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용균, 주연: 김혜수·김성수

개봉일: 2005년 6월 30일
서울 관객수: 36만 8080명
전국 관객수: 137만 1122명
분홍신은 당신을 유혹한다
늦은 밤 인적이 드문 지하철 승강장. 누군가의 시선이 머문다. 벤치 귀퉁이에서 유혹의 빛을 뿜어내는 분홍신 을 바라보는 여고생. 자신의 똑딱이 구두를 벗고 그 분홍신에 한 발을 집어넣는 순간, 주체할 수 없는 설레임의 벅찬 한숨이 새어 나온다. 그러나 어느 샌가 다가온 또 다른 여고생. 그녀에게서 분홍신을 빼앗아 들고 홀연히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또각 또각 또각…분홍신을 신고 마치 춤을 추듯 어두운 지하도를 걷는 소녀. 어느 순간, 또각 또각 또각…어둠 속에서 또 다른 구두소리가 들리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두려움에 달아나던 소녀, 발목에 참을 수 없는 통증을 느껴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 보니 발목이 잘리고 없다. 발목이 잘린 채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버린 소녀.
분홍신의 유혹에 빠진 여자, 선재
지하철 연결통로에 주인이 없는 듯 놓여진 분홍신을 발견한 여자, 선재(김혜수 분). 분홍신의 매력에 빠져 그 구두를 훔치듯 몰래 주워 들고 그 자리를 떠난다. 선재의 집. 다양한 구두가 촘촘히 쌓인 구두진열장을 지나 욕실로 향한 그녀는 분홍신을 신은 자신의 모습이 비춰진 거울을 도취된 듯 바라본다. 문 밖에는 그녀가 신은 분홍신을 탐내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딸이 있다. 분홍신에 집착하는 선재, 그녀에게서 분홍신을 빼앗으려는 딸, 태수(박연아 분). 두 사람이 떠난 욕실의 거울에는 피 묻은 분홍신을 움켜 쥔 한 소녀의 영상이 남아 있다.
분홍신을 빼앗은 여자, 저주에 빠지다
선재와 태수가 분홍신을 사이에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는 집. 그곳에 나타난 선재의 후배, 그녀는 몰래 분홍신을 훔쳐 들고 나온다. 분홍신을 신자, 그녀가 변한 것 같다. 교태스러운 걸음걸이로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그녀는, 주변에서 보내는 선망의 시선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곧 그녀의 걸음걸이는 안델센의 동화 ‘분홍신’의 소녀처럼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춤을 추듯 비틀대고, 그녀는 결국 쇼윈도의 유리에 발목이 잘린 채 죽는다.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분홍신. 분홍신의 원혼, 그 실체는?
분홍신이 죽음을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된 선재는, 분홍신을 버리려고 하지만 분홍신은 매번 다시 그녀에게로 되돌아 온다. 이제 그녀의 딸 앞에 다가온 죽음의 위협. 과연, 분홍신의 원혼, 그 저주의 실체는 무엇일까?

SAGA가 소장 중인 팸플릿에 적힌 내용들
당신의 탐욕이 저주를 부른다
잔혹동화
욕망을 자극하는 매혹의 분홍신, 그리고 그 분홍신이 가져올 저주!
2005년 잔혹동화 <분홍신>은 저주가 되어 돌아온 소녀의 슬픈 기억을 전합니다.
탐욕이 불러온 끔찍한 저주 Synopsis
분홍신은 당신을 유혹한다!
지하철 연결통로에 주인이 없는 듯 놓여진 분홍신을 발견한 여재, 선재. 분홍신의 매력에 빠져 그 구두를 훔치듯 몰래 주워 들고 그 자리를 떠난다. 선재의 집, 다양한 구두가 촘촘히 쌓인 구두진열장을 지나 거울로 향한 그녀는, 분홍신을 신은 자신의 모습을 도취된 듯 바라본다. 그때 다가온 그녀의 딸. 분홍신을 빼앗아 신어보려 하고, 선재는 딸을 및려내며 분홍신을 뺏기지 않으려고 한다. 그 순간, 카메라에 비친 거울에는… 피 묻은 분홍신을 움켜쥔 한 소녀가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분홍신을 빼앗은 여자 저주에 빠지다!
선재와 딸이 분혼신을 두고 다투는 집. 그곳에 들른 선재의 후배는 몰래 분홍신을 훔쳐 가지고 나온다. 분혼신을 신자, 그녀가 변한 것 같다. 교태스러운 결음걸이로,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그녀는, 주변에서 보내는 선망의 시선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곧 그녀의 걸음걸이는 안델센의 동화 ‘분홍신’의 소녀처럼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충믕 추듯 비틀대고… 그녀는 결국 쇼윈도의 유리에 발목이 잘린 채 죽는다.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분홍신.
분홍신의 원인, 그 실체는?
분홍신이 죽음을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된 선재는, 분홍신을 버리려고 하지만 분홍신은 매번 다시 그녀에게로 되돌아 온다. 이제 그녀의 딸 앞에 다가온 죽음의 위협. 과연, 분홍신의 원혼. 그 저주의 실체는 무엇일까?
안델센의 동화 <빨간구두> 아닌가요?
영화 <분홍신>이 안델센의 동화 ‘분홍신’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안델센의 동화는 ‘빨간구두’ 아닌가요?” 정답은 둘 다 맞다는 것이다. 안델센 동화의 영문 제목은 ‘The Red Shoes’. 만약 직역한다면 ‘빨간 구두’가 맏자. 그렇다면 왜 ‘분홍신’이라는 동화 제목이 쓰였을까? 아마도 너무 선명해서 다른 느낌을 주기 어려운 빨간색 보다는, 더 유혹적이고 복합적인 분홍생이 그 동화의 제목으로 더욱 어울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분홍신>의 진짜 주인공, 분홍신은 일회용?
영화 <분홍신>에 등장하는 분홍신은 마치 한 켤레 같이 보이지만, 실제 촬영을 위해 40여 켤레가 만들어졌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여자의 발에 꼭 맞아야 하고, 늘 새 것 같은 느낌을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분홍신은, 촬영장에서 배우보다, 어떤 소품보다 먼저 챙겨지는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었다.
분홍신이 선사하는 매혹의 공포 About Movie
당신의 기억 속에 잠들었던 안델센 동화가 2005년 잔혹동화 ‘분홍신’으로 깨어난다!
안델센의 동화 ‘분홍신’이 2005년 가장 무섭고 섬뜩한 공포영화로 재탄생 된다. 잔혹동화를 표방한 영화 ‘분홍신’이 ‘발목이 잘린 소녀의 이야기’에 원혼드라마를 결합, 안델센의 동화를 재해석한 것이다. 타인의 욕망에 의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긴 채 죽어야 했던 소녀는, 분홍신에 담긴 원혼이 되어 분홍신을 탐내는 자들에게 발목이 잘리는 저주를 내린다.
과연, 서구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동화는 어떤 색깔의 공포영화로 재탄생 되었을까?
아름다운 공포, 2005년 공포영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한다!
‘욕망을 자극하는 매혹의 분홍신, 그리고 그 분홍신이 가져올 저주’를 담은 영화 ‘분홍신’은 아름다운 공포를 표방한다.
이것은 ‘분홍신’이라는 소재가 갖는 섬뜩한 아름다움의 매력, 배우 김혜수의 이미지 변신, ‘와니와 준하’의 김용균 감독이 그리는 섬세한 공포로 가능해 졌다. 특히 ‘분홍신’은 2005년을 여는 첫 한국 공포영화. 새로운 공포에 목마른 관객들이라면 ‘분홍신’이 선사할 아름다운 공포를 기대해도 좋다.
분홍신의 유혹에 빠진 사람들 Character & Cast
“그 아이도… 발목이 잘려서 죽었나요?
김혜수 |선재|
30대 초반의 안과 전문의. 유일한 취미는 구두 모이기이고, 가족이라곤 그녀의 딸인 태수 하나다. 엄마나 아내라는 것 말고 그냥 여자로 인정 받고 싶은 욕망이 있다. 우연히 주운 분홍식에 집착하면서 무서운 악몽과 환상에 시달리게 된다. 딸 태수에게까지 원혼의 기운이 업습하자 분홍신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오랜기간 스타의 자리를 내놓지 않았던 김혜수는 연기력과 스타성을 모두 지닌 보기 드문 배우다. 18년에 이르는 필모그래피를 통해 화려함과 당당함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놓았던 그녀가, <분홍신>에서는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창백하고 억눌린 내면과 극단적인 탐욕을 오가는 주인공 선재의 모습이 그것이다. <분홍신>을 시작한 이후, 짧은 헤어스타일과 노메이크업으로 관심을 모았던 김혜수. 영화가 개봉되는 순간, 그녀의 외모 변화를 압도하는 연기 변화에 더욱 주목하게 될 것이다.
영화_<신라의 달밤>(2001) / <쓰리:메모리스>, <YMCA 야구단>(2002) / <얼굴없는 미녀>(2004)
“그 분홍신, 사라졌었잖아요?”
김성수 |인철|
선재의 병원 공사를 맡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자신감 넘치고 여유 있는 성격에 능력까지 겸비한 매력적인 남자다. 스스로를 억압하며 고립시키는 선재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서, 분홍신의 악몽에 빠져드는 그녀를 돕기 위해 원혼의 실체를 찾아 나선다.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 김성수는 2004년 한 해 동안 <사랑한다 말해줘>, <풀하우스>, <유리화> 등 세 편의 드라마에서 따뜻하면서도 남성적인 매력으로 여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영화 <분홍신>에서 그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김성수만의 자유로운 리듬을 몸으로 보여준다. 촬영 내내 “스폰지 같은 흡수력과 타고난 친화력을 가진, 천상 배우”로 불린 김성수. 스크린에서 성큼성큼 커나가는 그를 만나는 것은, 아주 반가운 일이다.
영화_<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2003) 드라마_<사랑한다 말해줘>, <풀하우스>, <유리화>(2004)
“나는 이거 신어야 돼! 이게 있어야 춤출 수 있어!”
박연아 |태수|
얌전하고 소심한 6살 여자 아이. 가끔 어린 아이 답지 않은 말이나 행동으로 선재를 당황하게 만든다. 분홍신을 신고 발레를 잘하게 되자, 분홍신을 선재에게서 빼앗아 침대 밑에 숨겨준다. 분홍신에 집착하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의식불명에 빠진다.
무표정한 얼굴이 주는 묘한 분위기와 아이답지 않은 대담한 연기력으로 2개월간 오디션을 본 수백 명의 아역배우들을 단번에 물리쳤다. 김혜수가 “아이의 순수함과 비범한 감성을 가진 특별한 아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이 소녀는, 상대방의 에너지를 흡수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타고난 배우다. 평소 공포영화를 즐겨본다는 이 어린 소녀는 공포영화에서 어떤 모습의 주인공이 되었을가? 감독과 선배 배우들의 칭찬이 끊이지 않는 이 새로운 아역 배우의 연기가 기대된다.
Director
감독 김용균
“공포영화의 극단적인 장치를 활용해 인간의 욕망을 말한다.”
영화 <분홍신>은 인간의 욕망을 다룬다. 인간은 욕망을 삶의 동력으로 삼는다. 하지만, 욕망은 때로는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어, 인간은 스스로의 욕망을 잘 알지 못한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본질이 잘 드러나듯이, <분홍신>은 공포영화의 극단적인 장치를 활용하여 인간의 보편적인 무의식, 그 속에 숨겨진 욕말을 보여줄 것이다. 특히 여성성의 완성을 상징하는 소재 ‘분홍신’을 통해, 욕망이 목숨을 걸만큼 극더ᅟᅡᆫ적으로 치닫는 과정을 정밀하게 그려보고 싶다… -감독의 연출 노트 중에서
PROFILE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졸업
1991년 16㎝㎜ 장편 <어머니 당신의 아들> 촬영/단편 <원정> 연출
1994년 단편 <GRAND FATHER> 연출/제2회 서울 단편영화제 우수상 / 미국 ASIAN PACIFIC FILM and FESTIVAL 초청
1996년 단편 <휴가> 연출/단편 <JUST DO IT>(씨네2000/대우 사전제작지원심사 수상작)
2000년 <거짓말> 6㎜ 디지털 촬영
2001년 <와니와 준하> 연출
2002년 하와이 영화제 초청
2003년 마르델 플라타 영화제 초천
Hot Issue
핏기 없는 창백함에서 분홍신의 저주에 휩싸인 광기까지, 김혜수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분홍신>이 본격적인 공포영화로는 첫 도전인 김혜수는, 18년 연기 생활 중 가장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원혼의 실체를 파헤치는 역할인 탓에, 김혜수는 지하터널에 갇히거나 달려오는 차에 부딪히고, 천장에서 폭포처럼 쏟아지는 핏물을 고스란히 맞아내야 했다. 이런 모든 것들을 일체의 스턴트맨 없이 직접 해낸 김혜수는, 촬영 도중 과로로 쓰러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연기가 놀라운 것은 이 정도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그녀가 맡은 역할은 욕막을 억무르다가 분홍신에 매혹되어 내부에 숨어 있던 욕망을 어렵게 끄집어내는 여자, 그 미묘한 감정은 공포에 갇혀 절망하거나 반대로 광기에 휩싸이는 기괴한 모습으로 발전한다. 한 톤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주인공의 극단적인 감정을, 김혜수는 놀랍도록 정교하게 표현해 냈다. <분홍신>이 다른 공포장치를 쓰지 않더라도 김혜수의 연기만으로 충분히 공포스럽다고 말한 스텝들의 얘기를 믿어도 좋다.
수 억 원짜리 세트도 부럽지 않다! 세트보다 더 세트 같은 지하 터널에서의 촬영
분홍신의 공포는 ‘우연히 줍는다’는 일상적인 행위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분홍신을 줍게 되는 익숙한 공간, 바로 지하철이다. 한 지방의 실제 지하철역에서 촬영된 영화 속 지하철역 장면은 수 억 원을 들여 만든 세트보다 몇 배의 효과를 보여준다. 세트라고 해도 믿을 만큼 영화에 딱 맞는 공간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실제 공간의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최상의 로케이션 현장이 된 것이다. 지하철 재난 영화 <튜브>를 제회하면 지하철의 터널이 영화에 등장하는 것은 <분혼신>이 처음이고, <튜브>가 올 세트 촬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분홍신>은 실제 지하철 터널에서 촬영된 최초의 한국영화로 기록될 것이다.
SAGA의 평
-팸플릿 이야기를 먼저 하면, 일단 ‘나 공포영화에요~!’라고 써붙인 듯한 팸플릿을 보면서 거부감이 참 많이 들었다. 김혜수라는 배우의 연기력과 미모, 기타 등등은 전부 좋아하지만 공포영화는 참으로 쥐약이라 팸플릿을 얻고 난 이후, 영화를 보기까진 참 오랜 시간이 지나야했다.
-내가 공포영화를 싫어하는 것과 별개로, 팸플릿은 상당히 잘 만들어진 편이다.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모두 들어있고, 팸플릿에 배치된 사진들도 기괴하고 음침한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특히 영화의 모티브를 제공한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에 대한 대략의 설명도 괜찮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시놉시스가 쓸데없이 길다. 후배가 죽는 내용까지 넣을 필요는 없잖아!
-영화 이야기를 하면, 이 영화는 덴마크에서 전해져 오던 선화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정리한 동화인 빨간 구두를 모티브로 했는데, 빨간 구두는 잔혹 동화 중에서 탑을 찍을 정도로 잔혹한 결말을 자랑하는 동화여서 어렸을 때 이걸 읽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나한텐 빨간 구두라는 제목이 익숙해서 그런지 ‘분홍신’이라는 이 영화의 제목을 봤을 때 빨간 구두를 쉽사리 연상시키기 힘들었다. 어쨌든 신발에 대한 욕망과 집착, 그리고 발이 잘리는 불행한 결말을 맞게 된다는 점에서 빨간 구두의 영향을 받은 게 확실하다. 다만 동화의 나름 교훈적인 요소보단 공포영화답게 저주에 의해 발이 강제로 잘리며 사망하는 결말을 맞게 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분홍신에 빙의한 영혼에 대한 나름의 내력을 더해 안데르센의 잔혹동화 빨간 구두와 차별점을 뒀다.

-이 영화를 만든 김용균 감독의 전작 와니와 준하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김희선이 출연한 영화 중 거의 유일하게 평이 좋았다고 하더라고...- 감독에 대한 평가는 제쳐두고,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든 힘은 오로지 주연을 맡은 김혜수에게 있었다. 김혜수가 맡은 선재라는 캐릭터는 분홍신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는 역할을 담당함과 동시에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라는 원흉된 자의 포지션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런 캐릭터는 배우의 빼어난 연기력이 없으면 이도저도 아닌 어설픈 캐릭터가 되기 십상인데, 김혜수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이 어려운 캐릭터를 빼어나게 표현해냈다.

-팸플릿에 언급된 대로, 이 영화는 ‘여자’로서의 욕망을 분홍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초반부에 친구가 우연히 주운 분홍신을 우격다짐으로 뺏는 여학생이나, 지하철에 주운 것뿐인 분홍신을 탐내는 딸 태수와 몸싸움까지 벌이는 선재의 모습 등은 욕망이 목숨을 걸만큼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장면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와 다른 이 영화의 특징은 빨간 구두에 대해 딱히 기원을 언급하지 않은 안데르센의 동화와 달리, 분홍신이 저주의 매개체가 된 사연이 소개된다는 점이다. 분홍신을 둘러싼 치정과 살인, 그리고 저주는 저래서 사람을 잡는 구두가 됐구나...라는 감흥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영화를 보면 주인공 선재와 분홍신의 주인이었던 옥이는 여러 면에서 비슷한 인생을 살앗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잇는데, 선재는 남편과 딸을 아끼는 아내이자 어머니에 충실했지만, 남편은 바람을 피웠고, 딸은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해서 그런지 아빠 언급을 자주 하고 있다. 영화 후반부에 남편 대신 자신에게 잘해주고 관계까지 맺은 인철 역히 그녀에게 등을 돌리게 된다. 옥이도 잘 나가던 무용수였지만 애인의 바람과 라이벌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분홍신을 빼앗기게 되니 참 닮은 인생이다... 싶었다.

-김혜수의 빼어난 연기력 만큼이나 인상적인 장면이 많은 영화였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장면이었다. 크레딧이 올라가는 도중에 갑자기 화면에 노이즈가 끼고 무섭게 새빨갛게 물들이며 공원으로 전환되는데, 분홍신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걸 본 한 여자가 다가와 그걸 가져가는 걸로 끝을 맺는다. 아직 저주가 끝나지 않았다는 걸 이렇게 표현해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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