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8부 Avengers: Assembled 제3편 위기 (2) 팬픽, FAN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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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8부 Avengers: Assembled 


제3편 위기 (2)


미국 동부의 작은 부두.
미국 해안에는 대양을 건너온 선박들을 위한 부두가 여럿 있었는데, 대부분은 미 정부나 주정부에 의해 엄중히 관리되고 있지만, 간혹 그들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작은 부두들이 있었다. 그곳은 항상 범죄의 온상이 됐고, 해외에서 들여오는 마약 등 각종 범죄에 필요한 물건들이 미국 내로 반입되는 통로 중 하나로 이용됐다.
그런 부두 중 하나에 정체불명의 선박이 자정 무렵에 도착했다. 자정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대에 부두에 들어오는 배는 그리 흔치 않았지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범죄와 연루됐다면 이 시간에 들어오는 것이 가장 베스트였다.
신경 써서 보면 이 배가 꽤나 수상하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배 갑판에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수송기가 한 대 실려 있었고, 배에서 어떤 케이스를 내리는 사람들은 이상할 정도로 주변을 경계했다. 그리고 배에서 케이스를 내리는 사람, 아니 이 배에서 내리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배에서 내려진 케이스는 어떤 화물 트럭에 실렸는데, 트럭에 물건을 싣는 남자는 보통 남자와 비슷한 체구였지만 상당히 단련돼 있었고, 짧은 머리카락에, 모두 총으로 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혼자 활과 화살을 가지고 있는 궁수였다. 그는 혼탁한 눈으로 주위를 매섭게 노려보더니 그와 마찬가지로 총을 손에 들고 있지 않은 한 여자를 트럭에 태웠다. 동양계로 보이는 보통 체구의 여자였는데, 그녀 역시 궁수와 마찬가지로 혼탁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주위를 세심히 관찰하다가 화물칸의 셔터를 내렸다. 셔터가 내려진 트럭은 항구를 출발했는데, 그 순간 무언가 날아와 트럭의 화물칸 옆에 박혔다. 그것은 작은 발신장치였고, 발신장치가 날아온 쪽에 검은 망토를 펄럭이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다크윙.

다크윙은 점착폭탄 발사기를 손에 들고 있었는데, 평소 점착폭탄을 발사했지만 지금은 발신기를 발사하는 것으로 역할이 잠시 변경됐다. 트럭에 발신기가 붙은 걸 확인한 다크윙은 발사기를 2개로 분리해 유틸리티 벨트 뒤쪽에 걸었다.
물건을 실은 큰 트럭과 총을 든 호위 병력들이 탄 승용차 3대가 앞다투어 부두를 빠져나갔고, 그들에게 뇌물을 먹은 경비는 그들이 나가기 편하게 정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들의 범죄행각이 조용히 마무리될 수 있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부두의 작은 창고에서 굉음이 울려퍼지더니 검은 탱크와 같은 자동차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다크윙의 자동차 다크 아머였다. 

다크 아머의 헤드라이트와 엔진 굉음에 놀란 일당은 다크 아머에 총격을 가했지만, 일반 소총 정도로 다크 아머에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다크 아머는 빠르게 달려들더니 일당들이 가져온 자동차 하나를 들이받아 부두 경비원들이 숙소로 쓰고 있는 컨테이너로 날려버렸다.
다행히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 자동차였고, 작은 부두인 만큼 경비원이라곤 2명 정도 밖에 없어서 전부 밖에 있었기 때문에 인명 피해는 없었다. 
다크윙은 다크 아머의 작살을 작동시켜 컨테이너에 처박은 자동차에 연결하고 그대로 끌어냈다. 다른 덩치가 있는 자동차였지만 다크 아머의 출력은 그런 거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차를 질질 끌고 트럭과 다른 승용차 3대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차 한 대가 아예 길을 막고 총을 갈겨대자 다크윙은 연결한 후크를 풀어버렸다. 
그러자 다크윙이 여기까지 끌고 온 자동차는 좋은 무기가 되어 총을 갈기던 차를 덮쳐버렸다. 다크윙은 모 어둠의 기사와 달리, 범죄에 연루된 인간을 반병신으로 만들거나 죽이는 것에 그리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다크윙의 다크 아머가 매서운 스피드로 따라붙자, 트럭의 호위를 맡은 자동차 중 한 대가 트렁크를 벗겨버리곤, 그곳에 설치된 미니 개틀링으로 다크 아머에게 총알을 퍼부었다. 인간이 들고 다니는 개인 화기를 넘어선 총기류는 다크 아머의 장갑이 아무리 두텁다고 해도 많이 맞으면 부담이었기에 다크윙은 다크 아머의 전면부에 설치된 기관총을 작동시켰다.
다크 아머의 기관총이 불을 뿜자 미니건까지 동원해 그를 저지하려고 했던 자동차와 거기에 탄 일당들은 공중에 날아올라 자유낙하를 한 뒤, 바닥에 추락했다.
부두에서 벌어진 추격전은 계속 됐다. 트럭에서도 다크윙과 다크 아머의 추격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바로 셔터가 올라갔고, 활을 든 궁수와 바주카포를 든 여자가 다크윙을 노렸다. 다크윙은 트럭 바로 뒤에 있는 호위용 자동차 뒤로 숨어버렸고, 그 바람에 두 사람은 다크 아머를 공격할 수 없었다. 그때 다크윙은 트럭이 지나간 교차로에 뭔가 위험한 물질, 아마도 석유나 액체질소 등을 수송하는 트럭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다크 아머의 핸들을 건물 쪽으로 꺾어버렸다. 
놀라운 방호력을 가지고 있는 다크 아머였기에, 다크 아머는 앞에 갑자기 나타난 트럭을 피하지 못한 승용차와 다르게 건물 벽을 뚫고 그 안을 내달렸다. 다시 건물 벽을 부수고 나타난 다크 아머는 모든 호위차량을 잃은 트럭을 무시무시한 스피드로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궁수는 화살을 쏘았고, 여자는 대전차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다크윙은 대 탄도 방어 기능을 작동시켜 수상한 화살과 미사일 모두 차체에 닿기 전에 격추시켜버렸다.
트럭이 커브를 돌아 시야에서 사라지자 다크윙은 이 커브를 돈 다음에 트럭을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트럭을 파괴할 수 있었지만 트럭에 실린 ‘이리듐’이란 물질이 무엇인지 궁금했고, 무엇보다 트럭에 타고 있는, 방금 전 다크 아머를 공격한 두 사람이 쉴드의 요원 클린트 바튼과 멜린다 메이였기에 그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막 커브를 돈 다크윙이 트럭의 타이어를 공격해서 멈추게 해야겠다고 생각을 마친 순간, 그의 눈에 어떤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다크 아머를 보면서 낄낄 거리고 있었는데,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고 있는, 군용장갑으로 떡칠한 전차와도 같은 다크 아머가 그를 덮친다면 그는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피하기는 이미 늦었다. 커브를 돌고 있던 상황이라 핸들을 따로 조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쾅!

보통이면 낄낄 웃던 남자가 다크 아머에 깔려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튕겨져 나간 건 다크 아머 쪽이었다. 강철보다 더 단단한 무언가에 부딪힌 다크 아머는 그대로 공중을 몇 바퀴 돌더니 근처 바다에 빠져버렸다. 다크윙과 함께 다크 아머를 가볍게 처리한 남자는 다름 아닌 슈릭터였다. 
슈릭터는 바다에 빠져버린 다크윙을 보면서 여전히 히죽거리며 웃었다.

“지금 자네의 방해를 받을 순 없으니까 말이야. 손해배상 청구는 쉴드 쪽으로 하라고.”

슈릭터는 걸음을 옮기더니, 근처에 세워둔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바이크를 탄 슈릭터는 바로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슈릭터를 태운 바이크는 황량한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거리에 도착했다.

거리 주위에는 건물들이 몇 개 있었지만, 사람들이 살지 않은 지 오래된 듯 건물 곳곳은 부서지고 창문은 죄다 깨져 있었다. 문은 황량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힘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거칠지만 정제된 엔진소리가 넓은 도로를 가득 메웠고, 바이크를 타고 버려진 도시 중심부에 도착한 남자, 슈릭터는 무언가를 느낀 듯 바이크를 세웠다. 바이크에서 내린 그는 헬멧을 벗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버려진 도시 중심부에 들어선 순간부터 슈릭터는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아마도 그에게 위험을 알리는 듯 했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봤지만, 시각은 변한 것이 없었다. 버려진 도시 답게 황량한 바람이 불어오는 거리는 쓸쓸해 보일 뿐이었고, 힘겹게 매달려 있는 문이 내는 끼익거리는 소리나, 부서진 창문 틈으로 불어오는 소리 외엔 아까와 다른 게 없었다.
하지만 슈릭터는 알 수 있었다. 마력의 변화를 눈치 챈 그는 버려진 집들 중 하나에서 무언가 번쩍이는 것을 보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무언가를 가까스로 피했지만 그의 뺨을 스친 날카로운 금속체는 붉은 피를 허공에 흩뿌렸다.
천천히 고개를 다시 내려 정면을 응시하자 어느새 한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를 본 슈릭터는 익숙한 얼굴에 씨익 웃어보였다.

“결국 네가 온 건가, 이그레타?”

“감히 주인님을 배신하다니, 네 목숨을 도대체 몇 개라고 생각하는 건가, 슈릭터?”

“그런 같잖은 협박이 통할 성 싶은가? 

어느새 슈릭터의 온몸을 마력이 휘감고 있었다. 마력으로 중무장한 슈릭터는 입가엔 여전히 스스로도 비릿하게 느껴지는 미소를 머금은 채 이그레타를 노려본다. 슈릭터의 강함을 잘 알고 있는 이그레타는 양 손에 마력을 집중했다. 그녀의 양 손에서 어둠의 힘을 담은 구체가 모습을 드러내자, 슈릭터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외쳤다.

“그 자는 어디에 있지?”

“이젠 존칭도 하지 않는 건가? 너도 사도라면 주인님께 예를 갖춰라.”

“흥! 진실도 모르는 것들이 거짓된 신에게 속아 제 멋대로 춤을 추는 꼴이라니. 네 놈과는 더 할 말 없으니, 그 자가 있는 곳이나 대라!”

“주인님께서 네게 마지막 자비를 베푸셨는데도, 네 놈은 끝내 죽음을 재촉하는 구나.”

“피의 대가는 항상 치러야하는 법이니까.”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여자는 양 손을 들어 허공에 마법진을 그렸다. 그녀의 손에서 뿜어져나간 마력으로 그려진 마법진은 슈릭터를 향해 날아들었다. 
순수한 분노와 멸시를 담은 오만한 공격이었고, 슈릭터는 피할 생각이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주변에 몰아치기 시작한 광풍 속에 갇히고 말았다. 슈릭터는 강력한 바람 공격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갔다.

“분노에 사로잡혔군. 네가 이런 짓을 할 정도로 그 자가 소중한 건가?”

어차피 슈릭터는 이미 바람에 갇혀 있었고, 그에게 남은 것은 죽음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이대로 힘을 가하면 그대로 지난 오랜 세월 자신을 괴롭혀온 존재는 더 이상 세상에 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게 된다.
슈릭터를 제압했다고 생각한 이그레타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

“내 앞을 가로막는 놈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죽여버리겠다.”

순간 슈릭터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마력이 뿜어져나갔다. 그의 목에 줄에 연결돼 걸려진 반지의 보석이 빛을 발함과 동시에 슈릭터의 몸이 괴수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마에는 커다란 뿔이 돋아났고, 얼굴 전체는 짐승의 그것이 됐다. 
안 그래도 큰 덩치는 2배 이상이 되면서 온몸에 검은 털이 뒤덮혔으며, 등에는 악마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날개 2장이 돋아났다. 그리고 슈릭터의 오른손은 뱀으로 변했는데 시커먼 뱀 8마리가 입을 벌리며 주위의 적을 경계했다. 
슈릭터가 괴물로 변하면서 이그레타가 소환한 광풍은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이그레타는 광풍을 소멸시킨 뒤, 다시 마력을 집중하면서 주위에 소리쳤다.

“뭘 하고 있나요? 데미안! 센더! 맡은 일을 하세요!”

이그레타가 재촉하자, 폐건물들 속에 숨어있던 두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사람은 순백의 갑옷을 입은, 전설 속의 성기사와 같은 센더였고, 다른 한 사람은 멋들어진 정장을 빼입은 데미안이었다.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센더는 허리에서 검을 빼들더니, 괴수로 변한 슈릭터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매서운 검이 날아들자, 슈릭터는 오른팔이 변한 뱀들을 이용해 센더를 공격했고, 둘은 치열한 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괴수로 변한 슈릭터가 발휘하는 힘은 압도적인 위력을 가졌지만, 순백을 갑옷을 입은 센더의 실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 슈릭터의 공격을 방패로 침착하게 막아내고 검을 매섭게 휘둘러대는 솜씨는 검술에 능한 사람들이 보면 감탄을 할 정도로 달인급의 실력이었다.
하지만 센더가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상대는 슈릭터였다. 붉은 눈의 남자가 거느린 사도 중에서 가장 강력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는 자였기 때문에 센더 혼자서 그를 막는 건 처음엔 가능했지만, 이후로는 어려운 일이었다. 센더가 조금씩 밀리는 것을 본 데미안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양손을 옆으로 펼쳤다.
그러자 빛의 입자가 모여들면서 그의 양손에 건틀렛이 만들어져 장착됐다. 한 팔은 악마를 상징하듯이 색도 어둡고 여러모로 무서운 모양이지만 다른 팔은 천사를 연상하듯이 장갑에 가깝게 부드럽고 흰색의 생김새를 하고 있다. 
데미안은 양 주먹을 휘두르며 슈릭터를 공격했다. 센더의 검에, 데미안의 주먹이 더해지자 제 아무리 슈릭터라고 해도 조금씩 밀릴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

“이전에도 말했을 것이다. 주인님께선 아직도 널 믿고 계신다고.”

[난 그 거짓 신에게 난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

슈릭터이 주인을 부정하자 데미안은 더욱 거세게 그를 몰아붙였다. 데미안이 앞장서자, 그의 뒤를 따르는 센더의 검도 가벼워졌다. 두 사도의 맹공에 의해 괴수화한 슈릭터의 몸에는 상처가 계속 늘어났다.
슈릭터를 몰아붙이던 데미안의 이마에 또 다른 눈이 만들어졌다. 악마의 눈을 보는 듯한 섬뜩한 안광을 번뜩이던 제3의 눈에 에너지가 모아지더니 슈릭터를 향해 내쏘아졌다. 데미안의 이마에서 발사된 레이저와 같은 빛의 파동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센더는 급히 자리를 피했고, 슈릭터는 입에서 불을 뿜어내며 데미안의 빛의 파동을 막아냈다.
데미안과 슈릭터가 각자의 불꽃으로 서로를 향해 힘겨루기를 할 때 처음 광풍으로 가볍게 슈릭터를 제거하려던 이그레타가 양 손에 마력을 가득 담고, 앞으로 나섰다.
이그레타의 얼굴에는 노기가 가득 서려 있었는데, 아마도 슈릭터가 붉은 눈의 남자를 거짓 신이라고 부르는 것이 매우 불쾌한 모양이었다.

“그 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이그레타는 거센 분노를 터뜨리며 양손을 펼쳤다. 한손으로 마력을 제어하던 걸 양손으로 제어하기 시작하자, 그녀의 손에 맺혀있던 마력이 주위에 육망성을 그렸다. 육망성이 그려지자 각 지점에서 6개의 봉인이 나타났다. 

“어둠에서 태어나 어둠에서 살고 어둠에서 죽어간 암흑의 여섯 형제여, 나와 행한 계약에 따라 이계의 문을 열고 나의 적을 멸하라!”

[잭스키스]

이그레타가 양 손에 모인 마력을 땅을 내리치자, 그녀의 주위에 있는 땅이 갈라지면서 무수한 해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골들을 그대로 슈릭터를 향해 날아갔고, 이 어마어마한 마법에는 슈릭터도 답이 없었는지, 급히 몸을 피했다. 하지만 이그레타가 소환한 악마의 마법은 그대로 슈릭터를 추격했다.

“죽음으로 죄를 값아라, 슈릭터!”

이그레타가 이를 갈면서 소리쳤지만 슈릭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괴수로 변해 있었기 때문에 그의 표졍을 읽을 수 없었지만, 아마 인간의 얼굴이었다면 그는 아마 쓰디쓴 미소를 짓고 있었을 것이다. 씁쓸한 그의 마음을 대변하듯, 괴수로 변한 슈릭터의 눈에선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그것을 본 데미안은 이를 부득 갈더니, 힘을 개방했다. 그의 몸에 걸치고 있던 깔끔한 정장 상의와 드레스 셔츠가 터져나갔고, 그 안에서 드러난 육체는 보랏빛을 띄고 있었다. 등 뒤에는 이마에 돋아난 눈보다 더 괴기스러운 눈들이 나타났고, 허리 뒤쪽에선 긴 악마의 꼬리가 나타났다.
악마의 모습으로 변한 데미안은 개방한 힘을 모아 슈릭터를 덮치려는 이그레타의 마법을 향해 빛의 파동을 발사했다. 

[인페르노]

그의 이마와 날개에 돋아난 6개의 눈에서 쏘아진 레이저는 슈릭터를 향하던 어마어마한 마법을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이그레타는 자신이 발한 회심의 수를 데미안이 급하게 막아버린 것이 짜증났는지 분노가 가득 담긴 얼굴로 데미안을 노려보았지만, 정작 데미안은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다만 슈릭터만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괴수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슈릭터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사실 이그레타가 발동한 회심의 수, 잭스키스로도 슈릭터를 죽이는 건 불가능했지만 그때 데미안은 슈릭터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이그레타의 공격을 있는 그대로 맞으려고 했다. 
왜 그랬을까? 그 분에게 반역을 할 정도로 뭔가 깊은 원한을 갖고 있는게 분명했는데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 모든 건 그 분외엔 진실을 알 도리가 없다고 생각한 데미안은 이그레타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센더에게 말했다.

“슈릭터를 데리고 간다. 그의 처우는 주인님께서 결정하시겠지. 센더, 부탁하지.”

“아, 알겠습니다.”

센더는 기절한 슈릭터를 들춰업더니 자리에서 사라졌다. 엄청난 규모로 격돌하던 마법이 잠잠해지자, 버려진 도시 특유의 서늘함이 주위를 감싼다. 두 개의 마법이 격돌한 사라진 자리는 소용돌이 모양으로 바닥이 파헤쳐져 있었고, 그 외엔 아무런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왜 방해한 겁니다, 데미안!”

“착각하지 마라, 이그레타. 주인님께서 원하신 건 슈릭터의 생포였다. 그를 죽였다면 주인님께 문책을 당했을 거다.”

데미안의 질책에 할 말이 없었는지 이그레타는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홀로 남겨진 데미안은 주머니에서 반지를 하나 꺼냈다. 슈릭터의 것과 같은 반지였지만 반지에 박혀있는 보석만은 달랐다. 슈릭터의 보석은 오팔이었지만, 데미안의 보석은 붉은 빛을 띠고 있는 보석, 루비였다. 반지에 박혀있는 루비는 매우 아름다뤘지만, 섬뜩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데미안은 슈릭터가 흘린 눈물을 생각했다. 그는 무엇을 원한 걸까? 무엇이 그렇게 괴로웠던 것일까? 거칠긴 했지만 항상 주인에 대한 충성으로 가득했던 그가 왜 배신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것일까? 
의문은 계속 떠올랐지만, 누구도 해결해줄 수 없었다. 데미안은 쓸쓸히 걸음을 옮겨 그 자리를 떠났다.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