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5편 대가 (1) 팬픽, FAN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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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5편 대가 (1)


서울을 가로지르며 서해로 흘러가는 한강 주위에는 서울 시민들을 위한 공원이 조성돼 있다. 하루에도 수만명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원이지만, 한강 변을 따라 조성되다 보니 공원처럼 구성된 한강 고수부지의 길이가 매우 길었고, 걔중에는 인적이 드문 장소도 많이 있었다. 그런 인적이 드문 장소에 클럽 바빌론에서 거한 사고를 치고 먼저 도망쳐나온 인간들이 있었다.
쿠사나기 스미레를 들춰업고 나온 요시하루와 한진우, 은색 서류가방을 손에 든 하스모헬리스가 바로 그들이었다.
강남 한복판에 있는 클럽 바빌론에서 이곳으로 비밀 통로가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 이건 경찰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나서서 인근을 수색할 일이겠지만, 그들에겐 크게 감흥이 있는 일은 아니었다.
기절한 스미레를 어깨에 둘러멘 요시하루는 인근 주차장 쪽으로 먼저 걸어갔고 한진우는 그의 뒤를 따라가려다가 하스모헬리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레이 팬텀 덕분에 우리 목적이 수월하게 이뤄졌습니다. 다음에도 또 뵜으면 하는 군요.”

“저희도 당신의 힘을 빌릴 일이 또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다시 연락드리죠.”

하스모헬리스가 매우 정중하게 인사를 받아주자, 한진우는 고개를 가볍게 숙여 작별인사를 한 뒤, 요시하루를 쫓아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한진우와 요시하루가 사라지자 하스모헬리스는 서류가방을 잠시 내려놓고는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아마도 이 주변이 금연구역이겠지만 하스모헬리스는 그런 것따윈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담배를 깊이 한 모금 빨아들인 뒤, 연기를 토해냈다.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졌지만 신비한 느낌의 백발에 잘생긴 외모를 가진 터라, 하스모헬리스가 피우는 담배는 그의 퇴폐미를 더욱 배가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담배를 중간쯤 태우고 있을 때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고, 하스모헬리스는 피우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는 손에 자신의 무기를 소환했다. 살라딘이 주로 사용하는 팬텀 소드와 같은 느낌의 소환술이었는데 하스모헬리스의 손에 공간의 파동이 흘러나오더니 독특한 외관을 가진 흑색 검이 나타났다.
급히 무기를 소환해 손에 쥐었지만 하스모헬리스가 그것을 사용하는 일은 없었다. 자신의 뒤에 나타난 사람을 확인한 하스모헬리스는 급히 그의 한쪽 무릎을 꿇으며 충성의 예를 다했기 때문이었다.

“수장을 뵙습니다.”

“수고했다, 하스모헬리스.”

하스모헬리스의 뒤에 나타난 사람은 회색 로브와 후드로 자신의 몸 대부분을 가린 남자, 뫼비우스였다. 그의 곁에는 그를 수행하는 호위로 보이는 두 여자가 서 있었는데 한 사람은 흑색 풀플레이트 아머를 걸친 레아틀론, 다른 한 사람은 녹색 머리카락에, 갈색 로브를 걸친 라키시엘이었다.
뫼비우스를 만난 하스모헬리스는 그에게 은색 서류가방을 내밀었다. 서류가방을 내밀면서 그 안에 있는 물건을 확신시켜주기 위해 가방을 여는 필요한 행동을 빼먹는 짓은 하지 않았다. 하스모헬리스가 연 가방에는 작은 돌이 들어있었는데, 돌에서 내뿜어지는 주황색의 빛은 온 우주의 지혜가 담겨있는 듯 매우 영롱하고 아름다웠다.

“영혼의 돌을 회수했습니다.”

“앙그라마이뉴를 위한 첫 걸음을 뗄 수 있겠구나, 수고했다.”

뫼비우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스모헬리스는 가방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뫼비우스는 주위를 살펴보더니, 하스모헬리스에게 물었다.

“아퀴루핌은?”

“……그곳에 남았습니다.”

“왜 두고 온 거지?”

“……그녀의 의지였습니다.”

아퀴루핌이 자신의 의지로 오제의 무덤에 남았다는 말을 들은 뫼비우스는 주저하지 않고 하스모헬리스가 빠져나온 비밀통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당황한 하스모헬리스와 레아틀론, 라키시엘이 뫼비우스를 불렀지만, 뫼비우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세 사람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가 뫼비우스를 쫓아 비밀통로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차원의 균열이 사라지자, 남은 괴수들을 처리하는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살라딘들이 고전했던 이유는 괴수들이 끝없는 물량 공세에 있었는데, 괴수들의 무한 물량에 근본이 된 차원의 균열이 사라지니, 남은 괴수들은 히어로와 오제의 추종자들에 의해 모두 파괴됐다.
수많은 괴수들의 시체 위에 간신히 두 다리를 딛고 서 있는 사람은 살라딘, 크리스티앙, 클로드, 호크아이, 가면라이더 넥스트, 그리고 지신과 아퀴루핌이 전부였다.
오제의 추종자들은 지신 외에 모두 괴수들에게 살해됐고, 그레이 팬텀은 아퀴루핌을 제외하곤 모두 그 자리에서 도망친 뒤였다.
마지막 남은 괴수가 이빨을 드러내며 히어로들에게 씨알도 안 먹힐 위협을 가했지만, 그의 애처로운 저항은 1분도 이어지질 못했다. 그의 머리 위쪽에 작은 무언가가 날아와 부착됐고, 그것이 작은 폭탄이라는 걸 알기까진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퍼버벙!

마지막 괴수는 체액과 뇌수를 흩날리며 쓰러졌고, 그의 뒤에는 검은 가면과 망토를 걸친, 다크윙이 서 있었다.

“깜장 마녀.”

지옥 문 앞까지 갔다 오느라 강철의 남자라는 이명과는 달리, 약간 탈진한 듯한 클로드가 손을 흔들어보이자, 다크윙은 짧게 한숨을 쉬곤 주위 상황을 살펴보았다.

“박 팀장은?”

“……사정이 복잡해. 폭탄 설치는 완료한 건가?”

뇌명의 대검 스톰블링거를 지팡이 삼아 몸을 기댄 살라딘이 대꾸했다. 박현규의 신상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더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겠다는 듯 다크윙은 더 이상 그에 대해 묻지 않았다. 

“폭탄 설치를 완료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모두 이곳을 빠져나가면 바로 폭파할 거야.”

“그럼 여길 빨리 빠져나가야겠군. 그런데…….”

그렇게 말하던 살라딘은 누군가를 노려보았다. 그곳에는 오제의 추종자 중에 유일한 생존자 지신과, 그레이 팬텀의 낙오자 아퀴루핌이 있었다. 지신은 히어로들과 더 싸울 마음이 없는지 세영의 시신을 들곤 조용히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박현규가 있었다면 그를 체포하겠다고 했겠지만, 아무도 그를 체포하려고 하지 않았다.
괴수와 싸우느라 너무 지쳤고, 오제의 추종자 중에 홀로 남은 지신이 무언가를 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오제의 진실을 알게 된 이상, 오제의 추종자는 더 이상 활동하지 않을 테고…….
지신은 어떤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세영의 시신만 수습해 그곳에서 사라졌다. 아퀴루핌이 있는 것이 걸리긴 했지만 히어로들도 그곳에서 빠져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기절한 지원은 체력에 여유가 있는 클로드가 들었고, 김철수는 자신의 가족 외에 그에게 힘을 주고 사망한 아사의 시신을 수습했다.
아퀴루핌이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을 본 살라딘은 스톰블링거를 소멸시킨 뒤, 다크윙에게 말했다.

“바로 따라가지, 먼저 나가.”

“살라딘.”

“어서.”

뭔가 생각한 게 있는 듯 살라딘은 아퀴루핌에게 다가갔고, 히어로들은 그의 뒷모습을 불안하게 쳐다보다가 지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중간에 클로드가,

“내가 남아있을게요. 아무래도 불안하니까”

라고 말하면서 다크윙에게 기절한 지원을 넘겨주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두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은 거리에 서 있게 된 클로드는 살라딘과 아퀴루핌의 살기 넘치는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친구들 뒤에 숨는 건 끝났어?”

“숨고 있는 건 너야, 얀.”

“뭘 원하는 거야, 살라딘?”

“난 널 한 번 잃었었어. 또 다시 잃고 싶지 않아.”

“넌 아무것도 몰라. 그래서 파멸할 거야.”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아퀴루핌의 광선검이 빛의 검신을 드러냈다. 그러자 살라딘은 양 손에 히랄하르로데와 아미타유스를 소환했다. 빛의 검을 들자마자 아퀴루핌은 살라딘을 향해 휘둘렀고, 살라딘은 검으로 그녀의 광검을 막아냈다.

촤아앙!

아퀴루핌의 검을 막은 살라딘은 그녀에게 소리쳤다.

“제발……. 내 말 좀 들어! 난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그거 안됐네.”

더 대화할 생각이 없는 듯, 아퀴루핌은 살라딘을 매섭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퀴루핌과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광검은 누구보다 빠른 스피드로 살라딘의 사지를 향해 날카롭게 베어들어갔다.
아퀴루핌의 검이 살라딘을 벤 순간, 또 다른 아퀴루핌이 나타나 다시 한 번 베었고, 또 다시 잔상과 함께 아퀴루핌이 또 나타나 베었다. 그렇게 수많은 잔상을 남긴 채 아퀴루핌의 광검을 살라딘을 베었다.
하지만 그녀의 매서운 일격은 살라딘에게 닿지 않았다. 아퀴루핌의 쾌검에 맞선 살라딘은 소환한 두 개의 검을 교체해가면서 휘둘렀고, 그의 호검에 막힌 광검은 적을 베어내지 못한 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퀴루핌의 공격을 모두 막아낸 살라딘은 히랄하르로데를 바닥에 던진 뒤,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어 아퀴루핌의 뺨을 후려쳤다. 그 순간 아퀴루핌은 왼쪽 무릎으로 살라딘의 옆구리를 찍어버렸다. 검으로 승부를 내지 못하니 다급한 마음에 튀어나온 육탄전이었는데, 그 마저도 서로 한 대씩 공평하게 주고받았다.
붉게 물든 뺨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아퀴루핌에게 살라딘이 소리쳤다.

“얀, 그레이 팬텀은 널 그들의 무기로 바꿔버렸어! 넌 얀 지슈카야! 투르 최강의 예니체리지!”

“네 마음 씀씀이는 고마워, 살라딘. 하지만 난 내 자신이 누군지 알아. 그레이 팬텀이 날 바꿔놓은 게 아냐. 이게 항상 내 자신이었던 거야.”

“얀!”

“안타리아든, 뭐든 난 신경쓰지 않아. 난 그저 지금 살아있다는 걸 느낄 뿐이야.”

아퀴루핌은 진심으로 살라딘과의 싸움을 즐기는 듯 했다. 죽음으로 인한 기억의 단절과 인격의 소멸, 지금 이 자리에서 살라딘과 검을 겨루고 있는 자신이 투르의 예니체리 얀 지슈카인지, 그레이 팬텀의 무기 아퀴루핌인지 그녀는 혼란을 겪는 듯 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을 되찾기 위한 방법으로 한 가지를 선택했다. 그것은 바로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살라딘과의 싸움이었다. 살라딘과 맞서면서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그 혼란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거였다.

머리를 가득 뒤덮은 혼란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아퀴루핌이 다시 살라딘에게 달려드는 순간 거대한 검이 묵직한 소리와 함께 허공을 날아 살라딘과 아퀴루핌 사이에 꽂혔다. 흑색 도신을 가진 검이었지만, 그것은 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컸다. 어지간한 성인 남자의 키보다 더 길고 큰 이 검은 엄청난게 크고, 두껍고, 무거웠으며, 무엇보다 조잡했다. 그것은 상식적인 검의 규격에서 한참 벗어난, 철괴에 가까웠다.

저 거대한 대검을 클로드는 처음 봤지만, 살라딘은 이 검에 대한 기억이 있었다. 그가 과거 몸 담고 있었던 용병대의 동료가 거침없이 휘둘러댄 저 대검은 기억에서 잊을 수 없었다.
살라딘은 대검이 날아온 방향을 보았다. 그곳에는 회색 로브와 후드로 전신을 가리고 있는 남자가 서 있었는데, 그의 덩치는 2미터에 가까운 거구인 클로드와 비슷할 정도로 컸다.
회색 로브의 남자, 그레이 팬텀의 수장인 뫼비우스는 아까 이 곳에서 빠져나간 하스모헬리스를 포함, 레아틀론, 라키시엘 두 여자와 함께 살라딘을 노려보았다.

“안타리아의 방랑자.”

살라딘 역시 뫼비우스에게 소리쳤다.

“한!”

그리고 살라딘의 머릿속에는 과거 안타리아라는 곳에 있었을 때의 마지막 기억이 떠올랐다.


살라딘이 가지고 있는 안타리아에서의 마지막 기억은 철가면의 일을 마무리하던 때였다. 
거대한 마장기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던 벨제부르라는 자를 철가면과 그의 수하들이 간신히 제거했을 때, 그들은 벨제부르와 그 일당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던 거대한 신전의 문 앞에 서 있을 수 있었다.
투르도, 팬드래건도, 게이시르도 각기 건국 신화가 있었고, 모시는 신들이 있었으며, 그 신들을 위한 신전들이 여럿 있었지만 이것은 규격이 달랐다. 같은 비공정 개념이라도 라이트 블링거가 개념과 규격이 다른 것처럼 이 신전은 입구부터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했다.
일반 사람은 이 신전의 문을 여는 건 불가능했고, 마장기를 동원하지 않으면 신전 출입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마장기는 일종의 강화갑옷으로, 거대한 인간형 기동체이다. 마장기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안타리아의 신화 시절인 신들의 전쟁 라그나로크 당시였다. 암흑혈, 그리마로 인해 주신들을 몰아붙이던 암흑신에 맞서 주신들은 자신들의 몸을 보호하고, 마련을 증폭시켜주는 마장기를 만들어냈다. 원래 신을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보통 인간으로는 마장기의 제어에는 엄청난 체력과 마력이 필요했지만, 창세전쟁 이후로는 뛰어난 인간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을 거듭한 마장기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주신들이 암흑신에 맞서 만들어낸 거대 병기, 마장기를 쓰지 않으면 출입이 어렵다면 아마도 이 신전은 기록에는 없지만 주신들이 만들어낸 신전 중 하나일 게 분명했다.

“이 것이...... 진짜 아지트로 가는 문인가 보죠?”

모두 대답은 없었지만 죠안의 말에 동감하고 있었다. 이것이 최종 목표, 바로 앙그라 마이뉴가 있는 곳으로 통하는 문일 것이다.

“헤에, 정말 크군.”

크리스티앙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쌍권총을 추스렸고, 잠시 쉬며 벨제부르와의 격전에서 소모된 체력을 회복한 철가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필생의 적인 벨제부르와의 격전은 철가면에서 많은 상처를 남겼다. 그중 가장 큰 것은 그의 한쪽 팔을 못 쓰게 만든 것과 철가면이 쓰던 마장기 아론다이트를 파괴한 것이었다. 
한쪽 판을 잃고 마장기를 잃었지만 철가면은 전혀 당황한 기색이 아니었다. 이정도 손실은 감수했다는 듯 그는 태연하게 여기까지 온 부하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제 모두들 돌아가라.”

“예?”

“이제부터는 나 혼자간다. 전원 라이트 블링거로 후퇴해 대기하도록!”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모두 후퇴하라니……. 그리고 혼자서 가겠다는 철가면의 말에 크리스티앙이 반발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제까지 같이 싸워놓고 혼자만 들어갈 생각이야?”

“이후로 실패하게 되면 더 이상 길이 없어지게 된다. 너희는 이 세계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희망과도 같은 존재야. 여기서 나와 같이 목숨을 걸 필요는 없어. 목숨을 걸려면 미래에 걸어라. 라이트 블링거와 함께 말이야!”

살라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철가면은 용의주도했다. 자신이 실패할 것을 대비해 자신을 차기 리더로 지명해놓은 데에다가 실패를 우려해 자기혼자만 들어가겠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력을 남겨둘 때가 아니었다. 상대는 잘 알지도 못하는 앙그라 마이뉴였다. 차라리 모두가 힘을 모으는 편이 나았다.

“하지만 철가면, 혼자서는 무립니다.”

살라딘의 말에도 철가면은 고개를 묵묵히 가로 저었다. 

“희망이 없어지는 것이 정말 큰 무리겠지. 너희들마저 없어지게 되면 이 세계는 더 이상 어쩔 수 없게 된다.”

“…….”

“자, 모두 돌아가라! 서둘러!”

철가면은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 철가면의 의지를 안 살라딘은 모두에게 조용히 말했다.

“모두, 이곳을 빠져나가자!”

살라딘의 말이 신호탄이 되어 전투에 참가한 모두 그 곳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크리스티앙이 나가려던 참에 철가면을 불렀다. 그 바람에 신전을 나가려던 살라딘도 걸음을 멈추고 크리스티앙과 철가면을 보았다. 

“어이, 아저씨!”

“응?”

“잘해!”

순간 살라딘은 철가면의 눈빛이 기묘하게 변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자신에게 세라자드의 죽음에 대해 사과했을 때 보였던 예의 사려깊은 흑색 눈동자가 아니었다. 그의 눈동자에 깃든 기묘한 붉은 빛은 살라딘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네가 맡은 임무나 신경써라.”

냉정하게 말한 뒤 철가면은 신전 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기묘한 철가면의 모습을 뒤로한 채 살라딘은 크리스티앙과 함께 신전을 빠져나왔다. 다른 일행들이 철가면의 지시대로 라이트 블링거에 탑승하고 있을 때, 살라딘은 크리스티앙과 죠안을 따로 불러냈다.
이 기묘한 느낌, 뭔가 불안한 마음을 둔 채 라이트 블링거에 오를 수 없었다. 살라딘은 크리스티앙, 죠안과 라이트 블링거에 오르기 전, 신전 한 켠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너희 두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무슨 소리에요?”

죠안이 묻자 살라딘은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했다. 자신의 기묘한 느낌이 사실이라면 장황하게 이유를 설명할 시간 같은 건 없었다. 바로 철가면을 따라가 그에게 받은 기묘한 느낌을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철가면이 이상해.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

“무슨 소리에요? 철가면이 왜?”

“잠깐, 죠안. 이건 살라딘의 말이 맞아.”

죠안의 되물음을 크리스티앙이 잘랐다. 그 역시 살라딘처럼 철가면에게서 기묘한 느낌을 받은 모양이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죠안에게 크리스티앙은 차분히, 그리고 빠른 어조로 설명했다.

“아까 내가 철가면을 불렀을 때 그는 그답지 않게 말했어. 평상시 같으면 ‘너나 잘해’라고 말했을 인간이 내가 ‘맡은 임무’라니…… 그건 철가면답지 않은 말투야.”

“그리고 크리스티앙에게 말을 했을 때 그의 눈빛이 이상했다.”

“둘 다 억측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말투야 중요한 임무를 앞두고 그럴 수 있고, 눈빛은 그 사람 가면 썼잖아요. 가면에 의해서 눈빛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죠.”

살라딘과 크리스티앙 모두 철가면에게 받은 기묘한 느낌에 대해 말했지만 죠안은 그 정도로 의심하는 건 너무 나갔다는 투로 말했다. 사실 죠안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이 모든 건 살라딘과 크리스티앙의 기우일 수 있었다. 하지만, 살라딘은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이곳 신전에 왔을 때 살라딘은 옛 부하 이븐 시나를 만날 수 있었다. 살라딘이 시반 슈미터의 대장이었을 시절, 그를 보좌하던 참모였는데 팬드래건의 투르 침공을 하던 시점, 한 제국으로 원군을 요청하러 떠났다가 그대로 행방불명이 됐었다.
그런데 그를 이곳에서 만났다. 그는 자신을 암흑신 베라모드의 수하이며, 그동안 살라딘과 투르를 이용하기 위해 그의 곁에 있었다고 말했다. 투르를 엉망으로 만든 자를 용서할 수 없었기에 이븐 시나는 살라딘의 손에 의해 최후를 맞았고, 그는 죽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마스터, 오차율이 너무 커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철가면과 벨제부르의 마장기를 보다가 숨을 거뒀다. 그때 벨제부르를 보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철가면은 본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살라딘이 이븐 시나에 대해 설명하기 앞서 크리스티앙이 먼저 말을 꺼냈다.

“분명 죠안의 말은 일리가 있어.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잖아. 나도, 살라딘도 그걸 확인해보고 싶은 거고.”

살라딘이 하려는 설명보다 훨씬 깔끔하고 설득력이 있었다. 이런 면에선 크리스티앙이 살라딘보다 처세술이 나을지도 몰랐다. 크리스티앙에게 설득된 죠안은 팔짱을 끼면서 두 남자에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두 사람은 라이트 블링거에 탑승해 철가면의 주위를 조사해줘. 난 아지다하카를 타고 철가면을 쫓아가겠어.”

“그런데 서로 연락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멀리 소리치면 닿을 거리가 아니잖아.”

서로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크리스티앙이 묻자 살라딘은 품에서 작은 메달 3개를 꺼냈다. 묘한 마력이 느껴지는 메달을 받아든 크리스티앙은 살라딘에게 물었다.

“이건 뭐야?”

“철가면 말로는 ‘오브스쿠라의 눈’이라고 하더군. 메달에 대고 이야기를 하면 상대의 얼굴과 함께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장치라고 하더군. 거리가 멀어도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해.”

오브스쿠라의 눈를 보며 죠안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철가면은 이런 것까지 만들어내고.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요?”

“그건 붙잡아놓고 천천히 물어보면 되겠지. 그럼 살라딘, 철가면 쪽을 맡기겠어. 우린 이 안을 수색해볼게.”

“부탁한다.”

크리스티앙과 죠안에게 라이트 블링거를 맡기고 살라딘은 신전 쪽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존!” 

그의 외침과 함께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마룡 아지다하카가 날아왔다. 바람처럼 지나가는 아지다하카의 고삐를 움켜쥔 살라딘은 순식간에 허공을 날아 철가면과 헤어진 신전 입구에 도달했다. 따로 마장기를 불렀는지 신전 문은 열려 있었고, 살라딘과 아지다하카 존은 크게 날개를 펄럭이더니 입구 안으로 뛰어들었다.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