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9부 Iron Man: Extremis Episode 1. Insomnia (4) 팬픽, FANFIC


SAGA Universe 




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9부 Iron Man: Extremis



Episode 1. Insomnia (4)


아이언맨이라는 슈퍼 히어로를 탄생시키는데 일조한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는 많은 나라에서 여행금지 국가로 분류될 정도로 국내 정세가 안정되지 않은 ‘혼란’이란 단어가 매우 잘 어울리는 곳이다.
1919년 8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1970년대 말부터 내전 상태가 고착화된 세계 최빈국이자 후발 개발도상국이다. 반세기 동안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과 2번 싸우고 내전이 3번이나 터졌으며 정치체제가 6번 바뀔 정도로 정세가 혼란스럽다. 그에 걸맞게 국호도 반세기 동안 다섯 번이나 바뀌었을 정도다.

이런 아프가니스탄의 혼란한 상황을 이용해 자신들이 은신하고 있는 자역에서 활개를 치며 갖가지 만행을 저질러 오던 테러리스트 조직이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 ‘텐 링즈’라고 불렀으며, 약탈은 기본으로, 납치, 인신매매, 마약 판매 등 돈이 되는 온갖 더러운 일을 하는 단체였다. 
그들의 리더는 라자로, 한때 아프가니스탄 내 최대 군벌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부하들과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최첨단 무기를 갖고 있었지만 아이언맨의 탄생에 일조하고, 이후 캡틴 아메리카에게 조직의 근본까지 털린 이후로는 몇 안 되는 부하들과 근근히 먹고 사는 초라한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전락했다.

한때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대표를 납치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동네 조직폭력배 수준으로 전락해버린 조직을 이끌며 라자는 열심히 부하들을 이끌고 인근 마을이나 군부대를 약탈하며 악착같이 버티고 있었다.
텐 링즈라는 조직 이름을 쓸 수 있도록 ‘그 분’의 허락을 받았을 때만해도 아프가니스탄의 불안한 정세를 영리하게 이용하며 자신의 조직을 군벌이라고 부를 정도로 확장했지만, 지금은 슈퍼히어로를 건드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었다.
부하들과 함께 트럭 몇 대에 나눠타고 아프가니스탄의 사막을 지나던 라자는 사막 저편에 무언가를 발견하곤 망원경을 들어 확인했다. 망원경을 통해 보인 것은 한 여자가 트럭의 본네트를 열고 열심히 수리를 하는 광경이었는데, 이를 본 라자는 ‘여자’, ‘트럭’, ‘트럭에 실린 물자’라는 세 가지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곤, 운전석에 있는 부하 압부 바카에게 말했다.

“저리로. 먹이감이 있다.”

“알겠습니다!”

라자의 명령에 의해 그를 따르는 3대의 트럭은 사막을 가로질러 달려갔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이들은 여자와 트럭을 포위하곤 바로 총격을 가했다. 

탕!! 타탕!! 탕탕탕!!

총을 쏘긴 했지만 여자를 노린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매우 귀한 상품이었기 때문에, 이들이 노린 것은 트럭의 타이어였다.
트럭의 타이어를 모두 고장낸 라자의 부하들은 타고 있던 트럭에서 내리며 여자와 트럭을 포위했다. ‘나 도적이오’라고 말해주는 차림새의 건장한 체격의 사내들이 백 단위로 튀어나왔고, 이들의 손에는 각종 총기류가 쥐어져 있었다.
한때 최대 군벌 자리까지 노렸던 라자의 부하들인 만큼, 여자와 트럭을 포위하는 솜씨나 타이어를 고장내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라자는 트럭에서 내리지 않았다. 이런 사소하고 잡다한 일을 맡아서 하는 건 압부 바카의 몫이었다. 굴미라라는 마을을 털다가 아이언맨에게 되려 죽을 뻔한 이후부터 사람이 좀 맛이 갔다고 할 정도로 압부 바카의 상태는 영 아니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중년 남성의 체형과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실로 혐오감이 들 정도로 살이 디룩디룩 쪘고, 수염이 돋아난 둥근 얼굴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에는 탐욕이 가득 어려 있었다. 거기다 한번 죽을 뻔한 이후로는 후사 남기기에 모든 걸 걸었는지, 여자를 보기만 하면 일단 강간부터 하고 봤다. 
운전석에서 내린 압부 바카는 트럭 본네트를 닫으며 자신들을 보고 있는 여자를 이래저래 훑어보더니 그 추잡스러운 얼굴에 탐욕이 가득 어린 미소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크크크……. 트럭을 몰고 홀로 여행 중인 여자라……. 간만에 큰 먹이가 들어왔군.”

압부 바카와 더불어 다른 부하들 역시 탐욕이 가득 어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보통 이런 이들에게 걸린 경우 상당수가 긴장감이 가득 어린 표정으로 대처 방법을 아주 열심히 구상하겠지만, 트럭과 함께 있던 여자는 별반 표정의 변화 없이 태연하게 이들을 보았다. 그러다 부하 중 하나가 멋으로 몸에 감고 다니는 텐 링즈의 깃발을 보고는 눈매가 매섭게 변했다.

“텐 링즈인가?”

“텐 링즈인가? 지금 네 상황이 어떤지 알고나 지껄이는 거냐? 우리는 위대한 텐 링즈의 일원이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와 전면전을 치른 이후론 군세가 줄긴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위대한 성전을 이어나가고 있지. 우리의 이름을 알고 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간단히 알려주지. 트럭에 담긴 모든 것을 트럭 째 이 쪽으로 넘기면 된다. 그리고 넌 그 몸으로 나에게 한동안 봉사해 주면 그 어떤 위해도 입지 않을 거다.”

대놓고 육노예가 되라는 말에도 여자는 어떤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압부 바카를 쳐다볼 뿐이었다. 이후에 압부 바카가 ‘한동안 증기고 나서 괜찮다 싶으면 잘 아는 사창가로 팔아줄 용의가 있다’는 말을 하자, 듣다 못한 라자가 그만하고 여자와 트럭을 챙기기나 하라고 말하려는 순간, 라자와 부하들, 그리고 그들이 타고 온 트럭 전부를 삼켜버릴 만큼 크고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갑자기 일어난 대폭발에 이렇게 꼴사나운 몰골로 나자빠진 라자는 겨우 트럭에서 빠져나왔다. 트럭에서 나온 라자가 보니, 자신의 부하들은 이미 처참한 몰골이 되어 전부 죽어있었고, 절제 못한 성욕을 드러낸 압부 바카의 비대한 몸은 사막의 모래에 반쯤 파묻혀 있는데 머리부터 거꾸로 처박혀 있음에도 전혀 움직임이 없는 것을 봐선 그 역시 죽은 듯 했다.

순식간에 모든 부하들을 잃은 라자는 기관총을 들어 여자와 트럭이 있는 방향을 겨누었다. 폭발로 인한 모래가 아직도 자욱하게 날리고 있는터라,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았지만 어디든 겨누어야 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총을 겨누며 부들부들 떨면서 라자는 이전 오베디아 스탠에 의해 죽을 뻔 했던 과거가 기억났다. 그때 스탠의 간계에 의해 온 몸이 마비되는 불상사를 겪었고, 그로 인해 죽을 뻔 했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남았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도 모른채 죽을 수 없었다. 기관총을 겨누며 주위를 경계하던 라자는 모래 먼지를 헤치며 다가오는 그림자를 보았고, 그 그림자가 실체를 드러낸 순간, 그는 공포로 몸을 떨어야 했다.

“서, 설마…….”

그림자는 아까 라자와 부하들이 약탈하려고 했던 여자가 아니었다. 그는 라자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중년의 동양인 남자로, 온화한 미소가 인상적인 미중년이라고 불릴만한 자였다. 아프가니스탄의 사막에 어울리지 않는 흰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양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렸고, 그렇게 드러난 그의 양 손목에는 각각 5개의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온화하기 그지 없는 얼굴이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범접할 수 없는 살기도 피어오르고 있었다. 온화함과 살기가 공존하는 기묘한 얼굴을 한 채 남자는, 라자에게 걸어왔다.
남자가 걸어오면 걸어올수록 라자의 머릿속에 이성이라고 하는 것이 증발해 가고 있었다. 그나마 남아있던 몸의 감각도 함께. 그리고 그 남자는 몸도 마음도 하얗게 질려버린 라자에게 다가와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구나, 라자.”

그 얼굴에 인정 따위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제야 라자는 알 수 있었다. 진작에 버렸어야 할 이름을 지금까지도 계속 썼다는 것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만들었는지를…….
자신과 부하들은 절대 건드려선 안 될 것을 건드리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뼈아픈 대가를 이제 치러야하며, 그 대가를 받아내기 위해 온 이는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되는, 지옥에서 이제 막 나온 악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라자는 급히 기관총을 버리고 하얀 남자에게 무릎을 꿇었다. 반드시 죽겠지만, 어떻게든 살 수 있는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여야 했다. 

“사,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마스터!”

자존심 같은 건 이 상황에서 필요 없었다. 상대는 자신의 부하들을 일격에 죽여버린 차원이 다른 강자였다. 그런 이에게 괜한 자존심을 부릴 이유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라자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하얀 남자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라자와 눈 높이를 맞췄다.

“제발 부탁입니다, 마스터.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어쩌다……. 어쩌다 이리 망가졌느냐?”

하얀 남자는 손을 들어 라자의 일그러진 얼굴을 어루만졌다. 토니 스타크가 아프가니스탄의 동굴에서 탈출했을 때 그에게 당했던 상처를 걱정해주는 마스터의 자비로움에 라자는 그만 눈물을 흘렸다.  라자가 눈물을 흘리자, 하얀 남자는 손수건을 꺼내더니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울지 말거라. 내 오늘 너의 실패를 질책하려 했으나, 너의 이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구나. 내가 이름을 쓰도록 허락한 제자들 중에서도 매우 유능했던 네가 이렇게까지 망가지다니. 안타깝다.”

“……마스터.”

“역시 토니 스타크의 머리와 스타크 인더스트리를 이용하려고 했던 건 내 과욕인 듯 했구나. 유능한 부하를 잃고, 이쪽 지부가 아예 박살이 났으니 말이다.”

“아닙니다, 마스터. 제 목숨을 살려주신다면 이번에야 말로 아이언맨을! 토니 스타크를 죽여버리겠습니다! 텐 링즈의 이름을 더럽힌 그 자를!”

토니를 죽여버리겠다고 맹세하는 라자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던 하얀 남자는 말 없이 일어섰다. 그리곤 라자에게 더 눈길을 주지 않고 천천히 아까 왔던 길을 도로 걸어가버리기 시작했다. 하얀 남자가 어떤 확답도 주지 않을 것에 이상함을 느낀 라자는 자신의 눈앞에 검은 날개에 화려한 보라색 무늬가 그려진 나비가 나타난 것을 보았다.
갑자기 나타난 화려한 무늬를 가진 나비를 신기해하며 손가락을 가져다댄 라자는 그 순간 이 세상에서 증발되고 말았다. 라자가 있던 자리가 폭발하고, 그의 시체가 조각조각 분해되는 것을 지켜본 남자, 지신은 자신의 옆으로 말없이 걸어가고 있는 하얀 남자에게 허리를 숙여 예를 갖췄다.

“배신한 분파는 이걸로 모두 척결했습니다. 모든 것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하얀 남자의 말에 지신은 ‘무슨 뜻이냐’고 묻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그때 라자와 부하들을 끌어들인 미끼 역할을 한 여자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옅은 금발, 탄탄하고 다부진 몸매를 가진 여자는 하얀 남자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마스터를 뵙습니다.”

“수고 했다, 마르자나. 이번 일은 네 공이 크다.”

“과찬이십니다. 그리고 이것을…….”

마르자나라고 불린 여인은 하얀 남자에게 무언가를 건넸는데, 그것은 아까 라자의 부하 하나가 자신의 몸에 대충 둘러매고 있던 텐 링즈의 깃발이었다. 하얀 남자는 텐 링즈의 깃발을 보더니 한탄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로부터 깃발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지. 군기를 지키는 기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요했다. 적에게 우선적으로 노려지는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게 임무였기 때문에 담대한 이들이 맡는 명예로운 직책으로 여겨졌다. 그렇기에 군기를 빼앗기는 것은 매우 불명예스러운 일로 간주됐지.”

“…….”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물건을 이리 함부로 대하다니. 라자는 이제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구나.”

그렇게 한탄하며 하얀 남자는 지신, 마르자나와 함께 사막 모래를 걷기 시작했다. 그들의 발걸음이 어느 정도 이어졌을 때 그들의 앞에는 커다란 수송기가 나타났는데, 쉴드에서 운용하는 퀸젯과 비슷한 모양의 비행기였지만 동체에는 텐 링즈의 마크가 커다랗게 그려져 있었다. 
하얀 남자와 지신, 마르자나는 말없이 수송기를 향해 걸어갔고, 수송기의 비행준비를 하던 이들은 하얀 남자를 보자마자 바로 머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 그들 중에는 경극 화장 풍의 가면을 쓴 이와, 거구에 한쪽 손이 없는 대신 커다란 칼날을 가진 이도 있었다.

“이제 어디로 향하실 겁니까?”

수송기에 오르려는 하얀 남자에게 지신이 묻자, 남자는 라자와 부하들이 죽은 쪽을 바라보더니, 조용히 중얼거렸다.

“만다린이란 놈을 잡아야겠지.”


병원이라는 곳은 다친 사람을 치료하고, 죽을병에 걸린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곳이지만, 많은 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어려운 공간이었다.
인간의 병이라는 것은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방식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인간들은 병의 예기치 않은 방문을 막기 위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온갖 과학기술을 쏟아 넣어 각종 진단장비들을 만들어냈다.

째깍째깍째깍째깍…….

보통 병원이라면 아픈 환자들로 북적거리는 공간을 많이 상상하겠지만, 부유층들을 전담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병원은 그런 풍경을 보기 쉽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만을 위한 조용하고 안정된 환경을 조성해놨기 때문에 환자 수보다 의료진의 수가 더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계의 나사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조용한 VIP 병동에서 한 남자가 초조하게 의료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단정하게 빗어넘긴 머리와 검은 뿔테안경, 뭔가 뺀질거리는 인상을 주는 이 남자의 이름은 저스틴 해머. 해머 어드밴스드 웨폰스 시스템즈라는 굴지의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CEO 였다.
자칭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라이벌이라고 하고 있지만 스타크 인더스트리와 비교해 해머 사의 총 규모는 이전부터 비교하기 살짝 민망한 수준이었고, 군수사업에서 철수한 뒤에 아크 리액터를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뛰어들어 대박을 친 스타크 인더스트리와 비교하는 거 자체가 실례가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그래도 스타크 인더스트리가 토니의 명령에 의해 군수사업에서 철수한 덕분에 그 분야 1인자가 되어 나름대로 떵떵거리고 있는 굴지의 군수 기업을 이끄는 총수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걸까?
초조한 기색이 역력한 해머에게 간호사 한 명이 다가와 그에게 검사할 때 입는 옷을 내밀며 말했다.

“입고 있는 옷은 모두 탈의해주세요. 장신구도 모두 빼주시고요.”

평소라면 해머가 농담을 건넸을 정도의 미인이었지만, 해머는 어디로 정신이 팔려있는지 농담 같은 건 할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초조한 얼굴 만큼이나 긴장감이 역력한 손길로 해머는 입고 있는 아르마니 정장 웃옷부터 천천히 옷을 벗어나갔다.
저스틴 해머가 병원에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얼마 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우연히 찾은 병원에서 암이 의심된다는 진단과 함께 병기가 매우 진행된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우연히 찾은 병원에서 받은 소견이니 오진일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하에 해머는 자신의 주치의를 찾았다. 그의 진료 스케줄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해머 자신의 건강이었으니까.
간호사의 지시대로 검사를 위한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해머는 각종 의료기기에 의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사를 받았다.
CT, MRI와 같은 커다란 의료기기부터 혈액 및 소변 검사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다 마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족히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초조하게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해머에게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가 찾아왔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해머의 맞은편에 앉은 의사는 환자의 검사 결과가 적혀있는 서류를 들고 있었는데, 해머는 그 검사 결과지가 자신의 것임을 알았지만, 자신이 읽을 수 없는 용어들로 적혀있는 걸 알고, 보여달라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초조한 해머만큼이나 그의 검사 기록지를 보는 의사의 표정 역시 좋지 않았다. 한참을 기록지를 보던 의사는 헛기침을 하더니 해머에게 검사 결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른 병원에서의 검사 결과는 들으셨죠? 안타깝지만 제 소견 역시 같습니다. 그러니까 제 말씀은…….”

“난 죽는다는 군요.”

의사의 진단에 해머의 얼굴 가득했던 초조의 기색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금까진 검사결과가 다를 수 있을 거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지만, 이젠 그 기대가 모두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해머의 주치의는 안경을 고쳐쓰면서 검사 기록지에 있는 내용을 설명해줬다.

“적혈구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졌고 주요 장기 대부분이 기능을 잃기 직전입니다.”

“그런가요? 치료 방법은요?”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딱히 도움 안 되는 말이네요. 내 질문에 대한 답도 아니고.”

“저도 안타깝지만, 해머 씨와 같이 대단한 분이라도 이건 방법이 없습니다.”

언제 병이라는 것이 사람을 가려서 찾아왔던가? 해머는 짧게 한숨을 쉬고는 주치의에게 다시 물었다.

“시간은 얼마나 남았나요?”

“몇 개월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몇 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정확한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요.”

그 말을 끝으로 해머는 주치의가 떠들어대는 소리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의 관심사는 이제 다른 곳으로 향했다. 전신에 퍼진 암세포가 해머를 죽이는 것을 막기 위한 현대의학의 연명치료는 그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죽음을 조금 늦추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러니 일단 치료를 하시는 것이…….”

“됐습니다, 선생. 내가 원하는 것은 확실히 나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지, 연명치료 따위가 아니니까.”

“하지만, 해머 씨…….”

“오늘 나 때문에 진료 스케줄이 죄다 꼬였던데, 그건 나중에 충분한 사례를 하죠. 그리고 만에 하나 내가 죽더라도 당신과 이 병원에 대한 해머 사의 후원은 계속될 겁니다. 그러니 내 비위나 맞추겠다고 어떻게든 치료를 해보자는 말은 하지 마시오.”

해머는 주치의에게 대강의 인사를 건네곤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불쾌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좋지도 않았다. 시한부 인생이 됐다는 선고를 받았는데 묘하게 현실감은 들지 않았다. 그런 기묘한 상태로 병원을 나온 해머는 차에 올라타고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방법을 찾아야했다. 이대로 인생을 마감하는 건 저스틴 해머답지 않았다.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어떻게 일궈낸 권력과 부인데 이깟 암 세포 하나 이겨내지 못하고 죽는 건 너무도 억울했다.
해머는 휴대폰으로 해머 사에 등록된 모든 프로젝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해머 사는 기본적으로 군수업체이긴 하지만, 과거 스타크 인더스트리와 비슷하게 첨단의학기술이나 식량문제 해소를 위한 여러 연구에 기금을 대고 있다.
이제까진 군수산업 외엔 관심이 없었던 분야였지만, 지금은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해머는 절박한 심정으로 해머 사의 자금 출자로 이뤄진 첨단의학기술 관련 프로젝트를 살펴봤고, 그런 그의 눈에 어떤 프로젝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수년 안에 암을 정복할 수 있어요!”

당찬 포부를 밝히며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후원을 해달라고한 어떤 여자를 기억의 저편에서 되살려낸 해머는 빙그시 웃으면서 프로젝트의 이름 ‘Extremis’를 내려다보았다.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