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3편 결성 (2) 팬픽, FAN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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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3편 결성 (2)


달의 여인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기 전 현규는 생각이 났는지 그녀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노 지배인의 은퇴가 6년 정도 남았다고 들었는데?”

“그래, 새로운 녀석이 무럭무럭 잘 크고 있지.”

“지금 미국에 있다고 그랬나?”

“뭐 하바드인지 뭐시기인지에서 공부 열심히 하고 있다더군.”

“나중에 새로운 지배인이 오게 되면 소개시켜줘. 노 지배인 은퇴식에도 불러주고.”

은퇴식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달의 여인의 표정은 예의 싸늘하게 변해 있었다.

“스쳐지나가는 인연에 큰 의미 같은 건 두지 마.”

“매정하긴.”

그 말을 남긴 채 현규는 호텔 밖으로 나왔다. 호텔 주차장에 세워놓은 자신의 차로 걸어가면서 현규는 그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제의 추종자가 다시 나타났으니, 오제의 봉인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야했다. 오제의 봉인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긴 했지만 현규는 그 봉인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철저한 보안을 위해선 지키는 자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야한다는 게 그 분의 철학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궤멸된 줄 알았던 추종자가 다시 나타났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몇 번 통화음이 울리고, 그 분이 전화를 받자 현규는 급히 만나자는 약속을 잡고 차 운전석에 올랐다. 
양반은 못 된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고 있는 현규의 핸드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핸드폰 액정에 뜬 이름은 ‘안용진’이었는데, 현규는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예, 무슨 일이십니까?”

[어르신께서 급히 연락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아까 어르신께 연락을 드리고 찾아뵙기로 했는데요.”

[제게 확인하라고 하셨습니다. 박 팀장님께 급한 일정이 생겨 만나기 곤란하실 거라 하셨습니다.]

저녁 일정 같은 건 없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란 생각이 들었지만 현규는 용진에게 용건에 대해 말했다.

“오제의 봉인에 대해 알려달라는 겁니다. 이건 안 실장님께서 답변해주실 수 없을 테니 어르신께 직접 여쭤주십시오. 추종자들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오제의 추종자 말입니까? 카루얀이 전부 괴멸시킨 거 아니었습니까?]

“그러지 못한 거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어르신께 오제의 봉인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건 무슨 뜻입니까? 제게 급한 일정이 생길 거라뇨?”

[지금 당장 공항으로 가보셔야할 듯 합니다.]

“공항이요? 지금 제 위치가 공항으로 가기에는 조금 어려울 듯 한데…….”

[지금 위치에서 공항까진 1시간 정도 걸릴 듯하군요. 바로 출발하시면 시간에 맞출 수 있을 겁니다.

뭔가 오싹한 느낌이 드는 현규였다. 지금 자신이 가려는 곳을 용진이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규는 차안을 둘러보면서 용진에게 말했다.

“제 차에 GPS라도 설치한 겁니까?”

[당연한 거 아닙니까? 팀장님의 위치와 지위를 생각하면 GPS가 아니라 더한 것도 설치해야할 판입니다. 어르신께서 GPS 밖에 허락해주지 않으신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너무하네요, 저도 제 사생활이 있는데 말이죠.”

[팀장님의 지위와 위치를 생각하면 사생활 침해 같은 건 사소한 걸로 넘어가지요.]

용진을 말빨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도, 저 세상에서도 몇 명 되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며 현규는 그에게 전화를 한 목적에 대해 물었다.

“뭐, 그렇다고 넘어가지요. 그런데 왜 공항으로 가야하는건가요? 무슨 일이 있습니까?”

[쉴드 616팀이 한국에 입국하려고 합니다.]

“616팀이라면…….”

[필 콜슨 요원의 팀이죠.]

쉴드 616팀, 그리고 그 팀의 리더인 필 콜슨에 대해서는 현규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사람 안 믿기로 유명한 닉 퓨리가 이 세상에서 신뢰하는 딱 3명 중 한 사람이 필 콜슨이고, 그가 이끄는 쉴드의 정예팀이 바로 616팀이었다. 그런 팀이 서울에 괜히 올 리 없다. 그렇게 생각한 현규는 616팀의 방문 목적을 물었고, 용진은 지체없이 대답했다.

[미스터 블루에 대한 조사입니다. 잠시 한국에 머물 수 있게 조치를 취해달라고 하는군요.]

“미스터 블루?”

미스터 블루라는 이름이 나오자 현규는 미간을 찌푸렸다.
미스터 블루라는 사람은 다름 아닌 사무엘 스턴스였다. 브루스 배너와 미스터 그린, 미스터 블루라는 자신들만의 별명으로 부르던 그 괴짜 사내는 현재 한국 정부에 의해 억류된 상태였다.
헐크와 어보미네이션에 의한 서울 시내 파괴 사건이 끝난 직후, 스턴스는 블랙 위도우에 의해 체포됐다. 하지만 대한민국 내에서 쉴드가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기 때문에 블랙 위도우는 체포한 스턴스의 신원을 대한민국 정부에 양도했다. 
한국 정부는 그를 이용할 방법을 찾아봤지만 브루스 배너의 피에 의해 두뇌가 오염된 스턴스는 정신붕괴를 일으켜버려 결국 그 후로 몇 개월 동안 정신병동에서만 지내게 됐다.

수개월이 지난 뒤, 헐크의 피에 익숙해지고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두뇌가 깨어났을 때의 스턴스는 몇 차례 한국 정부로부터 도망치려고 했었고, 그때마다 현규가 살라딘과 함께 잡아왔다. 그 둘로도 커버가 되지 않아, 스턴스가 마지막으로 도망쳤을 때는 다크윙까지 동원해야만 했다.
현규의 걱정을 눈치 챘는지 수화기 너머 용진의 목소리도 걱정이 섞여 있었다.

[어르신께서 걱정이 많으십니다. 팀장님께서 콜슨 요원과 함께 미스터 블루에 대한 조사를 해주길 바라십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콜슨 요원을 만나도록 하죠.”

현규는 전화를 끊고는 공항 쪽으로 차를 돌렸다.


중식당 홍룡문은 한국을 찾은 많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곳이었다. 음식이 매우 맛있었고, 규모도 꽤 컸으며, 종업원들도 매우 친절했지만,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서울 내에 있는 5성급 호텔인 ‘호텔 아르테미스’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르테미스를 찾은 관광객 10명 중 4~5명은 이곳을 찾을 정도로 나름 장사가 잘 되는 곳이었기에, 밤늦은 시간까지 많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마감에 임박한 시간, 홍룡문 1층 카운터에 놓인 TV에서는 심야 토론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특별히 서울시장이 초청됐는데, 다크윙에 대한 진행자의 날카로운 질문이 시장에게 퍼부어졌다.

[범죄 퇴치가 시장님의 선거 공약이셨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크윙도 잡아야죠. 법을 많이 어겼잖아요.]

[다크윙에 대해선 특별수사대가 곧 검거할 겁니다. 시간문제입니다. 서울시장으로서…….]

심야 토론프로그램을 뒤로 한 채 홍룡문의 주인 노현준은 마지막으로 계산하고 밖으로 나가는 손님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또 와주세요.”

“잘 먹었습니다. 고마워요.”

손님들을 배웅한 다음, 노현준은 가게 문에 ‘CLOSE’라고 해놓고 문을 잠그려는 순간, 누군가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덩치 큰 남자 두 사람과, 예쁘고 늘씬한 여자 두 명이었는데, 노현준은 그들을 보고 당황해하며 소리쳤다.

“누구십니까? 영업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노현준의 말 같은 건 들리지 않는지, 가게 불을 꺼야한다느니, 커튼을 쳐야한다느니라는 소리를 치면서 가게 안을 뛰어다녔다. 그러자 노현준은 다시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이보세요, 영업 끝났다니까요!”

그러자 흰색 줄무늬가 들어간 검은 재킷을 입은 여자, 쿠사나기 스미레가 노현준에게 다가와 양해를 구했다.

“잠깐만 신세질게요!”

갈색 컴포트 재킷을 입은 세미정장 차림의 남자, 이훈도 노현준에게 다가왔다.

“바깥에 그대로 있을 수 없어서 그래요. 잠시만 신세 지겠습니다.”

“그럼 다른 곳으로 가요. 경찰 부를 거니까!”

“경찰은 곧 올 겁니다. 그러니 잠시만 신세를 지겠습니다.”

이번에는 실버 블론드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 살라딘이 다가와 자신의 수사고문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수사고문에 지나지 않은 신분증이었지만, 신분증에 박혀있는 경찰 로고는 나름 큰 힘을 발휘했다.

노현준이 입을 다물자, 이번엔 검은 가죽 재킷에 회색 스카프를 두른 지원이 입구 근처에 있는 장식장을 들어 식당 입구를 막아버렸다. 살라딘의 수사고문 신분증 덕분에 그나마 조용해졌던 노현준은 지원의 그런 행동을 보니 다시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경찰 일이라고 해도 참는 한도가 있었는데, 기물 파손까지 나오니 이젠 참을 수 없었던 거였다. 그러자 지원이 장식장을 드는 걸보고 “힘이 장사네”라면서 박수치던 스미레가 나섰다.

“잠깐, 얘기 좀 하시죠.”

이제까지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던 스미레가 유창하게 한국말을 하자, 훈이 놀라 물었다.

“한국만 할 줄 알았어요?”

“이따가 이야기 하죠.”

스미레는 노현준을 데리고 식장 한 쪽으로 가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 식당 전체를 살펴보던 살라딘이 훈과 지원에게로 왔다.

“뒷문을 확인했어요. 모든 입구와 출구는 막았습니다. 지금 당장은 안전한 것 같군요.”

“그냥 여기서 죽치고 있자구요?”

“더 나은 계획 있습니까?”

스미레가 묵던 호텔에서 빠져나와 인근 중식당으로 도망쳐왔지만, 더 딱히 계획이 없던 터라 살라딘도 그렇게밖에 이야기하는 게 다였다. 자신도 딱히 계획이 없던 터라 지원도 깊은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 살라딘은 그제야 훈에게 말을 건넬 수 있었다.

“아침에 경찰청에서 그렇고, 계속 일에 휘말리시는 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거 진료실을 너무 오래 비워둬도 문제인데…….”

“진료실을 비워둔다고 말하시는 분 치곤 검술 실력이 대단하더군요.”

“호신용으로 배운 게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네요. 당신의 검술 실력이야말로 대단하던데요? 쌍검술인가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검술은 정말 놀랐습니다.”

“아류에 불과합니다.”

서로의 검술을 칭찬하고 있던 살라딘과 훈에게 주인장과 이야기를 끝낸 스미레가 다가왔다. 

“여기에 있어도 된다네요.”

“뭐라고 했습니까?”

“다른 거 없어요. 내 블랙 카드로 6개월치 임대료를 내주기로 했거든요.”

도대체 얼마나 부자길래 서울 한복판의 꽤 큰 규모의 중식당 임대료를 6개월치나 내준다는 건가? 훈은 과거 귀살대를 조직해 악귀들을 소탕하는데 앞장섰던 어떤 가문이 생각났다. 그 가문도 어마어마한 재력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아마 쿠사나기 가문도 그에 맞먹는 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듯 했다.
누구와 통화를 했는지, 지원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일행에게 다가왔다. 

“아오, 이 빌어먹을 소장! 전화를 안 받아!”

“크리스티앙이 전화를 잘 안 받는 편이지.”

짜증을 내던 지원은 스미레에게 자신을 정식으로 소개했다.

“아까도 설명했지만 전 LTK탐정사무소의 현지원이에요. 우리 소장님이 당신을 안전한 곳으로 모시라고 했는데……. 근데 두 사람은 여기 왜 있는 거예요?”

지원이 묻자 살라딘은 재킷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여줬다. 살라딘이 꺼낸 종을 빼앗아 든 지원은 그게 소장 크리스티앙이 자신에게 보낸 메시지라는 걸 알곤 따지듯 물었다.

“남의 사무실을 그렇게 함부로 뒤져도 되는 겁니까?”

“어쨌든 도움이 됐잖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꾸한 살라딘과 달리 훈은 궁금한 게 많았다.

“그런데 방금 전 그 사람들은 누굽니까? 서요한 씨도 아는 사람이 있고, 스미레 씨도 아는 사람이 있는 거 같은데?”

“오제의 추종자입니다.”

“오제?”

그때 살라딘의 눈에 뭔가 이상한 게 들어왔다. 주방에서 여러 음식들이 노현준과 주방 직원 손에 들려 나오고 있는 광경이었다. 노현준과 주방 직원은 가지고 나온 음식들을 가장 큰 테이블에 차리기 시작했다.

“저게 뭐야?”“그게 말이죠, 거래의 일부로 6인분 음식을 내달라고 했어요.”

“우린 여기 밥 먹으러 온 게 아니에요. 당장 소장님에게 연락을 해야한다구요.”

지원이 항의했지만 이미 음식에 눈이 돌아간 스미레에게 지원의 항의 따윈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스미레는 어제 저녁부터 제대로 먹은 게 없는, 거의 하루 가까이 공복인 상태였기 때문에 일행이 4명인 걸 감안해서 6인분 음식을 주문한 것이다.
스미레는 지원에게 손을 한 번 흔들어보이곤 테이블 쪽으로 바로 걸어갔다.

“연락하세요. 그거 돼지고기에요?”

“아뇨, 새우입니다. 이쪽이 돼지고기구요.”

“잘 됐네요.”

스미레에게 짜증을 냈지만 다들 배는 고팠는지 훈과 지원도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 다들 저녁 식사에 정신이 팔리자, 살라딘도 그리로 걸어가려다가 무언가를 보곤 걸음을 멈췄다. 그가 서 있는 홍룡문 입구 쪽에는 블라인드가 내려진 커다란 유리창이 있었는데, 그곳을 통해 멀리 어두운 밤하늘에 검은 날개가 그려진 서치라이트 불빛이 떠 있는 광경을 보게 된 것이다. 그게 다크윙을 부르는 경찰들의 표식임을 안 살라딘은 검은 망토를 두르고 서울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슈퍼 히어로를 생각해냈다.

“악당들 잡느라 오늘도 바쁜 거였으면 좋겠군.”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