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3편 결성 (10) 팬픽, FAN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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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3편 결성 (10)


스미레를 습격하려던 얀을 막아서고 그녀를 밀어붙인 살라딘은 홍룡문 뒤쪽 골목까지 이르게 됐다. 한 차례 거센 공격으로 살라딘을 밀어내긴 했지만 얀의 호흡은 거칠어져 있었다. 그에 비해 살라딘은 딱히 지친 기색 없이 한 손에는 푸른 도신의 검을, 다른 손에는 백색에 적광을 발하는 검을 쥔 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넌 누구지? 왜 나를 이곳으로 유인한 건가?”

거친 숨을 내시며 얀이 물었다. 이곳으로 유도한 것을 간파 당하자 살라딘은 슬쩍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난장판에 나타난 인간들 중에 너를 제외하면 그리 대단할 거 같은 적은 없으니까. 검은 갑옷의 여자와 정장 입은 남자 정도가 신경 쓰이긴 하지만 그들에겐 각각 호적수들을 붙여뒀으니 쉽게 떨쳐내기 못할 거다.”

얀을 제외하면 레아틀론과 지신 정도가 마음에 걸리는 상대였는데, 그들에게 각각 상성에 맞는 상대를 붙여놨으니 전황은 이쪽에게 유리하다는 말이었다. 

“거기에다가 식당 천장을 부수고 들어온 녀석은 등장은 강렬했지만 대국을 보는 안목은 3류더군. 강한 충격파로 모두를 기절시키는 방법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충격파를 맞고 기절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경우를 고려하지 않았어. 그렇게 기습을 하는 것보단 누구 하나를 인질로 잡는 편이 훨씬 나았다.”

“…….”

“거기다 그가 사용한 충격파 덕분에 식당 창문이 다 부서졌고, 안에 벌어진 소란에 대해선 전부 경찰에 신고 됐을 거다. 대한민국은 치안이 꽤 좋은 편이니 곧 경찰이 출동한 거고, 몇몇 능력을 갖춘 놈들을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능력 없이 머릿수만 채운 부하들은 전부 경찰에 체포될 테지. 오제의 추종자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소모된 전력을 단기간에 보충하는 건 쉽지 않지.”

“날 이곳으로 끌고 온 것은…….”

“네가 있으면 경찰이 사태를 수습하기 힘들어진다. 강력한 전력은 강한 전력으로 맞서야지. 그리고 너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으니 일석이조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말에 얀은 여전히 경계의 태세를 취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에선 동요의 빛이 보였다.

“네가 어떻게 살아난 건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 넌 내 품 안에서 죽었고, 내가 직접 묻었지. 넌 누구지?”

살라딘이 묻자 얀의 눈에서 동요의 빛이 보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랐지만 얀은 죽음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살라딘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듯 했다.

“얀 지슈카?”

아퀴루핌이라는 이름 밖에 기억에 없는지 얀은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기억이 남아있는 거 같은 그녀의 반응에 살라딘은 재차 물었다.

“네가 기억하지 못한다면 넌 그녀의 껍데기만 뒤집어쓴 다른 사람이란 소리겠지. 영혼이 다른 자에 의해 얀의 명예와 사후가 더렵혀지는 건 볼 수 없다. 넌 오늘 여기서 죽는다.”

순간 살라딘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싸늘하게 변한 살라딘의 얼굴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얀은 온 힘을 다한 광선검으로 왼쪽으로 버리고 오른쪽 방향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막았다.
한 번에 세 동작 이상 행할 수 있는 살라딘의 특기 릴렌트러스가, 특유의 쾌검과 함께 발동된 공격은 보통 사람의 눈으론 쫓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정면, 왼쪽, 오른쪽, 머리 위, 그리고 등 뒤까지 총 5군데에서 오는 초신속의 공격을 막을 방법이라곤 다 버리고 하나를 막는 방법 외엔 없었다. 그녀는 기억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육체에 남아있는 기억의 잔재가 알려준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광선검을 밀어넣고 살라딘의 공격을 대비했다. 기억의 잔재가 알려준 길이 맞았는지 그녀의 오른쪽 앞에 나타난 살라딘의 아미타유스는 광선검에 막혀졌고, 초신속을 동원한 자신의 공격을 방어하자 살라딘은 놀란 눈을 했다.

“막았다고?” 

그제야 그녀의 기억이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니라는 확신이 든 살라딘은 다시 얀에게 소리쳤다.

“놈들이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기억을 완전히 지운 건 아닐텐데!”

얀의 광선검에서 빛이 차츰 약해졌다. 그녀가 주춤거리며 물러서자 살라딘도 더 공격하지 않고 가만히 그녀를 관찰했다. 그녀는 혼란스러워보였다. 손에 쥔 광선검은 그녀의 혼란을 상징하듯 더 이상 빛을 내뿜지 않았다.
아까처럼 싸우지도, 검을 맞대지도 않은 채 살라딘과 얀은 그렇게 서로 지켜만 볼 뿐이었다. 그때였다. 두 사람 사이의 불청객이 끼어든 것이.
살라딘은 어디선가 날아오는 파공음에 급히 히랄하르로데를 들어 막았다. 어두운 하늘에서 날아든 강력한 공격은 살라딘이 들고 있는 검을 튕겨내기에 충분했고, 강력한 일격에 검을 놓친 살라딘은 급히 천둥의 대검 스톰블링거를 소환해 이어진 공격을 넓은 도신으로 전부 막아냈다. 살라딘을 공격한 공격은 2번 더 이어졌고, 그때마다 스톰블링거 전신에 강력한 충격이 퍼졌다. 공격을 모두 막아낸 살라딘은 자신을 공격한 쪽을 보았고, 어둠 속에 있던 공격한 사람은 자신을 가리고 있던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고 모습을 드러냈다.

탁한 녹색 머리카락을 가진 중년의 여인이었는데, 기품 있는 외모와 뛰어난 몸매를 드러낸 듯한 타이트한 복장은 언밸런스한 매력을 그녀에게 안겨주고 있었다. 기다란 저격용 총을 들고 있는 그녀를 본 살라딘은 옛 기억을 뇌리에서 끄집어냈다.

“당신은…… 아미고 상단의…….”

“오랜만이네요, 마스터.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래도 당신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녀는 살라딘과 오랜 인연이 있는 자였다. 거대한 제국의 신흥 상단을 이끌고 있던 단장이었는데, 이름은 마리아 애슬린이었다. 

“당신이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거지? 분명 당신은 크리스털 신전에서…….”

“그래요, 당신과 클라우제비츠에게 살해됐죠.”

“이번에도 날 막으려는 건가?”

“좋을 대로 생각하시죠. 하지만 오늘은 확실히 당신을 막아야할 거 같네요. 아직 아퀴루핌이 필요하거든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리아는 저격용 소총을 들어 살라딘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아무리 능숙한 저격수라도 거리와 위치가 달라지면 다시 초점을 조절해야했지만 마리아는 그런 건 필요 없는 듯 보였다.
시간 내에 총알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긴 살라딘은 급히 몸을 피했고, 그가 몸을 날려 식당 뒷문으로 사라지자 위협 사격으로 문틀을 몇 번 맞춘 마리아는 얀에게 퇴각 신호를 보냈다. 
매우 혼란스러운 눈으로 살라딘을 보던 얀은 입술을 깨물더니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얀이 어마어마한 점프력을 선보이며 그곳에서 도망치자, 마리아도 저격용 라이플을 거두고 그곳에서 도망쳤다. 두 사람 모두 전광석화같이 사라지자 살라딘은 뇌력을 머금은 대검을 소멸시키며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너무 여유를 부린 건가? 이런 순간에서도 방심이라니…… 좋지 못한 것까지 그 녀석에게 받아버린 건가?

쓰게 웃으며 살라딘은 식당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성이긴 했지만 떡 벌어진 체구에 흑색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있는 레아틀론이 달려들자, 엄청난 소리가 울려퍼졌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땅이 흔들릴 정도로 무서운 기세였다. 지원은 그를 바라보다 청감검을 치켜들었다. 
두 무시무시한 힘이 격돌하려는 순간 지원은 호흡을 가다듬은 다음, 눈을 부릅 떴다. 순간 그녀의 머리카락이 흑색에서 아름다운 은색으로 변했고, 지원의 예쁜 눈동자는 소름돋는 붉은 빛으로 변했다. 
그 다음 순간, 지원은 레아틀론의 이해를 벗어난 수준의 스피드로 움직였다. 그것은 말 그대로 신속.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르기였다. 다급해진 레아틀론은 급히 힘을 끌어올렸지만, 이미 승부는 난 상태였다. 레아틀론의 눈에 경악의 빛이 물들었을 때, 검기를 머금은 지원의 청강검이 그녀의 어깨를 꿰뚫었다. 
지원 스스로 신검이라고 말할 정도로 고강한 강도였다. 거기에 무엇이든 벨 수 있는 검기까지 더해졌으니, 레아틀론의 갑옷이 천하무적이라도 뚫릴 수밖에 없었다. 원래 가슴을 뚫어버려야하는 초식이었지만 지원은 마지막 순간에 검 끝을 옆으로 옮겼다. 
마를 퇴치하는 일을 시작하면서 이제까지 한 번도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적이 없는 그녀였다. 다만 말을 안 듣는 인간에겐 꽤 무자비했는데, 죽이지만 않으면 그만 아닌가라는 생각에 치명상만 입히지 않고 제압한 적이 많았다.

“내 승리입니다.”

“커헉! 쿨럭!”

무릎을 꿇은 레아틀론의 어깨에서 지원은 청감검을 뽑아냈다. 검을 뽑아낸 그녀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원래의 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내 패배다. 그리고 동정하지 마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헬멧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레아틀론의 눈빛에는 경악과 함께 모멸감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번엔 내가 패했지만 네 비겁한 술수는 용납하지 않겠다. 다음에 보면 반드시 네 목을 칠 것이다!”

“비겁한 술수라……. 자신의 모든 능력을 동원해 상대해야한다는 게 당신의 기사도 아니었나요? 내게 보통 인간의 힘밖에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멋대로 페널티를 건 쪽은 당신이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지원은 레아틀론의 흑검을 가리켰다. 그의 검 중앙에는 작고 날카로운 검이 꽂혀 있었는데 이 것이 아까 흑검이 채찍 형태로 변하는 것을 막았다.
방금 전 은발과 적안으로 변한 지원은 보통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스피드로 움직일 수 있었고, 청강검으로 초식을 펼치기 전, 단검을 던져 레아틀론의 흑검이 변형하는 것을 막아낸 것이다. 다른 사람이 한 동작을 할 때 세 동작을 할 수 있는 그녀의 스피드는 살라딘의 릴렌트러스와 비슷한 기술로, 살라딘이 알려준 요령을 그녀 나름대로의 요령으로 구현해낸 것이다.

다만 다른 것은 살라딘은 순전히 자신이 연마한 힘만으로 기술을 펼치는 반면, 지원은 자신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힘을 이용해 기술을 펼친다는 것이었지만…….

“기사로서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은 나의 실책. 최선을 다했어야 했음에도 내가 그대의 역량을 제대로 헤아리지 않고 방심했다.”

“그렇게 잘 인정하니 나도 얘기하죠. 당신은 정말 강한 상대였어요.”

“칭찬은 고맙지만, 동정은 필요없다. 언젠가 이 치욕은 반드시 갚을테니…….”

주춤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우던 그녀는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아마도 자신들의 아지트로 향하는 게이트를 찾아 도망칠 테지. 지원은 거기까지 그를 쫓아갈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레아틀론을 지켜보던 지원은 홍룡문 쪽에 거대한 괴성이 들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그 쪽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꽤 많이 망가진 홍룡문이 거의 완파 이상의 피해를 입고 다 부서져가고 있었다. ‘저게 어떻게 된 일이지’라고 눈을 커다랗게 뜬 지원이 모르는 사이에 벌어진 일은 무엇이었을까?


거리에서 현규와 콜슨이 오제의 추종자들의 남은 수하들과 싸우고 있을 때, 홍룡문 안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강함을 보유한 사람을 제외하곤 전부 기절의 늪에 빠져 있었다. 
추종자들이 동원한 부하들을 전부 훈과 크리스티앙에게 얻어맞고 일부는 기절, 일부는 전투 불능이 되어 쓰러져 있었고, 두 다리로 서 있는 사람은 훈과 크리스티앙, 이세영이 데려온 부하들 일부, 그리고 홍룡문 옥상 창문을 깨고 멋지게 등장한 요시하루와 지신 정도였다.
상황이 좋게 돌아가지 않자 지신은 훈을 거세게 밀어낸 뒤, 그를 부하에게 맡긴 뒤 세영에게 다가갔다.

“지금은 물러서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불꽃의 전승자는?”

“이럴 때를 위해 플랜 B를 세워놨습니다.”

“흐음, 혈귀 놈들이 지금 끼어들지 않은 게 바로 그 이유인가?”

지신이 말없이 자신을 쳐다보자 이세영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슬그머니 홍룡문을 빠져나갔다.
그녀가 도망치려는 것을 본 현규가 급히 쫓으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지신의 번개 같은 하이킥에 맞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야말로 번개같은 일격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가드는 했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었다. 

“당신은 또 뭐야! 경찰을 때려?”

“여기서 죽으면 경찰인 게 무슨 의미인가?”

지신이 소태도를 들고 위협하자 현규는 급히 재킷 안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무언가를 꺼내려고 했으나 그의 손길보다는 지신의 손속이 더욱 빨랐다. 지신이 소태도를 매섭게 휘두르자, 그걸 본 훈이 끼어들었다.

카앙!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지신의 소태도 두 자루가 훈의 일륜도에 막혀졌다. 훈이 다시 전집중 호흡으로 공격하려고 하자, 지신은 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의 판단은 정확했는데, 강력한 일륜도로 공격하는 훈의 검술은 지신이라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뒤로 물러선 지신은 레아틀론을 이기고 홍룡문 안으로 들어온 지원까지 자신을 노려보고 있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얀은 살라딘에게, 요시하루는 크리스티앙과 싸우고 있어서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이거……. 귀찮군요.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아무거나 가져왔는데……. 역시 그 녀석을 가져왔어야 했나…….”

“그럼 항복할 셈인가?”

“항복은 이르지 않나요? 아직 승부가 난 게 아닌데 말이죠.”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지 지신은 여전히 여유만만이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현규는 지신에게 달려드려는 지원을 말리며 잠시 지켜보게 했다. 
지신이 노리고 있었던 건 다른 게 아니었다. 현규, 훈, 지원의 시선이 자신에게 고정돼 다른 곳으로 움직이지 않게 만드는 것이었다. 지신에게 현규, 훈, 지원이 경계를 취하고 있을 때, 어떤 그림자가 막 추종자 똘마니 모두 쓰러뜨린 스미레를 보고 있었다.

스미레를 지켜보던 그림자는 둘이었는데, 하나는 이 어두운 밤 속에서도 빛나는 분홍빛 머리카락을 가진, 얼굴엔 푸른 문신이 가득한 남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앞머리 일부가 보랏빛인 작은 체구의 여자였는데, 기묘한 모습만큼이나 그들을 감싼 분위기도 기묘했다.
그들 중 분홍 머리카락의 남자가 양 손 가득 불꽃을 담은 채 싸우고 있는 스미레를 보고는 옆에 있는 여자에게 히죽거렸다.

“저 여자가 불꽃의 전승자인가?”

“불을 저렇게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그럼 실력 한 번 봐야겠군.”

다시 한 번 히죽거린 분홍 머리카락의 남자는 자세를 갖추더니 힘을 전개했다. 

[술식전개 파괴살 나침]

그러자 그의 발밑에 괴상한 모양을 한 나침반 문양이 뻗어나갔고, 전개된 힘이 다시 모여 들자 남자는 쏜살같이 스미레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분홍 머리카락의 남자가 달려들자, 스미레는 팔을 들어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투콰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스미레는 뒤로 수 미터 날아갔다. 상대가 보통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가드한 게 화근이었다. 이제까지 상대했던 오제의 추종자였다면 쉽게 공격을 막아냈겠지만 상대는 보통 인간이 아니었다. 불꽃의 힘이 담기지 않은 스미레의 팔로는 그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고, 그의 강력한 주먹에 스미레의 팔이 부러졌다.

“크윽!”

부러진 팔을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난 스리메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분홍 머리카락의 남자를 보고 이를 갈았다.

“넌 뭐야?”

“네가 불꽃의 전승자인가? 약한 놈에겐 관심없지만 함께 가줘야겠다.”

“이 자식이!”

분홍 머리카락의 남자에겐 이제까지 드리워졌던 흥미가 없어졌다. 그는 그저 약자를 내려다보는 강자의 얼굴을 한 채 어떤 흥미도 없다는 듯 말을 내뱉었고, 그의 말은 스미레의 화를 불러 일으키기게 충분했다.
스미레가 부러지지 않은 손에 불꽃을 일으키자, 분홍 머리카락의 남자는 아까와 같은 정도의 빠르기로 달려들었다. 
일반인보다 뛰어난 동체시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스미레는 분홍 머리카락의 남자의 공격을 겨우 피해냈다. 그의 주먹과 발차기는 매섭게 스미레의 전신을 노리고 날아들었고, 스미레는 그걸 겨우겨우 막아내고 피해냈다. 

“빌어먹을!”

이렇게 방어만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스미레는 불꽃을 담은 어퍼컷을 분홍 머리카락의 남자에게 날렸다.

[624식 귀화]

스미레의 어퍼컷을 날리려는 순간 분홍 머리카락의 남자는 뒤로 슬쩍 물러서더니 자세를 잡고는 잔상이 생길 정도의 빠른 발차기를 여러 차례 날렸다. 

[파괴살 각식 유섬군광]

분홍 머리카락의 남자가 날린 잔상과 함께한 발차기는 스미레의 불꽃을 담은 주먹은 물론, 그녀의 몸까지 날려버렸다. 스미레가 뒤로 밀려나간 순간 그녀의 등 뒤에서 누군가 달려들었다. 

[전집중호흡 나비의 춤 장난]

아까 분홍 머리카락의 남자와 함께 나타났던 보랏빛 머리카락의 여자였다. 그녀는 분홍 머리카락의 남자를 막느라 자세가 무너진 스미레를 기습했고, 그녀가 들고 있는 날이 없는 일본도는 스미레의 몸 여러 곳을 순식간에 찔렀다.

“크윽!”

칼에 찔렸지만 상처가 깊지 않았다. 스미레는 얼른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었지만, 순간 의식이 흐릿해지는 게 느껴졌다. 칼이 없는 일본도로 자신을 찌른 여자가 뭔가 술수를 부린 게 분명했다. 

“너…… 무슨…….”

“제겐 사람을 벨 만한 완력이 없어서요. 그건 혈귀가 되었는데도 고쳐지지가 않네요. 대신 잠을 푹 주무실 수 있는 약을 듬뿍 넣어드렸으니 얌전히 우리와 함께 가시죠.”

보랏빛 머리카락의 여자는 스미레에게 다가와 화사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녀의 미소는 예뻤지만 소름 돋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느끼면서 스미레는 의식을 잃었다. 스미레가 쓰러지자 분홍빛 머리카락의 남자는 스미레를 어깨에 들춰 멨다.
빠른 기습으로 스미레를 제압한 분홍빛 머리카락의 남자와 보랏빛 머리카락의 여자를 보고 쫓아온 사람은 지신과 대치하고 있던 훈이었다. 훈은 바깥에서 난 소란스러움에 놀라 밖으로 나왔고, 순식간에 스미레가 당하는 걸 보고 그쪽으로 쫓아갔다. 
스미레를 제압한 자들을 쫓던 훈은 두 사람을 보곤 크게 놀랐다.

“아가씨?”

훈이 자신을 알아보자, 보랏빛 머리카락의 여자는 생긋 웃으며 조용히 하라는 듯 검지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댔다. 훈이 어찌할 틈도 없이 그들 뒤로 검은색 밴이 다가왔고, 스미레를 든 두 사람은 그 밴에 타고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훈이 쫓으려고 했지만 밴은 이미 거리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훈은 스미레가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홍룡문 안으로 들어갔다. 

“스미레 씨가 납치됐어요! 놈들이 데려갔습니다!”

‘납치’라는 말에 놀란 일행이 지신에게서 시선을 돌린 순간, 지신은 들고 있던 소태도를 버리더니 크리스티앙과 싸우고 있던 요시하루에게 손짓을 했다. 지신의 손짓을 이해한 요시하루는 크리스티앙을 거세게 공격해 그를 떼어놓더니 바로 홍룡문 밖으로 도망쳤고, 이제까지 잘 싸우던 요시하루가 갑자기 도망치자 이상함을 느낀 크리스티앙은 홍룡문 안에 남아있는 지신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의 양 손에서 검은 나비가 잔뜩 쏟아져나오는 것을 보곤, 깜짝 놀라 소리쳤다.

“모두 피해!”

“늦었습니다!”

지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양손을 통해 나온 10여마리의 검은 나비들이 대폭발을 일으켰다. 
홍룡문 뒷문으로 통해 안으로 들어가던 살라딘은 갑작스런 폭압에 밀려 다시 뒷문 밖으로 튕겨져 나갔고, 홍룡문 안에 있던 훈과 지원 역시 바깥으로 튕겨나갔다. 지원은 튕겨나가는 와중에 일반인인 현규를 보호하느라 정작 자신의 보호에 신경을 쓰지 못해 바닥에 머리를 들이받고 기절해버렸다.

바깥에서 추종자들을 제압하고 있던 콜슨은 갑작스런 폭발에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긴 했지만 다른 이들처럼 폭압에 휘말린 게 아니라 정신을 잃진 않았다.
완파된 홍룡문 안에는 멀쩡한 것이 거의 없었다. 폭압에 밀려 바깥에 나가 떨어졌던 훈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크리스티앙을 보고 소리쳤다.

“쿠사나기 씨를 찾아야합니다!”

“그 사람 어디에 있어요?”

“놈들이 데려갔습니다.”

훈의 말에 크리스티앙은, 

“그럼 쫓아가야지!”

라고 말하면서 홍룡문 바깥으로 나갔지만 어떻게 할 수단이 없었다. 현규의 차가 그나마 멀쩡하긴 했지만 지신의 폭발 공격에 휘말린 터라 스미레를 태운 검은 밴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놈들이 원하는 수단인 스미레를 빼앗기고 말았다는 허탈감에 크리스티앙은 한숨을 쉬었다. 지원에게서 대강의 사정을 들은 현규는 경찰청에 지원을 요청했다. 
뭔가 한바탕 열심히 싸우긴 했지만, 손해 보는 장사만 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느낌이 정말 싫은 훈은 분풀이하듯 바닥에 굴러다니던 돌을 세게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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