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다, 전설의 고향 ‘구미호’ 편 일상, DAILYLIFE


예전 이글루스 블로그를 사용하고 있을 때 했던 포스팅 중 이건 나중에 잘 정리해서 새로 올려야겠다고 생각한 포스팅들이 몇 개 있다. 그 이글루스 블로그는 너무 오래 방치해서 결국 폐쇄하긴 했지만...




당시 이글루스 블로그에 있던 포스팅 중 몇 개 가져온 것 중 하나가 바로 전설의 고향 ‘구미호’ 편이다.

공포영화는 죽어도 못 보는 인간이 어렸을 때 전설의 고향은 이불을 뒤집어쓰면서 끝까지 봤었다. 거의 매회를 봤다고할까? 어쨌든 당시 내가 봤던 전설의 고향은 2008년 부활 버전이고, 90년대에 여러 차례 부활했지만, 당시 링 등 수많은 공포영화 러시에 밀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 채 부활의 순간만 기다리며 숨죽여 지내야만 했었다.

2008년 부활 이후에 2009년에 한 차례 더 부활했지만, 그 이후에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었...



전설의 고향 하면 이런 음산한 배경 한 번 정도 나와야지...


어쨌든 2008년 버전은 꽤나 기대했었다. KBS도 나름 매니아&인기타이틀이었던 전설의 고향을 부활시키려고 나름 노력을 기울였고, 언플도 꽤 많이 진행했다. 





거기다가 사극의 제왕이라 불리던-지금도 사극의 제왕이시지...- 최수종이 전설의 고향에 나온다는 소식에 ‘오, 이번엔 기대되는데?’라면서 전설의 고향 2008년 판을 다 봤다.





아, 우리의 영원한 야인 안재모도 2008년 버전 전설의 고향에 출연한다. 





2008년에 부활한 전설의 고향은 구미호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그래, 전설의 고향은 구미호가 최고지.


첫 번째 작품인 구미호의 출연진은 지금 보면 꽤 화려하지만, 당시에는 주인공 명옥 역을 맡은 박민영 외에는 딱히...





어쨌든 주요 출연진을 소개하면 서옥 역을 맡은 사람이 바로 김하은이라는 배우인데, 이 사람 한성별곡-정, 그리고 그 유명한 추노에 나온 사람이다.



추노의 설화가 가장 유명하려나?





그리고 이 사람이 또 다른 주인공 효문 역을 맡은 김태호라는 배우인데, 김태호라고 하면 잘 모를 거고...





저 사람이 나중에 이름을 최진혁으로 바꾸지...





어쨌든 구미호를 봤는데 기본 이야기는 단순한 편이다.

구미호와의 약속을 어겨, 구미호의 저주를 받은 어느 가문의 일인데...... 그 집안은 대대로 구미호의 저주가 이어져 그 집안에서 태어난 여자들은 죄다 구미호가 된다.

그래서 집안 문중에서는 가문에서 태어난 여자아이가 초경을 하면 구미호인지 아닌지 판별하고 구미호로 여겨지면 죽여 후환을 없앴다. 그렇게 죽어간 여자아이들은 전부 시집가는 걸로 위장해 시체를 처리했고.



이렇게 시체를 처리해버린다.



이런 가문의 참혹한 짓에 회의를 느끼는 종손 효문은 친남매는 아니지만 친남매 이상으로 정을 쌓은 사촌누이 서옥과 명옥이 가문에 의해 죽을지 모른다는 걸 알고 그녀들을 살리기 위해 전전긍긍한다는 내용이다.



효문은 서옥과 명옥에게 글까지 가르쳐주며 매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


‘양 난 이후에도 가문이 부침 없이 유지됐다’라는 말이나, 효문이 중간에 혼천의 같은 물건을 들고 있고, 실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봐선, 시대는 대충 헌종이나 철종 시대로 보인다.


드라마 내용은 뻔히 흘러간다. 

서옥이 초경을 하게 되고 구미호로 판정을 받아 가문에서 그녀를 죽이게 된다. 그때 효문은 그녀를 죽이지 못하고 ‘구미호의 저주가 두려워 가문의 여식들을 참혹하게 살해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저주다’라고 나름 주인공 삘이 나는 대사를 읊지만 그는 서옥을 구하지 못한다. 



서옥은 이렇게 죽어버린다.


효문의 사촌동생 중 하나가 서옥을 죽이게 되고 서옥은 동생 명옥이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우물 안에서 죽게 된다. 그런데 서옥은 구미호로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초경을 하지 않은 명옥이 구미호가 되버린다. 





이게 구미호가 된 명옥인데... 무섭기 보다는 예뻤다. 역시 박민영은 저때나 지금이나 아름다우시네...





언니를 죽음으로 내몬 가문의 사람들을 죽인다. 이건 주온을 너무 따라했네...



이 와중에 효문의 가문이 왜 구미호를 찾아내고 구미호를 죽이는 것에 집착했는지에 대해 나온다. 그들은 구미호의 저주가 두려운 게 아니라 구미호의 피와 간, 그리고 구미호가 가진 여우구슬을 탐냈던 것. 그것들이 불로초에 버금가는 영약이고 문에 엄청난 부귀영화를 가져다 준다나 어쩐다나?

그래서 효문의 증조할아버지는 가문 뒤쪽에 마련된 사당에 은거하며 가문에서 죽인 구미호, 그러니까 이 가문의 여자아이들의 간과 피를 먹고, 내단을 소중히 보관해둔다. 문중의 모든 남자들은 구미호의 피를 마신다.


뭐, 이 미친 인간들이 정의에 의해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겠을테고... 결국 효문의 증조부, 조부, 작은아버지, 사촌동생 등등, 이 가문의 남정네들은 전부 명옥의 손에 죽어나간다.





명옥이 효문의 아버지를 죽이려는 순간, 미쳐 돌아가는 이 가문에서 그나마 정상인인 효문이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내가 막겠다. 그러니 제발 내 아버지를 용서해달라, 아니면 차라리 날 먼저 죽여라!’라고 무릎꿇고 빈다.





그의 아버지에게 유감이 많지만 효문에겐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던 명옥은 효문과 그의 아버지를 놔주고 사라진다.


이쯤에 효문, 서옥, 명옥을 중심으로 하는 메인 스토리 이외에 사이드 스토리가 마무리되는데, 그건 효문의 숙부 관련 스토리였다. 스토리 초반부에 자신의 딸을 가문의 명에 의해 죽인 이 남자는 효문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죄책감을 가진 듯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아들에 의해 딸이 죽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고 돌아선다던가, 





시집가는 딸을 한 번만 더 보게 해달라는 부인의 청을 거절하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표정 등등...





하지만 결국 아내는 딸의 원혼을 보고 미치게 되고, 





가문의 비밀을 말하려는 아내의 입을 막기 위해 스스로의 손으로 죽이게 된다.





명옥이 가문의 남자들을 모두 죽이고 있을 때, 그 역시 도망쳤지만





명옥이 그를 가로막고,





죽은 딸과 아내의 모습을 보여준다.





딸과 아내의 원혼은 그의 목을 졸라 죽이게 된다.





하지만 그를 죽인 건 자기 자신이었다. 사실 효문-서옥-명옥 스토리 보다 이쪽이 더 메인 스토리다웠다. 딸 역을 맡은 배우도 예뻤고... 





이연두라는 배우라고 하더군.



어쨌든 효문의 청으로 그의 아버지를 놔주고 명옥이 사라지면서 메인 스토리가 끝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별 다를 게 없는 전설의 고향이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이 다음에 내 뒤통수를 후려쳤지.

20년 후, 효문은 중년의 남자가 되어 문중을 이끌어가는 위치에 서게 되었고 효문은 신식 자전거를 타는 가문의 여자아이를 무섭게 노려본다.

효문의 증조부가 있던 사당에 증조부가 입었던 복장과 똑같은 복장을 한 효문의 아버지가 효문과 효문의 처가 올린 상을 받는다. 그 상에는 구미호의 피와 간과 내단이 담긴 그릇들이 있었다. 





효문의 아버지는 흡족한 듯 끌끌 웃고 명옥 앞에서 다신 가문의 누이들을 죽이는 일이 없을 거라고 맹세했던 효문은 싸늘하게 굳은 채 아버지에게 또 다른 구미호의 간과 피를 바친다.



야 이 개객끼야!!!!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구미호 편을 다 본 다음에 내 입에서 나온 말은...



“결국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다.”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