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9부 Iron Man: Extremis Episode 5. Loss (3) 팬픽, FANFIC


SAGA Universe 


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9부 Iron Man: Extremis


Episode 5. Loss (3)

로디가 하트 브레이커에 안겨 대통령이 있는 장소로 향했을 때, 함께 점프를 하며 그를 쫓아갔던 가면라이더 넥스트는 어디에 있었을까?
넥스트는 철제 통로를 정신없이 달리는 로디와 그의 뒤를 쫓은 익스트리미스 병사를 발견하고는 그리로 달려갔다. 몇 번의 점프와 전력질주 끝에 로디와 익스트리미스 병사 사이에 서게 된 넥스트는 바로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강력한 펀치와 킥으로 그들을 로디에게서 떼어놓는데 성공한 넥스트였지만, 곧바로 익스트리 병사 2명이 더 가세해 4대 1의 상황이 되자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쉴드 요원으로서 여러 격투술을 배웠고, 넥스트로의 변신도 익숙해져 넥스트의 여러 무장을 활용한 근접전에도 익숙해졌지만, 4대 1의 싸움은 너무 불리했다. 그것도 일반인이면 모르겠지만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일반인은 아득히 초월한 신체스펙을 가진 자들이었다.
넥스트의 힘을 이용해 요리조리 잘 피하면서 반격을 간간히 하고 있지만 16개의 팔다리를 모두 막거나 피하는 건 넥스트로 변신한 카케루로서도 무리였다.

“큭!”

그때였다. 카케루가, 넥스트가 4명의 익스트리미스 병사에게 동시에 얻어맞았다. 그렇게 얻어맞은 넥스트는 철제 구조물에서 떨어져 바닥으로 급추락해버렸다. 보통 인간이었다면 최소 골절, 최대 반신불수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넥스트 슈트가 착용자를 안전하게 보호했기 때문에 그런 부상이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다만, 충격까진 어떻게 할 수 없었는지, 넥스트는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통증에 잠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어찌어찌 겨우 일어선 넥스트 앞에 그를 매섭게 공격했던 익스트리미스 병사 4명이 나타났다. 그들에 합세해 2명의 병사가 더 나타나자, 넥스트는 짧게 한숨을 쉬더니 벨트 왼쪽에 달린 작은 박스에서 작은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것은 어린 아이들이 가지고 놀 법한 미니카였는데, 하얀 오토바이에 빨간색 사이드 카가 달린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미니카를 꺼낸 넥스트는 하얀 오토바이를 접어 사이드카 부분에 넣으면서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에게 말했다.

“데드히트라는 말을 알아? 카레이싱 중 둘 이상이 똑같이 결승점에 닿아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때를 의미하는 말이지. 그리고 넥스트의 파워업 형태를 뜻하기도 해.”

[야, 그거 아직 테스트 중이랬지! 여기서 쓰지 말라고! 폭주한다고!]

아이린이 목청껏 소리쳤지만 넥스트는 그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6명이나 되는 익스트리미스 병사를 넥스트의 힘만으로 해치우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를 활용하는 것이 넥스트의 성미에 맞았기에 폭주라는 위험이 따르더라도 넥스트의 새로운 형태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드라이버의 붉은 시동키를 돌려 엔진을 점화한 넥스트는 오른쪽 옆구리에 또 다른 랜딩 패널을 열고 데드히트 키를 넣었다.

[NEXT! Type DEADHEAT]

넥스트의 전신에 투명한 갑옷이 나타나더니 새로 나타난 갑옷이 증착됐다. 증착이 완료된 넥스트는 귀 쪽에 붉은 뿔이 달린 하얀 헬멧을 쓰고 있었고, 붉은 흉갑과 전신에 하얀 슈트를 입고 있었다. 오른쪽 어깨 앞부분에는 커다란 원형의 게이지가 달려있었는데, 아마도 넥스트의 현 상태를 나타내는 게이지 바인 듯 했다.

“괜히 힘 빼는 건 사양이니까 한 번에 정리해주지.”

그렇게 말하며 넥스트는 벨트 윗부분에 붙은 붉은 단추를 누르더니 데드히트 키가 들어간 벨트 오른쪽 부분을 눌렀다.

[START UP]

그 다음 순간 넥스트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공중에서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을 향한 붉은 드릴이 7개나 전개되었다. 

“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데드히트 드롭 엑셀]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을 향해 7개의 드릴은 모두 강력한 라이더 킥으로 전환되어 그들을 꿰뚫었고, 병사들은 모두 폭염에 휩싸였다. 순식간에 그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정리한 넥스트가 모습을 다시 나타냈을 때, 그의 벨트에서 또 다른 음성이 들렸다. 

[REFORMATION…… ERROR]

“어? 뭐야? 뭐야!!!”

뭔가 고장이 난 듯 넥스트 드라이브에서 스파크와 함께 하얀 김이 피어오르자, 넥스트는 깜짝 놀라 벨트를 떼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넥스트 드라이브는 분리되지 않았고, 오른쪽 어깨에 붙어있는 원형 게이지가 폭주하듯이 눈금이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결국 뭔가 폭발한 듯 넥스트의 전신이 축 늘어졌다.

“카케루! 이봐! 카케루!”

아이린도 당황했는지 카케루를 애타게 불렀지만, 카케루는 대답하지 않았다.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넥스트의 현 상태를 체크해보던 아이린은 뭔가를 알아채곤 홀로그램으로 떠 있는 크림을 보고 말했다.

“폭주?”

[아무래도 그런 거 같다.]

두 사람이 ‘폭주’라는 단어를 입에 담은 순간, 고개를 숙이며 축 늘어진 넥스트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어깨에 붙은 원형 게이지는 ‘데드존’이란 부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그 말대로 폭주를 시작한 넥스트는 팔과 다리를 제멋대로 움직이며 주위를 마구 파괴하기 시작했다.

“누가! 누가 좀 말려줘! 젠장!”

폭주하는 넥스트의 기세가 워낙 살벌했기 때문에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은 넥스트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보다는 이미 아이언맨 슈트들과의 전투로 너무 많은 수를 잃어 넥스트에게까지 신경쓰지 못했다가 정답이었겠지만, 어쨌든 넥스트는 몇 안남은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을 날려버리고,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었다.

“크림! 무슨 방법 없어? 이대로라면 넥스트가 주변을 다 파괴하고, 자신까지도 망가뜨릴 거야!”

[데드히트의 시스템 조정이 늦은 거 같다. 어떻게든 해결했어야 했었는데…….]

“지금 그 말을 한 게 아니잖아!”

[이번 일을 계기로 데드히트의 조정을 서두르도록 하지. 그렇지 않으면 카케루를…….]

크림이 동문서답을 하는 것에 대해 아이린의 짜증이 극에 달했고, 막 폭언을 퍼부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미친 듯이 폭주하는 넥스트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 속에 모습을 숨긴 남자는 데드히트로 인한 폭주로 미쳐 날뛰고 있는 넥스트를 보다가 양팔의 소매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걷어 올린 소매를 통해 그의 손목에는 좌우 5개씩 도합 10개의 팔찌가 걸려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곤경에 처한 이를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겠지.”

그렇게 중얼거린 남자는 천천히 숨어있던 곳에서 걸어 나왔다. 말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 별 특색없는 정장 차림이었지만, 그에게선 알 수 없을만큼 신비로운 카리스마가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세속을 초월한 현자나 세상의 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우아함이 그와 함께 했다.
그는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 폭주 중인 넥스트를 향해 똑바로 걸어갔다. 처음에는 그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 넥스트는 다른 곳을 부수고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을 날려버렸지만, 곧 남자의 존재를 인식했는지 그를 향해 두 팔과 다리를 휘두르며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위, 위험해요! 얼른 피하세요!”

폭주하는 넥스트를 제어하지 못한 카케루가 안타까운 듯 소리쳤지만 남자는 여유롭기만 했다. 그는 넥스트가 달려드는 걸 말없이 바라보더니 갑자기 넥스트를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 그 한 걸음은 두 걸음이 되고, 두 걸음이 세 걸음이 됐을 때 그는 넥스트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넥스트가 휘두르는 무시무시한 주먹을 가볍게 피해낸 남자는 오른 주먹을 뻗어 넥스트의 가슴을 후려쳤다. 
그의 주먹과 푸른 빛을 발한 그의 팔찌들이 넥스트의 가슴에 닿는 순간 어마어마한 충격이 넥스트와 카케루에게 가해졌다.

콰콰광!

뭔가 박살이 나는 듯한 소리에 폭주 중이던 넥스트는 그대로 날아가버렸다. 바닥에 힘없이 쓰러진 넥스트를 보던 남자는 천천히 다가가더니 넥스트의 머리를 잡고 의식을 잃은 카케루가 아닌, 이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는 아이린과 크림에게 말을 남겼다.

“움직임을 멈추게했지만 치료가 필요할 겁니다. 동료 분들은 통신을 듣고 계시다면 이쪽으로 사람을 보내주십시오.”

그 말을 마치자마자 남자는 동네 산책을 나온 듯이 휘적휘적 걸어가기 시작했다. 
넥스트의 폭주가 멈춰져서 안도의 한숨을 쉬긴 했지만 아이린은 카케루를 데리러 오라고 말하는 남자에게 섬뜩함을 느꼈다. 그는 어떤 슈트를 걸치지도 않은 채 오로지 일신의 체술만으로 폭주하는 넥스트를 멈춰 세웠다. 인간을 초월한 듯한 그의 능력에 아이린은 아무 말 없이 이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던 크림에게 물었다.

“아는 자야?”

[……모른다. 하지만 그 또한 초인임이 분명하다.]

“어떻게 하지?”

[……일단 카케루가 위험하니 그를 구출해야해. 스카이에게 연락해줘.]

“아, 알았어.”

지금은 저 남자가 누군인지 알아보긴 보단 카케루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아이린은 급히 스카이에게 연락을 넣었고, 만다린의 근거지 제압 및 수색을 하던 쉴드 616팀은 후속팀에게 뒤처리를 맡기고, 카케루가 있는 항구로 날아갔다.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의 적용 대상이 아닌 터라, 슈트 없이 열심히 맨몸으로 부두의 구조물을 달리던 제임스 로드 대령은 자비스의 적절한 도움 덕분에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의 방해 없이 앨리스 대통령이 매달려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대통령님! 제가 구해드릴게요!”

대통령이 자신을 보고 반가운 얼굴을 하자, 로디는 곧 그리고 가겠다고 말한 뒤 주위를 살펴보았다. 대통령이 매달려 있는 곳으로 접근하기 위해선 위쪽의 다리를 통과하는 방법이 가장 좋았다. 
대통령을 어떻게 내려야하지, 아이언 패트리어트 슈트를 자비스가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등의 여러 고민을 하던 로디는 그런 고민을 하는 시간을 낭비한 게 사치였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언맨 슈트들의 공격에서 벗어나 있던 익스트리미스 병사 둘이 자신을 향해 맹렬히 달려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슈트 없이 그들과 정면으로 싸우는 건 자살행위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로디는 대통령이 매달려 있는 곳 바로 옆에 똑같이 매달려 있는 컨테이너 위로 뛰어내렸다.

“젠장!”

컨테이너 위로 뛰어내린 로디를 쫓아 익스트리미스 병사 둘도 함께 뛰어내렸다. 그들을 보자마자 로디는 정확한 자세로 권총을 쏘아 그들의 가슴에 2방, 머리에 1방을 맞췄다. 로잠비크 드릴이라는 사격기술로, 충분히 위력적인 사격술이었지만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에겐 소용없었다. 붉게 달아오른 그들의 몸이 로디가 쏜 총알을 모두 무효화하자, 로디는 이를 악물고 각오를 다질 수밖에 없었다.
앞에 서 있던 익스트리미스 병사가 주먹을 휘두르자 로디는 고개를 숙여 그걸 간단히 피했는데, 문제는 병사의 붉게 달아오른 주먹이 컨테이너를 지탱하고 있던 4개의 끈 중 하나를 끊어버린 것이다. 순간적으로 컨테이너는 수평을 잃고 기우뚱거렸고, 병사들에 비해 컨테이너 끝쪽에 서 있던 로디는 그대로 떨어져버렸다.
하지만 실전 경험이 워낙 많은 로디인터라 그대로 떨어지지 않고 컨테이너를 붙잡고 매달렸다. 그의 다양한 실전경험은 이런 상황에서도 권총을 놀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증명됐다.
컨테이너에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을 보던 로디는 한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바이, 바이~!”

그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 로디는 권총을 쏘아 컨테이너의 줄을 하나 더 끊어버렸다. 그 덕분에 컨테이너는 한쪽의 줄을 모두 잃고 나머지 2개의 줄로만 그 무거운 동체를 지탱해야했고, 매달려 있던 로디는 무사할 수 있었지만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은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해버렸다. 
로디는 그네를 타는 요령으로 컨테이너를 타고 대통령이 매달려 있는 줄을 붙잡을 수 있었다. 로디가 줄을 붙잡았을 때, 컨테이너를 지탱하던 나머지 2개의 줄마저 끊어지면서 컨테이너는 바닥에 추락해 초주검이 된 익스트리미스 병사들의 확인사살용 병기로 둔갑했다.

“꽉 잡으세요!”

아이언 패트리어트 슈트를 입은 대통령에게 매달린 로디는 오른손 파츠를 조작해 팔을 구속하고 있는 와이어를 리펄서 건으로 끊었다. 로디와 대통령은 아까 컨테이너가 그랬듯 다른 구조물 위로 이동했고, 구조물에 안전하게 내려선 로디는 총을 쏘아 대통령을 구속하고 있던 나머지 와이어도 끊어버렸다. 덕분에 아이언 패트리어트 슈트와 함께 대통령은 구조물에 착지할 수 있었다.
고맙다는 듯 자신을 보고 있는 대통령에게 로디는 총알을 다 쏜 권총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슈트가 참 잘 어울리시지만, 돌려주셔야겠습니다.”

로디는 아이언 패트리어트 슈트를 조작해 대통령이 슈트를 벗게 했다. 대신 자신이 슈트를 입은 다음, 토니에게 연락했다.

“토니, 대통령님은 안전해. 여길 벗어날게.”

[잘 했어. 얼른 가!]

토니와 통신을 끝낸 아이언 패트리어트는 대통령에게 물었다.

“준비 되셨습니까?”

“무슨 준비?”

앨리스 대통령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아이언 패트리어트에게 안겨 전쟁터가 되어버린 부두를 벗어났다.

아이언 패트리어트가 대통령을 구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이언맨, 아니 토니 스타크는 피투성이가 되어있는 페퍼를 끌어안고 슬피 울고 있었다.

“페퍼, 내가 구해줄게.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나를 좀 봐! 나를 봐, 페퍼! 제발!”

슬프게 우는 토니의 머릿속에는 깊은 자책감과 함께, 방금 전의 상황이 떠올랐다. 
자비스가 보내준 마크 9를 급하게 입은 토니는 페퍼를 안고 날아올랐다. 아니, 날아오르려고 했지만 그럴 시작이 없었다. 킬리언과 마야가 일으킨 폭발은 두 사람은 이른 시간에 덮쳤고, 아이언맨과 페퍼는 폭발에 휘말려 그대로 내동댕이 쳐졌다. 
잠시 정신을 잃긴 했지만 슈트를 입은 덕분에 큰 부상이 없었던 아이언맨은 마크 9 슈트 상태를 살펴보았다. 군데군데 파손이 있긴 했지만, 가동하는데 문제는 없었지만, 쇼크 탓인지 HUD 상태가 좋지 않았다. 

“페퍼! 페퍼!”

슈트의 기능으로 페퍼를 찾으려고 했지만, 기대하기 어렵다는 걸 안 토니는 마크 9 슈트를 벗었다. 토니가 슈트를 벗자, 마크 9는 자비스의 통제에 의한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에 동원되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어디에 있어, 페퍼! 페퍼!”

“토니…….”

힘없이 들리는 페퍼의 목소리에 토니는 급히 그리로 달려갔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불길한 예감이 들긴 했지만, 토니는 그걸 애써 무시하며 페퍼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페퍼의 모습을 보곤 말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아이언맨 슈트를 입은 덕에 무사했던 토니와 다르게, 페퍼는 구조물의 잔해에 파묻혀 있었다. 그녀의 몸 곳곳에 구조물의 날카로운 잔해들이 박혀 있었고, 특히 그녀의 복부를 관통한 쇠꼬챙이에는 보기에도 섬뜩한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페퍼!”

사랑하는 연인의 이름을 부르며 토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옆에 무릎을 꿇고 피투성이가 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토니의 손길이 느껴지자, 페퍼는 힘겹게 눈을 떴다. 

“토니…….”

“페퍼, 아아아아! 이거! 이거 어떻게! 자비스! 자비스! 슈트를 보내줘! 당장! 페퍼가 위험해!”

이성을 잃고 토니가 소리치자, 페퍼는 괜찮다는 듯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정신이 나가버릴 거 같은 충격에서도 페퍼가 자신을 손을 잡아주자, 토니는 미친 듯이 떠들어대던 입을 멈추고 그녀를 보았다.

“울지 말아요……. 난 당신을 만나서……. 행복했으니까…….”

“페퍼! 안돼! 여기에 있어! 내 옆에 있으라고!”

“당신한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어요.”

이제 끝이 다가오는지 페퍼는 숨을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페퍼는 온 힘을 다해 마지막 말을 사랑하는 연인에게 남겼다.

“내가 당신에게…… 큰 짐이 되지…… 않았으면 해요……. 미안해……하지 말아……요.”

페퍼의 목소리에서 더욱 힘이 없어져갔다. 그리고…….

“내가 없더라도…… 삶의 희망을…… 놓지 말아……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페퍼의 삶은 끝났다. 힘 없이 고개를 떨군 페퍼를 보며 토니는 고함을 질렀다. 참을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이 밀려왔다. 

아이언맨이 된 이후로, 삶의 의미 없이 오로지 자신을 파괴하며 이제까지 저지른 잘못을 속죄하면서 살아온 토니에게 페퍼는 삶의 의미를 부여해준 유일한 존재였다.
슈퍼히어로 ‘아이언맨’만이 삶의 전부였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일 이후의 토니 스타크에게, 아이언맨 만이 아닌 토니 스타크로서의 삶이 아직 남아있다는 걸 알려준 사람이 사라졌다. 토니는 마크 9 슈트를 자신이 입지 않고 페퍼가 입게 했어야했다고 자책했다. 아니,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의 시스템 상으로는 토니가 페퍼에게 슈트를 입힐 방법이 없었다. 마크 42라면 어느 정도 가능했겠지만, 그 마크 42는 여기에 없었다.

페퍼를 살릴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머릿속에 미친 듯이 떠올랐지만, 그것들은 모두 이뤄질 수 없었다. 악재와 불운과 최악의 상황이 한 자리에 모인 것만 같았다. 살 수 있는 방법이 이렇게나 많은데, 어째서 페퍼는 이렇게 죽어야만 했을까?
그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도, 아이언맨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토니는 사랑하는 이를 구할 수 없었다. 

“안 됐군…….”

누군가의 목소리에 토니는 눈물이 가득 담긴 눈으로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붉게 변한 몸뚱아리를 한 킬리언이 서 있었다. 본인의 익스트리미스에 마야의 익스트리미스가 주입돼 대폭발을 일으켰지만, 그는 죽지 않았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킬리언도, 익스트리미스를 만든 마야도 몰랐다. 
익스트리미스에 의한 폭발로 시체조차 남지 않았어야 하지만 킬리언은 아직 살아있었다. 금방이라도 또 다시 폭발할 거 같은 몸을 한 채로 킬리언은 토니를 조롱하고 도발했다.

“나라면 그녀를 구했을 거야…….”

토니는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페퍼를 잃은 슬픔과 고통은 자신에 대한 자책과 분노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누군가를 향한 맹렬한 살의로 변했다. 

이 모든 것은 킬리언의 탓이었다. 그가 페퍼를 이곳으로 데리고 오지 않았더라면, 그가 페퍼에게 눈독만 들이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저 인간, 알드리치 킬리언이! 토니 스타크의 영혼을 파괴했다.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