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2편 격돌 (3) 팬픽, FAN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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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7부 Defenders: Dark Resurrection  



제2편 격돌 (3)



해가 떠오른 서울의 아침.

보통 사람 같으면 일상을 시작하는 시간이고, 직장인이라면 출근길에, 학생이라면 등교길에 올랐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누군가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제가 남자친구를 찾는 일은 없을 거에요. 제가 무대를 찾을 일은 없을 꺼에요.]

‘God help the girl’이란 노래가 흘러나오는 자명종의 스위치를 누르는 손은 희고 길었다. 그리고 이불 밖으로 빠져나온 긴 마리카락은 고약한 잠버릇을 대변하듯 부스스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직 잠이 덜 깬 건지, 앉은 상태로 움직임이 없던 그녀를 다시 한 번 현실세계로 돌려놓은 건 자명종이었다. 

[돈을 조금 모아야 해요. 당신도 알 듯이, 전 일하는 여자에요. 저한테 관심을 가지지 마세요, 전 제 자신을 지킬 꺼에요.]

알람을 끄고 다시 잠의 마수에 빠져든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는지, 자명종의 알람은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울렸다. 하지만 잠의 마수에 빠져든 여자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잠을 사이에 둔 여자와 자명종의 싸움은 여러 차례 공방이 이어지다 결국 자명종의 승리로 끝났다. 자명종에게 GG친 여인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침대 위에서 이뤄진 간단한 스트레칭이었다. 요가나 필라테스 수업을 듣는 지 여인의 날씬한 몸은 이리저리 비틀어지며 남아있는 잠을 모조리 몸에서 몰아냈다.
어두운 방에서 나오니, 여인 생김새가 조금씩 드러났다. 조금 부스스하긴 했지만 매끈한 머릿결과 좁은 콧망울, 분홍빛 단정한 입매, 그리고 맑고 투명한 검은 눈을 지닌 단아한 용모의 그림 같은 미인이었다.
잠에서 완전히 깬 여인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바로 러닝머신이었다. 아직 부스스한 머리를 한 군데로 모아 묶은 여인은 러닝머신 위에 올라 천천히 걷기 시작하다, 이윽고 빠른 속도로 가볍게 내달렸다.

[전 제가 매일 잠을 자는 제 방을 사랑해요. 가끔씩 밤에 잠을 안 자고 누워있는 것도 행복해요. 한밤 중의 새 소리와 그들의 지저귐에 담긴 의미를……]

얼마나 달렸을까? 한참을 달린 여인은 러닝머신을 멈추고 기계에서 내려왔다. 꽤 격렬한 운동이었는지 그녀의 이마를 포함, 온몸에선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여인의 다음 걸음은, 샤워실이었다. 
시원한 물줄기로 온 몸을 깨끗이 씻은 여인은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말리면서 샤워실 밖으로 나왔다. 잠과 땀을 완전히 씻어내자, 여인의 미모가 더욱 돋보였다. 단아한 얼굴, 단아하고 고운 자태, 어딘가의 벽에 걸린 초상화라고 해도 좋을 만한 분위기가 있었다.
샤워를 마친 여인은 거실로 나오더니 거실 한 쪽 벽을 가득 채운 TV 옆에 있는 오디오를 켰다. 오디오에선 자명종에서 나왔던 음악이 흘러나았다.

[새벽의 여명은 나를 다른 남자들이 건드리지 못하게 지켜줄 꺼에요. 그들의 약속은 저에게 그다지 큰 의미가 없죠.]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뒤로 한 채 여인은 침실 옆에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 작은 공간에는 어떻게 집어넣은 건지 궁금해지는 여러 옷장들이 여인을 맞았다. 
옷방으로 들어간 여인은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난 뒤에 자신의 단아한 외모에 걸맞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흰색과 검은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긴팔 티셔츠에 긴 검은 바지, 그리고 쌀쌀한 날씨에서 체온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는 검은색 계열의 싱글 투 버튼 재킷이었다.
옷을 다 갖춰입은 여인은 옷방에 들어서기 전 미리 작동시켜놓았던 커피 머신에서 커피를 텀블러에 따랐다. 그리곤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들을 담은 백을 팔에 걸고는 텀블러와 함께 집 밖으로 나갔다.
집 밖으로 나온 그녀는 백에서 이어폰을 꺼내 휴대폰과 연결한 다음, 귀에 꽂고 음악을 틀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여인의 이어폰에선 지금까지 계속 들었던 그 노래가 흘러나왔다.

[당신에게 경고했어요. 전 어릴 때부터 뭐든 반대로 했죠. 예전에 학교에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썼죠.] 

남들 퇴근하는 시간에 일어나 밖에 나왔지만 어쨌든 오랜 시간 잠을 자느라 상당히 굶주렸던 그녀는 집을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토스트 가게를 찾았다.
밝은 미소와 함께 토스트 가게 주인과 인사를 나눈 여인은 평소 즐겨 먹던 햄과 치즈, 베이컨이 들어간 토스트를 주문했고, 주인은 바로 그녀가 원하는 토스트를 만들어 건넸다. 계산을 한 여인은 커피와 토스트를 먹으며 어디론가 걸어갔다.

[선생님은 나에게 관심이 없어요. 목사님은 저에게 기도해주셨죠. 신이 여자를 돕는다고. 그녀는 받을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원한다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길에 오르는 많은 사람들 사이를 토스트와 함께 걸어갔던 여인은, 어느 순간 뱃속으로 들어간 토스트와 이별하고, 내용물을 다 마신 텀블러를 백에 넣었다.
아침인지, 점심인지 정확히 구분할 수 없는 식사를 마친 여인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간밤에 약간의 소동이 있었던 클럽 바빌론이 내려다보이는 공원이었다.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그마한 공원으로, 벤치 몇 개와 간단한 운동기구, 그리고 꽃들로 장식된 게 전부였지만 콘크리트 건물로 둘러싸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나마 꽃과 나무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공원에서 가장 햇볕이 잘 내리쬐는 벤치에는 편한 자세로 우아하게 앉은 한 여자는 가방에서 비둘기 모이를 꺼내 벤치 앞에 뿌렸다. 그러자 비둘기들은 삽시간에 그녀의 앞에 모여들었다.
비둘기 모이를 주고 있던 여자의 손길이 멈춰진 것은 그녀의 곁에 한 남자가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클럽 바빌론에서 ‘거짓말 하면 큰일난다’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고 한 사내를 주술로 살해한 남자, 지신이었다. 지신이 다가와 고개를 숙이자, 여자는 모이를 주던 손을 멈추곤 고요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이곳은 좋아하는 군요.”

지신이 먼저 말을 꺼내자 여자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려 멀리 내려다보이는 서울 도심 쪽을 바라보았다.

“기적 같은 곳이니까요. 사실 이곳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 아닐까요?”

“아버지를 봉인한 곳에 이런 거대한 결계를 세우다니…… 이 땅에 사는 놈들은 독종들이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지신의 입에서 거친 언행이 나와도 여자는 차분하게 웃을 뿐, 말투를 질책하지도, 뭐라 말하지도 않았다. 그저 지신의 다음 말을 기다리겠다는 듯, 그는 웃는 듯 아닌 듯한 묘한 얼굴로 있었다.

“어제 아버지의 결계에 대한 강도를 테스트해봤습니다. 원래 제물이 따로 있었으나, 우연치 않게 걸린 제물이 있어 그걸로 대체했습니다.”

“결과는요?”

“일이 복잡해졌다고 말씀드려야할 거 같습니다.”

맡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죄책감때문일까? 지신은 힘겹게 다시 입을 떼었다.

“입구를 막고 있는, 비문으로 가득한 벽이 있습니다. 오래 전 이 땅에 살던 이들이 사용하던 문구들인 듯합니다.” 

“허물어버려요.”

여자가 간단하게 말했지만 지신은 고개를 저었다.

“시도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계를 깰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인간의 영혼도 흠집을 내는 덴 성공했지만, 허물 수는 없었습니다. 아버지를 봉인한 일족들은 우리가 여기까지 올 줄 알았던 것 같습니다. 계획을 재고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겐 항상 의견 차가 있었지. 다시 생각하는 게 좋을 겁니다. 내 입장은 확고하니까요.”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여자는 다시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던져줬다.

“그건 벽이 아니에요. 그건 견고한 자물쇠가 달린 문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문은 열라고 있는 거죠.”

“뭘로 문을 연단 말입니까?”

여자는 대꾸 없이 지신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눈에 많은 말이 담겨져 있다는 걸 안 지신은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쪽 무릎을 바로 꿇었다.

“결계는 신의 힘을 빌어 만들어졌어요. 그렇다면 신의 물건 중 이 땅에 있는 것을 찾아야겠죠? 그리고 그 신의 힘은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습니다.”

여자의 말에 지신은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말 속에 있는 ‘신의 물건’이 무엇인지는 그 자신도 잘 알 수 있었다. 


서울특별시 서대문구에 가면 대한민국의 치안을 책임지는 국가기관인 경찰청이 있다. 수많은 경찰들이 오늘도 범죄와 싸우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기도 한 이 곳에, 박현규는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급한 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아침에 귀여운 자식들을 등교시킨 뒤, 바로 비상콜을 받아서 부랴부랴 청으로 달려온 터였다. 뭔가 곤란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비상콜이었지만, 현규는 그래도 아이들이 등교한 다음에 터진 거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보다 조금 더 일찍 콜이 왔으면 매우 곤란했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청사로 뛰어들어온 현규는 거친 발걸음으로 복도를 걸어갔다. 한쪽 벽은 각 수사과에 배당된 업무공간이 있었고, 그 맞은편에도 다양한 부서들이 존재했다. 계중에는 취조실도 있었는데, 그 안에선 수사관들이 용의자를 취조하거나 자백을 받아내느라 호통 소리와 어르는 소리들이 뒤섞여 있었다.
현규가 소속된 부서는 가장 끝에 있는 조용한 부서였다. 특수현상수사팀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부서는 현규외엔 소속된 형사가 없고, 그저 몇몇 수사고문들만이 팀의 수사에 도움을 줄 뿐이었다. 
‘특수현상수사팀’이라는 꽤 초라한 팻말이 붙어있는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현규는 사무실 안에 낯익은 한 사람과 얼굴만 아는 한 사람, 그리고 초면인 한 사람이 있는 걸 보곤, 낯익은 한 사람이자, 자신의 팀의 수사고문인 살라딘에게 먼저 다가갔다.

“어떻게 된 일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현규는 얼굴만 아는 한 사람, 훈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훈은 반갑게 웃으며 목례를 했고, 현규가 초면인 사람, 스미레는 멀뚱히 그들을 보고만 있었다.
현규가 묻자 살라딘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을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현규와 살라딘이 구석진 곳으로 이동해 이야기를 나누자, 스미레가 훈에게 물었다.

“저 사람이 책임자인가요? 아는 사람이에요?”

“예, 박현규 형사님이에요. 환절기마다 비염으로 고생하시는데, 그때마다 제가 봐드리고 있죠.”

그러자 스미레는 놀란 얼굴이 됐다.

“진짜 의사가 맞나 보네요.”

“그럼 가짜인 줄 아셨나봐요?”

조금 무안해졌는지, 스미레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어디까지 이야기하면 되는 거죠? 어디까지 말했어요?”

“스미레 씨가 우리나라에 온 목적을 경찰이 알면 곤란한가요?”

“곤란할 건 아니지만, 무슨 헛소리를 하냐고 할지도 모르겠어요.”

“탐정사무소에서 절 공격한 여자를 쫓고 있는 건가요?”

훈의 질문은 예리했다. 잘 웃고 순박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의 눈빛이나 순간적으로 정곡을 꿰뚫는 말투는 예리하다는 표현 말고는 어울릴 수식어가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스미레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맞아요. 그 사람을 쫓고 있어요.”

“이유는요?”

“우리 일족을 살해한 살인범이에요.”

“그러면 경찰에 얘기하는 편이 낫지 않아요?”

납치사건이니 사적으로 쫓는 것보다 경찰에 의뢰하는 편이 낫지 않냐는 말에 스미레를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우리 일족의 일입니다. 일본 경찰도 아니고, 한국 경찰에게 이 일을 맡길 수 없어요. 제가 직접 처단할 겁니다.”

“죽인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진 않아요. 저희 일족은 불의 힘을 다루고 있어요.”

스미레가 잠시 말을 멈추자 훈은 잠자코 그녀의 말이 계속 이어지길 기다렸다. 

“그런데도 그 여자에게 10여명의 일족의 전사가 죽임을 당했죠. 경찰에 이야기해봤자 그녀에게 살해당하는 사람만 늘릴 게 분명해요. 그녀를 제압해 일족의 수장에게 데리고 가면, 힘을 봉인할 것이고, 그 뒤에 적절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할 겁니다.”

“그 말 사실이죠? 스미레 씨가 직접 죽이는 건 아니죠?”

“……사실입니다.”

잠시 동안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스미레는 짧게 대답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훈은 계속 믿기로 했다.

“그럼 그 여자에 대해선 스미레 씨도 모르는 걸로 하죠. 어렸을 때 헤어진 가족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왔고, 가족을 찾기 위해 LTK 탐정사무소에 의뢰를 하러 왔다가 봉변을 당할 걸로 이야기를 맞추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일단 스미레 씨는 한국어를 모르는 것처럼 해주세요. 제가 통역하는 걸로 할테니까.”

“알겠어요.”

훈과 스미레가 사건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맞추기로 결정한 그 때도 살라딘과 현규는 목격자들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살라딘은 현규에게 사건을 의뢰받고 김철수라는 남자의 납치현장을 보게 된 일까지 자세하지만 간결하게 설명했다.

“어린 녀석들을 고용해 일을 벌이는 놈을 추적하다가 납치사건에 휘말렸단 말이군. 저 두 사람은 현장의 목격자로 임의동행을 한 거고.”

“그래. 저들이 목격한 납치용의자는 내가 아는 사람이다.”

“아는 사람?”

“사자와 같은 용맹함을 가진 투르의 예니체리지.”

투르니, 예니체리니……. 현규는 길게 한숨을 쉬면서 팔짱을 꼈다.

“제발, 내가 아는 용어로 설명해주겠어?”

“……뛰어난 검사다. 그녀가 왜 이곳에 있는지를 알아봐야겠어.”

굉장히 소중한 사람인 듯 살라딘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가 결심을 한 이상, 말릴 수 없었다. 그동안 수사고문인 살라딘의 도움으로 여러 사건을 해결해오면서 현규는 나름대로 그의 캐릭터를 파악했다. 살라딘은 살라딘대로 수사를 하도록 내버려두고, 여러 부서에서 항의가 들어오면 자신이 적당히 처리해주면 되겠지란 생각을 한 현규는 자기들끼리 일본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목격자를 가리켰다.

“저들은 일단 내보내는 게 좋겠군. 임의동행이 길어지면 좋지 않아. 특히 저 여자는 일본인이라며.”

“그럼 자네가 청사 앞까지 바래다줘. 난 CCTV를 찾아보겠어.”

“그건 내가 가는 게 더 빠르지 않아?”

살라딘으로 인한 여러 부서의 항의를 사전에 차단해보고자 의미 없는 노력을 해봤지만, 살라딘은 고개를 저었다.

“자넨 지금 현장에 나가봐야해. 방금 최 형사에게 연락이 왔어. 폭발물이 대량으로 발견된 곳으로 오라고 하더군. 상부에서도 지시가 따로 내려온 모양이다. 자네, 지금 굉장히 바빠.”

상부라는 말에 현규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진짜 팀원 하나 뽑아달라고 해야지. 일이 너무 많잖아.”

현규의 투덜거림을 뒤로 한 채 살라딘은 사무실 바깥으로 나갔고, 현규는 훈과 스미레에게 이만 가봐도 된다는 말과 함께 다시 연락할 수 있으니 연락처와 주소, 특히 스미레에겐 한국에 있는 동안 머물 숙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훈과 스미레는 주소와 연락처를 남긴 채 경찰청을 나올 수 있었다.
청사 밖으로 나오자, 스미레는 훈에게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스미레의 인사에서 훈은 자신의 할 일이 끝났음을 깨달았다. 공항에서 우연히 만나서 LTK 탐정사무소까지 같은 방향이라 동행했고, 그곳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인해 경찰서까지 함께 왔지만, 엄밀히 말하면 훈과 스미레는 이제 만난지 하루밖에 안된 사이였다. 이 이상 동행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스미레가 먼저 선을 그은 것이다.
뭔가 섭섭했지만 훈은 납득하곤 스미레에게 답례로 인사했다.

“고맙긴요. 제가 한 일이 별로 없는데요.”

“LTK 탐정사무소까지 안내도 해주시고, 경찰서에서 곤란한 일도 도와주셨잖아요.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그런가요? 그러면 나중에 커피라도 한 잔 사시죠.”

“커피 뿐만이겠습니까? 식사 대접을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스미레는 품에서 자신의 이름과 주소, 그리고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꺼내더니 훈에게 내밀었다. 훈이 보니 서울의 어느 집 주소였는데, 아마도 스미레는 호텔이 아닌 숙소에 머무는 듯 했다.

“제가 묵는 숙소 연락처입니다. 나중에 시간될 때 연락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살펴가세요.”

공손히 인사를 건네자, 스미레는 화사한 미소를 남기곤 먼저 청사를 떠났다. 스미레가 청사 입구를 빠져나간 것을 본 다음에 훈도 걸음을 옮겼다.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