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GA Universe
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3편 결성 (1)
수개월 전의 서울.
서울에는 한국 고유의 음식을 파는 음식점이나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간단히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음식점들도 많았지만, 많은 수의 해외 음식을 대접하는 식당들도 있었다.
그런 대부분의 식당들은 이태원이란 동네에 몰려있었지만, 그중에는 다른 지역에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스탄불’이란 이름의 음식점 역시 한국 사람, 특히 서울 시민들에게 터키의 요리들을 선보이기 위해 야심차게 문을 연 가게였다.
음식 맛이 워낙 괜찮았기 때문에 많은 손님들이 찾는 가게였는데, 오늘따라 이 곳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적막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정기 휴일도 아닌데도 손님이 없는 이유는 식당을 찾은 한 손님 때문이었다.
본인을 이세영이라고 밝힌 이 손님은 혼자 조용히 식사하고 싶다면서 식당을 통째로 빌려버렸다. 주인은 다른 손님들을 위해서 그럴 수 없다면서 버텼지만, 하루가 아닌 3일치 매상에 맞먹는 돈을 지불하는 세영의 씀씀이에 바로 굴복하고 세영을 위해서 반나절 동안 다른 손님을 받지 않았다.
세영은 최소 4명은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 홀로 우아하면서도 차가운 모습으로 도도하게 앉아있었다. 식사가 나오기 전, 붉은 와인을 마시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주인은 다급하게 요리를 담당하고 있는 자신의 아내를 다그쳤다. 식당을 통째로 빌린 정신나간 짓을 한 세영이 이 식당에 원한 것은 레드 와인과 ‘휜캬르 비엔디’라는 음식이었다.
이는 ‘황제께서 만족하셨다’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요리로 원래 오스만 제국의 궁중요리였다. 만드는데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요리로, 가지를 불에 잘 구웠다가 우유 같은 것과 섞어 곤죽을 만들어 밥 위에 놓고, 양고기와 각종 야채를 끓어 스튜처럼 만든 것을 그 위에 부워 만드는 요리다.
준비하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리는 요리라, 주인은 매우 조급해했다. 어찌어찌 아내가 요리를 다 만들어내자, 그는 홀로 테이블에 앉아있는 세영에게 직접 서빙했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정갈한 그릇에 담겨 나오자, 세영은 마시고 있던 와인잔을 내려놓고, 주인에게 가볍게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요.”
포크를 들어 음식 맛을 본 세영은 차가운 인상과는 달리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하군요. 셰프에게 콘스탄티노플에서 만든 것보다 더 잘 만들었다고 전해주세요.”
“……이스탄불 말씀이시겠죠. 콘스탄티노플은 고대 시절 이름입니다.”
“……그렇죠.”
여자가 대답하자, 주인은 맛있게 식사를 즐기라는 말과 함께 그녀의 곁에서 사라져주었다. 세영이 다시 와인을 마시고 있을 때 식당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새치가 많은 장발을 한 남자였는데, 그는 밝지만 회색 빛이 감도는 코트자락을 펄럭이며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식당은 세영 외에 누군도 손님으로 받지 않기로 해서 직원이 제지하려고 했지만 세영이 먼저 손을 들어 직원을 막아 세웠다.
남자는 세영에게로 걸어가 그녀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합석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하스모헬리스 씨. 그리고 식사 전이라면 주문하시죠. 이곳의 음식은 상당히 괜찮습니다.”
“오기 전에 이미 먹고 와서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그러시죠.”
맞은 편 자리에 앉은 하스모헬리스는 직원을 부르더니 와인 한 잔을 더 내오라고 주문했다. 직원이 오더를 받고 와인 잔과 세영이 마시는 와인과 똑같은 와인을 내오자 하스모헬리스는 와인을 마셨다.
“오제라는 존재가 이 도시의 지하에 봉인돼 있고, 당신들은 오제의 봉인을 풀려는 자들이라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아버님의 이름을 함부로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지만, 일단 맞습니다. 저희는 수 천년동안 아버님을 위해 노력해왔지요.”
세영의 얼굴에 불쾌감이 떠오른 것을 하스모헬리스는 놓치지 않았다. 하스모헬리스가 와인을 시키고 그걸 마시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앞에 있던 음식을 나름 맛있게 먹고 있었지만, ‘오제’라는 이름이 언급되자 입맛이 사라졌는지 포크를 내려놓았다.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아버님의 지혜로 우리 역시 나름의 규모와 힘을 갖추고 있지요. 하지만 그레이 팬텀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만나자고 한 겁니다. 당신들 역시 아버님의 무덤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
“우린 오제의 봉인과 오제가 풀려나면 세상이 멸망한다는 전설 같은 것엔 관심 없습니다. 봉인에 쓰인 ‘영혼의 돌’이 필요할 따름이죠.”
영혼의 돌이란 이름이 등장하자 세영은 고개를 살짝 갸우뚱 했다. 왜 그레이 팬텀이 영혼의 돌에 관심을 갖는 걸까?
“영혼의 돌이라는 보석이 그 정도 값어치가 있는 건가요?”
“……그런 호기심까진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서로 목적에만 충실하도록 하죠.”
세영에게 오제라는 이름이 금기였듯이, 하스모헬리스에게 ‘영혼의 돌’이 그런 것인 듯 했다. 세영은 굳이 더 묻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그레이 팬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지, 그들의 속사정까지 굳이 알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그들의 목적이 자신들의 계획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더더욱 그랬다.
“좋습니다. 그레이 팬텀은 저희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나요?”
“‘병기’를 드리죠.”
“‘병기’?”
세영의 잘생긴 눈썹이 꿈틀거렸고, 하스모헬리스는 다시 와인잔에 담긴 와인을 마시면서 말했다.
“그레이 팬텀 역시 영혼의 돌의 회수를 위해 오제의 봉인에 접근해야합니다. 그 점에선 당신네 조직과 손을 잡을 수 있죠. 당신네 조직은 봉인을 풀 수 있는 수단이 있고, 우리는 당신들이 봉인을 풀 수 있도록 외부의 적을 막아내는 역할을 하도록 하죠.”
“그레이 팬텀에는 뛰어난 전사들이 많은 모양이군요. 그 ‘병기’라고 불리는 자는 얼마나 대단한 자입니까?”
세영은 그때 그런 질문을 하스모헬리스에게 했던 자신에게 지금 이 광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레이 팬텀이 보유하고 있는 전사들은 강력하기 이를 데 없었다. 오제의 추종자들 역시 나름 강력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지만, 그레이 팬텀에겐 견줄 수 없을 정도였다.
세영은 이들의 힘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자신의 눈앞에서 걷고 있는 광선검을 쓰는 아퀴루핌과 흑색의 거대한 대검을 든 레아틀론은 아버지의 봉인을 풀 수 있는 최강의 전력이었다.
이제 남은 건, 뿔뿔이 흩어진 동료들을 모아 아버지의 기나긴 잠을 깨우는 일 뿐이었다.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매일매일 뜨고 지는 해였다. 그러나 석양이 질 때의 찬란하고도 서늘한 빛은 유달리 사람의 마음을 끄는 데가 있다. 서울에 있는 수많은 건물들을 붉게 물들인 그 빛은 한적한 길을 달리고 있는 어느 건물에 내걸렸다.
2012년, 서울 시내 가장 번화한 도심 한복판,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금싸라기 땅에 자리 잡고 있는 낡고 허름한 건물이 있다.
언뜻 보면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는 빈 건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영업 중인 호텔이다. 그 앞을 수백만의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정작 이 호텔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낮에는 사람들의 관심 밖에 존재하고, 밤이 되어도 잘 곳을 찾거나 잠시 쉬어갈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이곳의 존재를 몰랐다.
밤이 깊어 인적이 끊기고 도심이 잠들 때, 호텔의 간판에 불이 켜진다.
보통 사람의 눈에는 허름한 호텔로 보이는 외관이지만, 약간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호텔의 거대한 규모를 알 수 있다. 마치 성과 같은 크기의 어마어마한 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주인은 매우 심통난 얼굴로 환하게 밤을 비추는 보름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달처럼 고고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는 긴 생머리의 여인 뒤편으로 반백의 남자가 조용히 다가왔다. 조끼까지 완벽한 정장을 갖춰 입고 긴 머리를 뒤로 모아 묶은 반백의 남자는 달처럼 고고한 여인에게 말을 걸었다.
“사장님, 일어나셨습니까? 마침 보름이라 손님이 많을 거 같습니다.”
“달이 밝으면 아주 멀리서도 잘 보일 테니까 또 여기저기서 기어들어오겠지.”
“그럼, 호텔 간판에 불을 밝히겠습니다.”
“영업 시작해. 난 달이 밝으면 기분이 안 좋네. 오늘은 특히 더 그렇고. 너무 험하게 죽은 놈은 받지 마.”
달과 같은 여인이 심통을 부리자, 반백의 남자는 당황한 듯 말을 흐렸다.
“그래도 손님을 가린다는 게……”
“받지 마. 어차피 죽은 놈이 급할 게 뭐 있어?”
“그럼 사장님 눈에 띄지 않게…….”
반백의 남자가 조심스럽게 타협안을 제시했을 때, 그들이 있는 방문이 열리더니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키는 매우 훤칠했으며 덩치는 큰 것은 아니었지만 온 몸의 기운이 매우 생생해, 아주 활기찬 느낌을 줬다. 눈썹이 아래로 처지고, 눈매가 위로 올라가 기묘한 인상을 가졌지만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기묘한 인상의 남자, 박현규는 방 안으로 들어오더니 반백의 남자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곤, 달과 같은 여인에겐 짓궂게 말을 건넸다.
“망자의 쉼터가 영혼을 가려받으면 쓰나? 마고신이 알면 한 소리 할 텐데?”
“뭐야? 넌 또 여기 왜 왔어?”
달의 여인은 여전히 기분이 나쁜지, 반갑게 인사하는 현규에게 화를 버럭 냈다. 자신이 불청객인 걸 분명히 알 수 있는 달의 여인의 날카로운 반응에도 현규는 태연하기만 했다.
“오랜만에 옛 친구와 술이나 한 잔 하려고 왔지.”
“친구는 얼어죽을……. 오늘은 기분이 정말 더러우니까 당장 꺼져.”
“너무 그러지 말라고. 오늘은 장 사장이 좋아하는 샴페인도 이렇게 사가지고 왔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박현규는 뒷짐을 지면서까지 숨기고 있던 선물을 달의 여인 앞에 흔들어보였다. 꽤 좋은 샴페인이었는지, 달의 여인은 피식 웃으면서 창가에서 걸어나와 붉은 가죽으로 뒤덮힌 소파에 앉았다. 샴페인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여전히 사람을 쿡쿡 찔렀다.
“쥐꼬리만한 형사월급으로 그런 술을 사셨다고? 가당키나 한 소리야?
“이래뵈도 다섯 번째 마고신에게 축복을 받은 몸이라고. 빚투성이의 장 사장 보다는 내가 재정상태가 훨씬 나을 걸?”
“말 참 많네. 샴페인이나 가져와봐. 귀랑, 네가 여기 온 이유야 뻔하겠지.”
“역시 장 사장이야. 내가 온 이유를 참 잘 안단 말이지.”
맞은편 소파에 앉은 현규는 샴페인은 땄고, 반백의 집사는 두 사람이 먹을 만한 안주를 내오겠다면서 방을 나갔다. 반백의 집사가 적당한 안주를 가져오고, 현규가 사온 샴페인이 두 사람에게 몇 순배 돌았을 때쯤, 달의 여인은 현규가 찾아온 목적을 다 듣게 됐다.
현규는 정연준이 살해당한 현장에 대해 설명했는데, 굉장히 고통스럽게 죽었지만 그의 몸에는 어떤 외상을 찾을 수 없었고, 방금 들어온 부검 결과에 따르면 그의 심장은 갈기갈기 찢어진 상태였다. 어떤 외상도 없이 심장이 걸레가 된 살인사건이라는 것에 달의 여인은 흥미를 가졌다.
“그래? 흥미롭군.”
달의 여인이 샴페인을 마시자, 현규는 그녀의 빈 잔에 다시 샴페인일 채워줬다.
“어떻게 죽은 건지 알아보려고 약식으로나마 초혼을 해봤는데, 영혼이 나타나지 않았어.”
“…….”
달의 여인은 말을 하지 않고, 그저 현규를 바라볼 뿐이었다. 현규는 자신의 빈 잔에도 샴페인을 채우면서 말했다.
“내 초혼에 영혼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유는 하나겠지. 이미 이 호텔에 와 있거나 아니면 사신에 의해 소멸됐거나…….”
“내 호텔은 빼줬으면 좋겠군. 여기에는 네가 말한 그런 인상착의의 남자가 오지 않았어.”
샴페인 잔을 내려놓고, 고급 캐비어가 담긴 안주를 입에 넣으며, 달의 여인은 정연준의 영혼이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는 걸 확인해줬다.
그러자 현규는 혼란스러워졌다. 달의 여인과 그녀가 있는 이 호텔은 매우 특별한 곳이었다. 일반 사람은 절대 손님으로 받지 않는 이 호텔은 오직 죽은 사람만이 머물 수 있는 곳이었다. 저승으로 가기 전, 신의 마지막 자비로 이승에서 못다한 한을 다 풀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곳이 바로 이 호텔이었다. 자연사를 했든, 사고를 당했든, 죽은 사람 중 풀지 못한 한을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이 호텔에 오게 되어있고, 현규가 본 정연준은 충분히 한을 남기고 죽을 법한 영혼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여기에 오지 않았다니…….
“오지 않았다?”
“그래, 내 호텔에는 오지 않았어. 그건 확실해.”
달의 여인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 호텔에 오지 않았다면 정연준의 영혼이 어떻게 소멸됐는지를 추리해볼 차례였다.
“그렇다면 확실해지는 군. 장 사장의 호텔에 오지 않았다면 그 영혼은 소멸됐을 텐데, 사신들에게 물어봤을 때 어제 소멸시킨 영혼 중에 이 자의 영혼은 없었거든.”
“그렇다면 이제 답을 슬슬 말할 때도 된 거 같은데?”
달의 여인이 현규의 말투를 흉내내며 놀리자, 현규는 깊이 한숨을 쉬었다.
“그 말로만 듣던 오제의 추종자들인가?”
이무기 ‘오제’
지금으로부터 수천 년 전인 고대에 살던 이무기였는데, 어떤 이유로 용이 되지 못하자 모든 걸 증오하게 돼, 수많은 사람들을 해쳤다.
그걸 보다 못한 고대 왕국의 어느 왕이 자신의 손자와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 겨우 오제를 봉인했고, 그 봉인한 곳 위에 거대한 도시를 세워 영원히 풀려나지 못하게 만들어놓았다.
그 거대한 도시가 서울이고, 오제의 봉인을 유지하기 위해 서울의 규모를 어느 정도 이상 유지하고 있다는 걸 현규는 알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수년 전에는 모르고 있었던 일이었는데, 현규의 뒤를 봐주는 어떤 분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그의 가문은 이 봉인을 지키기 위해 수백 년 동안 지킴이 노릇을 해왔고, 지금도 서울의 규모를 늘려, 오제의 봉인을 엄중히 지키고 있는 중이었다.
인간이 만든 건축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결계이기 때문에, 인간의 건축물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오제의 봉인은 견고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도 안심이 되지 않아 현규와 같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이를 고용해 경찰 내에 특별 수사부서를 만들고, 봉인을 감시하는 일을 맡기기까지 했다.
현규가 경찰이 되고, 그에게 지시를 받는 건 오제의 봉인을 지키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였고, 봉인당하기 직전까지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던 오제였기 때문에 그를 추종하는 이들은 암암리에 계속 활약해오고 있었다. 이런 추종자들로부터 오제의 봉인을 견고히 수호하는 일도 맡고 있었다.
“오제의 추종자는 수십 년 전에 다크윙과 회색의 남자에게 괴멸됐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또 세력을 회복한 모양이군.”
“그렇겠지. 그들 말고는 사람의 영혼을 가지고 장난치는 자들은 없으니까. 어때, 도와줄까? 그들이면 너도 꽤 고생할텐데?”
도움이 필요하냐는 말에 현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장 사장이 도와준다면 그들을 쉽게 없앨 수 있겠지만 거절하겠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산 자의 영역에 있는 일은 살아있는 자들로만 해결해야하니까.”
현규가 ‘산 자’를 운운하자, 달의 여인은 코웃음을 쳤다.
“훗, 재미있는 말을 하는군. 그렇게 따지면 귀랑 너도 이 일에 끼어들면 안되는 거 아닌가?”
“나중에 큰 대가를 치르겠지.”
기묘한 방식으로 살해된 정연준과 그의 영혼이 사라졌으며, 그 영혼이 영혼들이 모이는 쉼터에 오지 않았다는 정보를 모두 얻은 현규는 남은 샴페인을 모두 달의 여인에게 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보를 다 얻은 현규가 갈 거라는 거 정도는 예상했는지 달의 여인은 ‘가게?’라는 서툰 물음을 던지지 않았다. 그저 캐비어를 맛있게 먹을 뿐이었다.
투 비 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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