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9부 Iron Man: Extremis Episode 3. Loneliness (3) 팬픽, FAN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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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9부 Iron Man: Extremis



Episode 3. Loneliness (3)



“거기 뭐요? 무슨 일이에요?”

토니를 거칠게 제압하고 그에게 수갑을 채우는 여성을 본 한 남자가 나섰다. 토니가 얼핏 보니 그는 보안관 복장을 하고 있었다. 토니에게 수갑을 채운 여자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체포하는 거예요. 보안관이에요?”

“그렇소. 댁은?”

여자는 주머니에서 배지를 꺼내보였다. 배지에는 ‘국가안보국’이라고 적혀있었다.

“국가안보국이요. 이제 됐죠?”

보통 사람이었으면 여기서 물러났겠지만 이 보안관은 달랐다. 그는 왜 신분증이 아닌 배지를 꺼내보이는 거지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 예전에나 배지를 보면서 바로 협조했겠지만, 워낙 위조된 배지가 많아서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FBI, CIA 요원들은 배지가 아닌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협조해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거기다가 이 여자의 건들건들거리는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뇨, 전혀요. 무슨 일인지 알아야겠소.”

“이건 당신 권한을 넘는 일이에요.”

“내슈빌 지부에 연락해 확인해야겠소.”

보안관이 완고하게 나오자, 여자 요원은 슬며시 배지를 쥔 손을 등 뒤로 한 채 기분 나쁘게 웃었다. 그녀의 손이 붉게 빛나면서 배지가 뜨겁게 달궈지는 것을 본 토니는 급히 데이비스 부인을 보았다. 데이비스 부인도 여자의 손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보고 있었는데, 토니의 눈짓을 느끼곤 그를 보았다. 토니가 눈짓으로 서류를 숨기라고 하자 데이비스 부인은 얼른 알아듣고 서류를 근처 소파 밑으로 밀어 숨겼다.
토니와 데이비스 부인이 작당하고 서류를 숨긴 것을 모른 채 여자 요원은 붉게 달아오른 배지를 손에 쥔 채 비웃음을 가득 담아 중얼거렸다.

“조용히 처리하려 했는데 재미 봐서 나쁠거 없지.”

“부관, 이 여자를…….”

보안관이 부관을 부르려고 했을 때 여자 요원이 한 발 먼저 움직였다. 그녀는 붉게 달아오른 배지를 보안관의 얼굴에 대고 문질렀고, 엄청난 열기를 내뿜는 배지에 의해 보안관의 얼굴은 끔찍하게 일그러졌다.
보안관의 비명을 들은 부관이 급히 달려오자, 여자는 보안관을 방패로 세우더니 붉게 달아오른 손으로 보안관과 부관을 동시에 꿰뚫어버렸다. 그 어마무시한 광경을 본 토니는 기겁했다. 인간의 신체는 약하다면 약할 수 있지만, 튼튼한 부분은 생각외로 튼튼했다.
복부에는 뼈가 없지만 신체 주요 장기들이 있는 만큼 두터운 지방과 근육들로 보호되고 있는데 저걸 아무렇지 않게 꿰뚫어버린 것은 저 여자가 엄청난 괴력과 함께, 손에서 엄청난 고열을 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안관의 권총을 빼앗은 여자는 보안관과 부관의 미간에 총알을 박아 넣어 그들을 죽여버렸다. 보안관과 부관을 죽인 여자가 보니 토니는 이미 펍 바깥으로 도망친 뒤였다. 토니를 잡는 것도 좋지만 중요한 서류만 확보되면 된다고 생각한 여자가 테이블을 봤지만, 토니가 데이비스 부인과 함께 작당해서 숨긴 서류가 그 곳에 있을리 만무했다.
거기다 토니는 정문으로, 데이비스 부인은 후문 쪽으로 도망쳐버려, 여자 입장에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쫓아가야했었다. 

“파티하고 싶어? 그럼 날 따라와!”

토니와 데이비스 부인을 두고 고민하던 여자를 도와준 것은 다름 아닌 토니였다. 토니는 수갑이 채워진 채로 펍 바깥에서 여자를 향해 자신을 따라오라고 소리쳤다. 
천재, 바람둥이, 억만장자, 박애주의자의 도발 덕분에 여자는 데이비스 부인을 내버려두고 토니를 향해 쫓아오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를 잡아야하기도 했으니, 그를 쫓은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자신의 생각대로 여자가 자신을 쫓아 펍에서 나오자 토니는 사람들을 피해 도망치려고 했는데, 그때 어떤 남자를 보곤 멈춰 섰다. 갑작스런 총성과 살인으로 인해 패닉 상태가 된 사람들 사이에서 이 남자, 에릭 사빈은 너무도 태연하게 행동했다. 사빈은 차에서 내리며 토니를 향해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손을 들어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그리곤 마시고 있던 커피를 바닥에 버리고는 품에서 권총을 꺼내 토니를 겨누었다.

놀란 토니는 급히 반대로 몸을 돌려 달아났고, 사빈이 토니의 등을 권총으로 맞추려는 그 순간 어디선가 눈뭉치가 날아와 사빈의 손을 맞췄다. 다시 한 번 총성이 울려퍼지긴 했지만 이번에는 사상자가 없었다. 누군가의 방해로 토니를 죽이지 못한 사빈이 성난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에게 눈을 던진 사람이 누군지 찾을 수 없었다.

사빈이 놓친 사이, 토니는 주위를 살펴보다가 인적이 드문 가게를 발견하곤 그리로 도망쳤다. 진열창을 깨고 가게 안으로 들어온 토니는 다리를 끌어안은 뒤, 수갑을 채운 손을 앞으로 돌렸다. 뒷짐을 진 채 수갑이 채워졌기에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제대로 도망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가게 안을 살펴보니 영업을 종료한 식당이었는데, 토니는 자신에게 도움이 될만한 물건이 있는지, 가게 안을 살펴보았다.
수갑 찬 손을 앞으로 빼낸 토니는 자신을 쫓는 여자가 펍에서 나와 자신이 있는 가게로 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손에는 샷건이 들려 있었는데, 그녀의 뒤에 한 남자가 손을 들고 서 있는 걸 봐선 그에게서 뺏은 듯 했다.
가게에 있는 토니를 보자마자 여자는 샷건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고, 토니는 그녀의 총격을 피해 주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여자의 총격은 토니를 아슬아슬하게 놓쳤다. 

주방 안으로 들어온 토니는 주방에서 홀로 통하는 문 쪽으로 다가가 여자가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보려고 했다. 홀 쪽으로 고개를 살며시 빼내던 토니는 여자가 거기에서 자신을 보고 생긋 웃고 있는 것을 보고 기겁하며 일어섰다.
여자는 토니를 붙잡고는 그의 뺨을 한 대 후려쳤다. 갑자기 맞은 충격에 어안이 벙벙하던 토니의 다리를 잡더니 그대로 공중회전을 시켜 바닥에 넘어뜨렸다. 아무 능력 없는 일반인이라고 해도 이 여자는 건장한 성인남자인 토니를 한 손으로 장난감 다루듯이 하고 있었다.
배지를 붉게 달아오르게 만들어거나, 보안관과 부관을 붉게 달아오른 손으로 꿰뚫어버린 것처럼 이 여자에겐 엄청난 발열 능력과 함께, 괴력이 있는 듯 했다.
그렇게 판단한 토니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뒤, 조리장을 디딤대 삼아 여자의 목을 수갑줄로 잡아챘다. 그리곤 주방에서 홀로 음식을 내오는 창으로 다시 주방 안으로 들어왔고, 수갑줄로 여자의 목을 계속 졸랐다. 아까도 말했지만 건장한 성인 남자인 토니가 자신의 전 체중을 실어 목을 조르고 있었지만 여자는 여유만만이었다. 오히려 여자의 목이 붉게 달아오르면서 토니의 수갑줄이 붉게 변하더니 어느새 끊어져버렸다.

여자의 발열 덕분에 토니는 수갑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토니는 서둘러 수갑을 떼어낸 뒤 근처애 있는 기름통의 뚜껑을 열고 홀로 향하는 문을 향해 던졌다. 기름통에서 기름이 흘러나온 것을 본 토니는 아직도 뜨거운 열을 내뿜고 있는 수갑 조각을 그쪽으로 찼다.
수갑 조각에서 나온 열은 기름에 옮겨 붙었고, 기름통을 활활 태우면서 홀에서 주방으로 들어오는 문을 불길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보통 사람이면 불길을 제압하지 않는 이상, 주방 안으로 들어오기 힘들었겠지만, 저 여자는 저 불길을 해치고 주방 안으로 들어올 게 분명했다. 토니는 주방 안을 서둘러 살펴보았다. 무기가 될 만한 것이 없으면, 저 여자를 날려버릴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야 했다.
주방이기 때문에 가스통이 있었고, 전자레인지도 있었다. 그리고 대형 냉장고도 있는 것을 본 토니는 전자레인지를 열고 그 안에 작은 과도를 던져넣었다. 서둘러 버튼을 조작해 전자레인지를 작동시킨 토니는 불길을 해치고 주방 안으로 들어오는 여자를 보며 말했다.

“너보다 뜨거운 여자랑 연애 질리도록 해봤거든?”

불길을 해치고 주방 안으로 들어온 여자는 불길로 인해서인지 온 몸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주방 안에 있는 토니를 보곤 얼굴 가득 비웃음을 담았다.

“고작 그거야? 어설픈 속임수랑 썰렁한 말빨?”

“그거 내 자서전 제목으로 삼아야겠는 걸?”

그렇게 말한 뒤, 토니는 가스통 연결선을 빼버렸다. 주방 옆의 쪽문으로 나간 토니는 대형 냉장고의 문을 열고 앞으로 올 충격에 대비했다. 
주방 안으로 들어온 여자는 과도 때문에 스파크가 미친 듯이 튀고 있는 전자레인지와 가스를 맹렬히 토해내고 있는 밸브, 그리고 어느새 사라진 토니 스타크를 보곤 사태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눈으로 훑기만 해도 상황 파악을 할 수 있는 똑똑한 두뇌를 가진 토니가 아니었던 터라 여자의 주방 안 상황 파악은 현저히 느릴 수 밖에 없었다.
상황 파악이 늦은 대가는 주방에서 일어난 엄청난 대폭발이었다. 전자레인지에서 시작된 폭발은 가스를 타고 주방 전체로 퍼졌고, 그 폭발의 충격은 고스란히 여자에게 쏘아졌다. 폭발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폭발의 충격이 한쪽으로 쏠린 탓에 여자는 그대로 가게에서 튕겨져 나가 전신주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됐다. 그대로 즉사했는지, 전신주에 매달린 여자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냉장고 문으로 폭압에서 자신을 보호한 토니는 비틀비틀 거리며 가게를 나왔다. 폭압에서 자신을 보호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충격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무리였는지, 토니는 심하지 않은 현기증을 느끼며 가게를 나왔다.
가게를 나온 토니는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자, 그쪽을 보곤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그곳에는 토니가 폭발로 날려버린 여자처럼 붉게 달아오른 손과 얼굴을 한 에릭 사빈이 있었다. 그는 로즈힐의 곳곳에 설치된 물탱크 아래 있었는데, 그의 붉게 달아오른 손은 물탱크의 지지대 중 하나를 녹이고 있었다. 토니가 자신을 보자, 사빈은 히죽 웃으며 물탱크 지지대를 녹여서 접어버렸고, 지지대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물탱크를 터지면서 그 안에 담겨있는 물이 토니를 향해 쏟아졌다.

수백 리터에 달하는 물이 한바탕 휘몰아치고 난 뒤, 토니는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건물 잔해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누워 있었는데, 자칫 잘못하면 날카로운 잔해들에 의해 찔릴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순간을 겨우 비껴나갔다. 겨우 정신을 차린 토니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그의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부러지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잔해들 사이에 발이 끼어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다리를 꼼짝 못하게 잡고 있는 잔해들을 살펴본 토니는 지렛대 원리를 응용하면 다리를 빼낼 수 있겠다는 걸 파악해냈다. 그래서 지렛대로 쓸 쇠파이프 같은 게 없는지 살펴보고 있을 때 누군가 토니 앞에 나타났다. 
능글능글한 미소를 얼굴 가득 담고 있는 그는 에릭 사빈이었다. 

“이봐, 스타크. 크리스마스 선물로 뭘 받고 싶어? 아니, 이 말을 하려던 거야. 망할 놈의 파일 내놔!”

사빈은 아까 떨어뜨린 권총을 들고 있었다. 토니의 미간을 정확히 겨눈 그의 권총은 당장이라도 토니의 머리를 꿰뚫어버릴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토니 나름대로 대비책을 마련했지만, 그 대비책을 사용하는 것 보단 사빈이 방아쇠를 당기는 게 더 빠를 게 분명했다.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야하나 두뇌를 필사적으로 가동시키던 토니와, 토니에게서 파일을 받아낸 뒤 그를 어떻게 죽일까 생각하고 있던 사빈의 시선을 동시에 끈 사람이 있었다.
그는 조용히 나타나 “이봐!”라고 소리쳐 두 사람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끌어냈다. 그 사람이 웬우라는 걸 알아차린 토니는 급히 대비책을 사용했다.

“똑똑한 사람들은 항상 대비책을 세워놓지!”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뻗은 토니의 오른손에는 리펄서 건의 사출구가 나타났다. 아이언맨 슈트를 당장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토니는 웬우의 차고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간이 리펄서 건을 만들어낸 것이다. 토니의 손바닥에 나타난 간이 리펄서 건은 리펄서 블래스트를 발사했고, 하얀 섬광과 불꽃은 사빈의 얼굴을 날려버렸다.

사빈의 얼굴을 날려버린 토니는 바로 근처에 있는 각목을 들어 자신의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건물 잔해를 들었다. 무척 무거운 잔해들이었지만 지렛대 원리를 이용하니 간단하게 들어올려졌고, 토니는 손쉽게 다리를 빼낼 수 있었다.
구속에서 풀려난 토니는 쓰러진 사빈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서 다가가서 보니 리펄서 블래스트의 무지막지한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리 급조해서 만든 거라고 하지만, 리펄서 블래스트는 사빈의 얼굴을 말 그대로 뭉개버렸다. 시간이 충분하면 그의 시체를 충분히 조사해 그의 몸이 붉게 변하면서 기묘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토니에겐 시간이 없었다.

아까 사빈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기억해낸 토니는 그의 주머니를 뒤졌다. 뒤진 이유는 당연히 그의 차를 빼앗아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그의 차를 빼앗으면 이동하기 편해지는 것은 물론, 아이언맨 슈트를 싣고 다니면서 충전을 할 수 있다는 것 모두 계산해둔 행동이었다.

주머니에서 차키를 찾아낸 토니는 사빈의 주의를 끌어 자신을 구해준 웬우에게 다가가 고맙다는 인사부터 건넸다.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고맙다는 말은 됐습니다. 그런데 저 자들은 도대체 뭔가요?”

“정체불명의 인간들인데, 일단 만다린의 수하인 거 같네요. 저 인간은 내 집을 부순 만다린의 전투헬기의 타고 있었거든요.”

“그럼 저 전선 위에 걸려 있는 여자도…….”

“저 여자는 그때 있진 않았지만, 날 공격하고 저 인간과 같은 능력을 사용했으니 같은 패거리겠죠.”

그렇게 말하면서 토니는 급히 펍으로 향했다. 펍으로 들어간 토니는 아까 데이비스 부인이 숨긴 파일을 가지고 나왔다. 파일을 한번 살펴본 토니에게 다시 웬우가 다가왔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가만히 있는 건 내 성격에 안 맞아요. 만다린 패거리들이 내 집을 부수고, 내 친구를 다치게 했으니, 이번엔 내 차례입니다. 놈들의 본거지로 쳐들어갈 거에요.”

“하지만 슈트는 지금 사용 못하잖아요.”

“차가 있으니 거기에 슈트를 싣고 다니면서 놈들의 본거지를 찾아보려고요.”

“혼자 움직일 작정입니까? 어벤져스에게 연락을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딱히 도움을 요청할 정도의 사건은 아니네요. 어벤져스는 이것보단 더 큰 사건에 움직여야죠.”

그렇게 말한 뒤, 토니는 사빈의 차 문을 열고 파일을 조수석에 던져놓고, 운전석에 앉았다. 운전석 창문을 연 토니는 웬우에게 말했다.

“차고 비밀 번호는 어떻게 되죠? 슈트를 가지고 나와야해서요.”

“……아까도 말했지만, 가장 중요한 말을 빼먹는 나쁜 습관이 있군요.”

“예?”

“아까는 ‘부탁합니다’고, 이번엔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게 먼저겠죠?”

온화한 얼굴이었지만, 왠지 모를 노여움을 웬우의 얼굴에서 읽은 토니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이제까지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그럼 이제 차고 비밀번호를 알려주겠어요?”

“196450입니다. 더 도와줄 일은 없나요?”

“없습니다. 그럼!”

말을 마치자마자 토니는 웬우의 집을 향해 차를 출발시켰다. 멀어지는 토니의 차를 보던 웬우는 피식 웃더니 인근 골목에 세워둔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 

차 문을 열려던 웬우는 인근 골목을 보더니 그리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가 발걸음을 옮긴 골목은 이 난리통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에 크게 들어오지 않는 한적한 곳이었고, 그곳은 아까 토니가 급조한 리펄서 건으로 머리를 날려버린 에릭 사빈의 시체가 있는 장소가 잘 보이는 장소이기도 했다.
골목 안으로 들어온 웬우는 멀리 보이는 사빈의 시체를 보더니 조용히 중얼거렸다.

“흠, 지금 보니 익스트리미스도 그리 대단한 게 못되는 군. 저 정도 상처에 대한 복구가 이렇게까지 오래 걸리다니…….”

“그래서 네스츠에서는 익스트리미스를 실패작으로 규정했습니다.”

웬우의 말을 받아준 사람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백색 정장과 망토, 그리고 같은색의 실크햇을 쓴 남자였는데, 매끈한 얼굴에 걸쳐진 모노클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웬우와 마찬가지로 사빈의 시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그 자가 반드시 방법을 찾겠다면서 들고 네스츠를 나가버렸지만요.”

“네스츠의 규율이 예전만 못한 거 같소만…….”

“원래 강력한 규율에 매일 집단이 아니었으니까요. 그저 미치광이 과학자 몇이 모여 만들었으니 당연히 내부 규율이란 게 없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지금 네스츠는 내부 정치로 정신이 없지 않소이까? 초인집단과 인간중심주의자들의 내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만.”

“그 덕분에 뒤처리할 인력도 없어서 고생 중이라죠.”

모노클의 남자는 갑자기 뭔가를 발견하더니 씩하고 웃었다. 그가 발견한 것은 웬우도 발견했었는데, 그건 이제까지 죽은 듯 누워있던 사빈이 천천히 고개를 흔들며 일어나고 있는 광경이었다. 토니의 리펄서 건에 의해 파괴된 머리가 익스트리미스의 힘에 의해 모두 복구됐는데, 그럼에도 아직 정신을 제대로 못 차렸는지 일어서서 걷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사빈이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걸 보면서 모노클의 남자가 웬우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저희 총수께선 이번 일은 전적으로 저희 잘못이니 계파와 상관없이 해결하라고 하셨습니다만…….”

“도움은 고맙지만, 이번 일은 이쪽에서 처리한다고 전해주시오.”

온화한 얼굴 속에서도 매서운 칼날을 느낀 모노클의 남자는 알았다는 듯 더 말을 하지 않고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웬우는 비틀거리며 어디론가 걸어가는 사빈을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보았다.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