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GA Universe
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3편 결성 (4)
그는 사무엘 스턴스였다. 과거 서울의 대학가를 쑥대밭으로 만든 헐크 사건에서 배너 박사를 도왔던 이였다. 클로드야 그냥 입을 다물고 있어도 됐지만, 콜슨은 이곳에 오는 걸 요청한 책임감 때문에 스턴스에게 인사를 건넸다.
“처음 뵙겠습니다, 스턴스 씨. 전 필 콜슨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제 동료인…….”
“알고 있어요, 당신 강철의 남자죠? 블러라고 불리는?”
“나 유명인사였어요?”
“한국에선 다크윙과 함께 당신, 그리고 헐크의 인지도가 가장 높습니다.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처럼 멀리 있는 히어로가 아니니까요.”
스턴스는 클로드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뭔가 굉장히 흥미로운 연구주제를 발견했다는 느낌이랄까? 클로드는 스턴스의 눈에서 그런 감정을 읽어냈다. 사람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독심술을 사용할 수 없어도 그 정도는 눈치로 알기 충분했다.
“당신을 정말 연구해보고 싶어요. 헐크만큼이나 당신도 매력적이거든요. 절대 부서지지 않는 강철의 사나이! 거기에 하늘까지 날게 되면 어떤 모습일까 싶어요. 그건 정말 신과 같을 텐데요.”
“신이라는 말은 함부로 붙이지 마시죠. 그리고 저 고소공포증 있습니다.”
클로드가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말에 놀란 건 스턴스가 아니라 콜슨이었다. 콜슨이 진짜냐는 듯 쳐다보자 클로드는 쓰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높은 곳 올라가면 오금이 저려요. 제대로 서 있기 힘들고요.”
“그건 보통 사람이면 다 겪는 거 아닙니까?”
“그런가?”
클로드에게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새로운 정보를 업데이트해서 기분이 좋은 듯 스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콜슨 요원, 날 찾아온 이유가 무언가요?”
“제가 찾아온 이유는 당신이 더 잘 알 거 같은데요?”
“글쎄요. 짐작 가는 게 너무 많아서.”
스턴스가 되묻자 콜슨은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어떤 화면을 보여주었다. 콜슨의 휴대폰에서 나온 화면은 누군가 메일을 보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걸 본 스턴스의 표명이 미묘하게 변했다. 스턴스의 표정과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콜슨은 그에게 물었다.
“저희가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회수한 그레이 팬텀의 자료입니다. 정말 많이 훼손돼서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지만, 여기에 당신이 어떤 메일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더군요.”
“호오.”
“한국 정부는 당신에게 하루 딱 1시간만 구형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놨죠. 그런데 정부의 눈을 속이고 그레이 팬텀에게 연락을 하는 건 어떻게 가능한 겁니까?”
“난 별로 한 게 없어요. 전부 그레이 팬텀이 한 거죠.”
“무슨 소리를…….”
뭔가 이상한 느낌에 콜슨은 본능적으로 품안에 있던 권총을 빼들려고 했다. 하지만 여기에 들어오면서 입구에 권총을 두고 왔기 때문에 콜슨의 품에는 총이 없었다. 그리고…….
“커헉!”
클로드가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콜슨이 놀라 보니 바닥에 쓰러진 클로드의 뒤엔 박현규가 녹색으로 빛나는 보석을 들고 있었다. 그건 케일 박사의 연구자료를 통해 쉴드가 확보한 오메가 크리스탈로, 클로드의 힘을 무력화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클로드의 등 뒤에 오메가 크리스탈을 올려놓은 현규는 권총을 꺼내더니 콜슨을 겨누었다.
“무슨 짓입니까, 박현규 팀장!”
“미안, 내가 박현규가 아니라서.”
“무슨…….”
현규의 총에서 무언가 발사되더니 콜슨의 목에 꽂혔다. 그것이 상대를 기절시킬 때 쓰는 마취용 탄환이라는 걸 알았을 때 콜슨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콜슨과 클로드 모두 쓰러지자, 미스터 블루는 침대에서 일어서더니 과장된 몸짓으로 현규에게 예를 갖췄다.
“아크마리엘 님.”
현규는 목 쪽에 손을 대더니 쓰고 있던 위장 가면을 벗었다. 중년 남자의 얼굴은 그의 손길에 의해 사라지고 선이 가늘고, 여자로 착각할 정도의 아름다운 얼굴이 나타났다. 가발에 가려진 그의 머리카락은 자주빛을 띄고 있었다. 가면을 벗은 남자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품에서 안경을 꺼내 썼는데, 그는 과장된 몸짓으로 여전히 예를 갖추고 있는 스턴스에게 말했다.
“미스터 블루, 네가 해줘야할 일이 있다.”
“알고 있습니다. 전 그것을 꼭 보고 싶거든요.”
“오제의 봉인은 네게 많은 즐거움을 안겨줄 거다. 지식이 없으면 굶어죽는 네게 그것은 최고의 음식일테니.”
“물론입니다. 그리고……”
스턴스가 쓰러져 있는 클로드를 내려다보자, 아크마리엘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 그에 대한 연구 또한 할 수 있게 해주지.”
“고맙습니다.”
환하게 웃는 스턴스의 뒤로 검은 양복의 남자 몇이 다가왔다. 그들은 오메가 크리스탈로 인해 의식을 잃은 클로드의 팔을 잡곤 그를 일으켜 세웠다. 기절한 클로드를 데리고 바깥으로 나가면서 스턴스는 히죽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쓸 일이 있을 겁니다. 내 조커니까.”
홍룡문의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6개월치 월세의 대가로 요구한 스미레의 저녁식사는 홍룡문 주방장이 혼신의 힘을 다했다.
6개월치 월세를 내준 VIP 고객의 요청이니만큼 사장의 압력이 들어갔을 거고, 자신의 월급 및 보너스와 관련된 일이었으니 주방장은 자신의 영혼을 갈아 넣어 음식을 만들어냈다.
만족스럽게 저녁식사를 한 것은 좋았지만, 앞으로의 사태에 대응해야했기 때문에 살라딘은 자장면을 맛있게 먹고 있는 지원에게 물었다.
“지원아, 크리스티앙의 의뢰가 뭐냐?”
“그래요, 소장님이 뭐라고 한 겁니까?”
고추잡채를 먹고 있던 훈도 같이 묻자 지원은 짜장면을 먹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얼마 전에 쉴드의 작전이 있던 곳에 다녀왔다고 하는데, 그곳에서 그레이 팬텀의 흔적을 찾았다고 했어요.”
“그레이 팬텀은 뭡니까?”
그레이 팬텀이란 이름이 아까부터 계속 등장한 김에 훈은 살라딘에게 그게 뭔지를 물었다.
“광신적인 사상을 가진 위험한 자들입니다.”
“위험한 자들? 테러리스트라도 되는 겁니까?”
“테러리스트는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드러내고 싶어하지만, 이들은 달라요. 은밀하게 일을 꾸미고, 음모를 진행하죠.”
“그들이 원하는 건 뭔데요?”
“지금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레이 팬텀에 대해선 그동안 오랫동안 싸워왔지만 그들의 정확한 목표를 알 수 없었으니 살라딘으로선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지원은 단무지를 입에 넣고는 우물거렸다.
“전 세계를 장악할만한 힘과 영향력을 원하는 거 아닐까요? 프리메이슨 같은?”
“아뇨, 그것보단 날 원하는 거 같아요.”
볶음밥을 다 씹어 삼키면서 스미레는 자기 숙소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이세영이라는 여자는 분명 스미레에게 적대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죽이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다음에 꼭 모시러 오겠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스미레에게 무언가를 원하는 게 아닐까?
“당신 돈을 말하는 겁니까?”
“그것보다는 다른 거 같아요.”
그때쯤 홍룡문의 사장이 새로운 음식을 들고 서빙했기 때문에 일행의 대화는 잠시 끊겼다. 사장이 가져온 새로운 요리가 테이블에 놓여질 동안, 중단됐던 대화는 사장이 빈 접시를 가지고 주방으로 갔을 때 다시 이어졌다. 대화가 잠시 중단됐기 때문에 주제는 추종자들이 스미레를 노린 것에서 살라딘과 싸운 광선검을 든 여자로 옮겨갔다.
“서요한 씨, 아까 당신과 싸웠던 스타워즈에 나올 법한 여자는 누굽니까? 누구길래 아이언맨도 못 쓸 거 같은 광선검을 들고 있는 거죠?”
“난 그녀와 도쿄에서 싸운 적이 있어요.”
훈에 이어, 스미레까지 얀에 대해서 말하자, 살라딘은 그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 얀에 대해 적당히 설명해야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나와 옛 인연이 있던 사람이라는 건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그리고 그녀의 검은 광선검이 아니라 기의 파동을 실체화시킨 겁니다. 검기를 다룰 수 있으면 막는 게 가능합니다.”
“광선검도 그렇지만 그런 검도 사기 아니야?”
여전히 삼선짜장면에 집중하고 있던 지원은 군만두를 한 입 베어물면서 투덜거렸다.
“이 망할 소장은 언제 연락하는 거야. 이쪽은 원치 않은 자경활동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자경활동이요?”
스미레가 묻자 지원은 입안에 있던 만두를 다 씹어 삼킨 다음에 대꾸했다.
“우리 중에 경찰 봉급 받는…… 아, 당신은 수사 고문이니까 패스. 어쨌든 경찰 신분인 사람이 없는데, 우리가 저기서 한 것은 무단 침입에, 폭행 같은 자경행동이라고요.”
“정당방위잖아요.”
“증명해야하는데, 그게 쉽겠어요?”
“오제의 추종자들은 불법이든, 합법이든 가리지 않아요. 내 숙소에 무단으로 침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스미레와 지원의 대화에 살라딘이 끼어들었다.
“그건 반대로, 그들이 그만큼 궁지에 몰려있다는 말일 수도 있겠죠.”
“무슨 소리에요?”
지원이 묻자 살라딘은 과거 서울에서 벌어진 오제의 추종자와의 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줬다. 여기까진 설명해줘야 그나마 대화가 수월하게 진행될 거 같다는 생각이 얀에 대한 설명 이후로 또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오제의 추종자들은 수 십 년 전에 오제의 봉인을 풀려다가 다크윙의 선조, 회색 망토의 남자 그리고 쿠사나기 일족의 전승자에 의해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고 잠적했다고 하지.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은 단체가 갑자기 저렇게 많은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어.”
“돈만 있으면 세를 회복하는 건 일도 아니잖아?”
“당시 오제의 추종자들이 가지고 있던 재산과 기업 모두 국고로 환수됐어. 남은 걸 모두 끌어 모아도 당시 추종자들이 가지고 있던 세력의 2할이 채 되지 않을 거야.”
2할도 채 되지 않은 세력만 남았다는데 스미레의 숙소로 쳐들어온 그 병력은 무어란 말인가? 훈은 그곳에서 자신과 지원, 스미레가 싸운 인간들이 대충 잡아도 50명이 넘은 걸 생각하곤 쓰게 웃었다.
“2할도 되지 않은 재력으로 아까 그 정도의 병력을 보유할 수 있다라……. 상식적으로 쉽지 않겠군요.”
“그렇다면 오제의 추종자들은 분명 누군가와 손을 잡았을 거야. 그것은 그레이 팬텀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추리의 이유는?”
지원이 묻자 살라딘은 자신이 그렇게 추론한 이유에 대해 막 설명하려고 했는데,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곤 대답 대신 피식 웃었다. 누군가 홍룡문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의 기척은 살라딘이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살라딘이 기척을 느낀 그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살라딘 외의 일행들 앞에 나타났다. 그는 붉은 가죽 롱코트를 입고, 등 뒤에는 커다란 리볼버가 달린 검을 매고 있는 괴상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목을 덮은 덥수룩한 장발과 정리 안 된 수염을 가진 호쾌한 이미지의 미중년은 저녁 식사를 먹고 있는 일행에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그건 내가 설명해주지.”
“늦었군, 크리스티앙.”
살라딘이 짧게 질책하자 크리스티앙이라고 불린, LTK 탐정 사무소의 소장은 빈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이래뵈도 최대한 빨리 온 거라고. 당신들이 전부 죽기 전에 말이야.”
“누구시죠?”
의뢰인의 질문이었기 때문에 크리스티앙은 최대한 정중하게 예를 갖췄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쿠사나기 스미레 씨. 제가 바로 LTK 탐정사무소의 소장 크리스티앙 데 메디치입니다. 편하게 크리스티앙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이름이 기네요.”
“그래도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라, 양해해주세요.”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스미레와 인사를 주고받은 크리스티앙은 모두 자신에게 이번 일에 대한 설명을 원하는 눈초리로 자신을 보고 있자, 잠시 양해를 구했다.
“이야기가 조금 기니까, 밥을 좀 시키고. 급하게 오느라 점심도 못 먹었거든.”
투 비 컨티뉴드~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