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2편 격돌 (6) 팬픽, FAN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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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2편 격돌 (6)


LTK탐정사무소가 있는 건물.
일본 여행에서 막 돌아왔다가, 묘한 기운의 미인과 여기까지 동행하는 행운을 누렸지만, 오늘 아침까지 경찰서에 있어야했던 훈은 많이 피곤한 얼굴로 건물에 들어섰다. 그에게 진료를 받은 적이 있거나 안면이 있는 사람들은 막 건물에 들어선 그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훈의 공식적인 직업은 귀살대니, 뭐니가 아니라 ‘의사’였다. 그것도 한국과 일본 양국의 의사면허를 모두 소유한 나름의 실력도 갖췄다.
사람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은사의 부탁 때문에 의사가 된 것이지만, 훈에게 의사란 직업은 꽤 적성에 잘 맞았다. 그래서 이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생각해 진료비를 적게 받았고, 무료로 진료를 해준 적도 많았다.
병원 내 작은 침대를 들여놓고, 간단히 숙식을 해결하는 터라, 훈의 발걸음은 자신의 병원으로 향할 줄 알았지만, 그의 걸음이 향한 곳은 의외로 LTK탐정사무소였다. 그가 탐정사무소로 간 것은 사무소에 숨겨놓은 일륜도 때문이었다.
총소리로 인해 경찰 신고가 빠르게 들어갔고, 출동 역시 신속했기 때문에 훈은 일륜도를 병원에 가져다둘 시간이 없었다. 거기다 의사인지라 자살을 했어도 사람의 상태를 살펴봐야했기에 일륜도를 탐정사무소 적당한 곳에 숨겨놓았는데, 이제 일이 마무리됐으니 물건을 찾으러 간 것이다. 검을 찾으러 사무실에 들어간다고 할 수 없으니, 일본 여행을 하면서 가져온 짐을 탐정사무소에 두고 온 나름의 치밀함도 동원했다.
LTK탐정사무소에 들어선 훈은 입구를 지키고 있는 정복 경찰에게 현장 목격자이며, 이곳에 짐을 두고 가서 가지러 가겠다고 설명하려는 찰나, 다른 누군가를 만났다. 그 사람은 아침까지 경찰청에서 훈에게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던 살라딘이었다.

“여긴 어떻게 온 겁니까?”

“제 짐이 여기에 있어서요. 가져가도 될까요?”

“당신 짐이니 상관없습니다.”

훈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걸 정복 경찰이 제지했지만 그건 살라딘이 적당히 무마했다. 물론, 그의 신분으로도 안 되는 일이어서 또 다른 사건 현장으로 부리나케 가고 있는 현규까지 전화로 소환했지만 말이다.
훈이 자신의 짐을 찾는 동안, 살라딘은 얀이 뛰어내렸던 창가로 걸어가 바깥을 내려다보았다. 살라딘이 왜 저렇게 청승을 떨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훈은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일륜도와 짐을 찾는 것에만 집중할 따름이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짐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습니다.”

훈은 커다란 배낭과 눈에 보이지 않도록 조치한 일륜도를 찾은 훈이 인사를 했을 때, 살라딘의 눈이 그의 손에 들린 일륜도로 향했다. 그의 눈에도 일륜도의 모습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 특유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검이군요.”

“예?”

“정순하고 강력한 기운을 가졌군요. 예전 지원이가 가지고 다니던 검과 비슷한 느낌이네요.”

“제 검을 볼 수 있군요.”

“눈으로는 볼 수 없고, 느낌으론 알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도록 조치까지 해놨는데 일륜도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유시로 씨의 능력도 이제 떨어지는 건지 훈은 탄식했다.

“면허증이 없는데도 눈감아 주는 겁니까?”

“전 경찰이 아니니까요.”

살라딘이 빙긋 웃었을 때였다. 사무실 한켠에 있는 팩스가 요란한 소리를 내더니, 어떤 내용이 적힌 종이를 토해냈다. 갑자기 팩스가 온 것에 이상함을 느낀 살라딘은 팩스로 가 전송된 내용을 확인했고, 호기심이 동한 훈도 함께 봤다.

팩스에 온 내용은 ‘지원아, 연락이 안 되어서 팩스를 보낸다. 쿠사나기 스미레 씨에게 얀 지슈카, 그리고 그녀의 뒤에 있는 그레이 팬텀과 엮이지 말라고 전해줘. 지금 나도 한국에 가는 중이니까, 자세한 건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크리스티앙-’이었다. 

팩스 내용에서 살라딘은 얀 지슈카, 그레이 팬텀이라는 말과 함께 쿠사나기 스미레가 턱하고 걸렸다. 스미레라면 훈과 오늘 아침에 경찰서에 있던 그 일본인 여자를 말하는 게 아닌가? 살라딘은 급히 훈에게 물었다.

“같이 있던 일본 여자분은 어디에 있죠?”

“예? 숙소로 간다고 했는데요.”

“숙소가 어딥니까! 지금 그 여자분이 위험해요.”

“그게 무슨…….”

“젠장!”

살라딘은 팩스종이를 든 채 그대로 사무실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살라딘이 갑자기 뛰어나가자, 훈은 일륜도와 배낭을 번갈아가며 보다가 배낭을 사무실에 내려놓고 일륜도만 든 채 살라딘을 쫓아나갔다. 물론 “젠장”이란 말도 함께 남겼다.


지원은 근 30분째 영업용 미소를 짓고 있느라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였다. 가명을 쓰고, 거짓 신분을 만들어, 이를 통해 설계 의뢰를 하는 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와 같은 쿨시크하고, 욕설도 거침없이 내뱉는 건 30분 째 봉인해야만 했다.
상대의 비위를 최대한 맞춰야 최대한의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건 그간 탐정으로서의 경험을 통해 익히 잘 알고 있는 지원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김철수의 회사 화담 건축사무소의 임도진과 30분째 면담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임도진은 자신이 일하고 있는 건축사무소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지원에게 소개해주고 있었다. 건축과 설계에 대해서 문외한인 지원이 봐도 이 사무소가 의뢰를 받아 설계를 한 건물들은 우아하면서도 실용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샘플로 몇 개의 건물들 사진을 보여준 임도진은 자신감으로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멋지지 않나요? 저희가 맡았던 모든 프로젝트들처럼 계속 유지되는 걸 염두에 두고 만들었죠.”

“네, 아주 멋지네요.”

“맘에 드신다니 기쁘군요,”

이쯤 브리핑을 했으면 자신들의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다고 생각했는지, 임도진은 지원에게 물었다.

“자, 최애라 씨의 회사 건물에 대해 구상하신 게 있으면 말해주세요.”

‘아, 나 여기 건물 설계를 의뢰하러 왔지’라고 생각한 지원은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며칠 전 읽은 ‘사무실에 이런 것들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의 인터넷 기사를 떠올렸다. 그 내용에다가 자신이 머물고 있는 LTK 탐정사무소가 바뀌었으면 하는 소망까지 전부 담아서 되는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

“공동 작업 공간으로 썼으면 좋겠어요. 아마 주스 바가 필요할 거구요. 서서 쓸 수 있는 책상이랑 왜 사람들 짜증나게 만드는 통통 튀는 공도 있잖아요? 제 생각엔 좀 더 현대적이고, 하이테크 적이고 또 심플했으면 좋겠어요.”

“……실용적인 유토피아를 바라시는군요.”

“네, 그 말을 인용해도 될까요? 대답하지 마세요, 어쨌든 인용할 테니까.”

지금 위장하고 있는 캐릭터는 돈 많은 졸부에 약간 푼수끼를 더했다는 설정이었기에 지원은 넉살 좋게 웃어보였다. 그런 지원의 모습에 ‘봉을 잡았다’라고 생각했는지, 임도진은 노트북을 조작해 다른 건물들의 사진을 보여줬다.

“이게 작년에 서울에서 작업했던 곳들입니다.”

“좀 더 최근작은 없나요? 작년 작업물 중에서는요?”

작년에 작업했던 건물에 대해 묻자 임도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제 작업물 중엔 없습니다.”

“당신 회사에 있는 다른 건축가의 작업물 중에는요? 저희 회사에는 아주 중요한 일이라서요. 우린 첨단 유행을 따르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자체가 첨단 유행이거든요.”

역시 이번에도 되는대로 지껄였는데, 임도진에게 먹힌 듯했다. 특히 지원이 푼수에 돈 많은 졸부의 느낌을 낸 것이 임도진의 방심을 부른 것인지도 몰랐다.

“네, 하지만…… 비밀 지키실 수 있어요?”

“제 얼굴만 봐도 신뢰가 가실 텐데요.”

여전히 넉살 좋게 말하는 지원에게 신뢰가 생겼는지, 임도진은 다른 건물 사진을 보여주었다. 꽤 큰 규모의 건물이었는데, 이제까지 보여주었던 각이 져있는 건물이 아닌 꽤 독창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

“저희의 가장 최근작을 보여드릴 수 있어요. 강남에 있는 건물인데 제 동료인 김철수가 설계한 거죠. 클럽 바빌론이에요.”

클럽 바빌론. 김철수가 납치 전에 남긴 마지막 작품이 바로 저것인 듯 했다. 지원은 클럽 바빌론의 주소를 머릿속에 저장했다. 김철수의 마지막 작품을 알아냈으니, 이제 남은 건 김철수에게 저 건물 설계를 의뢰한 자의 정체였다. 지원은 천천히 단계를 밟아나갔다.

“그 건축가가 지금 여기 있나요? 얘기를 좀 나누고 싶네요.”

“아뇨, 그 친구는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서요.”

‘그렇겠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야’라고 생각하면서 지원은 다시 임도진에게 물었다.

“그럼 의뢰인은 누구였죠?”

“그건 기밀 정보라서요. 물론 이해하시겠죠? 하지만 최애라 씨가 관심을 둘만한 다른 건축물도 있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다른 건물들의 자료를 가지러 임도진이 사무실을 나가자, 지원의 손길이 바빠졌다. 지원은 핸드폰을 꺼내 클럽 바빌론의 사진을 찍었고, 바로 자신의 겉옷과 가방을 챙겨 화담 건축사무소를 빠져나갔다.
사무소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지원의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려댔다. 지원이 자리에 없는 걸 보고 임도진이 전화한 줄 알았는데, 휴대폰 화면을 보니 ‘망할 소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LTK 탐정사무소의 소장 전화인 것을 본 지원은 전화를 받았다.

“크리스티앙, 사무실 일 때문에 연락한 거 같은데…….”

[무슨 소리야? 사무실에 무슨 일이 있었어?]

“자세한 건 현규 아저씨한테 물어봐요. 나도 그냥 전해 듣기만 했으니까. 간단하게 설명하면 김철수라는 사람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는데, 그 김철수라는 사람이 사무실에서 납치됐어요.”

[그게 무슨 해괴한 소리야?]

“이해가 안 될 거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됐고. 그건 내가 박현규한테 연락해서 물어볼게. 그것보다 네가 해줘야할 일이 있어.]

지원이 더 설명하려고 했지만 크리스티앙은 그녀의 말을 막았다. 해줘야할 일이라는 소리에 지원은 지금 김철수의 사건을 조사하기도 바쁜데 뭘 또 해달라는 건지 살짝 귀찮아졌다.

“할 일이라뇨? 나 지금 바쁜데…….”

[사무실 6개월치 월세를 내준 사람의 의뢰야. 하기 싫으면 사무실에서 짐 싸서…….]

“내가 언제 안한다고 했어요? 무슨 일인데요?”

아무리 일을 안하고, 대충하고 있다고 해도 지원도 LTK 탐정사무소의 직원이었다. 사무실 월세를 6개월치나 내줬다는 사람의 의뢰인데 최우선 순위가 되는 것이 당연했다. 지원이 의욕을 보였지만, 크리스티앙은 탐정사무소의 소장다운 실력을 보여줬다.

[의뢰는 내가 대충 해결해놨어. 누굴 좀 찾아달라는 거였는데, 지금 그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의뢰인이 위험해!]

“의뢰인이 누군데 위험해요?”

[그레이 팬텀과 연관돼 있어. 그레이 팬텀은 의뢰인이 가지고 있는 힘을 탐내고 있고. 당장 의뢰인에게 가서 내가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보호하고 있어. 의뢰인이 있는 곳은 내가 사무실 팩스로 보내놨으니 확인하고.]

지금 사무실로 갔다간 경찰에 잡혀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게 분명한데 사무실 팩스로 보내놓았다면 어쩌란 건가? 지원은 짜증이 났지만 상대가 소장이라는 걸 생각하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까 사무실에서 누가 자살했다는 말 잊었어요? 지금 사무실로 못 가요. 일단 의뢰인에게 가볼 테니까 주소나 알려줘요.”

크리스티앙이 의뢰인의 이름과 주소를 불러주자, 지원은 전화를 끊고 급히 택시를 잡았다.

“쿠사나기 스미레라니…… 이젠 일본까지 진출한거야?”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