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4편 희생 (6) 팬픽, FAN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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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4편 희생 (6)


클럽 바빌론.
‘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 팻말이 쓸쓸하게 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외관과 달리, 클럽 바빌론 안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오제의 추종자들이 거점으로 삼고 있는 오제의 무덤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안에는 평소보다 많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40~50명의 사람들이 바빌론 안에 있었다. 
그들은 전부 오제의 부덤이 있는 바빌론 지하에 있었으며, 오제의 힘에, 그의 전설에, 그의 말에 매료된 수많은 추종자들은 세영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에게 쏠려 있었다. 길고 검은 머리카락에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새하얀 피부의 미녀는 온몸이 결박된 채, 추종자 몇에 의해 세영의 앞에 서 있었다.
세영은 자신의 앞에 있는 미녀, 쿠사나기 스미레에게 정중히 예를 갖추며 말했다.

“쿠사나기 스미레 씨, 우리 모두를 대표해서 다시 우리와 함께 자리하게 돼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군요.”

“누가 너희들 뜻대로 움직여줄 줄 알아?”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던 간에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로 막을 내릴 겁니다. 아버지의 완전한 부활과 함께 말이죠.”

“너희가 원하는 오제의 부활에 내가 협력할 줄 알고!”

“지금 당신은 저항하고 있지만, 끝에 가서는 날 위해 일하게 될 겁니다. 내게 봉사하겠죠.”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 세영은 히죽 웃었다. 그리곤 오제의 무덤이라고 알려진 거대한 바위를 가리켰다.
그 바위의 크기는 압도적이었다. 지상에 있는 바빌론의 규모도 상당했지만, 바빌론의 지하에 이런 거대한 바위가 있을 거라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어지간한 건물 크기의 바위를 본 스미레는 자기도 모르게 신을 찾았고, 세영은 바위에 새겨진, 그것도 빛을 발하고 있는 문자 같은 것을 가리켰다.

“이게 무슨 언어인지 아나요?”

“이것 때문에 날 여기까지 끌고 내려온 거야? 번역가로 쓰려고?”

“뭐라고 적혀있죠?”

읽어주길 바라고 있지만, 스미레는 그 기대에 부응해주지 않기로 했다. 함부로 읽어줬다가 세영이 어떤 나쁜 짓에 이를 이용할지 몰랐고, 무엇보다 저 문자 중에 스미레가 읽을 수 있는 것보다 읽을 수 없는 부분이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 글을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알지 못하는 단어가 너무 많아. 그리고 만약 내가 이걸 읽을 수 있다 쳐도 그대로 읽어줄 거 같아?”

“그렇겠죠. 하지만 다행히도 우린 이게 뭔지 알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잠자코 있던 한진우가 둘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오래 전에 너 같은 사람들이 그들의 능력으로 이걸 봉인했지.”

“무슨 소리야? 이게 오제의 무덤이라는 거야?”

스미레의 입에서 오제의 이름이 나오자 세영의 얼굴이 심하게 굳어졌다.

“아버지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았으면 하는데……. 어쨌든 이를 봉인한 자들은 오직 한 가지로만 이것이 열리도록 해뒀죠.”

그것이 무엇인지 세영이 말하지 않았지만 스미레는 알 수 있었다. 왜 자신을 잡으려고 추종자들이 그렇게 혈안이 됐는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한 거였다. 오제의 봉인을 풀 수 있는 열쇠는 스미레가 가지고 있는 ‘신의 불꽃’이었다.
스미레가 세영을 노려보고 있을 때, 지신이 세영에게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건물 근처에 그들이 나타났습니다.”

“정확히 누구인가?”

“4명인데, 그 중 살라딘, 크리스티앙 데 메디치가 있습니다.”

“막으세요. 중요한 순간입니다.”

“알겠습니다.”

세영의 지시를 받은 지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의자에 대충 앉아있는 남자 쿄스케와 그의 곁에 있는 여자, 시노부를 데리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지신들이 어느 정도 시간을 벌어줄 거라고 생각한 세영은 스미레에게 말했다.

“이 문 뒤에는 아버지께서 잠들어 계십니다. 당신이 이 문을 열어줬으면 해요.”

“그렇게 할 거 같아?”

예상한대로 스미레가 오제의 봉인을 푸는 것에 반발하자 세영은 별 수 없다는 듯 한진우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한진우는 이제까지 들고 있는 각종 장비가 붙어있는 헬멧을 꺼내더니 차갑게 웃었다.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주지.”

저게 뭐길래 그러는거지라는 생각을 할 때, 세영이 스미레의 부러진 팔을 잡았다.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스미레는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생각에서 이를 악물고 참았다. 스미레가 고통을 참아내자 세영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호오, 꽤 아플텐데요?” 

“고통도 익숙해지는 때가 있거든.”

“그런가요? 하지만 난 당신의 고통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스미레의 팔을 잡고 있는 세영의 손에서 약간이나마 빛이 일어났다.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던 세영의 빛은 스미레의 팔로 모조리 빨려들어갔고, 스미레는 이제까지 팔에서 느껴지던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쿄스케의 주먹을 막느라 부러진 그녀의 팔이 감쪽같이 붙은 것이다.

“이러면 아버지의 봉인을 푸는데 문제가 없겠죠?”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제가 아버지께 받은 권능입니다. 남을 치료하는 능력이지요. 부러지거나 상처를 입은 것을 치료하는 건 문제없지만, 만능은 아니에요. 죽은 사람에겐 소용없습니다.”

“이러면 내가 고맙습니다라고 하면서 오제의 봉인을 풀어줄 줄 알았나? 내가 순순히 오제의 봉인을 풀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난 내 스승에게서 충성심이란 걸 배웠거든.”

“그래서 아직도 그런 쓸데없는 고집을 피우는 건가요?”

세영이 눈짓을 보내자 한진우가 아까 가지고 있던 헬멧을 스미레의 머리에 씌웠다. 한진우가 들고 있던 헬멧은 스미레의 머리에 씌워지자마자 작동되기 시작했고, 헬멧의 작동으로 인해, 스미레는 팔에 이어, 이번엔 머리에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우리가 당신 일족의 전사들을 죽일 때 그들이 지르던 비명소리를 들었나요? 아주 유쾌했습니다.”

헬멧에서 일어나는 스파크로 인해 스미레의 정신이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세영이 명령한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뿐이었다.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고 있는 세영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그는 모노클과 하얀 양복을 입은 남자, 요시하루였고, 그의 손에 잡혀온 이는 김철수의 아내와 딸이었다.

“잡아왔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그럼 김철수를 데려오세요.”

스미레가 얼추 세뇌되어가고 있는 동안, 이전 아퀴루핌에 의해 잡혀온 김철수가 그 자리에 끌려나왔다. 꽤 심하게 고문을 당한 듯, 그의 얼굴은 피와 멍으로 가득했다. 양손이 결박된 채 끌려온 김철수는 그대로 바닥에 널부러졌고, 그런 그에게 가족들이 달려갔다.

“여보!”

“아빠!”

감격스러운 가족상봉을 흥미없다는 듯 보던 세영은 부하들에게 눈짓을 보냈고, 민애와 선영은 부하들에게 잡혀 철수에게서 떨어졌다. 말은 안했지만, 김철수는 아내와 딸이 이런 곳에 끌려온 것에 크게 놀란 눈치였다. 세영은 철수에게 천천히 다가가 조롱하듯 말했다.

“쥐새끼처럼 잘도 그런 짓을 해두셨더군요?”

“……그런 괴물을 풀어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니까.”

“자, 그럼 이 건물의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와 당신이 몰래 숨긴 폭탄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겠어요? 아버지의 해방을 앞두고 소란스러운 일은 전부 치우고 싶어서 말이죠.”

“웃기지마! 내가 그걸 알려줄 거 같아?”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선물을 준비했죠.”

세영이 손짓하니, 추종자들이 오민애와 선영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머리에 총구가 겨눠지고, 가족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오자 철수는 놀라 소리쳤다.

“가족들은 상관없잖아!”

“상관이 없다뇨? 당신이 이 건물에 그딴 짓을 했을 때부터 당신 가족들의 목숨도 여기에 걸리게 됐습니다. 그러니 어서 말하시죠. 폭탄은 어디에 숨겼습니까?”

철수는 절망에 빠졌다.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목숨을 버리려고 한 거였는데, 아퀴루핌에게 저지당해 실패하고, 이런 곳에 끌려와서 갖은 고문을 당하고, 어떻게든 버텨냈지만 고문을 버틴 대가는 아내와 딸의 머리에 겨눠진 차가운 총구였다.
절망에 빠진 철수는 결국 폭탄을 숨긴 곳을 말했다. 철수가 준비한 폭탄의 절반은 지원에 의해 경찰청에 압수됐지만, 나머지 절반은 철수가 몰래 바빌론을 드나들며 설치해놓은 상태였다. 철수가 설치한 폭탄이 터지면 봉인이고 뭐고 전부 땅에 묻히기 때문에 세영은 그것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철수를 고문하고 민애와 선영을 납치한 것이었다.
철수가 바빌론에 설치한 폭탄 위치를 말하기 시작하자 세영은 민애와 선영을 위협하던 걸 멈추게 한 뒤, 추종자 하나에게 폭탄 위치를 파악한 뒤 모두 제거하라고 명령했다.

철수를 가볍게 굴복시키고, 스미레에게 세뇌장치를 씌운 세영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오제의 봉인 앞에서 계속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던 미스터 블루가 갑자기 만세를 부른 것이다.

“모두 마무리! 전부 다 끝냈습니다.”

세영이 보니, 아까 알 수 없는 고대 언어로 적혀있던 빛의 문자 사이에 작은 빈틈이 드러났다. 빈틈을 가리킨 미스터 블루는 노트북을 내려놓고는 각종 중장비들로 둘러싸인 또 다른 자리로 돌아가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미스터 블루? 저기를 부수면 된다는 건가요?”

세영이 묻자 미스터 블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가 열쇠구멍이에요! 저길 부수면 됩니다. 근데 잠시만요, 시뮬레이션 할 게 하나 있어서요. 5분만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이제까지 기다렸는데 또 5분을 더 기다리라는 말인가? 세영은 짜증이 났지만 참기로 했다. 아버지의 봉인을 풀기 위해 기다린 시간이 수십년, 아니 수백년이었다. 고작 5분 더 기다리는 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지만, 불만은 숨길 수 없었는지 세영은 팔짱을 낀 채 짜증 섞인 얼굴로 미스터 블루를 노려보았다.


강남대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클럽 바빌론은 건물의 규모를 봐선 저게 어떻게 통째로 클럽일수 있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서울 강남에 세운 많은 건물들과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을 커다란 크기의 클럽 바빌론 앞에 한 대의 택시가 다급하게 멈췄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살라딘과 크리스티앙, 지원, 훈이었다. 바로 달려온 네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깊은 심호흡을 내뱉었다.
살라딘이 경찰청에서 지급받은 교통카드로 택시비를 결제하고 영수증을 챙겼을 때, 지원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영수증도 챙겨야해요?”

“팀장 지시사항이다.”

“하여간에…… 어쨌든, 어떻게 들어가지?”

크리스티앙은 클럽 바빌론의 압도적인 건물 크기를 보며 혀를 찼다. 아직 낮 시간이라 그런지 서울의 어두운 밤을 비추는 클럽 바빌론의 불빛은 어디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바빌론 건물을 대충 살펴본 살라딘이 건물 한 켠으로 걸어갔다.

“뒤로 돌아가지. 정면으로 쳐들어가는 건 좀 그러니까.”

그 말에 동의한 나머지 일행들은 말없이 살라딘의 뒤를 따랐고, 바빌론 건물과 옆 건물 사이의 좁은 길을 통해 바빌론 뒤편 주차장 입구를 발견한 두 사람은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들어선 문은 바빌론의 지하주차장으로 이어져 있었다.
좁은 계단을 내려간 뒤,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듯한 문을 열려고 한 살라딘은 문을 열러던 손을 멈추곤 중얼거렸다.

“누군가 있군.”

“살기를 너무 피워대는데?”

즉시 살라딘은 히랄하르로데를 소환해 오른손에 쥐었고, 크리스티앙은 허리 뒤춤에 찬 권총을 꺼내 장전 상태를 확인했다. 지원은 기공력을 끌어올렸고, 훈은 일륜도를 뽑아들었다. 만반의 준비를 한 네 사람은 문을 열고 주차장 안으로 들어섰다. 넓디넓은 바빌론의 주차장은 주차된 차는 없었고, 대신 3명의 사람이 살라딘과 크리스티앙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지난 밤 두 사람과 홍룡문에서 싸운 지신, 그리고 스미레를 제압한 분홍 머리카락의 괴상한 문신을 한 남자, 쿄스케와 시노부였다.

“쿠사나기 스미레를 찾으러 왔는데…….”

크리스티앙이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지신이 비이냥거렸다.

“불꽃의 전승자는 우리 것이다.”

“아쉽게 됐군. 그 여자 없이는 우리도 갈 생각 없다.”

살라딘이 왼손에 아미타유스도 소환하자, 빈 주차장에 모인 7명의 사람들 사이에 엄청난 긴장감이 감돌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강자와의 싸움이 시작된다는 사실에 흥분한 쿄스케가 히죽거렸다.

“어제 네 녀석들과는 한번 꼭 겨뤄보고 싶었다. 맡은 임무가 있어서 그 여자만 잡았지만, 내 진짜 목적은 바로 네 놈들이다!”

훈을 향해 달려드는 쿄스케의 뒤편으로 하나의 인형이 날아들었다. 간호사 복장을 한 여성이었는데, 얼굴은 알아볼 수 없게 가면으로 가리고 있었다. 그 인형은 크리스티앙을 향했고, 그가 들고 있는 가느다란 세검은 크리스티앙의 급소를 정확하게 노렸다.

“뭐, 뭐야!”

크리스티앙은 빠른 몸놀림으로 속검을 피하면서 왼손을 뻗어 흑색 창신에, 황금의 날을 가진 창을 꺼내 상대의 검을 막아냈다. 살라딘은 지신과 맞붙었고, 지원은 시노부와 검을 맞대었다.


클럽 바빌론의 지하 주차장에서 살라딘, 크리스티앙과 수하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아까 살라딘과 크리스티앙이 택시에서 내렸던 바빌론의 정문 앞에 몇 대의 승용차가 급하게 정차했다.
2대의 차에서 내린 사람은 박현규와 쉴드의 콜슨 팀이었다. 정확히는 필 콜슨, 클린트 바튼, 카자마 카케루, 클로드 카르엘 이렇게 4명이었고, 앞선 차에선 박현규와 콜슨이, 뒤의 차에선 나머지 사람이 한꺼번에 내렸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콜슨이 묻자 현규는 바빌론을 찬찬히 보면서 대꾸했다.

“정문으로 들어가는 건 아닌 거 같으니 뒤쪽으로 돌아가죠. 자칫 하면 불법침입으로 책임을…….”

박현규가 채 대답하기 전에 클로드가 저벅저벅 걸어가더니 굳게 닫혀있고, 쇠사슬에 자물쇠까지 걸려있는 바빌론의 정문을 뜯어내버렸다. 종이문처럼 굳게 닫혀있던 철제 문을 완전히 뜯어내버린 클로드는 문을 한쪽에 잘 치워두더니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네 사람을 보고 말했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 들어가죠. 귀찮은 절차는…… 수리비는…… 한국 경찰분이 잘 해결해주시고요.”

“이봐요, 카르엘 요원!”

콜슨이 주의를 주려고 했지만 클로드는 대꾸하지 않은 채 바빌론 안으로 들어갔다. 별수 없지 않느냐는 제스쳐를 보이면서 클린트와 카케루도 안으로 들어갔고, 가장 마지막으로 콜슨과 현규가 한숨을 쉬며 바빌론 안으로 입장했다.
강남 최고의 클럽답게, 바빌론은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했다. 100명도 넘는 손님을 동시에 입장시킬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어둠에 잠긴 채 일행을 맞이했다. 워낙 넓다보니 일행은 어디서부터 일을 시작해야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분명 지하로 내려가는 비밀 통로가 있을텐데, 그걸 찾는 게 쉽지 않다고 할까? 

콜슨과 클린트가 숨겨진 입구를 찾는데 도움을 주는, 비밀 도구를 찾기 시작했을 때 거친 목소리가 일행을 찾아왔다. 일행이 보니 그는 검은 헬멧을 쓰고, 검은 망토를 걸친 자, 바로 다크윙이었다. 다크윙은 일행에게 한쪽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밑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는 저쪽에 있다.”

그러자 클로드는 눈에 힘을 주어 투시능력을 발동시켰다. 별반 달리지지 않은 그의 눈이었지만 달라진 시야는 클로드에게 벽 안에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있음을 알려줬다. 클로드는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그 막강한 힘을 이용해 벽을 뜯어내고, 그 안에 있는 비밀 엘리베이터의 모습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깜장 마녀 말이 맞네. 저쪽에 비밀통로가 있어요.”

“다크윙이라고 몇 번을 말해야 하는 건가?”

다크윙이 가볍게 항의했지만, 누구도 클로드의 괴상한 작명센스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비밀 엘리베이터가 클로드에 의해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본 현규가 다크윙에게 물었다.

“자네도 도와주러 온 건가?”

“살라딘에게 연락을 받았다. 난 이곳을 파괴하려고 온 거야.”

“무슨 소리야?”

바빌론을 파괴한다는 건 무슨 소리란 말인가? 현규가 되묻자 다크윙은 재차 설명했다.

“현지원이 조사했던 건축가는 이 밑에 있는 오제의 봉인 자체를 묻어버리려고 이 건물을 설계했지. 어느 부분을 폭발시켜야 건물이 무너질 수 있는 지까지 전부 남겨뒀어.”

건축가는 김철수를 말하는 것일 테니, 현규는 그제야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경찰청에 압수한 김철수의 C4는 바빌론을 파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 자가 C4를 대량으로 산 거였군.”

일행은 오제의 봉인을 다시 지하 깊숙한 곳에 묻어버리려면 경찰이 압수한 김철수의 폭탄들이 있어야한다는 새로운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콜슨이 폭탄이 어디에 있는지 묻자 현규는 쓰게 웃으며 경찰청 증거보관실에 있다고 대답했고, 김철수의 폭탄이 필요하다는 소리에 클로드가 나섰다.

“내가 가서 가져올게요.”

“그럴 필요 없다.”

그렇게 말하면서 다크윙은 아까부터 들고 있던 커다란 가방을 일행 앞에 던져놓았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현규가 다가가 가방을 열었는데, 그 안에는 분명 경찰청 증거보관실에 있어야하는 C4가 가득 들어 있었다.

“또 경찰청 턴 거냐! 이러면 내가 시말서를 몇 장을 써야하는지 알아?”

“네 백에게 부탁하면 쉽게 끝날 일이다.”

“이럴 때 써먹으라고 있는 백이 아니야!”

“서울을 구하기 위한 일이니 이해해줄 텐데?”


다크윙의 뻔뻔한 대꾸에 할 말을 잃은 현규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때, 콜슨이 나섰다.

“폭탄 설치는 제가 하겠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모두 내려가주세요.”

“혼자서 폭탄 전부를 설치는 건 무리에요. 저도 남죠.”

콜슨의 폭탄 설치에 클린트가 자원했다. 현규도 C4 설치는 클린트와 콜슨에게 맡기는 게 가장 좋다고 판단했다. 훈련받은 요원이긴 하지만 일반인인 콜슨과 클린트는 앞으로의 전투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쉴드의 지휘관이었다. 클린트는 호크아이라는 이명을 가진 유명한 궁수지만, 아쉽게도 이 자리에 그의 활과 화살은 없었다.
콜슨과 클린트가 C4가 든 가방을 들고 바빌론 내에 폭탄을 설치하기 시작했을 때, 현규는 다크윙, 클로드, 카케루와 함께 비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면서 현규는 ‘지상’과 ‘지하’라고만 적혀있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보고 말했다.

“이거 얼마나 깊이 뚫려있는 거지?”

“말하기 어렵네요.”

엘리베이터 지하를 투시능력으로 확인했는지 클로드는 말을 아꼈다. 뭔가 불길한 예감에 카케루는 아이린에게서 받은 넥스트의 벨트를 허리에 차면서 입을 열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우리가 살아나갈 확률이 적어지는 거 같은데요.”

“그래요, 뭐, 나처럼 해봐요. 생각 자체를 않는 거죠.”

“쉴드 요원의 일이란 이런 거라고 생각하는 건 어때요?”

클로드와 카케루가 만담을 나누는 사이, 박현규는 엘리베이터 문을 닫고 지하라고 적힌 버튼을 누르기 전, 일행에게 물었다.

“다들 준비됐어요?”

“아뇨.”

딱히 준비됐다는 말을 기대한 건 아니었으니 현규는 지하로 향하는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를 작동시켰다.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