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4편 희생 (4) 팬픽, FAN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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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4편 희생 (4)


“저 친구……. 자는 거야?”


경찰청 특수현상수사팀 본부에서 홍룡문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쓰고 있던 박현규는 본부 소파에 기대어 쪽잠을 자고 있는 살라딘을 보고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단 둘 밖에 없는 수사팀이었기에 평상시 같으면 그의 말을 받아줄 사람이 없었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홍룡문 사건으로 인해 사정청취를 해야 할 사람으로 지원과 크리스티앙, 그리고 훈이 본부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리다 자고 있는 살라딘을 보고 현규가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짓자, 그에게 조사를 받던 지원은 힐끗 뒤를 돌아보고는 피식 웃었다.


“살라딘도 초인은 아니니까요. 잠은 잘 수 있잖아요?”


“나도 똑같이 밤을 새고, 지금 보고서 작성 중인데?”


“아저씨는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 살라딘은 협력자 포지션 아니었어요?”


“저 녀석도 특상팀 일원이거든?”


“아저씨 때문에 팔자에 없는 형사 노릇하고 있는데, 좀 봐줘요.”


지원이 찌른 정곡 때문에 현규는 할 말을 잃었다. 사실 살라딘이 ‘서요한’이라는 이름의 형사가 된 것도 현규의 특상팀을 돕기 위한 ‘그 분’의 조치였음을 생각하면 현규는 할 말이 없는 게 당연했다.

말없이 키보드만 두드리던 현규는 갑자기 걸려온 콜슨의 전화를 받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콜슨 요원. 어쩐 일이십니까?”


현규가 전화를 받으러 사무실 밖으로 나갔을 때, 지원의 옆에 앉아 있던 훈이 말을 걸었다.


“놈들이 쿠사나기 씨를 어디로 끌고 갔는지를 알아내야합니다.”


“그건 현규 아저씨가 알아서 찾아주겠죠. 경찰이잖아요, 여긴 CCTV 공화국이고.”


“그게 아니야.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져서 그래. 오제의 무덤도 그렇고.”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 사이에 누군가 불쑥 끼어들었다. 지원과 크리스티앙이 놀라서 보니 그는 아까까지 소파에서 자고 있던 살라딘이었다. 그는 아직 졸음이 덜 사라진 눈을 비비며 입을 열었다.


“그 오제라는 괴물이 그 봉인 안에 실존하는 건가?”


“너 자고 있지 않았어?”


“박현규의 잔소리에 깼다. 어쨌든 오제는 봉인 안에 있는 게 맞나?”


“봉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 전설대로 오제라는 괴물이 있을지, 아니면 좀비 같은 괴물들이 득시글거릴지는 모르는 거야.”


“그럼 그 오제의 무덤이 있는 곳을 찾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걸 알아내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거야. 그 사이에 추종자 놈들은 쿠사나기 씨를 이용해서 봉인을 깨버릴 거고.”


“완전히 원점이네요. 오제의 무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면……. 잠깐만.”


그때 뭔가 생각나는 게 있는지 지원이 잠시 생각에 빠졌다. 무슨 일이냐고 묻지도 못한 채 세 남자는 지원이 생각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고, 머릿속에 막 떠오른 것을 또렷하게 기억해낸 지원은 두 손을 짝하고 부딪쳤다.


“건축가!”


“건축가?”


지원은 살라딘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당신 여자친구가 납치한 내 의뢰인의 남편이요. 당신 여자친구가 그레이 팬텀, 추종자와 관련이 있으니, 그 건축가도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요?”


“그 여자는 내 애인이 아니야.”


“그거 바로 잡는 건 조금 이따가 하고. 더 말해봐, 지원아.”


살라딘의 작은 불만 같은 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었다. 크리스티앙이 더 말하라고 하자 지원은 자신이 알고 있고, 방금 생각해낸 것을 모두 두 사람에게 말했다.


“김철수라는 사람인데, 그에 대해서 조사해보면 뭔가 더 나오지 않을까요? 그가 다니던 회사를 찾아가 조사해봤는데 특별한 건 없었어요. 그러니 집을 제대로 조사해보면…….”


지원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얀을 자신의 애인이라 말한 것에 정정할 생각이 별로 없었던 살라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지원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레이 팬텀에게 남은 가족들이 제거될 수도 있으니 한 번 찾아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럼 결정됐네. 셋이 가보자고.”


“박현규는 어쩌지?”


살라딘이 콜슨의 전화를 받으러 나간 박현규를 생각해서 말했지만 이미 크리스티앙과 지원은 특상팀 본부의 창문 하나를 열고 있었다. 정상적인 출구로 나갈 생각이 없어 보이는 탐정 사무소의 직원들을 보며 살라딘과 훈은 한숨을 쉬고 그들을 쫓아 나갔다.


그리고 정확히 5분 뒤, 사무실로 돌아온 박현규는 조사 중이던 참고인 3명과 부하 직원 1명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보고 사자후를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서울 시내에는 오제의 추종자들이 근거지로 쓰고 있는 건물이 여럿 있었다.

그 중에서 꽤 큰 규모의 멋진 외형을 가진 건물이 있었는데, 이 건물은 추종자들의 리더인 이세영이 주로 머무는 곳이었다. 홍룡문에서 많은 희생을 치르긴 했지만 오제의 봉인을 풀 열쇠인 쿠사나기 스미레를 붙잡았으니 나름의 수확을 거뒀다고 생각한 세영은 자신이 머무는 방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홍룡문에서 패색이 짙어질 때 도망치던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우아한 자세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세영이 맛을 음미하던 눈을 뜬 것은 누군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온 때였다. 세영의 방에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한진우로, 잔뜩 헝크러진 파마머리를 한 뿔테 안경을 쓴, 오제의 추종자 중 브레인이라 불리는 남자였다.

한진우가 방에 들어오자 세영은 막 마시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문이 닫혀있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사과드리죠. 미스터 블루가 아버지의 봉인에 대한 술식을 거의 다 완성했습니다. 곧 작업이 마무리될 겁니다.”


“순조롭군요. 불꽃의 전승자는?”


“지하 감옥에 뒀습니다. 약으로 재워놨기 때문에 필요한 일 이외에 불꽃을 사용할 일은 없을 겁니다.”


스미레에 대한 조치까지 완전히 마무리됐다는 말에 이세영은 커피 마시는 것을 중단했다. 이제 아버지의 봉인 해제에 대해 더 망설이거나 미루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세영은 아까 벗어둔 외투를 다시 걸치면서 한진우에게 물었다.


“건물의 취약한 부분은 찾아냈습니까?”


“건축가 놈이 버티고 있긴 하지만, 그의 가족을 납치해오라고 지시했습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한 자라고 해도, 가족이 인질로 잡히면 무너지게 되어있죠.”


김철수가 마련한 최후의 발악도 곧 해결된다는 사실이 세영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외투를 걸치고 긴 머리를 외투 밖으로 빼낸 세영은 한진우를 보더니 뭔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런데 이런 말 하려고 날 찾아온 건가요?”


그러자 한진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과 난 항상 서로를 이해해왔죠. 내가 고작 보고 따위로 온 게 아니라는 걸 파악했군요.”


“조직이 궤멸된 이후, 당신과 보낸 세월이 꽤 많았으니까요. 말해보세요, 원하는 게 뭐죠?”


세영이 원하는 것을 묻자 한진우는 탐욕스러운 눈을 드러냈다. 그의 탐욕은 끝을 모르긴 했지만 세영을 향해 있지 않았다.


“아버지의 봉인이 풀리면, 불꽃의 전승자를 제게 주십시오.”


“그녀를 왜?”


스미레를 달라는 말에 세영은 의아한 듯 물었다. 진우는 뭔가 황홀한 무언가를 상상한 듯 괴기스러운 웃음을 얼굴에 가득 담았다.


“그녀의 불꽃을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그 힘을 손에 넣는다면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병기가 될 겁니다.”


“하긴, 쿠사나기 일족의 불꽃은 항상 위협적이었죠. 회색의 남자와 카루얀을 도와 우리를 궤멸시킬 정도의 힘이 있었으니까요. 좋습니다, 아버지의 봉인이 풀리면 그녀를 철저하게 연구하세요.”


“감사합니다.”


한진우가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표하자, 세영은 그를 지나쳐 숙소를 나가려고 했다. 막 숙소 문을 연 세영은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한진우에게 물었다.


“그리고…… 클론 기술은 얼마나 진척이 있죠?”


“상당한 진척이 나간 상태입니다. 곧 당신의 딸도 부활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부활시켰다가 영혼도 없는 괴물을 만들어냈잖아요?”


“이번엔 다릅니다. 그릇은 완성됐으니 그 영혼을 아버지께서 담아주시겠죠. 그럴려고 아버지의 봉인을 깨려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러자 세영은 손을 들어 한진우의 말을 막았다.


“더 말하지 않아도 압니다. 미스터 블루에게 오늘밤까지 술식을 마무리 지으라고 하세요. 오늘밤, 아버지의 봉인을 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특상팀이 있는 경찰청에서 김철수의 집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경찰청 앞에서 잡은 택시를 타고 30분 정도 달린 끝에 도착한 김철수의 집은 평범한 가정집이란 타이틀이 어울리는 집이었다.

그렇기에 자세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의 집은 동네에 널려있는 흔한 가정집처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평범했다. 택시에서 내린 지원은 첫 번째로 방문하는 크리스티앙이나 살라딘, 훈과 달리 2번째로 방문함에도 불구하고 김철수의 집이 어디인지 헷갈렸다. 

이 정도로 사건에 깊이 관여할 줄도 몰랐고, 김철수가 이렇게 중요한 인물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지원이 기억을 못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도 여기인 거 같네요, 92% 정도?”


“92%라니…….”


“모르겠어요. 여기 집들은 다 똑같아 보여서. 그래도 92%면 아주 높은 확률이죠.”


지원이 어떤 집을 가리켰지만 그 집이 김철수의 집인지 확신하지 못했고, 결국 크리스티앙은 혀를 끌끌 차며 다이어리를 꺼내 김철수의 집 주소를 찾기 시작했다. 크리스티앙이 김철수의 집 주소를 찾아보는 사이, 살라딘이 지원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건축가에 대해 알아야 할 게 뭐지?”


“그 사람 아내가 남편을 찾아달라고 날 고용했고, 아내한테 말한 게 별로 없더군요. 특히 서울 지하에 있다는 비밀스러운 무덤에 대해서도요. 훈 씨말로는 자살하기 전에 그들이 도시 전체를 무너뜨릴 거라고 했어요. 지금은 그들이 오제의 추종자라는 게 명백하고요.”


“그도 오제의 추종자였을까?”


그때 훈이 끼어들었다.


“그 사람은 제게 말했습니다. 자신은 좋은 사람이라고요.”


“그 사람 말을 믿습니까?”


“뭐, 제가 사람은 잘 보니까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관상학도 조금 공부했습니다.”


이 상황에선 훈의 감이나 관상보는 재주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살라딘들에겐 오제의 추종자를 쫓기위한 단서가 너무도 부족했으니까. 그 사이 크리스티앙이 김철수의 집 주소를 찾아냈고, 그를 기반으로 그의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지원이 92%가 매우 높은 확률이라고 자신있게 말한 것처럼 크리스티앙이 찾은 김철수의 집은 아까 지원이 가리킨 집이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김철수의 딸인 선영이 현관문을 열었다.


“김선영 맞지?”


“엄마는 지금 안 계세요.”


“언제쯤 돌아오실지 아니?”


“원하는 게 뭐에요?”


“그냥 얘기만 좀 하려고.”


“또 우리 아빠 얘기요? 언니 말대로 조폭이나 뭐 그런 사람들과 엮였었겠죠.”


선영이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급히 크리스티앙이 끼어들었다. 나름 미남에 서글서글한 웃음을 자랑하는 크리스티앙이었기에 선영은 지원보단 그를 덜 경계했다. 거기다 20대 초반인 지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살라딘과 달리 크리스티앙은 40대 초중반의 미중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선영의 아버지인 김철수와 얼추 비슷한 연배로도 보였다. 물론 머리가 없는터라 김철수 쪽이 크리스티앙에 비해 압도적으로 늙어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조폭은 아니었어.”


“아저씬, 누구세요?”


“난 크리스티앙 데 메디치라고 한다. 탐정이지. 우린 네 아버지에게 더 많은 사연이 있다고 생각한단다. 네가 몇 가지 질문에만 대답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거야.”


크리스티앙이 능글능글하면서도 호감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말하자, 선영은 순순히 네 사람을 집 안으로 안내했다.


소파에 앉은 네 사람의 맞은 편에 앉은 선영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말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처음부터 말해봐.”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겠다면 처음부터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편이 좋았다. 지원이 긴장 풀고 처음부터 말하라는 소리에 선영은 자신의 아빠 김철수에 대해 하나씩 말을 꺼내놓았다.


“우리 아버진 그냥…… 그저 착하기만 한 그런 사람이었어요. 지루한 사람이었죠. 그러다 갑자기 변했어요.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일도 더 많이 하고 잠도 안 주무셨어요. 밤중에 여기 내려와서 서성대는 소릴 들을 수 있었죠. 우리랑 같이 식사도 안 하고요. 아예 식사 자체를 안 했어요.”


그러다 선영은 거실 한 켠에 놓은 그랜드 피아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가끔 피아노 앞에 앉았지만 연주는 안 하셨고요. 예전과는 전혀 다르게 변했어요. 아빠가 보고 싶어요. 엄마가 언니를 찾아가기 훨씬 전의 아빠가요.”


“넌 피아노 연주하니?”


“아뇨, 아저씬 치세요?”


“그래, 어릴 적부터 가문에서 배웠지. 그리 잘 치는 건 아니지만, 뭐……”


무슨 생각에선지 크리스티앙은 피아노 쪽으로 걸어가더니 뚜껑을 열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흰색과 검은색 건반을 조심스럽게 누르자, 아름다운 멜로디가 피아노에서 흘러나왔다. 

조금 갑작스럽긴 했지만 크리스티앙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던 살라딘이 뭔가 이질감을 느끼곤 눈을 번쩍 떴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크리스티앙도 연주를 멈추곤 살라딘을 보았다.


“들렸어?”


살라딘은 알아차린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피아노에 문외한인 지원과 훈, 선영은 두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랐다. 영문을 모르는 두 사람을 위해 크리스티앙은 피아노 위쪽 뚜껑을 열면서 말했다.


“D 단조 부분이 이상해. 건반을 쳐서 피아노 줄이 움직이기 전에 뭔가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


살라딘도 다가와 피아노 뚜껑을 열자, 그 안에서는 잘 접혀있는 종이들이 있었다. 이 종이들이 피아노의 소리를 막은 게 분명했다. 그리고 살라딘들은 이것이 사건을 해결할 단서임을 단박에 눈치 챘다.


“그게 뭐에요?”


피아노에서 꺼낸 종이들을 가져와 테이블에 펼쳐놓은 크리스티앙은 종이에 그려진 것이 어느 건물의 설계도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건물은 ‘클럽 바빌론’이란 설계도면 제목 덕분에 어느 건물인지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네 아버지가 작업하시던 건물 설계도 같아.”


“그게 피아노 안에 있다고요?”


“나쁜 사람들 손에 들어가길 바라지 않으셨겠지.”


“그리고 당신들은…… 좋은 사람들이구요?”


선영 입장에선 살라딘들이 좋은 사람인지 알 길이 없으니 당연한 물음이었다. 그러자 살라딘은 이런 순간 가장 도움이 되는 공권력을 동원했다. 협력자를 위해 얻은 신분이긴 했지만 이럴 때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엔 경찰 공무원증만큼 가장 좋은 건 없었다. 

살라딘은 자신이 경찰청 소속 경찰 서요한임을 밝히곤, 선영의 손을 잡으며 당부의 말을 남겼다.


“선영아, 약속할게. 네 아버지가 뭘 하고 계셨든 우린 지금 네 편이다. 하지만 지금은 잠시 기다려주렴, 알겠지?”


살라딘이 선영을 설득하는 동안 김철수가 숨긴 설계도를 살펴보던 크리스티앙은 설계도를 만든 사람이 체크해놓은 부분을 살펴보곤 혀를 찼다.


“여길 날려버리려고 했네. 아, 젠장할…….”


“왜 그래요?”


지원이 묻자 크리스티앙은 설계도에 김철수가 체크한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건물을 폭파하려고 한 게 아니야. 다른 무언가야, 클럽 바빌론 지하에 뭔가 있어.”


“그게 오제의 무덤인가?”


그렇게 말하면서 훈은 지원, 크리스티앙이 피아노에서 미쳐 꺼내지 못한 또 다른 설계도를 꺼내보였다. 바빌론의 설계도와 다른 종이에 오제의 문양이 그려져 있고, 커다란 공간도 그려져 있었다. 


“이게 뭐든 간에 클럽 바빌론 바닥에 있는 거예요. 오제의 무덤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겠죠?”


“그러니까 건축가가 자신이 설계한 건물 아래의 구조물을 발견하고 그게 뭐든 간에 폭발물로 날려버려야 할 만큼 나쁜 거라고 생각한 거군요.”


“맞아, 파괴하려고 했지. 하지만 폭발시키는 게 아니라 묻어버리려고 했던 거 같아.”


“그 묻어버리려고 했던 게 오제의 무덤이라면 앞뒤가 맞는군.”


오제의 무덤이 어디에 있고, 추종자들이 어디에 있으며, 그들이 스미레를 데려간 곳이 어디인지 다 파악해낸 일행은 급히 선영의 집을 나왔다. 선영의 집 밖으로 나온 훈과 크리스티앙은 급히 길가로 뛰어가서 택시를 찾았고, 살라딘은 휴대폰을 꺼내 박현규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곤 통화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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