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8부 Avengers: Assembled 제4편 결의 (4) 팬픽, FAN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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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8부 Avengers: Assembled 


제4편 결의 (4)


헬리캐리어 내의 어두운 공간에서 조용히 걷던 클린트는 누군가 조용히 나타난 것을 알고 바로 화살을 꺼내어 쏴버렸다. 그의 등 뒤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나타샤였다. 
나타샤는 클린트에게서 활을 빼앗으려고 덤벼들었고, 클린트는 활이 없으면 자신의 전투력이 반감한다는 걸 알고 격렬히 저항했다.
치열하게 싸우던 두 사람의 균형이 깨진 것은 나타샤가 자신의 몸을 이용해 클린트의 활을 빼앗은 순간부터였다. 클린트에게 집요하리만큼 가까이 붙는 것에 노력했던 나타샤의 집중력이 빛을 발한 게 바로 그 순간이었다. 활대와 시위 사이에 상체를 끼워넣는데 성공한 나타샤는 클린트를 밀어 차버리며 그의 활을 빼앗고, 다시 대치했다.
활을 빼앗긴 클린트가 부츠에서 단검을 꺼내자, 나타샤는 빼앗은 클린트의 활을 멀찌감치 던져버렸다. 
활을 놓고 단검을 든 클린트는 아까보다 훨씬 위협적이었다. 휘어져있는 활보단 단검이 나타샤와의 근접전에서 큰 위력을 발휘했다. 매섭게 휘둘려지는 클린트의 단검에 나타샤는 점차 열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전투 기술에 있어서 클린트와 나타샤는 큰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남자인 클린트가 나타샤에 비해 완력이 더 좋기 때문에 나타샤가 밀릴 수밖에 없었다. 
얼굴을 향해 휘두른 클린트의 단검을 그의 팔을 잡아 겨우 막아낸 나타사였지만, 클린트는 곧장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고개를 뒤로 젖히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단검으로 나타샤의 목을 찌르려고 했는데, 힘에서 계속 밀리던 나타샤는 순간 기지를 발휘해 단검을 쥔 클린트의 손을 물어버렸다.

“악!”

클린트가 비명을 지르며 검을 놓치자, 나타샤는 그의 팔을 잡아 뒤로 돌아간 다음 무릎 뒤를 차고, 옆구리를 무릎으로 찍어버렸다. 

“나타샤?”

벽에 세게 부딛힌 클린트는 정신이 살짝 돌아왔는지 나타샤의 이름을 불렀지만, 나타샤는 대답다신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세게 후려쳤다. 나타샤의 주먹에 맞은 클린트는 뒤로 넘어져서 그대로 기절했다.


헬리캐리어 3번 엔진 안으로 들어간 아이언맨은 슈트의 모든 에너지를 추진력으로 돌려 거대한 팬을 돌리고 있었다. 

[스타크, 고도가 떨어지고 있어.]

“노력 중이에요!”

듣기 싫은 퓨리의 잔소리를 가볍게 쳐낸 아이언맨은 엄청난 추진력으로 팬을 돌렸고, 아이언맨 덕분에 3번 엔진은 제 기능을 찾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팬을 움직이는데 성공한 아이언맨은 아까 빨간 레버 쪽으로 보낸 지원을 호출했다.

“이봐, 아가씨. 레버를 당겨.”

[미안요! 잠깐 기다려줘요!]

“응? 무슨 소리야? 레버를 당기라니까? 지금 당장!”

[미안해요!]

정상화된 엔진 속에서 돌아가는 팬은 아이언맨이 날아가는 속도를 능가하는 스피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아이언맨이 밀고 있던 팬이 조금씩 그의 손에서 멀어져가고 있었고, 그의 등 뒤에 새로운 팬 날개가 다가오고 있었다. 
팬 사이에서 위태롭게 날고 있던 아이언맨은 곧 뒤쪽에 다가온 날개에 부딪혔다. 

“아, 젠장…….”

그리고 아이언맨은 3번 엔진 내에서 신나게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으어어어어어! 사람 살려!”

아이언맨이 3번 엔진 안에서 굴러다니고 있었을 때, 그를 도와줘야했던 지원은 뭘 하고 있었을까? 아이언맨이 말한 빨간 레버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지원은 헬리캐리어 안쪽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완전 무장한 쉴드의 전술팀원이었는데, 가장 앞에 있는 요원은 부서진 헬리캐리어의 엔진 상태를 보더니, 수류탄을 꺼내들었다. 그가 막 안전핀을 뽑아 부서진 엔진 쪽으로 던지자 지원은 엔진 쪽으로 뛰어내리면서 수류탄을 바깥으로 쳐냈다.

퍼벙!

수류탄이 터져나갔고 지원은 수류탄을 던지려고 한 쉴드의 전술팀원들과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 훈련을 매우 잘 받은 정예요원들만 될 수 있는 전술팀이니 만큼, 그들의 실력은 아무리 초인적인 힘을 얻었다고 해도 지원이 쉽게 제압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도 건장한 남자 3명이 동시에 달려든 싸움이라 지원의 손발은 매우 정신없이 움직여야만 했다. 구미호의 힘을 발동하거나 기공력으로 날려버리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싸우는 것도 정신없는 판국에 나름 정신을 집중해야하는 구미호의 힘을 발동하는 건 무리였다. 
무기라도 하나 들면 괜찮겠는데, 하필이면 청강검을 숙소에 두고 와버려서 지금 지원은 맨손이었다. 한 요원이 휘두른 3단봉을 왼팔로 막은 지원은 짜증을 내며 그의 가슴을 막 후려치려는 순간, 다른 요원이 지원의 복부를 단검으로 베었다.

“큭!”

깊이 베이진 않았지만 살갗이 찢어지고 피가 튀었다. 뒤로 물러선 지원은 짜증이 치밀었는지 사신무의 초식을 사용했다. 그녀의 양손에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몰려들더니 힘이 갖춰지자, 지원은 빠르게 달려들어 요원 한 명의 가슴에 강력한 정권을 날렸다.

[태극사신무 현무 천둥지기 발]

지원에게 가슴을 얻어맞은 요원과 그 옆에 있는 요원까지 기공력에 휘말려 함께 뒤로 날아갔다. 요원 둘을 쓰러뜨린 지원은 그들 뒤에 있던 또 다른 요원이 자신에게 총을 쏘는 것을 보고 급히 빨간 레버가 있는 쪽으로 점프했다.
하지만 그 순간, 클린트에 의해 헬리캐리어의 1번 엔진이 멈췄고, 헬리캐리어 전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총격을 피해 레버가 있는 곳으로 점프한 탓에 지원의 착지는 꽤 불안했고, 그 불안한 착지의 결말은 그대로 미끄러진 것이었다.

“우아아아아!”

균형을 잃고 헬리캐리어 바깥으로 떨어질 뻔한 지원은 부서진 난간을 붙잡아 추락하는 걸 간신히 모면했다. 부서진 난간을 잡고 차근차근 올라오는 중이라 아이언맨이 말한 타이밍에 빨간 레버를 당길 수 없었던 것이다.

“아오, 젠장!”

부서진 난간을 겨우 겨우 잡아 올라가던 지원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인이어에서 들리는 아이언맨의 비명소리를 듣고 있었다. 빨리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한 지원이 힘겹게 난간을 올라가고 있었는데, 그때 그녀에게 2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하나는 부서진 난간이라,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난간이 크게 요동쳤다는 것이고, 다른 하하나는 아까부터 지원을 향해 총을 쏘고 있는 쉴드 요원이었다. 그의 사격실력은 정말 형편없었는지, 소총을 들고도 난간에 위태롭게 매달린 지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할 정도였다.
화가 치민 쉴드 요원은 부서진 난간 끝으로 다가와 지원의 바로 앞에 총구를 겨누었다. 총구와 지원의 머리의 거리는 채 1미터도 되지 않았다.
이제 정말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지원을 겨누고 있던 쉴드 요원이 누군가에게 걷어차여 비명과 함께 저 푸른 상공으로 사라져버렸다. 얼마나 갑작스러운 일이었냐면 쉴드 요원이 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놀란 지원이 난간을 놓칠 뻔했다.

“괜찮아요?”

지원이 보니 쉴드 요원을 날려버린 사람은 다름 아닌 샤론이었다. 마담 레드를 막기 위해 토니, 지원과 3번 엔진으로 오지 못했었는데, 이제야 도착한 모양이었다. 샤론은 지원에게 손을 내밀었고, 지원은 불안한 난간을 놓고 샤론의 손을 잡고 안전한 곳으로 올라섰다.
안전한 곳에 내려선 지원은 급히 샤론에게 빨간 레버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캡틴! 레버요! 레버를 당겨요!”

“저거요?”

샤론은 영문도 모른 채 지원이 가리킨 빨간 레버를 당겼고, 그 덕에 아이언맨은 3번 엔진에서 겨우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3번 엔진 내에서 신나게 굴러다닌 터라 아이언맨 슈트는 완전히 엉망이 됐고, 간신히 지원이 있는 쪽에 도착한 뒤 슈트의 기능이 정지돼 버렸다. 


로키에 의해 구금실과 함께 추락한 토르는 몇 번이고 묠니르로 구금실 유리벽일 깨려고 했지만, 미친 듯이 회전하면서 떨어지는 탓에 묠니르로 제대로 타격을 가하지 못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공포로 기절했겠지만, 토르는 정신을 잃지 않았다. 공포가 조금씩 그의 정신을 좀먹으려고 했지만, 토르는 결코 나약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활로를 찾고, 방법을 찾는 이가 바로 토르였다. 또한 로키만큼 머리가 좋지 않았지만 온몸에 새겨진 전투에 대한 경험을 갖추고 있었기에 토르는 순간적으로 활로를 찾았다.

활로를 찾았으면 바로 실행에 옮겨야했다.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점점 땅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까 묠니르로 후려쳐서 금을 가게 만든 유리창의 반대편으로 토르는 몸을 붙였다. 그리고 유리벽에 발을 붙이고 타이밍을 노렸다. 그리고 금이 간 유리창으로 땅이 아닌, 하늘이 보였을 때 토르는 발을 박차고 묠니르를 앞세워 빠르게 날아갔다.
두꺼운 유리창은 토르와 묠니르에 의해 부셔졌고, 온 힘을 다해 유리를 부순 탓에 토르와 묠니르는 탈출과 동시에 각자 따로 튕겨나갔다. 토르가 겨우 탈출한 구금실은 몇 초 되지 않아 바닥에 흙먼지와 함께 완전히 파괴됐다.


로키와 클린트가 일으킨 혼란은 어느새 정리가 됐다. 클린트는 나타샤에게 제압됐고, 그와 함께 헬리캐리어로 침투한 지신과 마담 레드는 로키의 구출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타고 온 퀸젯을 타고 도주했다.
로키를 바로 추적했어야 했지만 헬리캐리어의 정상화가 더 급했기 때문에 로키의 도주를 손가락 빨면서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로키가 탈주하는 과정에서 많은 쉴드 요원들이 부상을 당해 그들을 구조하고 치료하는게 더 급했고, 어벤져스 예비멤버인 토르와 클로드, 브루스 배너가 모두 실종됐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수색도 필요했다.
다크윙이 추격하면 되지 않겠느냐 싶겠지만, 다크윙은 해킹으로 멈춰버린 헬리캐리어의 1번 엔진이 원상태로 돌아오자 바로 소드 브레이커를 착륙시켜버렸다. 왜 그랬느냐고 물을 필요가 없었는데, 다크윙이 소드브레이커에서 기절한 멜린다 메이 요원을 데리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메인 브릿지에서 상황 수습을 위해 보고를 받고, 적절한 지시를 내리던 퓨리는 어떤 소식을 듣고는 안색이 변했다. 그는 마리아 힐에게 메인 브릿지를 맡기고 바로 어디론가 달려갔는데, 급히 달려간 그의 발길이 멈춘 곳은 로키를 가둬놨던 구금실이었다.
구금실에는 가슴에 피가 흥건한 콜슨이 쓰러져 있었다. 퓨리는 콜슨의 위중한 상태를 보고 의무실에 연락하라고 지시를 내리고 콜슨이 의식을 잃지 않도록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의식을 잃어가던 콜슨은 퓨리를 보고는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죄송합니다, 보스……. 놓쳐 버렸어요…….”

“정신 놓지 마, 날 똑바로 봐.”

“보스, 퇴근……해야겠네……요…….”

죽음이 다가온 걸 알았는지 콜슨은 자신의 퇴근을 요청했다. 힐만큼이나 신뢰하고 아끼는 부하인 콜슨을 잃을 수 없던 퓨리는 거칠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순 없네.”

“……제 죽음이 그들을…… 뭉치게 한다면…… 그것으로 족해……요…….”

그 말을 끝으로 콜슨은 고개를 떨궜다. 콜슨이 의식을 잃었을 때 마침 도착한 의무병들이 콜슨의 상태를 살피고는 응급조치를 시작했다. 그들의 응급조치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ㅈ는 몰랐지만, 콜슨의 생존확률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았다. 보고 받은 바에 의하면 콜슨은 로키의 창을 등 뒤에서 찔려 관통당한 중상을 입었고, 지금까지 이 자리에 방치돼 많은 피를 흘린 상황이었다. 
만에 하나 살아날 수 있었지만, 퓨리는 콜슨이 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생사를 넘나드는 부하까지 이용해먹는 냉혈한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지만, 콜슨의 죽음만큼 어벤져스를 뭉치게 만들 계기가 없었다. 

샤론, 클로드와는 쉴드에서 오래 일을 하며 알아온 사이고, 토니와는 아이언맨 활동하기 전부터 친분이 있었다. 토르는 뉴멕시코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통해 친분을 쌓았고, 나타샤와 클린트는 콜슨의 오랜 동료였다. 다크윙도 콜슨과는 아는 사이였다. 브루스 배너 정도를 제외하면 어벤져스 예비멤버와 두루 친분을 쌓은 콜슨이었기에, 그가 죽었다고 하면 방금전까지 쉴드를 신뢰하지 못하고 서로 간의 불신으로 분열을 일으켰던 어벤져스는 다시 뭉칠 거라고 생각했다.
생각을 정리한 퓨리는 어디론가 걸어가면서 쉴드 내 회선을 통해 콜슨의 죽음을 알렸다.

“콜슨 요원이 사망했다.”

콜슨의 죽음을 알린 퓨리는 어느새 헬리캐리어 내 마련된 콜슨의 숙소에 도착했다. 그의 락커룸을 연 퓨리는 거침없는 손길로 락커룸을 뒤져서 캡틴 아메리카 빈티지 카드 세트를 꺼냈다.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트레이딩 카드를 슬쩍 본 퓨리는 매니아들 사이에서 엄청난 가격을 호가하는 이 귀한 카드에 피를 묻혔다. 아까 콜슨을 살피면서 손에 그의 피가 묻었는데, 그걸 카드에 묻힌 것이다.
이 카드를 모은 주인과 이 카드를 노리던 수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절규할 상황을 태연히 연출해낸 퓨리는 피 묻은 카드를 들고 메인 브릿지로 향했다.

“남은 사람들은 누가 있지?”

[캡틴과 스타크, 그리고 다크윙, 살라딘, 현지원이 있습니다.]

“모두 메인 브릿지로 모이라고 그래.”


슈릭터의 의식이 돌아온 건 어느 순간이었다. 
데미안과 사도들과 싸우다가 의식을 잃었던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는데, 다시 정신을 차린 건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는 어느 순간이었다.
슈릭터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의 주위엔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커다란 돌을 쌓아만든 방과 창살로 가득한 창문이 이 곳은 ‘감옥’이나 그에 준하는 누군가를 가둬놓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슈릭터의 양손과 발이 결박돼 있었다. 그의 팔과 다리를 두꺼운 금속재질의 결박장치가 있었는데, 슈릭터에게 있는 엄청난 힘으로도 도저히 뜯어낼 수 없었다.
슈릭터가 정신을 차리자, 어둠 속에서 붉은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정신을 차린 모양이군, 슈릭터.”

“…….”

그제야 슈릭터는 자신이 의식을 잃기 전에 있었던 일들이 생각났다. 무단으로 쿠르트 카르엘과 접촉한 뒤, 데미안을 비롯한 그분의 사도들에게 집단 공격을 받고, 의식을 잃었었는데 그대로 여기로 끌려온 모양이었다. 슈릭터가 대답 없이 붉은 눈을 노려보자, 붉은 눈의 남자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난 자네를 아주 똑똑한 친구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거 실망이 매우 큰 걸? 똑똑한 녀석들은 대화가 편하고 포기가 빨라서 좋아하는데, 자네도 그럴 줄 알았거든.”

“……날 여기로 끌고 온 이유는 뭐지?”

“이런, 이런……. 자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내 입으로 말해야하는 건가? 쿠르트 카르엘에겐 함부로 접근하지 말라고 이전에 경고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자네는 내 경고를 무시하고 덤으로 그에게 알려선 안 될 것까지 알려줬지. 그런데도 이런 대우가 부당하다는 건가?”

“흥, 이 곳은 당신의 취향인가? 중세의 지하감옥이라……. 예전에 잃어버린 그 세계의 것을 모방한 건가? 아니지, 당신이 머무는 곳 자체가 그 잃어버린 세계…….”

슈릭터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무언가 그의 뺨을 세게 올려붙였기 때문이었다. 어둠 속에 있던 또 다른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어둠이 깔려있고, 창살이 달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으로 그 존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녀는 육감적인 몸매와 순백의 드레스와 흑발을 한 미녀였다.
그녀가 휘두른 따귀에 얻어맞은 슈릭터의 뺨을 붉게 부었고, 입가엔 가는 피가 흘러내렸다.

“이그레타.”

“하지만 저자는 주인님을 함부로 능멸하고 있습니다. 그의 각성에 필요한 존재라곤 하지만 슈릭터가 저지른 잘못과 주인님에 대한 무례는 결코 넘어갈 수 없습니다.”

이그레타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하자, 붉은 눈의 남자는 탄식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난 영리한 사람들을 좋아하네, 하지만 행동이 가벼운 것은 용납할 수 없지.”

“죄송합니다, 주인님.”

이그레타라고 불린 여인이 공손히 인사를 하며 뒤로 물러서자, 붉은 눈의 남자는 다시 슈릭터에게 말을 걸었다.

“넌 아직도 네 부모가 죽은 이유를 찾고 있는 건가?”

“…….”

슈릭터가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자, 붉은 눈의 남자는 길게 탄식했다.

“네 부모를 죽음에 내가 연루돼 있긴 하지만, 네 부모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사람은 내가 아니다. 소울 젬이 그거까진 알려주지 않은 모양이군.”

그렇게 말하면서 붉은 눈의 남자는 슈릭터의 소울 젬을 꺼내보였다. 소울 젬이라고 불리는 하얀 보석이 박힌 반지는 어두운 지하감옥에서도 찬연한 빛을 발했다. 소울 젬을 본 슈릭터의 눈빛은 급격하게 흔들렸고, 붉은 눈의 남자는 흔들리는 슈릭터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붉은 눈의 남자에 의해 정신조작이 이뤄진다는 걸 깨달은 슈릭터는 급히 저항하려고 했지만 이미 선수를 친 붉은 눈의 남자는 슈릭터의 저항을 용납하지 않았다. 
슈릭터의 의식이 조금씩 어둠 저편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의식을 완전히 잃기 전 슈릭터는 붉은 눈의 남자가 남긴 마지막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쯤에서 나도 한발 물러서야겠지. 기대하고 있으니, 날 실망시키지 말도록. 슈릭터, 이건 네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다. 놓치지 마라.”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