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GA Universe
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3편 결성 (6)
오제의 추종자들 보단 서울에 대해선 다크윙이 더 잘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 태연은 다크윙 활동이 편하도록 서울 곳곳에 자신의 은신처를 마련해놓았다. 그렇지 않으면 공식적으로 쫓아도, 실제로는 잘 쫓지 않는 경찰은 둘째치고라도 언론의 추적을 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메인 은신처로 사용하는 다크 케이브는 서울 외곽에 있는 태연의 대저택 지하에 마련해놓았지만 서울 곳곳에 10여군데 다크윙의 근거지로 쓰고 있는 건물들이 있었다. 그곳에는 다크윙의 슈트는 물론, 다크 아머를 포함한 여러 장비들과 함께 보관해놓고 있어 언제 어디서든 다크윙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은 상태였다.
그 중에서 한 곳은 다크윙 장비가 전혀 보관되어있지 않은 곳이었는데, 이곳은 아이린이 크림과 함께 넥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다크 케이브를 해킹한다고 해도 넥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이 은신처의 위치가 발각될 리 없고, 이 은신처가 발견된다고 다크 케이브로의 해킹이 가능하지 않았다.
다크 케이브와는 완전히 분리된 이곳은 오로지 가면라이더 넥스트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넥스트를 위한 공간, 넥스트 피트는 넥스트 프로젝트의 개발자인 아이린, 메인 프로그램인 크림이 주로 출입했으며, 가끔 설현이 들려서 밥도 먹지 않고 프로젝트 개발만 하는 아이린을 챙겨주던가, 태연이 심심할 때 들리는 정도로만 외부인 통제가 거의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넥스트 피트에 여러 명의 외부인이 찾아왔다. 그들 중 한 명은 넥스트 피트의 주 거주자인 아이린과 크림이 직접 초청한 사람이었지만, 나머지 둘은 초청한 사람을 따라온 불청객이었다.
자신들이 불청객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클린트와 스카이는 카케루보다 넥스트 피트를 신기한 눈으로 구경하고 있었다. 넥스트 피트의 메인 브릿지에서 팔짱을 찌고 다리까지 꼬은 채 의자에 앉아서 불청객들을 바라보던 아이린은 클린트와 스카이, 카케루를 여기로 데려온 설현을 보고 불멘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초대한 적은 없는데요?”
베를린에서 있었던 쉴드의 작전 이후, 아이린은 다크윙을 통해 콜슨의 팀에 카자마 카케루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연락했다. 카케루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자 설현에게 부탁해 그를 데리고 오라고 했는데, 설현은 ‘그’를 데려온 게 아니라 ‘그들’을 데려와버렸다. 다크 케이브까진 아니어도 나름대로 보완유지가 필요한 넥스트 피트를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정말 궁금해졌다.
아이린의 말 속에 담긴 질책을 느꼈지만 설현은 주인의 이름처럼 태연하게 대꾸했다.
“관련인들입니다. 이쪽은 데려오라고 한 카자마 카케루 씨, 이 사람은 카자마 씨의 양부인 클린트 바튼 씨, 그리고 마지막은 카자마 씨의 아내인…….”
“무슨 소리입니까!”
“아직 결혼도 안 한 처녀에게 무례하군요!”
설현이 스카이를 카케루의 ‘아내’라고 소개하자 두 당사자가 강하게 반발했다. 아이린의 질책에 이어, 졸지에 부부가 되어버린 두 사람까지 반발했지만 설현은 여전히 태연하기만 했다.
“무례를 범해 죄송합니다만. 카자마 씨, 스카이 씨, 서로 ‘내 남자’, ‘자기야’라고 부르시는데, 부부라고 생각 안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 아닌가요?”
“그래, 너네 호칭부터 좀 바꿔라. 엄마도 오해하더라.”
자신의 두 자녀에게 부모로서 적절한 훈계를 한, 아니 했다고 혼자 생각한 클린트는 여전히 거만한 자세로 앉아있는 아이린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쉴드의 요원 클린트 바튼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이린 씨.”
“저도 당신에 대해선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를 잘 아시는 군요?”
“제 조력자가 당신을 꽤 싫어해서요.”
“조력자라면…….”
“컨설턴트요.”
“아, 그 양반…….”
아이린이 말한 조력자가 ‘강철 슈트’를 입고 다니는 억만장자라는 걸 알아챈 클린트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벤져스 예비보고서에 토니 스타크에 대해 혹평을 가하지 않은 사람이 샤론 빼곤 없었기 때문에 평가 대상자가 자신을 싫어하는 것도 이해가 됐다. 그래도 무자비하게 혹평을 가한 콜슨이나 나타샤에 비해 나름 인간적으로 써줬는데 대충 좀 넘어가지 싶긴 했다.
“아이린 씨, 카케루를 꼭 만나고 싶다고 해서 이렇게 함께 오게 됐습니다. 이젠 이유를 설명해줄 때라고 생각하는데요?”
“정확히 말하면 제가 만나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에요.”
클린트가 묻자 아이린은 자신의 뒤쪽에 있는 스크린을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킨 스크린에는 붉은 스마일 표시의 문양이 떠올랐는데, 스마일 표시는 생긋 웃었…… 아니, 웃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갑습니다. 카자마 카케루 씨, 스카이 씨, 그리고 클린트 바튼 씨. 저는 크림이라고 합니다.]
“저건…… 스마일 표시인가?”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크림과 같은 A.I.에 대해 잘 몰랐던 카케루와 스카이는 별 의미 없는 만담을 주고받았지만 클린트는 그래도 비교대상을 생각해냈다.
“혹시 자비스와 같은 A.I. 인가요?”
“당신네 컨설턴트가 반 장난으로 만든 ‘그냥 좀 많이 똑똑한 시스템(Just A Rather Very Intelligent System)’하고 크림을 비교하지 말아주시죠.”
조력자라고 하지만 토니의 성격상 아이린과 잘 지낼 리 없을 테니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놀랄 게 아니었다. 적어도 클린트에겐 그랬다. 아이린이 매섭게 자비스를 비하하자, 크림은 정중히 그녀의 발언을 정정해줬다.
[아이린, 자비스는 매우 놀라운 시스템이야. 일방적으로 폄훼하는 건 숙녀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아이린이 꿍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고, 크림은 카케루 일행에게 말했다.
[저는 자비스와 비슷하지만, 다른 운영체계를 가진 A.I.입니다. 전 본래 그레이 팬텀에 이용당하고 있다가 선대 다크윙과 아이린에 의해 지금은 다크 케이브의 관리와 다크윙 장비의 개발 및 정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크림이 자신에 대해 설명했지만, 이걸 온전히 이해한 건 클린트 정도였고, 카케루와 스카이에겐 그냥 아이언맨의 ‘자비스’ 같은 정도로만 이해됐다. 두 자녀의 표정에서 ‘얘네 이해하는 척 했구나’라는 걸 눈치챘지만 클린트는 그에 대해 별 말 하지 않았다.
[그레이 팬텀에 이용당하기 이전의 데이터가 남아있지 않아, 저를 만들어낸 이가 누구인지, 무슨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도 아이언맨을 돕는 자비스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려고 합니다]
“좋은 일이란 게 무엇인지 들을 수 있을까요?”
[제겐 몇몇 블랙박스가 남아있는데 현재 아이린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 해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입니다.]
크림은 자신이 나와있는 모니터 외에 다른 모니터에 무언가를 나타나게 만들었다. 모니터에 나타난 것은 벨트였는데, 일반 벨트의 버클보단 훨씬 크고 길쭉했으며 무언가를 넣을 수 있도록 가운데 공간이 비어있었다.
벨트는 사람 모양의 홀로그램에 채워졌는데, 버클과 벨트가 채워지자마자 사람의 홀로그램에 슈트가 생성됐고, 그것은 붉은 갑옷과 헬멧을 쓴 어떤 슈퍼히어로의 모습을 변했다. 토니 스타크의 아이언맨 슈트와 비슷했지만 달랐다.
토니의 슈트가 강철 갑주를 입는 느낌이라면, 홀로그램에 나타난 슈트는 다크윙이 입고 다니는 강화복과 비슷했다.
“어라? 저건…….”
“가면라이더라고 불리는 일종의 강화슈트죠.”
“아이언맨의 슈트와 같은 겁니까?”
카케루가 묻자 아이린은 다시 한 번 컨설턴트가 언급된 것에 불쾌감을 느꼈는지 표정이 일그러졌다. 넥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토니의 도움을 꽤 받은 듯 했는데 그때마다 토니가 아이린의 속을 많이 긁은 모양이었다.
“그런 귀여운 기술이 들어간 슈트가 아니에요. 장착자를 초인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건 비슷하지만, 훨씬 가벼우면서 강력하죠. 아크 리액터와 같은 동력원도 필요없어요.”
아이린의 날 선 반응에 카케루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정말 숨만 쉬어도 원한을 사는 죄많은 남자, 토니 스타크 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카케루가 입을 다물자 이번엔 그의 아내로 오해를 받은 스카이가 물었다.
“그런데 이걸 왜 우리에게 보여주는 건가요?”
대답은 아이린이 아닌, 어떤 장치가 했다. 아이린이 앉아있는 각종 첨단장비들로 그득한 데스크 한 쪽에 있는 케이스가 열리더니 그 안에서 넥스트의 벨트가 실제 모습을 드러냈다. 넥스트의 벨트를 실제로 보여주면서 크림은 카케루에게 말했다.
[이 가면라이더 넥스트를 카자마 카케루 씨에게 맡기고 싶습니다.]
“제게요? 왜요?”
[당신은 초인이기 때문입니다.]
“에?”
“무슨 소리에요? 이 녀석은 카르엘 요원처럼 맨손으로 차를 들거나, 다크윙처럼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패버리는 능력 같은 거 없어요. 그냥 평범한 인간이라구요.”
밑도 끝도 없는 초인이라는 말에 스카이가 반발하자, 저런 반발을 예상했다는 듯 아이린은 크림에게 조용히 말했다.
“초인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놀랄 거라고 했잖아요, 크림.”
[그런가?]
크림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자, 아이린이 나섰다.
“제대로 다시 설명하죠. 가면라이더 넥스트를 장착할 수 있는 능력을 카자마 씨가 가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넥스트는 일반인이 장착하기엔 버겨운 슈트거든요.”
“이런 걸 제가 입는다구요?”
“당신은 가능해. 내가 쉴드의 데이터를 입수했는데…….”
라면서 아이린은 패널을 조작해 크림, 가면라이더 넥스트를 보여주고 있는 모니터 외에 다른 모니터에 카케루의 각종 데이터를 담은 쉴드의 자료를 띄웠다. 요원의 보호를 위해 엄중히 관리되고 있는 프로필이 쉴드가 아닌 다른 곳에서 등장하자 클린트는 적잖게 당황했고, 카케루는 저런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아버지처럼 쉴드가 아닌 곳에서 저걸 보게 된 상황에 깜짝 놀랐다.
“아니, 저걸 어떻게?”
“토니 스타크는 10대 때 펜타곤을 털었죠. 저라고 못할 거 같아요?”
역시 토니가 아이린에게 뭔가 큰 실수를 한 게 분명했다. 이건 거의 확신이었다. 클린트는 쉴드로 돌아가면 샤론에게 토니의 단속을 부탁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어쨌든 카케루의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아이린은 그에게 말했다.
“당신의 데이터는 매우 이상적이야. 아니, 이 넥스트 드라이버가 당신을 위해 존재했고, 그걸 나와 크림이 다시 만들어냈다고 말할 정도로 이 가면라이더는 당신 외엔 누구도 다룰 수 없어.”
“뭐라고? 하지만 내가 어떻게…….”
[당신은 가면라이더 넥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엔진 시동법을 잊었을 뿐이죠.]
아까부터 계속 생각한 거였는데, 저 크림이라는 프로그램은 뭔가 말을 할 때 선문답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스카이는 앞으로 크림과 대화하게 될 일이 많아질텐데, 그때마다 힘들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동법이라니…….”
“당신, 이런 거 가지고 있지 않아?”
그때 아이린은 카케루의 데이터가 떠 있던 모니터에서 그의 자료를 지우더니 다른 무언가가 나타나게 만들었다. 그건 ‘R’자가 새겨져 있는 큰 USB, 아니 차의 시동을 거는 무선 리모컨 같은 물건이었는데 그걸 본 카케루는 아까 자신의 자료를 본 것처럼 또 한 번 놀랐다.
“어? 이건 어머니의 유품…….”
카케루가 주머니에서 모니터에 나타난 물건과 똑같은 것을 꺼냈다.
[그래, 그건 넥스트의 시동키다. 그걸 넣으면 넌 가면라이더로 변신할 수 있다.]
“그럼, 변신해봐.”
“아니, 이걸 막 해보라고……. 어라?”
아이린은 아까 크림이 꺼내놓은 넥스트의 벨트, 넥스트 드라이버를 카케루에게 던져줬고, 엉겁결에 그걸 받아든 카케루는 연이은 재촉에 넥스트 드라이버를 허리에 찼다.
카케루가 벨트를 허리에 차자, 아이린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에게 다가와 벨트에 손을 댔다. 정확히 말하면 카케루 입장에선 왼쪽 위, 아이린이 보기엔 오른쪽 위에 있는 붉은 키-나중에 아이린이 ‘어드밴스드 이그니션’이란 이름이라고 알려줬다-를 잡더니 그걸 옆으로 돌렸다.
아이린이 어드밴스드 이그니션을 돌리자, 카케루의 벨트에서,
[Start Your Engine]
이란 음성이 나오더니 자동차 엔진음 같은 소리가 벨트에서 퍼져나왔다. 벨트가 생각대로 작동됐는지, 아이린은 벨트 중앙의 패널을 위쪽으로 당겼다. 가운데 비어있던 패널이 오른쪽 위로 올라왔는데, 그걸 가리키며 아이린이 말했다.
“가운데에 있는 랜딩 패널을 열고, 가지고 있는 시동키를 넣어. 그러면 가면라이더로 변신~! 인 거지.”
되게 간단하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오늘 넥스트 프로젝트, 가면라이더 넥스트, 넥스트 드라이버를 처음 본 카케루로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거 왠지 위험한 거 아니냐는 생각에 조금 망설여졌지만, 신기하게도 카케루의 손은 자연스럽게 밸트 중앙의 패널을 열고 있었다. 그리고 넥스트의 시동키를 쥐곤 짧게 중얼거렸다.
“생각하는 건 그만 두자고. 한번 변신해보겠어.”
스카이와 클린트에게 뒤로 물러나라고 손짓을 한 카케루는 넥스트의 시동키를 벨트에 꽂아넣으며 소리쳤다.
“변신!”
패널을 내려 시동키를 벨트에 장착하자, 카케루의 벨트에서 강렬한 빛이 발산되더니 넥스트의 장갑인 듯한 홀로그램들이 생성돼 그의 몸에 하나하나씩 장착됐다. 조각난 장갑들이 모두 카케루의 몸에 부착되자, 그건 붉은 갑옷과 헬멧으로 변해 카케루를 가면라이더 넥스트로 만들어줬다.
[Rider! Type Next]
넥스트로 변신하자 카케루는 자신의 얼굴에 씌워진 헬멧과 양손의 장갑들을 만져보며 놀란 듯 말했다.
“어라? 변신했다?”
“우와, 이게 가능했던 거야?”
“대단하네.”
변신할 동안 방해가 되지 않게 떨어져 있던 스카이와 클린트도 카케루의 곁으로 와 그의 몸을 감싼 넥스트의 붉은 장갑과 헬멧을 만지면서 신기해했다. 카케루와 그의 가족들이 가면라이더 넥스트를 보고 신기해하고 있을 때, 아까 그 의자에 다시 앉은 아이린이 말했다.
“넥스트는 앞으로 당신 거야, 카자마 카케루.”
그때 카케루는 뭔가 생각했다. 자기가 봐도 넥스트의 슈트는 비싸보였다. 토니의 아이언맨 슈트만큼은 아니었어도, 이 역시 꽤나 고가의 물건임이 분명했는데 이걸 아무 대가없이 준다는 건 수지에 맞지 않았다.
예전 80년대 애니메이션에는 손자의 생일 선물로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는 로봇을 줬다고도 하지만 그건 가족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아무리 카케루가 그들이 찾는 가면라이더의 적합자라고 해도 이 정도의 물건을 꽁짜로 줄 정도의 자선사업가들로 보이지 않았다. 아이린은 물론, 크림이라는 프로그램도 말이다.
“근데 이런 걸 그냥 주지 않을 거잖아요?”
“물론이지. 당연한 걸 묻고 있어.”
카케루의 질문 뿐만 아니라, 방금 전 고민까지도 헛수고로 만들어버리는 깔끔한 대답이 아이린의 입에서 나왔다. 괜한 고민을 했군이란 생각을 하며 카케루는 원하는 것이 뭐냐고 물어봤고, 대답은 아이린이 아닌, 크림이 사용하는 스피커에서 나왔다.
[내 블랙박스는 훼손된 데이터도 많고, 락도 많아서 제대로 살펴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네가 넥스트를 사용해서 전투 데이터를 모아줬으면 한다.]
“전투 데이터?”
[그래, 그걸 이용해서 훼손된 데이터를 복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걸려있는 락도 해금할 계획이지.]
“그걸 토대로 나와 크림은 더 강력한 넥스트를 개발할 수도 있는 거고.”
전투 데이터를 모아달라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카케루는 돈이나 자신의 피 같은 대가를 바라는 게 아니냐고 했더니, 아이린은 짜증난다는 표정과 함께,
“난 클론 따윈 관심 없고, 네가 가진 돈이 나보다 많다고 생각해?”
라는 말로 카케루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부서 버렸다. 하긴, 쉴드가 가지고 있는 카케루의 데이터를 빼낼 정도의 실력을 가졌으니, 카케루의 자산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래도 스카이 외에 자신의 자산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존재가 하나 더 생긴 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돈도 필요없고, 피나 유전자도 필요없다고 하니, 넥스트는 딱히 카케루에게 해가 될 물건이 아니었다. 전투 데이터야, 쉴드 임무를 나가다가 가끔 넥스트로 변신해 적들과 싸우면 얻어지는 경험치에 불과하니, 그 또한 해결될 일이었다. 쉴드 상층부에서 넥스트의 출처를 물어볼 일이 있겠지만, 그건 클린트와 콜슨이 잘 무마해줄 거라는 생각에 카케루를 고개를 끄덕였다.
“뭐, 마음껏 써주지! 딱히 해가 되지도 않을 거 같고.”
조금 단순하게 생각한 카케루와는 달리, 그의 가족들은 넥스트가 그의 인생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스카이는 카케루와 아이린이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클린트에게 물었다.
“아빠, 저런 걸 마음껏 쓰게 둘거야?”
“어떻게 해? 장착자는 카케루 밖에 안 된다고 하고. 전투 데이터를 수집이 목적이니, 그걸 어떻게 해볼 방법을 찾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클린트가 뭔가 꿍꿍이가 있는 얼굴로 보자 스카이는 그의 말에 담긴 속내를 깨달았다. 아이린과 크림이 카케루가 모아올 넥스트의 전투 데이터로 뭘 하려는 지를 스카이가 알아내라는 뜻이었다. 스카이는 해킹에 있어선 토니를 능가하는 명백한 천재였기 때문에, 아이린이 만든 방어막을 크림이 눈치채지 못하게 돌파해내는 게 가능했다.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해 가족을 지키자라는 게 클린트의 속내였다. 양부의 뜻을 알아챈 스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나보고 하란 소리지?”
“역시 엄마 닮아서 그런지 딸이 눈치가 빨라.”
클린트의 말에 스카이는 짧게나마 한숨을 쉬면서 머릿속으론 크림이 가진 데이터를 우회해서 빼낼 수 있는 소스코드를 조합하기 시작했다.
투 비 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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