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GA Universe
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8부 Avengers: Assembled
제4편 결의 (5)
평생 주인으로 모시기로 한 붉은 눈의 남자를 처음 만났을 때는 짙은 어둠이 내려진 밤이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는 없어진지 너무 오래 됐고, 반쯤 미친 어머니는 항상 슈릭터에게 짐이나 다름없었다.
무슨 일 때문인지 몰라도 슈릭터의 어머니는 항상 ‘미안하다’는 말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매일 되뇌였다. 그리고 슈릭터를 볼 때마다 발작을 하며 비명을 질러대서, 마을에선 도저히 살 수 없었다.
그래서 모자는 항상 산 속에서만 지내야만 했다. 마음씨 좋은 신관이 내어준 신전의 작은 방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슈릭터에게 운명의 순간이 찾아온 건 짙은 어둠이 내린 밤이었다. 얇은 초승달만이 밤을 겨우 밝히고 있던 날, 슈릭터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는 어둠을 싫어했다. 체질적으로 어둠이 맞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러니 한 건 그의 의식이 어둠을 거부하려하면 할수록 그의 피는 어둠을 원하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걸 원했다.
어둠을 증오하면서, 어둠을 미워하면서 어둠을 원하고 있었다. 어둠을 원하고 갈구하는 피로 인해 슈릭터는 늘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신전 구석에 있는 작은 암자가 있었는데 슈릭터는 잠을 이루지 못할 때마다 늘 이곳을 찾아 긴 밤을 지새우곤 했다. 이 산사를 찾는 사람들도 잘 가지 않는 외진 곳에 있었고 또 귀신이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낡고 허름한 암자였지만 슈릭터는 이곳을 유별나게 좋아했다. 이유를 물어봐도 그저 웃기만 할 뿐,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았다.
아마도 과묵하고 조용한 슈릭터와 인적이 뜸한 곳에 있어 주위가 적막한 암자의 상성이 의외로 맞은 게 아닐까라고 생각될 뿐이었다.
그날 밤도 슈릭터는 암자를 찾았다. 요새 들어 잠을 자면 어둠에 먹히는 것만 같다는 느낌 때문에 슈릭터는 잠을 더욱 이룰 수 없었다.
요새 들어 그의 피는 어둠을 더욱 원하고 있었다. 더욱 어둠을 갈구하고 있었다. 이제까진 어떻게든 피의 욕구를 가라앉힐 수 있었지만 이젠 그것조차 힘들어지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왜 이렇게 피의 욕망이 끓어오르는 걸까? 물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해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조용한 곳에 앉아 어둠을 원하는 피를 진정시키는 것 외엔 슈릭터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암자 안으로 들어온 슈릭터는 차가운 바닥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고 있을 때 어둠 속에서 빛나는 붉은 눈동자가 말을 걸었다.
“네가 케투치의 아들인가?”
어둠에 묻힌 채 달빛으로만 겨우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그는 소리 소문 없이 나타났다. 붉은 눈동자에 커다란 덩치, 그리고 검은 코트를 걸친 남자였는데 달빛에 드러난 그의 얼굴은 유난히도 창백했다. 슈릭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냐?”
“내가 누군지 알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내가 왜 여기에 왔느냐는 것이겠지.”
“뭐라고?”
슈릭터가 뭐라고 말할 틈도 없었다. 붉은 눈의 남자는 슈릭터를 지나 암자의 문을 열더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슈릭터가 쫓아 나가자 붉은 눈의 남자와 비슷한 분위기의 남녀 여럿이 서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붉은 눈의 남자가 가볍게 눈짓을 하자 신전으로 날아갔다.
신전에 있는 어머니가 생각난 슈릭터가 급히 제지하려고 하자, 붉은 눈의 남자는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말렸다.
“가만히 있으라.”
그의 말은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를 봉양하느라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적은 없지만 슈릭터는 엄청난 덩치와 힘을 가지고 있어서 막싸움으로는 누구에게도 져본 적이 없었다. 워낙 거칠 게 살아온 것도 있어서 누구의 명령이든 쉽게 듣지도 않았다. 하지만 슈릭터는 남자의 말에 조금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슈릭터가 잠자코 있을 때, 신전으로 갔던 추종자 한 명이 슈릭터의 어머니를 안고 나타났다. 붉은 눈의 남자가 발하는 위압감에 억눌려 있어도, 어머니를 생각하는 슈릭터의 마음은 진실이었는지, 그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걸 느꼈는지, 붉은 눈의 남자는 슈릭터의 어머니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어미를 생각하는 네 마음은 잘 알고 있도다. 그리고 내겐 네 어미를 해할 마음이 없다. 그녀는 나를 위해 울어준 유일한 이였기 때문이다.”
붉은 눈의 남자는 추종자가 슈릭터의 어머니를 내려놓자,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슬금슬금 쓰다듬어주었다. 그때 슈릭터는 기묘한 광경을 목격했다. 남이 자신을 만지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슈릭터라고 해도 싫은 기색을 내비치던 그의 어머니가 붉은 눈의 남자가 머리를 쓰다듬는데 조용히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붉은 눈의 남자가 발하는 붉은 안광은 그 순간 만큼은 조금은 누그러졌다.
“테레사, 너의 마음을 내가 인정하노라.”
무언가 평온함을 얻은 듯한 얼굴을 한 테레사는 슈릭터를 보더니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무언가 말하고 싶어했지만 그녀의 입에 말을 내어놓지 못했다. 그러자 붉은 눈의 남자가 손을 뻗어 테레사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의 입에서 말소리가 나왔다.
“내 아들아, 한 편으론 네 존재를 저주했지만, 다른 한 편으론 널 사랑했단다.”
그리고 테레사는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다가가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슈릭터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붉은 눈의 남자는 슬픔의 빛이 깃들어진 붉은 눈으로 테레사의 몸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몸에서 푸른빛이 퍼져나오더니 그의 손에 머물렀다.
푸른빛이 엉겨 붙더니 붉은 눈의 남자의 손에는 영롱한 빛을 발하는 보석이 나타났다. 침울한 눈으로 보석을 내려다보던 붉은 눈의 남자는 그것을 슈릭터에게 던져주었다. 보석을 받아든 순간 슈릭터는 자신을 억누르던 힘이 사라진 걸 느꼈다.
“이건 뭐야? 내 어머니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질문의 답은 스스로 구하도록 하거라, 케투치의 아들이여.”
“이 자식!”
붉은 눈의 남자가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고 말을 빙빙 돌리자 슈릭터는 주먹을 쥐고 그에게 달려드려다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너무 아팠다. 아파서 죽을 것만 같았다. 온몸이 조각조각 부서지고,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듯한 격통이 전신을 훑었다.
“그 고통의 끝에서 넌 답을 찾을 것이다, 케투치의 아들이여. 그리고 넌 네 운명을 평생 저주하겠지.”
붉은 눈의 남자의 목소리도, 자신이 내는 비명소리도 모두 들리지 않았다. 온몸을 휘감은 고통 때문에 뇌가 곤죽이 된 것 같았다.
의식이 아득해지는 게 느껴졌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아득해지는 의식 속에서 슈릭터는 차가운 빛을 뿜고 있는 달을 보았다. 달빛은 그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네 운명을 저주하라’라고…….
“아이고, 허리야…….”
헐크와 함께 4000m가 넘는 상공에서 추락한 클로드는 자신과 헐크가 떨어진 건물지붕을 보며 허리 쪽을 쓰다듬으며 일어났다. 헐크와 클로드가 뒤엉켜 추락했기 때문에 건물의 지붕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어마어마하네.”
커다란 구멍이 뚫린 지붕을 본 클로드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운 좋게 안 쓰는 건물에 떨어진 모양이었다. 과연 운이 좋은 걸까라고 생각을하면서 클로드는 구덩이 안에 있는 헐크를 보았다. 헐크의 피부가 점점 초록색에서 사람의 피부색으로 변하면서, 동시에 덩치도 줄어들고 있었다. 곧 헐크에서 브루스 배너로 돌아온 것을 확인한 클로드는 버려진 건물 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반쯤 벌거벗은 브루스를 데리고 밖으로 나갈 순 없었기 때문에, 이 안에서 브루스가 걸칠만한 옷들을 찾아야만 했다. 다행히 건물 안에는 먼지를 잔뜩 뒤집어썼지만 자켓이나 청바지 몇 개가 버려져 있었다. 눈대중으로 대충 봤을 때 브루스에게 적당히 맞을 거라고 생각한 클로드는 옷들을 챙긴 뒤, 브루스가 있는 구덩이로 돌아왔다.
헐크로 변신하고 다시 브루스 배너로 돌아온 충격 때문일까? 클로드가 돌아올 때까지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구덩이 안으로 들어간 클로드는 브루스를 흔들어 깨웠다.
신음소리를 내며 브루스가 정신을 차리자 클로드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제 정신이 좀 듭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헐크로 변했습니다.”
“아, 젠장……. 클로드 씨, 누구 다친 사람이 있나요?”
“다칠 사람이 있어야 다치죠.”
그렇게 말하면서 클로드는 브루스에게 가져온 옷을 건네줬다. 브루스는 넝마가 된 바지를 벗고, 새로 클로드가 가져온 옷들을 몸에 꿰었다. 옷을 걸쳐입으면서 브루스는 클로드에게 물었다.
“여긴 어딥니까?”
안 그래도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클로드는 주머니에서 PDA를 꺼내 현 위치를 검색하고 있었다. 클로드가 꺼낸 PDA는 쉴드 요원들에게 지급되는 장비 중 하나인데, 통신을 비롯해 임무를 돕기 위한 여러 기능이 탑재돼 있었다.
헐크와 함께 추락하면서 완전히 망가진 줄 알았는데, 살펴보니 위치검색 기능 정도는 살아있었다. 통신 기능이나 다른 기능들은 완전히 망가져서 사용할 수 없었다. 위치를 검색한 클로드는 엉망이 된 PDA 화면에 나온 위치 정보를 간신히 읽어냈다.
“음……. 여긴 아마도 뉴욕시와 가까운 뉴저지주 외곽인 거 같네요.”
“운이 좋았네요.”
“아니면 장소를 잘 골랐거나요.”
“예?”
브루스가 놀란 얼굴로 묻자 클로드는 별거 아니라는 듯 대꾸했다.
“아까 떨어질 때 보니까 의도적으로 여길 골라 추락장소를 정한 것 같았거든요.”
클로드는 아까 헬리캐리어에서 헐크와 함께 떨어졌을 때를 기억했다. 허공에서 정신없이 허우적거리면서 헐크는 무언가를 계산하는 듯 했다. 무언가를 계속 관찰하고, 그때마다 몸을 움직이면서 낙하 위치를 조절했다. 그 결과가 인적이 드문 곳에 버려진 창고 건물에 인명피해 없이 추락한 거였다.
브루스가 옷을 다 입고 신발까지 다 신자, 클로드는 이젠 완전히 엉망이 된 PDA를 주머니에 넣으면서 그에게 말했다.
“일단 쉴드와 합류해야할 거 같은데, 이동하시죠.”
“그런데 어디로 가야할까요?”
“뉴욕에 있는 스타크 타워로 가는 건 어떨까요? 거기서 자비스에 접속하면 스타크 씨와도 연락이 될테니 쉴드에 합류할 수 있을 거고요.”
“좋은 생각이군요.”
브루스가 동의하자, 클로드는 창고를 더 수색해 방치된 스쿠터 2대를 끌고 왔다. 수리를 해야 움직일 거 같은 스쿠터를 본 브루스는 자신이 가진 지식을 총동원해 이를 수리하기 시작했다.
토니가 손댔다면 이상한 마개조를 했을 게 분면했지만, 스쿠터를 수리한 건 토니가 아닌 브루스였기에 스쿠터는 딱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만 수리됐다. 스쿠터 수리가 끝나자 클로드는 이에 올라타면서 말했다.
“바이크 타는 방법은 알죠?”
“동남아시아 쪽은 차보다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브루스가 도피생활을 할 때, 출입국이 상대적으로 널널한 제3세계 국가 쪽에 주로 있었고, 그곳에서 왕진 등 의료봉사를 했던 걸 생각하면 괜한 걱정이었다. 두 사람은 스쿠터의 시동을 걸고 뉴욕을 향해 출발했다.
헬리캐리어의 메인 브릿지.
토르, 클로드, 브루스 배너 등 실종된 예비멤버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퓨리 국장의 지시로 이 곳에 모여 있었다. 나타샤는 이 자리에 빠졌는데, 클린트가 세뇌에서 풀리면서 매우 괴로워했기에 그를 간호해주기 위함이었다.
쉴드 외부인인 다크윙과 살라딘, 지원을 제외한, 샤론, 토니, 카케루, 스카이는 매우 침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전해진 필 콜슨의 죽음은 큰 울림을 전해줬다. 스카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평소에 자주 농담을 하던 토니도 이때만큼은 입을 다물고 침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퓨리는 캡틴 아메리카 트레이딩 카드를 데스크 위에 던져놓았다.
“이게 필 콜슨의 재킷 안에 있었다. 결국 사인은 못 받았군.”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와 그의 뒤를 이은 샤론의 여러 복장과 포즈가 담긴 카드는 피로 얼룩져있었다. 피 묻은 캡틴 아메리카의 카드는 이 자리에 있는 사람 모두 알고 있는 필 콜슨의 죽음을 한 번 더 현실로 느끼게 해줬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매우 심각해. 통신 문제를 비롯해서 헬리캐리어의 상태는 전반적으로 엉망이고, 중요한 테서렉트의 위치에 대한 정보는 누군가에 의해 삭제됐다. 거기에 배너, 토르, 카르엘이 행방불명됐지. 우린 모든 걸 잃었어.”
퓨리는 피가 묻은 캡틴 아메리카의 카드를 집어 들더니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눈이 되어 줬던 사람도 잃었다. 내가 그렇게 만든 걸지도 모르지.”
퓨리는 연구실에서 있었던 갈등의 근원, 2단계 무기화에 대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그것으로 인해 갈등이 시작됐고, 지금의 실패를 맛보았기에 앞으로의 실패를 예방하고 모두의 신뢰를 쌓기위해선 갈등 요소를 없애는 게 가장 중요했다.
“연구실에서 했던 말을 이어서 하지. 자네들 짐작이 맞아. 우린 테서렉트를 이용해서 무기를 만들 생각이었지. 하지만 난 거기에 모든 걸 걸지 않았어. 캡틴과 스타크는 알겠지만, 내겐 계획이 있었어. 바로 어벤져스를 부활시키는 거였지.”
어벤져스로 제의를 받은 다크윙을 제외하고 살라딘과 지원, 카케루는 저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얼굴로 퓨리를 보았다. 어벤져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퓨리는 어벤져스가 무엇인지를 소개해줬다.
“어벤져스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서 더욱 훌륭한 효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계획이었지. 쉴드는 인류가 감당하지 못할 위협에 직면했을 때, 그 위협과 인류 사이에 서는 방패가 될 것을 맹세한 이들이 모인 곳이지. 난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나갔으면 했네.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위협을 막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맞서 싸워주길 바랐거든.”
어벤져스에 대해 열변을 토해내던 퓨리는 콜슨의 카드를 어루만지며 말끝을 흐렸다.
“내 이런 생각을 아는 사람이 바로 필 콜슨이었어. 콜슨은 끝까지 영웅들을 믿으면서 죽었지. ……구식인 생각이었지만.”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토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종일관 굳은 얼굴로 자리를 지키고 있던 토니는 더 듣기 싫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메인 브릿지를 감싼 우울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이겨내기 어려웠던 히어로들은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났고 퓨리는 침울한 얼굴로 피가 묻은 캡틴 아메리카의 카드를 내려다보았다.
구금실에서 겨우 빠져나온 토르는 잡초로 가득한 들판을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구금실 유리창을 부수면서 묠니르를 놓쳤는데, 망치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냥 손만 뻗으면 알아서 날아오는 게 묠니르였지만, 토르는 묵묵히 자신의 망치를 향해 걸어갈 뿐이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로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은 항상 진실했고, 동생으로서, 가족으로서 그를 사랑했다.
하지만 로키는 자신을 죽이려는데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구금실을 떨어뜨릴 때도, 그리고 토르가 친우라고 할 수 있는 필 콜슨을 죽일 때도 로키는 망설임이 없었다.
묠니르가 있는 곳에 다다른 토르는 묠니르를 집어들려다가 멈추곤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제 더 망설여선 안 됐다.
망설이고, 결단을 미루는 순간 토르는 소중한 사람을 잃어왔다.
이제 남은 건 로키를 설득하는 걸 멈추고, 그를 제압해서 아스가르드로 데려가는 것뿐이었다.
마음을 굳게 다잡은 토르는 묠니르를 불러들이고는 하늘 높이 쳐들었다.
먹구름과 함께 번개가 내리치면서 토르의 갑옷이 변화했다. 맨살이 그대로 노출됐던 그의 팔에 완갑이 생성됐고, 갑옷 안에 얌전히 넣어놨던 붉은 망토가 펄럭이며 드러났다. 마법으로 갑옷을 갈아입은 토르는 묠니르의 가죽끈을 잡고 빙글빙글 돌리더니 높이 날아올랐다.
투 비 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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