를 개발하던 초창기에 만들어진 슈트라, 후속 슈트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용으로만 보관하고 있던 터라, 슈트의 무장이 모두 빠져있는 상태였다. 스텔스 기능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상대가 보는 앞에서 장착을 한 터라 큰 의미는 없었고, 무장이 전부 빠져있어서 나이트클럽이 쓸 수 있는 무기는 리펄서 건과 가슴의 유니빔 밖에 없었다.
슈트를 장착한 아이언맨은 금세 자신에게 달려든 킬리언과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킬리언이 먼저 주먹으로 얼굴을 치자, 아이언맨은 팔을 들어 킬리언을 후려쳤다. 하지만 킬리언은 능숙하게 그걸 피한 뒤, 아이언맨의 오른쪽 팔뚝 장갑을 뜯어내버렸다.
부작용에 괴로워하긴 했지만 킬리언이 가진 익스트리미스의 능력은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 손으로 대공포도 견디는 아이언맨의 장갑을 뜯어낼 정도로 그의 능력은 강력했다. 아이언맨이 왼손 리펄서 건으로 공격했지만, 리펄서 건이 발사되기까지 딜레이 시간을 킬리언이 기다려줄리 만무했다. 킬리언은 리펄서 블래스트를 피한 뒤 아이언맨의 왼팔을 잡아 장갑을 팔 째로 뜯어내버렸다.
아이언맨이 다시 오른 주먹으로 공격해오자, 킬리언은 왼주먹으로 맞받아쳤다. 두 사람의 주먹이 맞부딪히면서 아이언맨의 오른손 장갑이 통째로 박살났고, 킬리언의 왼팔은 골절을 일으켰다. 킬리언은 부상당한 팔을 물끄러미 보더니 익스트리미스 능력으로 복구되는 팔까지 얹어서 두 팔로 아이언맨을 밀어버렸다.
아이언맨이 뒤로 나가 떨어지자, 킬리언은 점프해 아이언맨의 몸통 위에 올라탔다. 마운틴 포지션을 취한 킬리언이 주먹을 내리치려고 하자, 토니는 긴급 탈출장치를 가동했다.
“탈출!”
아이언맨 슈트의 상반신이 분리되면서 하반신만 토니와 함께 그곳에서 도망쳤다. 킬리언의 주먹은 나이트클럽을 관통했지만, 그곳에 있어야하는 토니는 이미 도망친 뒤였다.
나이트클럽의 하반신과 함께 탈출한 토니는 슈트의 다리 부분을 분리한 뒤, 새로 날아온 슈트를 장착했다. 이번에 갈아입은 슈트는 자비스의 설명에 의하면 초고속 슈트 마크 40 샷건이었다.
리펄서 건이 블래스트를 발사하기까지 딜레이가 있는 것에 고민하던 토니가 리펄서 건의 발사 속도를 개량한 슈트로 기존 아이언맨 슈트와는 차원이 다른 리펄서 블래스트 연사력을 자랑했다. 물론, 연사를 중시했기 때문에 위력은 반토막이 났지만 말이다.
샷건을 장착한 아이언맨은 그대로 킬리언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아이언맨이 죽은 줄 알고 방심하고 있던 킬리언은 빠르게 날아온 아이언맨에 들이받힌 뒤, 내동댕이쳐졌다.
하지만 킬리언의 몸은 폭발하듯 활성화되어있는 익스트리미스로 인해 금새 원래대로 회복했고, 아이언맨은 킬리언을 향해 리펄서 블래스트를 발사했다. 샷건과 초고속 슈트라른 이름 답게 아이언맨이 발사한 3발의 리펄서 블래스트는 신속하기 그지 없었지만, 킬리언은 이걸 모두 피해냈다.
오히려 킬리언은 주먹으로 아이언맨의 복부를 공격, 장갑 일부를 파손시켰고 아이언맨은 그를 밀쳐낸 뒤, 리펄서 건을 쏘려고 했지만 킬리언은 이마저도 피해버렸다. 킬리언은 다시 리펄서 건을 겨눈 아이언맨의 손을 붙잡아 그대로 꺾어버려 리펄서 블래스트가 아이언맨의 얼굴을 쏘도록 만들었다.
자기 얼굴에 리펄서 블래스트를 맞고 추락할 뻔한 아이언맨은 등의 보조 추진기로 다시 중심을 찾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아이언맨은 리펄서 건으로 킬리언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 근접전으로 전법일 바꿨다.
리펄서 건의 반발력을 역이용해 위력을 극대화한 니킥과 손등치기로 각각 킬리언의 턱과 얼굴을 갈긴 아이언맨은 잠시동안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킬리언은 아이언맨의 리펄서 발차기를 눈치채고 그의 다리를 붙잡은 뒤, 손날치기로 다리를 잘라버렸다.
토니의 다리까지 함께 잘릴 뻔 했지만 기지를 발휘해 킬리언이 자르려는 슈트의 다리부분을 자기 몸에서 분리해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새로운 공격법이 파훼되고, 다리까지 잘리자 당황한 아이언맨에게 킬리언은 방금 잘라낸 다리를 휘둘러 머리를 맞췄다. 그리곤 아이언맨을 붙잡아 그대로 바닥에 메다 꽂아버렸다.
겨우 자리에서 일어난 아이언맨이 최후의 발악으로 리펄서 건을 쏘려고 했지만 킬리언은 그걸 붙잡아버렸다. 익스트리미스 특유의 고열과 킬리언의 악력에 의해 슈트의 손이 찌르러지고 리펄서 건이 깨져버렸다.
“이제야 꼭대기에서 만났군…….”
최후의 기습이 통하지 않게 되자, 아이언맨은 당황했고, 킬리언은 잔인한 미소와 함께 오른손으로 아이언맨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붉게 달아오른 킬리언의 손날치기가 날아들자, 토니는 아까 나이트클럽에서 도망친 것처럼 긴급 탈출로 슈트를 벗었다. 토니가 남기고 간 샷건은 세로로 반으로 갈라졌고, 기능이 정지됐다.
반으로 갈라버린 샷건 슈트를 내던진 킬리언은 계속해서 덤벼보라는 듯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다른 슈트를 불러야하나 고민하던 토니에게 자비스의 메시지가 수신됐다.
[주인님, 마크 42가 오고 있습니다.]
토니가 대통령 전용기로 보냈고, 그곳에서 탑승객을 구한 멋진 활약을 한 다음 트럭에 치여 산산조각 난 마크 42가 토니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말리부 저택에서 갑자기 벌어진 전투부터, 로즈힐에서의 추락, 응급처치 후 대통령 전용기로 날려보냈다가 트럭에 부딪혀 박살이 난 터라 마크 42의 상태는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날아오면서 흔들흔들거리면서 균형을 잘 못잡는 모습에, 추진용 리펄서 건도 중간중간 치직거리며 불안정한 상태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마크 42의 가능성을 충분히 믿은 토니는 반갑다는 듯 중얼거렸다.
“집 나갔던 자식이 돌아왔네.”
토니가 손짓을 하자, 마크 42는 주인에게 장착되기 위해 수직으로 서면서 앞면이 전개됐다. 그대로 토니에게 장착되는 듯 했지만 오는 도중 난간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멋진 등장이었지만 허무하게 와장창 분해되는 마크 42에 주인인 토니 뿐만 아니라, 그와 싸우고 있던 킬리언도 어이없어했다. 특히 킬리언은 슬쩍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토니에게 다가왔다.
“너한텐 아까운 여자였어, 토니. 유감이야, 나와 함께했다면 그녀는 완벽한 존재가 될 수 있었는데 말이지.”
킬리언의 말에서 토니를 제거한 이후에 페퍼를 차지하고 그녀에게 똑같이 익스트리미스를 주입하려고 했다는 그의 속셈을 모두 읽을 수 있었다. 토니는 산산조각난 마크 42를 물끄러미 보더니 뭔갈 생각해냈는지 킬리언에게 차갑게 말했다.
“그래, 킬리언. 네 말이 맞아. 그녀는 내게 아까운 여자지.”
“…….”
“하지만 틀린 게 있어. 그녀는 원래부터 완벽했거든!”
킬리언이 달려들려고 하자, 토니는 마크 42를 가동시키곤 킬리언을 향해 가리켰다. 원래 마크 42는 내피를 입지 않으면 장착이 어려웠지만, 내피를 입지 못하는 상황마저 생각해둔 토니 덕분에 몇 가지 추가된 기능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가까운 거리, 그리고 자비스의 통제를 받고 있으면 토니의 지시에 따라 슈트 장착이 가능한 것이다. 그걸 위해서 토니는 몇 가지 손동작을 마크 42에 입력해뒀는데, 그걸 지금 킬리언에게 한 것이다.
가장 먼저 양 손의 파츠가 날아가 킬리언의 양손에 장착됐다. 양손의 파츠는 킬리언의 고열로 인해 내부가 조금씩 녹아내렸지만, 리펄서 건을 작동시켜 킬리언이 토니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이후, 마크 42의 파츠들이 차례로 날아들어 킬리언의 몸에 하나하나 장착됐다.
얼굴 부분만 빼고 킬리언의 몸에 장착된 마크 42는 킬리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겨우 이거야? 이걸로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내가 이걸 녹이는데 얼마나 걸리겠어?”
지금 당장은 마크 42가 킬리언을 속박하고 있었지만, 킬리언은 이를 녹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 외쳤다.
그리고 그건 토니도 알고 있었다.
“자비스.”
충실한 집사를 호출한 토니는 킬리언을 차갑게 노려보더니 명령을 내렸다.
“마크 42를 박살내버려.”
[알겠습니다, 주인님.]
마크 42의 자폭 시퀀스가 가동되자, 킬리언은 토니가 무슨 속셈으로 자신에게 아이언맨 슈트를 입혔는지 눈치챘다. 그래서 즉시 익스트리미스의 고열을 발했지만, 마크 42는 다른 슈트들과 다르게 쉽사리 녹지 않았다.
“안돼애애애애애애애!”
위기를 직감한 킬리언이 고함을 질렀지만, 그 목소리마저 마크 42의 헬멧과 페이스 가드에 가려져 들리지 않게 됐다.
퍼버버버버버버버벙!
자폭 시퀀스에 돌입한 마크 42는 곧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고, 토니는 폭발을 피해 허공에 몸을 날렸다. 허공에 몸을 날린 토니를 보호하기 위해 아이언맨 슈트 하나가 날아왔다. 자비스의 설명에 의하면 스텔스 슈트 마크 15 스니키였는데, 익스트리미스 병사들과 전투를 치르다 당했는지 왼쪽 다리가 절단된 상태였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기 때문에 토니는 스니키를 장착했다. 스니키를 장착하자마자 마크 42가 일으킨 폭발에 이은, 또 다른 폭발이 일어났고 아이언맨은 그 폭발에 휘말려 이리저리 내던져졌다. 사지가 완전했다면 어떻게든 균형을 찾았겠지만 한쪽 다리가 없었던 탓에 균형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부두 구조물 이곳저곳에 부딪히며 추락하던 아이언맨은 추락 직전 3개의 리펄서 건을 작동시켜 완충한 뒤, 바닥에 쓰러졌다. 추락하면서 이리저리 부딪힌 탓에 슈트는 걸레짝이 됐고, 토니는 바닥에 무사히 내려서자 미련없이 슈트를 내버렸다.
슈트를 벗은 토니는 자신의 앞에 마크 42의 헬멧 파츠가 밀려온 것을 보았다. 바닥에 놓여져 조용히 불타던 마크 42의 헬멧은 곧 페이스 가드가 분리됐는데, 그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킬리언의 해골이라도 있었으면 끔찍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토니는 참았던 숨을 쉬었다.
하지만 갑자기 느껴진 열기에 토니는 아직도 악몽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마크 42의 자폭으로 엄청난 데미지를 입고, 온몸이 불타버렸지만 익스트리미스의 재생력 덕분에 킬리언은 아직 살아있었다.
“이제 가면은 필요 없어, 토니. 만다린을 원한댔지? 바로 나야! 처음부터 나였다구, 토니!”
킬리언은 마치 좀비처럼 토니에게로 걸어왔다.
“내가 바로 만다린이라고!”
두 팔을 옆으로 뻗으며 자신이 만다린이라고 외치는 킬리언은 어디선가 날아온 무형의 기운에 얻어맞고 나뒹굴었다. 킬리언을 날려버린 기운은 에너지로 고정돼 있는 원형의 물체였는데 그것은 채찍처럼 킬리언을 몇 번 더 후려치더니 허공을 날아 주인에게로 돌아갔다.
5개의 팔찌는 하얀 양복을 입고 있는 남자의 왼팔에 날아가 차례로 장착됐다. 그의 오른팔에도 똑같이 5개의 팔찌가 채워져 있었는데, 양 팔에 10개의 팔찌를 찬 이 남자는 토니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로즈힐에서 토니에게 도움을 준 웬우였다.
“넌 누구냐!”
겨우 몸을 일으킨 킬리언이 소리치자, 웬우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내가 바로 네게 어처구니없는 이름이 붙여진 악의 화신이라고 하면 설명이 되겠나?”
“뭐라고?”
차분한 말투만큼이나 몸놀림으로 웬우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사람들은 수많은 이름으로 나를 부르지, 샤, 칸, 황 등등…… 그런데 이번엔 정말 어이없는 이름이 붙여졌더군.”
그 말을 하면서 웬우의 양 팔에 채워진 팔찌가 푸른 빛으로 물들어갔다. 그리고 웬우의 팔에서 떨어져 나와 그의 주먹 앞에 머물렀는데, 팔찌들은 하나 같이 푸르스름한 에너지에 휘감겨 있었다.
“내 군대를 원하면서도 내 이름조차 모르다니, 예의가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닌가? 그러면서 나를 사칭하고 내세운 이름이 고작 만다린? 치킨 샐러드에 들어가는 귤을 나를 사칭하다니, 어이가 없군.”
웬우가 천천히 다가오자 킬리언은 그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직감했다. 토니에 의해 너무 큰 데미지를 입은 상태에서 자신을 한 방에 날려버린 웬우와 싸우는 건 자살행위였다. 그가 휘두른 5개의 링이 가진 힘을 충분히 맛봤기 때문에 킬리언은 웬우가 가진 거대한 힘을 어느 정도 눈치 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웬우는 그를 살려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킬리언은 웬우를 보면서 겁에 질려 벌벌 떨면서 허세를 부렸다.
“그깟 테러리스트의 이름을 쓴 게 무슨 대수냐?”
웬우는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어리석구나. 자신의 행동에는 그만한 책임을 져야하는 법이니…….”
웬우는 양 팔에서 전개된 10개 링을 채찍처럼 휘둘러 킬리언을 후려쳤다. 채 2대를 때리기 전에 킬리언의 양 팔이 몸에서 떨어져나갔다. 익스트리미스의 재생 능력으로 다시 팔이 자라기 시작했지만, 그에 따른 고통이 킬리언의 전신을 차고 넘쳤다.
“아아아아아악!”
“네 놈이 나를 사칭하면서 ‘스승’을 운운했다지? 스승이라면 무릇 가르침을 내리는 존재. 내 어리석은 너에게 가르침을 주도록 하지. 그중 하나는 자신의 죄를 끝까지 깨닫지 못하면 그 역시 죄라는 것이다.”
킬리언의 양 팔이 다 재생되는 것을 웬우가 얌전히 기다려줄리 만무했다. 웬우는 10개의 링을 하나로 모아 오른팔에 장착한 다음, 킬리언을 향해 정권을 내질렀다.
앞으로 뻗은 웬우의 주먹에 따라 10개의 링은 킬리언을 향해 총알같이 발사돼, 그의 가슴을 꿰뚫어버렸다.
“어리석음이 죄는 아니지만, 그로 인해 일어나는 과오는 죄와 같다. 그 어리석음은 죽음을 부르니 자신의 죽음을 부르는 그런 행동은 죄일 수밖에 없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킬리언은 웬우에 의해 죽음을 맞았다. 가슴이 뚫린 채로 서서히 쓰러진 그는 익스트리미스에 의해 한 줌의 재로 변했다.
킬리언을 말 그대로 소멸시켜버린 만다린은 팔찌를 모두 회수해 양 팔에 찼다. 그리곤 처음 토니를 만났을 때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웬우가 그 ‘만다린’이라는 것을 알게 된 토니는 급한 마음에 아이언맨 슈트를 소환했다. 토니의 호출에 마크 8이 날아왔지만 웬우는 귀찮은 듯 왼팔을 휘저어 팔찌들을 뿌렸다. 푸른 에너지에 연결된 5개의 팔찌는 마크 8을 후려쳤고, 갑자기 날아든 강력한 힘에 마크 8은 토니에게 채 닿지 못한 채 추락해버렸다.
“스타크 씨, 이야기 좀 하죠. 난 당신을 해칠 마음이 없습니다.”
웬우가 정중하게 말하자, 토니는 추락한 마크 8을 다시 호출하려다가 멈칫했다. 토니가 그제야 슈트를 부르는 걸 멈추자, 웬우는 토니에게 다가와 포권을 하며 예를 갖췄다.
“당신 덕분에 나를 사칭하던 불순한 이를 처단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깊은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어, 그게……. 당신이 진짜 만다린?”
아직도 긴장한 토니가 쭈뼛거리며 만다린이란 이름을 입에 담자, 웬우는 살짝 언짢은 듯한 얼굴을 했다.
“이름이란 신성한 겁니다, 스타크 씨. 자신과 선조들의 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죠. 방금 전에 죽은 자에겐 공포의 악역이 필요했고, 그래서 나의 텐 링즈를 선택했죠. 하지만 내 이름을 몰랐기 때문에 가짜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그게 만다린이란 말이군요.”
“고작 ‘귤’이죠.”
웬우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토니에게 말했다.
“처음에는 조용히 가짜를 처리할 생각이었는데, 당신이 끼어드는 것을 보고 일이 커질 거라고 예상했었죠. 로즈힐에 당신이 나타난 건 예상치 못했습니다. 나 역시 그곳에서 만다린의 폭탄 테러를 조사하고 있던 차였거든요.”
“그리고 그 다음에는…….”
“당신을 은밀히 추격했죠. 나는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몰래 추격하는 재능이 있거든요. 덕분에 나와 내 부하들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를 처단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
토니는 짧게 대답한 다음에 씁쓸한 얼굴로 어느 한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페퍼의 차디찬 시체가 있는 곳이었다. 토니가 왜 그곳을 바라보는지, 그리고 그가 잃은 게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던 웬우는 토니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난 평생 많은 이름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워리어 킹, 마스터 칸,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자 등등 말이죠. 한땐 그 이름에 맞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을 만난 뒤로 모든 게 바뀌었죠.”
“…….”
“처음으로 세상에 눈을 뜬 느낌이었달까?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서야 나는 나이를 먹고 늙어갈 가치 있는 존재를 발견했던 거죠.”
“……그녀는 어떻게 됐습니까?”
토니는 웬우의 말에서 그가 말한 인생의 가치를 느끼게 해준 이가 ‘과거형’이라는 것을 눈치 챘다. 그 역시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었다는 걸 눈치 챈 토니가 묻자, 웬우는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내 잘못으로 인해, 내가 지은 업보로 인해 희생됐습니다. 그녀를 그렇게 만든 자들을 모조리 처단했지만 상실감은 여전하더이다.”
웬우는 토니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웬우는 자취를 감추었다. 토니는 그가 가버리는 모습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페퍼가 있는 쪽을 바라보다가 결국 무릎을 꿇고 오열을 터뜨렸을 뿐이었다.
투 비 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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