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임상수, 주연: 한석규·백윤식

개봉일: 2005년 2월 3일
서울 관객수: 33만 8025명
전국 관객수: 108만 3962명
“오늘이다. 내가 해치운다!”
헬기에 자리 없다고 대통령과의 행사에 함께 가지 못하고 병원을 찾은 중앙정보부 김부장은 주치의로부터 건강이 안 좋으니 잠시 쉬라는 권유를 받는다. 집무실에서 부황을 뜨던 중 대통령의 만찬 소식을 전해 들은 김부장, 잠시 생각에 잠기지만 이내 수행 비서 민대령과 함께 궁정동으로 향한다. 만찬은 시작되고, 오늘따라 더 심한 경호실장의 안하무인스런 태도에 비위가 상한다.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그는 슬며시 방을 나와 오른팔 주과장과 민대령을 호출하여 대통령 살해계획을 알린다.
“뭐 뽀죡한 수 있겠어? 오케이! 가봐!”
김부장의 오른팔 주과장. 오늘도 여러가지 골치 아픈 일들을 수습하느라 여념이 없는 그는 이런 일들이 이제 지긋지긋하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들려온 만찬 소식에 투덜거리지만 뭐 별 수 있으랴. 함께 할 손님들을 섭외하여 만찬장에 도착한다. 잠시 후, 자신과 민대령을 호출하여 “오늘 내가 해치운다”며 지원하란 김부장의 명령에 잠시 머뭇거리던 주과장, 별 뾰족한 수도 없는 듯 명령에 따르기 위해 바삐 걸음을 옮긴다.
“까라면 까야지… 한 몫 잡을거래잖아, 과장님이”
경비실로 들어온 주과장은 부하 네 명에게 작전을 명령하고 무장시킨다. 명령이라면 무조건 복종하는 충직한 부하 영조와 순박한 준형, 비번임에도 불구하고 끌려나온 경비원 원태, 그리고 해병대 출신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지목된 운전수 상욱까지. 영문도 모른채 주과장의 명령에 따라 각자 위치에서 대기중인 부하들. 침을 꼴깍이며 잔뜩 긴장한 채로 김부장의 총소리를 기다리는데…
모두가 아는 사건이지만, 아무도 모르는 ‘그사람들’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SAGA가 소장 중인 팸플릿에 적힌 내용들
내가 쏘면 행동개시야!
그날, 전대미문의 사건을 벌인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문제적 영화가 온다!
1979년 10월 26일,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진, 그때 그곳에 있었던, 그 사람들
상황은 변하는 거야... 오늘 변한다!
똑똑한 놈들 데리고 날 지원하란 말야, 비겁떨지 말고!
문제의 보스, 김부장///백윤식
외골수에 마초적 기질이 강한 중앙정보부장. 사건당일 대통령 살해계획을 세우고 만찬도중 자신의 오른팔 주과장과 민대령에게 살해계획을 지시한 사건의 주모자.
영화 <범죄의 재구성> <지구를 지켜라>
하긴...뭐 달리 뾰족한 수 있겠어?
오케이, 가봐 쿨하게!
김부장의 오른팔, 주과장///한석규
조용조용 내뱉는 말이 신랄한, 시니컬한 성격의 중앙정보부 주과장.
직속상관 김부장의 갑작스런 살해계획에 따라 부하들을 이끌고 사건 뒷처리를 담당하게 된 사건의 지휘자.
영화 <주홍글씨> <이중간첩> <쉬리> <8월의 크리스마스> <접속> <넘버3>
모두가 아는 사건이지만, 아무도 모르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2005년 대한민국이 주목하는 영화
⇛한국영화 최초의 소재! 그리고 새로운 시선!⇚
⇛한국영화 최고의 결합! - 한국영화 대표급 배우 한석규 백윤식의 만남⇚
⇛웰메이드 그 이상의 완성도! - 규모와 스타일이 살아있는 촬영과 미술⇚
SAGA의 평
-아, 이 문제적 영화를 리뷰할 날이 오다니... 오래전에 본 영화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만큼이나 꽤 부담스럽다.
-먼저 팸플릿 이야기를 하면, 중간에 영화 배급사가 바뀔 정도로 부담스러운 영화인 만큼 매우 단촐하게 구성돼 있다. 본래 이 영화는 CJ엔터테인먼트 배급 예정이었으나, 박정희 대통령 암살이라는 10.26 사건을 다루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는지 부분투자 및 배급 전면 철회했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직계 가족들, 그러니까 자녀들이 살아있고, 박정희라는 인물이 공과 과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인간이기 때문에 영화 팸플릿에는 10.26 정도는 등장하지만 박정희, 김재규와 같은 당시 사건을 연상할 수 있는 단어가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백윤식이 맡은 역할은 김재규가 아닌 김부장이고, 암살의 대상이 된 대통령은 박정희라고 나오지 않는다.
-팸플릿은 주연을 맡은 한석규와 백윤식이 맡은 배역, 그러니까 주과장과 김부장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1979면 10월 26일 그때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게 실려있는 내용의 전부다.
-영화 이야기를 하면, 높으신 분들의 추악한 면을 아주 잘 비꼬는 임상수 감독의 작품다운, 블랙 코미디 요소가 잔득 담겨있는 영화로,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다룬 10.26 사건을 소재로 했다.
-내가 이 영화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쉬리, 텔 미 썸딩 이후로 작품활동이 뜸했던 한석규가 오랜만에 출연하는 영화였고,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매우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백윤식도 함께 출연한다고 해서였다. 무엇보다 나름 역사 덕후인지라,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10.26을 다룬다니 이거 안 볼 수가 없겠더라고.
-나름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를 기대하고 봤지만,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정치 블랙 코미디로, 풍자극 요소가 강하면서, 곳곳에 명장면들이 포진돼 있다. 특히 영화 초반부에 한석규가 맡은 주과장이 중앙정보부의 심문실들을 훑어보면서 윤여정과 딸이 있는 방으로 오는 장면이 있는데, 당시 중앙정보부의 모습을 잘 묘사해낸 것에 감탄하면서 봤다.

-이 영화에서 가장 힘을 쏟는 것은 나라의 수뇌부인 인간들의 한심한 모습들이었다. 김재규를 미화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박정희를 이상하게 그려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일 뿐이고, 이 영화에 나오는 높으신 분들은 멍청함의 끝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높으신 분들의 멍청함 때문에 고생하는 아랫사람은 한석규가 맡은 주과장이 매우 잘 표현해냈다.

-이 영화는 10.26 사건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 그러니까 박정희, 김재규 등의 관련자들을 모조리 돌려까고 있는데, 박정희를 모티브로 한 대통령은 말 같지 않은 논리로 자신의 독재를 정당화하고, 차지철을 모티브로 한 차실장은 대통령을 등에 업고 안하무인의 극치를 보여주지만, 김부장이 대통령을 암살할 때 부들부들 떨면서 도망치는 한심한 인물이다.

-김재규를 보티브로 한 김부장이라고 다를 게 없는게, 대통령 암살을 감정적으로 결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그 감정의 시작은 대통령의 질책과 차실장의 깐죽거림에 있었다. 대통령 암살이라는 중요한 일을 저질러 놓고, 중앙정보부가 아닌 육군본부에 가서 그냥 잔다. 대통령 암살 현장을 수습하는 건 주과장에게 다 떠넘기고 말이지...

-어쩔 수 없이 같은 소재를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을 텐데, 남산의 부장들은 정치색을 배제하고 이병헌 등 각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열연을 보는 재미로 본다면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전부 돌려까고 있다. 남산의 부장들에서 대통령 역을 이성민이 맡았는데, 나름대로 카리스마가 있는 모습으로 나오지만, 여기서는 그냥 색 밝히는 할아버지로 나온다. 이병헌이 맡은 김규평과 달리 이 영화의 김부장은 민주열사가 아닌 허상을 쫓는 돈키호테에 뒷수습도 제대로 못하는 무능한 인물로 그려진다.

-영화를 보다가 놀란 장면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수인 자우림의 김윤아가 심수봉을 모티브로 한 초대가수 역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거였다. 일본 엔카를 영화 내에서 부르는데, 실제로 심수봉은 엔카를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 후반부에 김부장이 체포되어 끌려갈 때 했던 ‘세상이 달라졌다. 이제 세상이 좋아질 거야’라는 대사가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다음 장면에선 또 다른 독재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세상이 좋아질거란 희망은 참 짧았고, 이 영화에 등장하는 또 다른 독재자에 의해 김부장의 희망은 철저하게 짓밟히게 된다. 그가 말한 좋은 세상이 오기까지는 10년이란 세월이 더 흘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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