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4편 희생 (9) 팬픽, FAN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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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4편 희생 (9)



“무슨 소리를!”

[블러에게 내 맡긴 게 하나 있는데 그걸 가지고 제가 있는 곳으로 오면 진실을 말씀드리죠. 아,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할 수단도 알려드릴게요.]

전화가 끊기자, 현규는 이를 부득 갈았다. 

[멸천이도류 마영난무]

살라딘의 두 검이 파랗고 하얀 잔광을 남기며 그의 주위를 갈랐고, 그의 검이 그리는 궤적에 따라 사방에서 달려드는 괴물들은 모두 뼈와 살이 분리돼 바닥에 흩뿌려졌다. 약간 한숨을 돌릴 시간을 얻게 된 살라딘은 현규에게 물었다.

“누구야?”

“사무엘 스턴스.”

“미스터 블루? 그 작자가 여기 왜 있어? 정신병원에 있는 거 아니었나?”

“사정이 복잡해. 어쨌든 그 자가 오제의 봉인을 풀어버린 모양이야.”

“이런 미친!”

괴물 하나가 현규를 노리고 발톱을 뻗어오자 현규는 급히 권총을 들어 괴물을 미간을 맞췄다. 총알에 맞은 괴물이 잠시 주춤거리자 급히 살라딘이 검을 휘둘러 괴물의 목을 베어버렸다. 여기까지만 보면 현규와 살라딘의 멋진 콤비네이션으로 현규가 무사히 지켜졌을 거라고 보이지만, 괴물 하나가 더 현규에게 달려든 것을 이 두 사람은 보지 못했다. 머리 위에서 날아드는 익룡같이 생긴 괴수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현규의 목을 물어뜯으려고 했다.
클로드는 가장 앞에서 괴물들에게 강철과 같은 주먹을 날려대느라, 가면라이더로 변한 카케루는 짧은 검과 함께 적을 상대하느라, 크리스티앙은 쌍권총의 탄환이 다 떨어져 이를 교체하느라 누구도 현규를 구할 수 없었다. 현규의 목이 막 익룡형 괴물에게 물어뜯기려는 순간, 은발과 적안을 가진 누군가가 나타나 괴물을 내리쳤다.

[태극사신무 백호 산벼락 투]

자신의 바로 뒤에 나타난 괴물이 누군가에 의해 처참하게 박살나는 모습에 깜짝 놀란 현규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뒤에는 은발에 붉은 눈동자, 그리고 불꽃과도 같은 4개의 꼬리를 가진 지원이 서 있었다. 지원의 양손에는 꼬리의 불꽃과 같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아저씨, 조심해요!”

“너 이 자식! 여기 왜 있어!”

현규가 막 지원을 야단치려고 할 때, 살라딘이 급히 끼어들었다.

“박 팀장, 지금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야! 스턴스가 뭐라고 했어?”

“이 상황을 수습할 방법이 있다고 했어.”

“그러면 여긴 내가 맡을테니, 스턴스에게 가봐! 지원이가 보호하고!”

“알겠어요!”

지원이 주먹을 휘두르며 길을 열자, 현규는 그녀의 뒤에 바짝 붙었다. 오제의 무덤에서 나타난 괴물들은 일반인이 상대하기엔 규격외의 존재들이었다. 그렇기에 현규처럼 인간의 무기로 무장한 이들은 괴물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클로드처럼 인간을 초월하거나, 살라딘이나 크리스티앙처럼 인간을 능가한 기술과 힘을 가지고 있거나, 카케루나 지원처럼 초인이 된 자들 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면 되요?”

“저 앞에서 싸우고 있는 덩치 큰 아저씨에게 가자꾸나.”

현규가 지시하자 지원은 클로드가 있는 쪽으로 길을 열었다. 괴물들은 사방에서 달려들었지만 사신무의 초식이 담긴 그녀의 주먹은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괴물의 수가 너무 많았기에 지원의 사신무 만으로는 길을 완전히 다 뚫기란 어려웠다. 

“별 수 없지.”

지원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기공력을 단전으로 모두 회수했다. 단전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기운을 느낀 지원은 집중된 기공력을 풀지 않고 오른손을 향해 공력을 밀어냈다. 마치 겨울잠에서 깬 뱀이 머리를 내밀 듯이 공력을 밀어내자, 그녀의 오른손 끝에 더 갈 곳이 없는 공력이 스스로 엉기어 둥글게 응축이 됐다.
지원의 손 끝에 기공탄이 맺혀지자, 지원은 지체없이 손가락을 튕겼다.

“탄!”

지원의 기합성을 지르며 손가락을 튕기자 똘똘 뭉쳐있던 기공의 덩어리는 총알 같은 속도로 날아가 괴물들에게 꽂혔다. 괴물들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리면서 사방이 번뜩하고 번개불이 치는 것처럼 밝아졌고, 그 밝은 빛에 지원도, 현규도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지원이 탄자결로 길을 뚫자, 현규는 큰 부상 없이 클로드의 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막 괴물 하나를 말 그대로 뭉게버린 클로드에게 다가간 현규는 급히 그에게 물었다.

“카르엘 씨! 스턴스 씨가 당신에게 맡긴 게 있다고 하던데요!”

“스턴스? 아, 미스터 블루요? 이거 말하나?”

클로드는 주머니에서 검은 USB를 꺼냈다. 그건 스턴스를 만나러 병원에 갔을 때, 그가 클로드의 주머니에 몰래 집어넣은 물건이었다. 
나중에 쉴드의 안전가옥에 갔을 때 그게 주머니에 있던 걸 알았지만 콜슨에게 보고 하진 않았다. 딱히 다른 생각이 있어서 보고를 하지 않은 건 아니고, 그냥 클로드가 보고하는 걸 잊은 것에 불과했다. 


클로드와 지원의 보호를 받으면서 현규가 권총을 쏘아대며 괴물들을 뚫고 스턴스에게 가고 있을 무렵, 이미 지하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오제의 무덤에서 나온 괴물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봉인이 풀리자마자 내뺀 한진우, 요시하루, 하스모헬리스를 제외하고, 원래 지하에 있었던 지신과 아퀴루핌은 죽을 힘을 다해 괴물들과 싸우고 있었다.

지신은 아직 목숨을 잃지 않은 수하들과 함께 어느 문을 지키고 있었다. 그 문은 오제의 무덤을 발굴하기 위해 고용한 작업인부들이 휴식을 취하던 컨테이너 입구였는데, 괴물들이 사방에서 몰려오는 상황에서 부상당한 동료들을 컨테이너 안에 몰아넣고, 그 입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지신의 손에선 계속해서 검은 나비들이 나타났고, 나비들은 나타나자마자 괴물들에게 달려들어 그들이 더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지신이 몇몇 추종자들과 컨테이너 입구를 지키고 분전하고 있는 모습을 흐릿한 눈으로 바라보던 세영은 복부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비명을 질렀다. 죽어가고 있는 그녀의 곁에는 오제의 봉인이 파괴됐을 때 그 안에서 떨어져 나온 남루한 옷차림의 여인과 김철수 가족이 있었다. 

쾅쾅쾅!

지신과 추종자들이 지키고 있는 입구 쪽 말고 컨테이너 다른 쪽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괴물들이 지신이 지키고 있는 입구로 오는 게 힘드니, 컨테이너의 철제벽을 뜯어내고 그 안으로 들어오려고 전략을 바꾼 모양이었다.
컨테이너의 비명을 들으며 세영은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녀에게 죽음이 곧 찾아오리라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아, 아버지…….”

“난 당신의 아버지가 아닙니다.”

남루한 옷차림의 여성은 뭔가 힘든 부분이 있는지 가뿐 숨을 내쉬고 있었다. 세영의 복부에 난 큰 상처를 누르고 있는 그녀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그럼…… 가, 가르쳐 주세…… 내 딸은…… 내, 내…….”

세영은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격하게 숨을 토해냈다. 그녀에게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는 걸 안 남루한 옷차림의 여성은 세영을 쳐다보더니 그녀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격통에 몸부림치던 세영은 갑자기 격통이 사라진 것을 느끼곤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어둠으로 둘러싸인 공간 뿐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무의 공간에 있던 세영에게 누군가 나타나 말을 걸었다. 그녀는 세영의 상처를 막고 있었던 남루한 옷차림의 여성이었다.

“내 이름은 아사……. 차원의 균열을 막던 수호자입니다.”

“차원의 균열이……라뇨? 무슨…… 소리를?”

“이세영, 당신의 기억을 읽었습니다. 당신이 바라던 오제라는 존제는 그곳에 없었습니다. 오제는 그저 사람들에게 차원의 균열에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하기 위해 만든 허구의 존재일 뿐입니다.”

아사의 말에 세영은 패닉에 빠졌다. 이제까지 오제의 봉인을 풀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는데, 이제와서 오제라는 존재가 없었더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과거 나와 내 동료들은 지옥과 연결된 차원의 균열을 발견했습니다.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우리는 그 균열을 막을 수 없었고, 결국 내가 봉인을 자처해 균열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 하지만…… 우리는……!”

“후대에 차원의 균열에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를 하기 위해 내 동료들은 오제의 악명을 만들어 거짓 전설을 남겼죠. 그렇게 하면 누구도 이곳에 관심을 두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아사는 안타까운 얼굴을 했다. 하지만 세영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오제의 봉인이 처음부터 없었다니. 그렇다면 자신의 아이를 살려주겠다는 오제의 말은 뭐란 말인가?

“그럴 리 없어! 난 분명히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었어! 내 아이를 살려준다는 목소리를 들었단 말이야!”

“그건…… 당신의 헛된 욕망이었을 뿐입니다.”

그저 헛된 욕망으로 인한 헛소리였다니……. 세영은 믿을 수 없었다. 아사의 멱살을 잡으려고 하던 그녀는 갑자기 격통을 느끼며 의식의 세계에서 빠져나왔다.
의식의 세계에서 더 대화를 나누기엔 세영의 육체를 잠식하는 죽음이 너무 커져버렸다. 세영은 거칠게 숨을 내쉬며 아사를 보았고, 아사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세영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제야 안식을 찾았는지, 세영은 굳게 눈을 감았다. 
세영이 막 숨을 거뒀을 때 괴물들로부터 이곳을 보호하고 있던 컨테이너의 비명이 더욱 커졌다. 괴물들에 의해 얇은 철벽들이 뜯겨나갈 거 같자 김철수는 자신의 아내와 딸을 꼭 끌어안은 채 비명을 질렀다.

“제발! 제발! 누가! 누가 좀 도와줘요!”

아사는 컨티이너 벽 쪽으로 손을 뻗으려다가 손의 떨림이 눈에 띄게 커진 것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세영에게 찾아온 죽음처럼, 그녀에게도 끝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천년간 차원의 균열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기에 그녀의 육신에도 한계가 찾아온 것이다. 봉인이 온전했다면 그 안에서 계속 살아있을 수 있었겠지만 봉인이 부서진 충격으로 그녀의 육체가 급속도록 붕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육체가 붕괴되기 전, 아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모두 전해줄 이를 찾아야만 했다. 컨테이너 입구에서 괴물들과 싸우고 있는 지신이 지금 상황에선 적당했지만, 그가 빠지는 순간 컨테이너의 방어선은 무너질 것이고, 그 순간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죽음을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을 찾아야만 했다. 아사의 눈에는 아내와 딸을 안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중년의 남자가 들어왔다. 철수에게 다가간 아사는 그에게 조용히 물었다.

“당신 가족입니까?”

“제발 도와주세요.”

철수가 말하자 아사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도와주고 싶지만 제 육체는 이미 한계입니다. 오랫동안 차원의 균열을 막고 있었기에 이제 더 낼 힘조차 없습니다.”

“그, 그런…….”

“하지만 당신의 가족을 구할 방법이 있다면 뭐든지 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제발! 제발 제 아내와 딸을…….”

철수가 다급히 소리치자 아사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컨테이너의 비명은 이제 끝을 다가가고 있었다. 금방이라고 천장이나 벽이 뜯어져나가고 괴물들이 쳐들어올 것 같은 그 순간, 아사는 철수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제 힘을 모두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이 힘을 어떻게 쓰든, 그건 당신 마음입니다만 한 가지만 약속해주세요.”

“약속이요?”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철수가 묻자 아사는 싱긋 웃어보였다.

“제 힘을 쓸 때마다 항상 가족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지금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만 해주세요.”

아사의 말에 철수는 품 안에 있는 가족들을 보았다. 평생의 사랑이라면서 ‘온 힘을 다해 당신을 지켜주겠다’는 멋없는 프로포즈를 한 아내, 사춘기 때문에 대화가 많이 없어졌지만 태어났을 때는 누구보다 사랑한 딸…….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두 존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 눈들을 기억하며 철수는 아사가 내민 손을 잡았다.

“약속하겠습니다.”

그 순간, 철수의 손을 잡은 아사의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이 사라진 다음 부서진 컨테이너 벽을 통해 안으로 들어온 괴물이 철수의 묵직한 주먹 한 방에 뒤로 날아가버렸다.

[만성피로권]

괴물들을 주먹 한 방에 잠잠하게 만든 철수는 길게 심호흡을 한 뒤, 전신에 흐르는 강력한 힘을 느꼈다. 아사가 넘겨준 힘은 철수의 육체를 인간 이상으로 강하게 만들어줬고, 그가 항상 머릿속 상상으로만 꿈꿔왔던 여러 대전격투 게임의 캐릭터들이 사용하는 기술들을 현실화시켜줬다.
눈치보단 괴물 중 하나가 철수를 향해 달려들자 민애와 선영은 동시에 소리쳤다.

“아빠!”

“여보!”

괴물의 발톱이 철수의 정수리를 내려치려는 순간, 철수는 감았던 눈을 번뜩이며 날카로운 발차기로 괴물의 목을 베어냈다. 살짝 뛰어오르며 몸을 한 바퀴 돌리면서 한쪽 발로 올려 베듯 원 형태로 차는 철수의 발차기는 칼날과도 같았다.
괴물 하나를 또 쓰러뜨린 철수는 태권도의 겨루기 자세를 취하면서 자신의 가족들에게 말했다.

“물러서 있어!”

배가 좀 나오고, 머리는 벗겨진, 40~50대의 흔한 중년 남자인 김철수는 수수께끼의 힘에 의해 격투술의 달인이 되어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두 주먹에 혼을 담았다.


김철수가 기묘한 힘을 얻어 격투술의 달인 됐을 그 시각, 가면라이더 넥스트로 변한 카케루는 정신없이 달려드는 괴물들을 상대하느라 진이 빠질 지경이었다. 가면라이더라는 강화복 덕분에 괴물들이 휘두르는 탈 인간급의 공격들을 어렵지 않게 받아넘길 수 있었지만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괴물들의 손톱과 이빨을 받아 넘기기가 조금씩 어려워지고 있었다.

“젠장, 칼 같은 거 없나?”

[그럴 줄 알고, 슈트에 무기를 전송해놨다.]

“엥? 뭐야?”

넥스트는 귀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 목소리가 어딘가 많이 들은 소리 같았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가면라이더 슈트를 처음 그에게 넘겨준 크림이라는 프로그램의 목소리였다.

[넥스트로 변신했다는 시그널을 체크해보니, 역시 변신을 했군. 지금까지 슈트 손상은 심하지 않지만 앞으로 저 공격들을 계속 맨손으로 상대하면 슈트의 듀어빌리티가 손상될 수 잇다. 더 데미지를 입기 전에, 넥스트 웨폰을 사용해라.]

원래 말투가 저런 건지 모르겠지만, 크림의 독특한 말투 덕분에 넥스트는 피식 웃었다. 멋진 발차기와 펀치로 괴물들 몇을 쓰러뜨린 넥스트는 바로 크림에게 물었다.

“그 넥스트 웨폰이라는 게 뭔데? 어떻게 쓸 수 있는 건데?”

[무기 이름을 외치면 된다. 블레이드 건너! 이렇게 말이다.]

“아니, 무슨 소년 만화도 아니고, 기술이나 무기 이름을 외치는 건 무슨 경우아!”

[음성인식 시스템이 신뢰성이 가장 높기 때문에 채용한 것이다. 잘 모르면…….]

“예이, 예이…… 알겠습니다.”

촌스럽게 무기 이름을 불러야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지만, 넥스트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으며 소리쳤다.

“블레이드 건너!”

그러자 빛의 입자가 모여들더니 넥스트의 손에 짧은 도신을 가진 검이 쥐어졌다. 영화 트로이에서 아킬레우스가 사용했던 검의 길이와 비슷한 푸른 검신을 가졌는데, 손잡이 모양이 기묘하고 독특했다. 너클 가드가 달린 손잡이였는데 손잡이 윗부분에는 아마도 총으로도 사용할 걸 상정했는지 짧은 총구가 달려있었다.

블레이드 건너를 손에 쥔 넥스트는 푸른 도신을 무참히 휘둘러 괴물들의 팔과 다리를 거침없이 잘라냈다. 이제까지 체술로만 괴물들의 공격을 받아내는데 급급했던 넥스트가 짧은 길이의 검을 들더니 거침없이 썰어대자, 괴물들은 위기감을 느꼈는지 좀 전과는 다르게 함부로 넥스트에게 달려들지 못했다.

이제까지 마구 달려들던 괴물이 이제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을 본 넥스트는 검신에 묻은 괴물들을 체액을 왼손을 털어내면서 말했다.

“검이 참 잘 드네. 마음에 드는데?”

[저번에 넥스트 드라이버를 주면서 함께 준 설명서를 잘 읽어봤겠지? 설명서에 보면…….]

“아, 그거 바빠서 못 읽었는데요?”

[아니, 그걸 읽지 않으면 어쩌자는 거야? 넥스트의 무기 사용법, 필살기 사용법까지 전부 정리한 건데!]

이제까지 들리던 크림의 목소리가 아닌 이번엔 아이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린은 꽤 많이 당황했는지, 소리를 버럭 질렀지만, 정작 현장에 있는 넥스트는 태연하기만 했다. 아이린과 크림은 카케루에게 넥스트 드라이버를 맡기면서 드라이버의 사용법이 담긴 설명서도 함께 줬는데, 문제는 그 설명서의 두께였다. 
넥스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 맡겨서 그런건지 설명서의 두께는 정말 어마어마했는데, 원체 책을 좋아하지도 않았던 카케루는 책을 두 어장 읽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그래서 넥스트의 무기 사용법이나 필살기 사용법 같은 건 카케루의 머리 속에 들어있지 않았다.

“그 긴 설명서를 어떻게 하루 만에 다 읽으라는 겁니까? 일단 이거라도 있으니까 대충 잘 싸워볼게요.”

[대충이라뇨! 잘이라뇨! 에잇! 그래서 저 인간 머리에 다이렉트로 사용법을 집어넣자고 했잖아요, 크림!]

[원래 몸으로 익히는 게 가장 기억에 잘 남는 법이란다, 아이린.]

[몸으로 익히라니! 넥스트 망가져 오면 누가 수리할 건데요! 지금도 손상이 심각한 거 몰라요!]

[이정도면 첫 전투치고 손상이 크지 않은 거란다. 카케루 씨의 전투 센스가 아주 좋…….]

[넥스트 망가져오면 크림이 고쳐!]

“아, 둘 다 시끄러! 정신 사납게 왜 통신기에 대고 싸우는 거야!”

헬멧 안에서 세 사람이 말싸움 하는 걸로 가면라이더 넥스트의 데뷔무대는 시작됐다.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