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GA Universe
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3편 결성 (7)
햇빛이 들지 않은 지하실은 항상 곰팡이 냄새로 가득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곳을 자신의 주거 공간이나 머물 곳으로 삼지 않겠지만, 남들에게 들켜선 안 되는 일을 하는 자들에겐 이곳만큼 좋은 곳이 없었다.
보통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뿐더러, 냄새와 어둠으로 인한 공포까지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지하실은 범죄와 관련된 역사에게 찾아볼 수 있는 매우 오래된 은신처였다.
이곳은 한 남자가 실려 왔다. 그는 반쯤 벗겨진 머리와 사람 좋은 외모를 가진 쉴드의 요원이었는데, 이름은 필 콜슨이라고 했다.
의식을 잃은 상태로 이곳에 끌려와 작은 골방에 쳐박힌 콜슨이 정신을 차린 것은 방 안에 들어온지 30여분이 지난 뒤였다. 간신히 눈을 뜨긴 했지만,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리부팅이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콜슨은 잠시 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러다 기억을 잃기 전의 상황이 떠오르자, 콜슨은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와 함께 사무엘 스턴스가 갇혀 있던 곳으로 갔던 클로드가 보이지 않았다.
“카르엘 요원!”
클로드가 보이지 않자 낭패라고 생각한 콜슨은 얼른 주머니를 뒤졌다. 하지만 그도 예상했듯이 그의 주머니에 남은 건 약간의 먼지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권총은 물론, 휴대폰 등 그가 입고 있는 양복 주머니에 넣어둔 여러 물건들이 전부 사라진 상태였다.
“젠장…… 바튼 요원과 연락할 방법이 없는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콜슨은 한숨을 쉬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스턴스의 감옥 앞에서 클로드가 쓰러졌을 때의 광경이 떠올랐는데, 분명 콜슨과 클로드를 안내했던 박현규의 손에 들려 있던 것은 오메가 크리스탈이었다.
왜 오메가 크리스탈이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오메가 크리스탈은 클로드에 대해 여러 연구를 진행한 케일 박사가 쉴드에게만 넘겨준 정보로, 지구상에 극소수만 존재하는 광물이었다. 그것이 클로드의 힘을 억제하고, 그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는 물질이라는 정보와 함께 오메가 크리스탈 일부를 쉴드에 넘겨줬는데 어째서 그것이 쉴드가 아닌 곳에 있는 거란 말인가?
잠시 생각하던 콜슨이 다다른 결론은 ‘쉴드 내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이었다. 그 외엔 딱히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답은 없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쉴드 내에 첩자가 있거나, 쉴드의 정보망을 해킹한 인물이 있을 것이라는 게 콜슨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 중에서도 콜슨은 후자의 가능성을 높이 쳤는데, 쉴드의 요원을 양성하는 시스템 상 전자의 경우가 일어날 확률보단 쉴드의 방어막을 뚫고 오메가 크리스탈에 대한 정보를 빼냈을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았기 때문이었다.
간단히 생각만 해도, 콜슨의 팀원 중 하나인 스카이는 성능 좋은 노트북만 있으면 쉴드 정도는 쉽게 해킹할 수 있고, 토니 스타크 정도의 지능을 가진 인간이라면 쉴드의 방어막은 없는 거와 마찬가지 수준이었다. 사무엘 스턴스에게 토니 만큼의 지능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스카이와 맞먹는 해킹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클로드와 오메가 크리스탈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클로드가 납치된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린 콜슨이 다음 할 일은 지금 갇혀 있는 곳에서 빠져나가는 일이었다. 가지고 있던 장비를 모두 빼앗긴 터라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방법을 찾아봐야했다.
굳게 닫혀있는 철제문 쪽으로 다가가던 콜슨은 갑자기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보고 놀라 뒤로 물러섰다.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온 자는 콜슨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아까 그를 끌고 여기에 가둔 작자들 중 하나였다. 그는 누군가에게 이미 심하게 얻어맞았는지 얼굴 전체가 피칠갑을 했고, 의식도 없었다.
그에 이어 또 다른 남자 하나 더 부서진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왔는데, 정확히 들어왔다라기 보다는 기절해서 문 쪽에 쓰러진 거였다. 콜슨이 보니 바깥에는 검은 헬멧에 망토를 걸친 자가 이곳에 있던 남자들과 싸우고 있었다.
깡패들도 깡패들이었지만, 검은 망토는 정말 대단했다. 쇠파이프나 각목, 단검 같은 무기로 무장한 깡패 여럿을 맨주먹으로만 때려눕혔는데, 자신은 크게 다치거나 위기에 몰리는 일은 없었다. 콜슨이 바깥으로 나가 보니, 그는 마지막 남자를 쓰러뜨리고는 길게 심호흡을 했다.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10여명이 넘는 건장한, 그것도 무기를 들고 있는 자들을 모두 쓰러뜨리는 건 매우 부담되는 일이었을 텐데, 검은 망토에게는 손쉽기 그지 없는 일인 듯 했다. 길게 심호흡을 한번 한 것 외에는 거친 숨을 내쉬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검은 망토는 복도 끝에 있는 철문의 자물쇠를 부수더니 그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 네가 무서워 하는거 알아. 하지만 너를 도우려고 온 거야. 알겠니? 더 이상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단다. 네 아빠가 있는 집으로 가자.”
그 안에는 아이가 있는 모양이었다. 아이를 달래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더니 검은 망토는 이윽고 10살도 안된 어린 아이를 안고 바깥으로 나왔다.
검은 망토는 복도에 콜슨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아이를 내려놓고는 자신의 뒤에 숨겼다. 콜슨 역시 적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저는 쉴드의 필 콜슨 요원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다크윙.”
검은 망토가 땅을 박차고 달려드려는 걸 눈치챈 콜슨이 빠르게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콜슨이 두 손을 올려 싸울 의사가 없다는 걸 표하면서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 검은 망토는 경계를 풀고 아이를 데리고 콜슨에게 다가왔다.
“쉴드의 필 콜슨 요원이군요. 반갑습니다.”
“여전히 바쁘시군요.”
“이게 내 일이니까요.”
콜슨과 다크윙이 인사를 나누고 있는 사이, 지하실 입구 쪽체 총을 든 남자가 나타났다.
“움직이지 마! 너희 모두 체포한다!”
저렇게 말하면서 등장한 걸 보니 경찰이 분명했다. 콜슨이 돌아보니, 그는 박현규였다. 미스터 블루를 만났을 때 그에게 속은 것을 생각한 콜슨은 권총을 빼내려고 했지만 여기로 끌려오면서 무장해제를 당한 터라 재킷 안에 입고 있는 건 홀더는 비어있었다.
“콜슨 요원?”
“박현규 팀장입니까? 진짜 맞습니까?”
“예, 저 박현규 맞습니다. 왜 그러시죠?”
“조금 여러 가지 일이 있었거든요.”
그 말을 시작으로 콜슨은 자신이 여기로 끌려오게 된 이유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줬다. 그 사이 박현규는 다크윙이 구해낸 아이를 안전하게 데리고 나가기 위해 지원을 불렀다. 콜슨에게 대강 사정을 들은 현규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제 흉내를 낸 어떤 인간의 안내를 받아서 미스터 블루를 만나러 갔는데, 그에게 당해서 여기로 끌려왔다는 거군요.”
“그렇죠. 그런데 박 팀장은 여기 어떻게 알고 온 겁니까?”
“오랜 친구가 알려줬죠.”
현규가 바라본 쪽에는 다크윙이 있었다. 다크윙은 이곳으로 오기 전 현규에게 납치사건이 있다는 걸 알려준 것이다.
경찰에 협력적이고, 선을 넘는 자경활동을 하지 않지만, 그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범죄에 용감히 맞서라’가 아닌 ‘나를 따라서 자경활동을 해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다크윙의 존재는 경찰로서는 인정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경찰은 다크윙과의 공조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고, 그를 만나면 체포할 거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남을 위하고, 범죄를 박멸하기 위한 자경활동이라도 불법은 불법이었으니까.
다크윙과 경찰의 공조는 어디까지 비공식적이었고, 그것도 박현규라는 한 루트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암묵적인 계약이었다.
이윽고 도착한 119에 아이를 태워보낸 현규는 콜슨을 자신의 차에 태웠다. 현장 정리는 현규가 부른 경찰들이 마무리할 테니, 오늘 일은 콜슨을 숙소에 데려다주고, 자신은 집으로 돌아가면 끝이었다.
다크윙도 오늘은 더 자경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듯 조용히 사라진 뒤였다. 콜슨에게 쉴드 요원들의 숙소 위치를 물으면서 현규가 막 네비게이션을 켜려는 순간, 살라딘에게서 전화가 왔다.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살라딘의 다급한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쏟아져나왔다.
[여기 ‘홍룡문’이란 중식당인데, 좀 와 줘야할 거 같아!]
“무슨 일이야?”
[상황이 좀 이상하게 꼬였어. 젠장!]
그리고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쇠끼리 부딪히는 소리, 비명소리, 둔탁한 타격음까지 한데 섞여서 들려왔다. 그러다 전화가 끊기자, 콜슨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박 팀장님, 일단 현장으로 가시죠!”
“젠장!”
현규는 시동을 걸고 급하게 차를 출발시켰다. 물론 출발하기 전 ‘오랜 친구’에게 연락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제의 추종자와 그레이 팬텀이 벌이려는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를 가지고 있는 크리스티앙이 왔기 때문에 대화에 큰 진전이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생각 외로 대화의 진전은 없었다. 정보를 제공해야하는 당사자가 점심을 굶었다며 음식을 잔뜩 시켜놓고 우걱거리며 먹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가 배를 어느 정도 채울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볶음밥과 탕수육을 어느 정도 먹은 다음에서야 허기가 가셨는지, 크리스티앙은 먹는 것에만 집중하던 입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사람들에게 멋쩍은 듯 웃어보였다.
“죄송하네요. 아침에 샌드위치 하나 먹고 계속 굶었던 터라 정말 배가 고팠거든요.”
“천천히 드세요. 우릴 쫓던 놈들에게 언제 들킬지 모르겠지만. 그나저나 어떻게 우릴 찾은거죠?”
지원이 묻자 크리스티앙은 그녀에게 무언가를 던져줬다. 그건 이제까지 크리스티앙이 앉아있던 의자에 기대어져 있었던 검은 보자기에 싸인 기다란 물건이었다.
크리스티앙의 손을 떠나 지원의 손에 잡힌 기다란 물건에서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울소리는 아니고, 쇠쟁반 위에 쇠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맑은 쇳소리였다. 그걸 본 훈은 지원의 손에 들린, 1미터는 넘을 직한 길쭉한 보따리가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팡이는 말도 안되고, 몽둥이를 보자기에 싸고 다니는 것도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엽총? 엽총이라면 개머리판이 있어야하고, 아래쪽이 지금보다 두툼해야했다.
사각형에 가까운 단면에 가느다란 두께, 1미터가 넘는 긴 길이. 위에서 한 자가 안 되는 곳에 불쑥 튀어나온 돌기. 그것은 사극이나 무협지에서 나오는 장검이 틀림없었다.
식당을 가득 메우고 있는 장검의 맑은 소리, 예전 훈은 희대의 명검이나 명도는 스스로 운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지원이 가지고 있는 것은 희대의 명검이라는 소리였다.
“이 녀석에게 들었지. 네 녀석에 있는 곳이면 어디든 알려주는 네비게이션 같은 녀석이니까.”
“고대부터 내려오는 신검에게 네비게이션이라뇨!”
“신검은 개뿔.”
신검이라는 말에 크리스티앙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지원은 흑색 보자기를 벗기고 그 안에 들어있는 찬란한 검집을 가진 검을 빼냈다. 검집에서 검을 빼지 않았지만 훈은 지원의 검이 자신의 일륜도를 능가하는 ‘신검’에 준하는 명검임을 알아차렸다. 훈은 짧게 휘파람을 불었다.
“대단한 검이군요. 신검이라고 불릴 정도의 수준이네요.”
“그렇게 대단한 검이에요?”
스미레가 물었지만 지원도 자세한 내력까진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물려준 분께선 청강검이라고 하셨지만……. 뭐 믿을 수 있어야죠.”
“청강검이요? 조자룡이 썼다고 하는 삼국지의 명검 말인가요?”
“그렇다고는 하는데…….”
청강검이라니…….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스미레는 예전에 정말 심심해서 읽었던 소설 삼국지연의의 한 장면을 기억해냈다.
-피로 물든 싸움터, 여기저기서 철갑을 입은 기마병들이 허약한 반대편 군사들을 도륙하며 우왕좌왕하는 민간인들까지 짓밝고 나아가고 있었다. 거기에 온 몸에 피를 뒤집어쓴 젊은 장수 하나가 무서운 기세로 돌진하고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화려한 무장을 한 새파랗게 젊은 장수가 부하 십여명을 데리고 오고 있었는데, 피를 뒤집어쓴 젊은 장수는 두려운 기색 없이 입을 꾹 다문 채 적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그가 휘두르는 창에 적들은 제대로 대항도 하지 못하고 쓰러졌고, 삽시간에 십수명의 부하들은 땅을 뒹구는 송장이 되어버렸다. 무서운 기세로 달려드는 젊은 장수를 피해 말을 돌려 달아나려고 했다. 상대의 무서운 기세에 기가 눌려 도망치려고 했지만, 한 발 먼저 그에게 다다른 젊은 장수가 창을 내질러 그마저 죽여버렸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 써서 악귀 같은 형상이 되어 있던 젊은 장수의 얼굴에 놀라움의 빛이 스쳤다. 그는 방금 자신이 처치한 장수의 등에 매어있는 장검을 빼어내거니 살폈다.
“바보 같은 놈! 이런 좋은 검을 뽑아보지도 못한 채 죽다니!”
장수는 장검을 살펴보았다. 그의 손길을 약탈이 아니라, 마치 연인을 감싸는 듯한 부드러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제까지 전혀 감정을 내보이지 않던 장수의 얼굴에 격정과 기쁨의 표정이 떠올랐다. 장검의 자루에는 금으로 새겨진 ‘靑釭’이라는 글자가 있었다.
“청강! 이 자가 바로 조조의 수신배검장 하후은이구나! 이 검은 하늘이 주신 것이다!”
미칠 듯이 기뻐하는 그 장수는 당양 장판교 싸움에서 어린 주인을 보호한 상산 조자룡이었다.
스미레가 머릿속에서 예전에 심심풀이로 읽었던 삼국지연의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을 때, 훈이 지원의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닙니다, 그 검은 신검이 맞습니다.”
“무슨 말이에요?”
“검과 같이 생명이 없는 물건에 힘을 주는 것은 사람의 마음입니다. 설령 그 칼이 2000년이 되지 않았다고 해도, 최소 수백년 이상 그 검을 사용한 사람들은 그렇게 믿어왔죠. 장판파에서 어린 주인을 구한 명장 조자룡을 떠올리면서 자신이 지닌 힘 이상을 냈고, 그 힘을 검에 실었죠. 실제 과거가 어찌됐건, 수많은 무인들이 그렇게 믿고 사용한 염원과 기를 담았으니, 이걸 조자룡이 쓴 칼이 아니라고 말할 수준이 아닐 겁니다.”
훈은 자신이 사용하는 일륜도 역시 그런 마음이 모여 강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귀살대에서 사용한 일륜도는 1년 내내 햇볕이 내리쬐는 요우코 산의 햇볕을 흡수한 흑진홍 사철과 흑진홍 광석으로 만들기 때문에 혈귀에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했다고 하지만, 훈은 그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만드는 방법이 너무 가혹해 일륜도를 만들다가 죽는 사람이 있을 정도인데도,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건 대장장이들, 그리고 이 검을 휘두르며 어두운 밤에서 목숨을 걸고 혈귀를 사냥하는 귀살대원들의 염원이 일륜도에 맺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 게 아닐까? 훈은 그렇게 생각했다.
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크리스티앙은 그런 신검을 사무실에 방치해놓고 다니는 지원의 무신경함을 질책했다.
“그러니 앞으로 그 검을 대충 캐비넷에 넣어놓고 다니지마. 그렇게 대접해도 주인 걱정은 엄청하는 칼이라고.”
“남이사.”
퉁명스럽게 대꾸한 뒤, 지원은 청강검을 검은 보자기 안에 다시 넣었다. 청강검에 대한 이야기가 얼추 마무리되자 살라딘이 크리스티앙에게 말했다.
“검 이야기는 그쯤 하기로 하고, 크리스티앙,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주겠나?”
“아, 그러지. 그러니까 내가 이 일에 개입하게 된 것은 저 아가씨의 의뢰 때문이었어. 꽤 많은 보수와 함께 한 여자를 찾아달라고 하더군.”
그 여자가 얀 지슈카였고, 숙소에서 자신을 공격한 것을 기억해낸 스미레는 씁쓸하게 말했다.
“그 여자는 방금 전에 우리와 싸웠었죠.”
“그 여자를 쫓다가 독일까지 가게 됐지. 독일 베를린 근교에 버려진 공장에서 그녀의 흔적을 찾았는데, 그러다 그 공장이 그레이 팬텀의 아지트 중 하나라는 걸 알게 됐지.”
“그레이 팬텀?”
그레이 팬텀이라는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역시 살라딘이었다. 크리스티앙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베를린에서 흔적이 없어져서 그레이 팬텀의 아지트를 조사했는데, 거길 쉴드에서 습격을 하더군. 쉴드의 요원 하나를 붙잡아뒀었는데, 그를 구하기 위한 구출팀이었던 거 같아. 그래서 빈집이 된 아지트에 들어가서 정보를 하나 빼냈는데……. 얀 지슈카의 행방과 함께 그녀가 맡게 된 새로운 임무에 대해 알게 됐어.”
“그게 뭐죠?”
크리스티앙은 군만두 하나를 집어 입에 넣으면서 말했다.
“얀 지슈카의 새로운 임무는 오제의 봉인을 부수는 것. 그를 위해서 서울에 잠입, 쿠사나기 스미레를 납치한다. 이게 전부야.”
“나를요? 왜요?”
뜬금없이 자신이 지목된 이유를 물었지만, 크리스티앙이라도 거기까진 모르는 듯 했다.
“그것까진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의뢰인을 납치당하게 할 순 없으니까, 그래서 지원이 너한테 연락을 한 거지. 의뢰인을 보호하라고.”
“덕분에 이렇게 초과근무를 하고 있네요. 수당은 쳐줄 거죠?”
추가 수당을 요구하는 직원에게 크리스티앙은 악덕 고용주의 모습을 보여줬다.
“사무실 사정을 나보다 잘 아는 애가 그런 소리가 나오니?”
“이번 달도 월급 안 주면 진짜 그만 둘 거예요.”
수당 및 월급 이야기가 나오자 호기심이 동한 훈이 물었다.
“월급이 얼마나 밀렸길래 그래요?”
“대충 3개월?”
지원이 손가락 세 개를 펴보이자, 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크리스티앙을 타박했다.
“세상에……. 진짜 악독한 소장님이셨군요.”
“대신 사무실을 쟤 집처럼 쓰고 있으니까 도찐개찐이죠.”
뭔가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을 하는 악덕 고용주에게 모두의 비난이 모여지려고 하자, 스미레가 끼어들었다. 그녀에게 중요한 건 지원의 월급이나 크리스티앙의 악덕 고용주 짓이 아니고, 얀 지슈카의 행방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 여자는 어디에 있죠?”
“아마도…… 제 추측이 맞다면 그녀는 지금 오제의 추종자들과 같이 있을 겁니다.”
“오제의 추종자?”
아까부터 계속 오제의 추종자라는 말을 듣긴 했는데, 여기에 있는 사람 중에 오제에 대해서도, 오제의 추종자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었다. 크리스티앙을 제외하곤 살라딘이 오제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었지만, 그 역시도 오제에 대해선 자세히 알고 있지 못했다. 모두 오제에 대해 잘 모르는 눈치이자, 크리스티앙은 거기서부터 설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들 오제에 대해서 잘 모르는 모양이니까, 거기서부터 설명을 해주지. 고대 한중일 삼국을 초토화시킨 괴물인데,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라고 보면 돼. 어떤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 용이 되지 못했고, 그 한으로 인간을 마구 공격했지. 그래서 몇몇 능력자들이 오제를 이 땅에 봉인했지. 결계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투 비 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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