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3편 결성 (5) 팬픽, FAN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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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3편 결성 (5)


서울의 어느 고층 건물.

천만이 넘는 인구가 모여살고 있는 도시인 만큼, 서울은 한정된 면적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건물들이 즐비했다. 많은 세대가 한 곳에 모여사는 아파트는 물론, 각종 빌라, 상가 건물까지 서울의 건물들은 어지간하면 기본 3층 이상은 깔고 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비슷하고, 높은 건물들이 많았기 때문에, 서울에는 ‘이 건물이 언제 지어졌지’라는 의문을 갖게 만드는 건물뿐만 아니라, ‘이건 어떤 용도로 쓰이는 건물이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건물들도 많았다.
그중, 이 건물도 무슨 용도로, 언제 지어졌는지 주위에 사는 사람들의 뇌리에도 잊혀질 만큼 평범한 건물이었다. 외관도 특별히 화려하지 않았고, 지층에 가까울수록 편의점 등 각종 편의시설들이 들어서 있는, 서울 시내에 흔하디 흔한 건물이었다.
하지만 흔한 건 건물 1층에서부터 3층까지 정도였다. 4층 이후부터 꼭대기 층인 6층까지, 한 회사가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 회사는 바깥에 회사를 상징하는 로고나 간판 같은 건 일절 걸어놓지 않았다. 그저 각 층 입구마다 ‘하바나 물산’이라는 작은 팻말로 ‘여기 회사입니다’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그중 가장 꼭대기 층인 6층은 하바나 물산이라는 회사의 직원들조차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떤 일이 있는지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그보다는 아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고 할까? 하바나 물산의 6층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는 그런 공간이었다.
그 공간은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았지만, 허락을 받은 이는 출입할 수 있었다. 커다란 테이블이 놓여진 이 공간에는 중년의 한 남자가 서 있었는데 그는 양손에 날카로운 빛이 서려있는 단검을 들곤 테이블 위에 놓여진 커다란 흑곰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양 손에 들고 있는 단검들 중 좀 더 날이 잘 서있는 쪽을 선택하더니 그 것으로 흑곰의 배를 가르기 시작했다. 양 손에 피를 잔뜩 묻혀가며 흑곰의 뱃속을 열심히 파헤치는 남자 뒤쪽으로 누군가 나타났다. 하얀 정장을 갖춰 입은 그녀는 오제의 추종자들 중 하나인 이세영이었다. 
이세영의 구두소리가 그녀의 존재를 알려줬지만, 곰의 내장을 헤집는 남자는 그녀가 소리를 내기 전부터 이곳에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칼을 든 남자 뒤로 몰래 숨어드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누가 숨어들어왔다는 거지?”

이세영은 천천히 걸어오더니 곰을 해부하는 남자가 사용 중인 테이블에 몸을 기댔다. 남자는 정신없이 곰의 내장을 꺼내고 있었다.

“하바나 요시하루……. 당신, 일본에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디서부터 날 미행했던 거죠?”

“당신이 즐기는 스포츠가 있듯이 나도 그래.”

잠시 대답이 없던 요시하루는 곰을 해부하던 손길을 잠시 멈추더니 입을 열었다.

“우르수스 티베타누스. 반달가슴곰이죠. 멸종 위기종이지만 시코쿠에서 하나 찾았죠. 열흘간 이 녀석을 추적하다가 숲에서 마주쳤죠. 아주 재미있는 사냥감이었습니다.”

“곰이나 사자, 호랑이 같은 것들만 사냥하는 건 위험하지 않나?”

“안 그럼 재미가 없죠.”

요시하루는 이번엔 다른 칼을 들어 곰을 다시 해부하기 시작했다. 그의 표정에선 광기가 어른 거렸다. 자신을 죽일 뻔한 적을 사로잡고, 그 적에게서 전리품을 얻는 그의 모습은 과거 전쟁에서 승리하고 약탈, 방화, 강간 등을 저질렀던 정복자들의 희열이 느껴지는 듯 했다. 
요시하루는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세영은 요시하루의 테이블 반대쪽으로 걸어가더니 곰을 사이에 두고 그와 마주섰다.

“회색의 남자와 카루얀, 불꽃의 전승자에게 괴멸됐던 조직이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겠지?”

“그래서 여기 온 겁니까? 애 다루듯이 날 야단치러요?”

조직의 일은 뒷전이고 이런 곰 사냥이나 하고 있는 거냐는 꾸짖음을 할거냐는 식으로 요시하루가 물었지만, 세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이젠 새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하러 온 거야.”

“새로운 가능성이라뇨?”

“아버지의 봉인을 풀 수 있게 됐지.”

“봉인을 풀 열쇠를 찾은 겁니까?”

“불꽃의 전승자가 서울로 오게 했지.”

“아직 그를 손에 넣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손에 넣을 거야.”

아직 불꽃의 전승자를 손에 넣은 게 아니기 때문에 세영의 대답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그걸 캐치한 요시하루는 곰을 해부하던 손길을 다시 멈추고는 세영을 노려보았다.

“그럼 아직 거의 다 된 건 아니군요. 당신은 항상 자기 손을 더럽히려 들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죠.”

요시하루가 곰의 피로 잔뜩 더러워진 자신의 손을 들어보이며 빈정거렸다.

“이제 와서 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겁니까? 지금 당신 옆에 그레이 팬텀도 있잖아요?”

그레이 팬텀이 있지만, 전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세영은 요시하루에게 말했다.

“불꽃의 전승자는 혼자가 아니었어.”

“쿠사나기 일족의 전사는 전멸하지 않았던가요?”

“다른 동맹군을 찾은 것 같아. 세 명이었지만, 상당히 쓸만한 자들이더군.”

“그래서 날 찾아온 거로군요.”

“내가 온 건 우리가 함께 처리해야할 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야.”

그레이 팬텀이라는 전력을 확보하고도 자신을 찾아온 건 불꽃의 전승자를 확보하기 위해 손을 보태라는 뜻이었나라고 요시하루는 생각했다. 곰의 해부도 거진 끝나갔고, 곰의 내장 중에서 쓸만한 것들을 빼내 따로 통에 담아뒀다. 요시하루는 타월로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면서 물었다.

“다른 생존자에게도 말했나요?”

“지신은 싸울 준비를 마쳤지.”

“난 항상 우리가 언젠가는 재결합할거라 생각했었죠. 이렇게 심각한 상황일 줄은 몰랐지만요.”

“그게 가족이 하는 일 아니겠어?”

“그럼 그레이 팬텀은요?”

그레이 팬텀에 대해 요시하루가 묻자 세영은 그들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솔직하게 답해줬다.

“그들 역시 쓸만한 자들을 보내줬지.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목적을 채우면 바로 내뺄 거야.”

“결국 그 뜻은 우리의 믿음직한 지도자가 마침내 직접 싸움에 나선다는 뜻인가요?”

“항상 그렇듯이, 난 필요한 일을 할 뿐이야.”

세영이 직접 전장에 나선다는 뜻으로 해석한 요시하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보태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남은 추종자들을 모두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세영은 싸늘하게 웃어보였다.

“그럼 우리가 늘 말하듯이…… 아버지의 영광과 영생을 위해…….”


서울 시내에 흔하디흔한 상가 건물 옥상으로 이어지는 문이 큰 소리와 함께 열렸다. 열린 문에서 검은 슈트에 망토를 걸친 자가 어떤 남자를 끌고 그곳에서 걸어 나왔다. 
검은 망토를 걸친 자, 다크윙은 성인 남자 정도의 무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를 한 손을 끌고 갔다.
다크윙은 남자를 끌고 옥상의 국기 게양대로 가더니 그곳에 묶어버렸다. 철제 구조물이고 특별히 개발한 끈으로 묶었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결박을 풀긴 어려울 것이다. 이미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는지 국기 게양대에 묶인 남자는 피를 흘리고 얼굴이 잔뜩 부운 채로 기절해 있었다.
다크윙은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었는지 그의 뺨을 때려 깨우기 시작했다.

“이봐, 일어나지. 이제 말할 때라고.”

다크윙이 잡아온 이 남자는 어느 아이를 납치되는 곳에서 찾은 자였다. 

마약 거래 현장을 소탕하고, 자신을 흉내내는 자경단들에게 ‘하키 보호대 안 입는다’라고 소리치고 나온 다크윙은 자신의 아들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의 절규와, 아버지에게서 떨어져 납치당하는 아이의 비명을 듣고 급히 현장으로 달려갔다.
납치범들은 이미 현장에서 달아난 뒤였지만, 아이의 아버지가 필사적으로 붙잡은 납치범 중 하나는 일행에서 떨어졌다. 
칼을 꺼내 아이의 아버지를 죽이려는 납치범은 다크윙에게 죽도록 두들겨 맞은 뒤, 이 옥상으로 끌려온 것이다. 

다크윙이 자신을 깨우자 납치범은 놀란 눈을 했다가 곧 독한 눈빛으로 변했다. 독한 눈빛으로 변하기 전 잠시나마 그의 눈에 공포가 깃들었기에, 범죄자들에게 다크윙이란 존재가 주는 공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잠깐 엿볼 수 있었다.

“내가 질문을 하면 넌 대답한다. 내게 거짓말을 하면…… 내가 알 거다. 아이는 어딨지?”

“……죽었다.”

납치범이 독한 눈빛을 드러내며 씹어 뱉듯 대답한 대가는 다크윙의 매서운 주먹이었다. 다크윙의 주먹은 이상적인 궤적을 그리며 남자의 뺨에 작렬했다.

“아이는 어딨지?”

“무슨 상관이야? 살아 있다고 해도, 죽을 건데.”

“왜 그 아이를 데려갔지?”

그러나 납치범은 다크윙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네 놈이 쫓아 올 거라고 생각했거든.”

“내가 쫓아오면?”

“널 죽인 다음에 판매하는 거지. 다른 애들처럼.”

다크윙의 강펀치가 다시 한 번 납치범의 복부를 후려쳤다. 숨쉬기가 괴로웠는지 납치범은 몇 번 기침을 하곤 빈정거렸다.

“그건 진실을 말한 건데.”

“알아. 그래서 때린 거다.”

빈정거림에는 빈정거림으로 대답하는 게 인지상정이었다. 다크윙 역시 빈정거리면서 그에게 다시 물었다.

“누구에게 아이들을 팔지?”

“몰라. 돈만 있으면 다.”

“아이는 어디 있지?”

“그 아이를 찾으면? 다른 녀석을 납치할 거야. 내가 죽어도 누군가 내 자릴 대신하겠지. 사람들이 구매하는 한 우리는 판매할 거야. 오늘 밤에 하는 어떤 일도 그걸 바꿀 수 없어.”

다크윙은 납치범을 가만히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선 변조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가 옳아. 아까 네가 말했던 것처럼 너를 죽이면, 누군가 그 자리를 차지하겠지. 하지만 그들은 너처럼 여기서 끝나게 될 거다. 이르든 늦든, 너희들 중 하나는 불게 될 테니.”

다크윙은 납치범의 결박을 풀어주고는 그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를 끌고 옥상 끝으로 가더니 그를 그곳에 세웠다. 조금만 힘을 주면 바로 추락사로 이어지는 그 위태로운 곳에서 다크윙은 차분하게 협박을 이어나갔다.

“내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알았으면 좋겠군. 아이 때문이 아니야. 이건 내가 즐기니까 하는 거야.”

얼굴이 가려졌지만 뭔가 살기를 느낀 걸까? 납치범은 위태롭게 다크윙에게 매달린 채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다크윙이 전혀 꿈쩍하지 않자, 그는 대답이 틀렸다는 걸 깨닫고 바로 아이를 끌고 간 곳을 불었다.

“트로이카 식당 밑에 아지트가 있어. 거기로 데려갔어.”

그러자 다크윙은 그를 다시 옥상으로 끌어올려줬다. 다크윙이 자신을 죽이지 않자 납치범은 그새를 못 참고 또 빈정거리기 시작했다.

“네놈들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운이 좋다면 아이보다 먼저 너흴 죽이겠지. 아이에게 하고 있는 것을 보는 건 수치려나?”

그 순간 다크윙은 긴 다리를 내질러 납치범의 가슴을 걷어찼다. 그러자 납치범은 그대로 옥상에서 떨어져 5층 높이의 바닥으로 떨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쓰레기 더미 위로 떨어졌지만 말이다. 
납치범은 5층 건물에서 던져버린 다크윙은 왼손 장갑 손등의 패널을 작동시키더니 그곳에서 트로이카 식당을 검색했다. 식당 위치가 검색되자 다크윙은 납치범을 차버린 곳의 반대쪽 옥상으로 걸어가더니 난간 위로 올라섰다.
난간에 올라서자마자 다크윙은 바로 바닥을 향해 뛰어내렸고, 그의 망토는 그가 바닥에 떨어져도 다치지 않게 낙하산 역할을 해주었다. 바닥에 내려선 다크윙은 바로 다크 아머에 올라타고는 굉장한 엔진음과 함께 밤거리를 질주해나갔다.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