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GA Universe
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2편 격돌 (4)
한국엔 아침을 밝히는 해가 떠올랐지만, 쉴드 616팀이 머물고 있는 버스는 어두운 밤 하늘을 날고 있었다. 버스 2층에 마련된 ‘환상적인 느낌’의 바에는 필 콜슨 요원이 어두운 얼굴로 앉아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지금부터 수 시간 전, 콜슨은 쉴드의 요원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입안했고, 실행에 옮겼다. 쉴드 최고의 요원이 투입됐고, 작전이 마무리될 때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었지만, 구출하려던 요원은 끝내 사망했다.
작전이 실패했다는 것에 대한 씁쓸함과 사망한 요원이 예전 자신이 맡아 교육했던 요원이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까지 더해져서, 콜슨은 평소 즐기지 않은 술을 마시고 있던 차였다.
술 동무를 해줄 사람이 필요했지만, 다른 요원들은 작전이 끝난 직후, 모두 골아떨어져버렸고, 메이 요원은 깨어있었지만 버스의 조종을 해야했기 때문에 콜슨의 술동무가 되어주지 못했다.
언더락으로 양주를 한 잔 다 비운 콜슨이 술잔에 술을 담으려고 할 때 누군가 나타나 콜슨의 손에서 양주병을 빼앗았다. 콜슨이 보니, 그는 클린트 바튼이었다.
클린트는 콜슨이 혼자 청승을 떨며 술을 마니는 걸 보고는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곤 바에 들어가 얼음잔을 새로 두 잔을 만들더니 술을 따랐다. 얼음잔에 담긴 술잔을 콜슨에게 내주면서 클린트는 입을 열었다.
“혼자 청승떨지 말라고, 콜슨 요원.”
“고맙네, 바튼 요원.”
클린트는 술잔을 높이 들었고, 그를 본 콜슨 역시 술잔을 들었다.
“자네의 수제자를 위해.”
“아마도르 요원을 위해.”
사망한 아마도르 요원에 대한 추모를 담아 두 사람은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빈 얼음잔에 다시 술을 채우며 클린트가 물었다.
“부검 결과는 나온 건가?”
“그래, 뇌 속에 작은 폭탄이 있었다고 하더군. 비강 내로 주입된 모양이야.”
술을 한모금 마신 클린트는 구출작전 당시 아마도르 요원이 코피를 흘리고 있던 걸 기억해냈다.
“그래서 구출했을 때 코피를 흘리고 있었군.”
“아까운 인재를 잃었어.”
이미 우울 모드에 빠져든 콜슨이 더욱 깊은 우울에 빠져들자, 클린트는 재빨리 화제를 바꿨다. 바꿔봤자 화제는 아마도르 요원에 대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아마도르 요원이 마지막으로 한 말 기억해? 미스터 블루라고 했었던데.”
“그래, 미스터 블루면 사무엘 스턴스를 말하는데……. 한국에 억류돼 있는 그를 왜 언급한 건지 모르겠군.”
“한국 정부에 확인해보는 편이 낫지 않겠어? 미스터 블루가 뭔가 일을 꾸미는 거 같은데 말이야.”
“그런가?”
콜슨이 다시 얼음잔을 기울이자, 클린트는 빈 그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그리고 다크윙에게 요청이 왔어.”
“다크윙이?”
“카케루를 보고 싶어하더군. 맡길 게 있다면서.”
“카자마 요원을? 이유가 뭔가?”
술 때문에 조금 알딸딸한 상태가 됐어도, 콜슨은 다크윙의 요청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카자마 카케루를 왜 보고 싶어하며, 그에게 맡기고 싶은 건 또 뭐란 말인가? 콜슨의 의문은 클린트 역시 가지고 있었는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 답게 말해주지 않아. 그래서 함께 가볼 생각인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모두 한국으로 가는 게 어떤가?”
클린트의 제안이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허브로 귀환해 작전 실패에 대한 보고를 하고, 다음 작전 때까지 대기하고 있어야했는데, 중간에 잠깐 한국에 들리는 건 일정상 크게 문제가 없었다. 다만, 한국은 휴전 중인 전시국가라, 버스의 이착륙에 있어 여러 허가를 구해야하는 것이 조금 귀찮았지만, 그건 감수할 수 있었다.
“나쁘지 않겠군. 메이 요원에게 말해두겠네.”
그렇게 말하며 콜슨은 남은 술을 모두 비웠다.
경찰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이곳은 사건 현장이었다. 훈과 스미레를 내보낸 뒤, 현규가 최단시간에 찾은 곳은 바로 이곳이었다.
폭발물 처리반까지 온 것을 보면서 사건 현장으로 걸어가던 현규는 커다란 덩치를 가진 험상궂은 외모의 형사와 인사를 건넸다. 현규의 인사를 받은 험상궂은 외모의 최 형사는 투덜거렸다.
“늦었잖아.”
“최대한 빨리 온 거야. 본청에서도 이상한 사건들이 많아서.”
최 형사가 앞장서서 걷자 현규는 잠자코 그의 곁을 따라 걸었다. 폭발물이 발견된 현장으로 걸어가면서 최 형사는 이제까지 조사한 것에 대해 알려줬다.
“방 요금은 현찰로 계산했고 장부 기록에도 없어.”
“이런 곳에서는 아무 것도 묻지 않는다가 방침이겠지.”
“상부에서 좀 이상한 지시를 받았는데. 이게 뭐든간에 언론에 유출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어.”
“뭔가? 또 시체라도 있었던 거야?”
“더 심해.”
사건 현장을 가리킨 최 형사의 손가락을 따라간 현규는 방안 가득 있는 나무상자와 그 안에 든 C4 폭탄을 보고 기가 질린 듯 헉소리를 냈다.
“이건 뭐야?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서울에서 이 정도 양의 폭탄이 아무도 모르게 들어올 수 있었던 거야?”
“어떤 루트를 통해 들어온 건지는 조사해봐야겠지. 난 방금 초과 근무했으니까 이젠 네가 알아내야해.”
“누가 신고한 거야?”
“그게 재미있는 부분인데……. 네가 아는 사람이야, 현지원.”
현지원이라는 이름을 듣자 현규는 놀란 얼굴이 됐다. LTK탐정사무소의 직원인 지원을 경찰인 현규가 어떻게 아느냐고 묻고 싶겠지만, 지원의 부모와 현규가 친분이 있다는 걸로 갈음하겠다. 최 형사는 C4가 가득 든 폭탄 상자를 슬쩍 툭 치면서 말했다.
“의뢰인을 추적 중이었다더군. 이걸 보고 꽤나 겁에 질렸을 걸?”
“이 정도 폭탄에 놀랄 여자가 아니야.”
피식 웃으며 지원이 경찰과 심문하는 것을 본 현규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현규가 사건 현장으로 들어가자, 초과 근무를 했다던 최 형사는 그대로 퇴근길에 올랐다.
분주한 사건 현장 내에서 지원은 공중전화를 이용해 익명으로 신고할 걸 괜히 휴대폰으로 신고했나라는 후회를 하고 있었다. 지금 그녀를 심문하는 경찰은 참고인 조사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무례하게 대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지원이 가장 싫어하는 했던 질문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는데, 수사기법으로 사용하는 일관된 진술을 얻어내기 위한 질문이 아닌, 본인의 머리가 나쁘다는 걸 증명하듯 비슷한 질문만 계속 되풀이했다. 아마도 지원이 이 폭발물을 몰래 가져왔거나, 가져온 사람과 공범이라고 혼자 추리한 듯 했다.
“지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이 방을 빌린 사람이……”
“벌써 말했잖아요, 난 못 봤다고. 내가 왔을 땐 이미 없었다고요. 지금 네 시간째 이러고 있는 거 알아요? 이게 가도 되나요?”
“우리가 끝났다고 해야 끝난 겁니다.”
그때 지원의 구세주가 나타났다. 현규는 지원을 보며 생긋 웃으며 손을 들어보였다.
“오랜만이네.”
“아저씨, 경찰들은 원래 이렇게 다 밥맛이야?”
“그건 네가 사립탐정이라서 그래. 이제부턴 내가 맡죠.”
“……그만 가셔도 좋습니다.”
이제까지 신나게 지원을 상대로 피의자 조사를 해대던 경찰이 물러났고, 지원은 있는대로 짜증을 냈다.
“멍청한 개자식 같으니.”
지원을 데리고 사건 현장으로 나온 현규는 건물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까지 온 다음,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곤 조용히 물었다.
“의뢰인을 찾아왔다고?”
“의뢰를 맡은 건 아니야.”
“그럼 그 의뢰 대상이 네 사무실에서 납치됐다는 건 알고 있어?”
“무슨 소리야?”
지원이 되묻자 현규는 대답했다.
“김철수라는 사람, 납치됐어.”
“빌어먹을! 내 사무실에서 그랬다고?”
“정확히 말하면 네 사무실이 아니지 않니?”
“시끄러워, 아저씨. 사소한 건 집어치우라고. 어떻게 왜 납치된 거야?”
사무소의 소유주가 크리스티앙이라는 건 지원에게 사소한 것에 불과했다. 지원이 궁금한 건 다른 거였다. 왜 의뢰를 맡진 않았지만, 김철수라는 사람이 왜 납치된 걸까?
“그건 모르겠어. 다만, 목격자의 말로는 누군가 사무실에서 도망쳐나온 사람을 봤다더군. 근처에 수사고문이 있어서 조사 중이야. 그리고 사무실 위층에 있는 의사도 목격했다고 해서 참고인 조사를 해둔 상태고.”
“의사? 훈 씨를 말하는 거야? 그 사람은 도대체 왜…….”
“어쨌든 크리스티앙에게 연락이 갔을 거야. 사무실은 범죄 현장이니 당분간 가기 어려울거고.”
“빌어먹을.”
짜증이 난 듯 지원은 욕설을 내뱉었다. 화를 내고, 욕도 하고 있었지만 지원이 쉽게 사건을 포기할 거 같지 않았다. 그런 확신이 든 현규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계속 추적할 건가?”
“그 자는 뭔가 경고하려고 했어. 그게 뭔지 알아내야겠어.”
“그렇다면 김철수라는 남자의 주위를 살펴봐야겠군.”
“일단 그 인간 집부터 가봐야겠어.”
말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건 지원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지원은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경찰청 내 주차장.
살라딘은 자신의 바이크 세라자드가 세워진 곳으로 걸어갔다. 그냥 봐도 매우 튀는 외관을 한 살라딘의 바이크는, 경찰청 내에서도 잘 모르는 사람이면 누가 불법 개조한 바이크로 생각할 정도였다.
바이크 쪽으로 걸어가면서 살라딘은 경찰청 내에서 LTK 탐정사무소 인근 CCTV 영상을 털어낸 결과를 확인했을 때를 생각했다. 인근 CCTV를 죄다 뒤졌지만 얀 지슈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증발이라도 한 듯 그녀의 흔적을 찾을 길이 보이지 않았던 것.
살라딘은 현규가 맡긴 청소년들과 관련된 일과 관련된 수사는 잠시 뒤로 미루고, 얀의 행방을 쫓기로 했다. 얀은 살라딘이 기억하고 있는 세계, 안타리아에서 온 사람이 분명했다. 지금까지는 LTK탐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제 중년이 된 크리스티앙만이 살라딘과 안타리아에서의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이었다면, 이제 그 사람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그런고로, 살라딘은 반드시 얀을 찾아야만 했다. CCTV에서 건질 게 없다면 남은 방법은 직접 탐문수사를 벌이는 방법밖에 없겠지. 일단 살라딘은 LTK탐정사무소로 가기로 결심했다.
맡긴 일 제대로 안했다고 현규가 화를 낼 수 있겠지만, 지금 살라딘에겐 얀이 더 급하고, 중요했다.
세라자드에 올라탄 살라딘은 바이크에 시동을 걸고, 괴물 바이크를 출발시켰다. 세라자드는 자신의 낼 수 있는 힘에 걸 맞는 엔진음과 함께 주인을 원하는 목적지로 데려다주기 시작했다.
세라자드와 함께 달리면서 살라딘은 과거에 있었던 기억 하나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투 비 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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