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그리고 또 다른 몬스터 일상, DAILYLIFE


우라사와 나오키는 참 대단한 만화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초기 작품인 해피나 마스터 키튼까지는 ‘괜찮은 만화가’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을 고치게 된 지점이 있었으니...





바로 이 괴물 작품, 몬스터였다.





이후에 나온 플루토 역시도 우라사와 나오키의 역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원작이 있는 작품을 이렇게까지 재해석을 해날 줄이야... 더군다나 원작에서 별 비중없이 사라진 게지히트를 주인공으로 할 거라는 건 생각도 못했다. 


철완 아톰의 에피소드니까 아톰이 주인공이어야지! 란 고정관념을 깨버렸다고 할까?


몬스터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역량을 고스란히 묻어난 작품이라고 본다. 뭐, 용두사미로 결말을 냈다고 하는데... 사실 난 결말부도 나쁘지 않게 봤다.


인간의 삶과 죽음, 그보다 더 중요한 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고, 시작부터 강렬하고, 이후 전개가 정신없이 몰아치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주인공 텐마와 최종 보스 요한을 포함한 각기 사연을 품은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사실 이게 좀 내겐 독이 된 요소였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이 나오는데, 이름이 죄다 독일이름이라... 중간에 보다가 얘는 누구고 어디서 나왔지...라는 의문이 너무 많이 들어서, 결국 연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고...





연재가 끝난 뒤, 이렇게 특별판으로 사버렸다. 




문제는 저걸 사고도 등장인물들이 여전히 헷갈려서 이렇게 메모를 하면서 봤다는 거...


몬스터는 시작부터 거대한 아이러니를 안고 시작하는데, 천재 뇌외과의인 텐마가 평소라면 병원장의 오더대로 유명인물을 수술하지 않고, 의사의 양심에 따라 먼저 온 소년을 수술했는데 이로 인해 모든 걸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텐마가 의사의 양심에 따라 모든 것을 잃으면서까지 살린 소년은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괴물-몬스터-였고, 이 소년으로 인해 사람을 살리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졌던 텐마는 몬스터, 요한을 죽이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는 몬스터의 도입부는 ‘이거야 말로 걸작’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거 마무리를 어떻게 지을 생각이지?’란 의문이 동시에 들게 만들었다.

의사의 양심에 따른 선택과 사람을 살리는 자인 의사가 자신이 살린 환자를 죽여야하는 아이러니함이야말로 몬스터를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게 만든 원동력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다.

내 주제에 걱정했던 몬스터의 결말은 상당히 모호하게 처리됐는데, 난 그게 최선이었다는 생각이다. 요한의 텅 빈 침대는 몬스터인 요한이 다시 살아났을 거라는 의미도 될 수 있지만, ‘요한’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름 없는 괴물이 더 이상 괴물이 아니다는 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에 내가 나름 재미있게 읽은 책은 몬스터의 후속작 격이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인 ‘또 하나의 몬스터(ANOTHER MONSTER)’이다.


이 작품은 오스트리아의 한 기자가 몬스터 사건과 유사한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몬스터 사건의 관련자를 만나며 뒷배경을 조사하는 내용의 소설인데, 우라사와 나오키와 함께 이 책의 저자가 직접 화자를 맡은 가상 다큐멘터리라고 해야하나? 그런 형식의 소설이다.

베르너 베버가 몬스터 사건을 조사하게 된 것은 구스타프 코트만이라는 남자가 2000년 11월 14일 잘츠부르크 교외의 성 우르술라 병원에서 병원 관계자 3명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인데, 코트만의 살인 방식이 요한의 지시에 의한 연쇄살인마들의 살인 방식과 유사해 이에 대한 의심을 품고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작중 텐마는 직접 등장하지 않아서-아름다운 서체와 외국인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은 정확한 문법으로 된 정중한 거절의 편지를 보내왔다고 한다-그가 일본 지인들을 통해 몬스터 본편에서 다루지 않은 텐마의 가족, 일본에서의 학창 시절, 의사가 된 동기 등이 나오며, 히로인 격인 니나 폴트너 역시 등장하지 않아-텐마처럼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그녀의 발자취를 주인공이 묘사하는 정도에 그친다.




또 하나의 몬스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고, 꽤 재미있는 후일담을 제공하는 것은 하인리히 룽게였다. 작중 독일연방수사청(BKA)에서 은퇴하고 대학 교수가 됐는데, 유럽의 환경에 맞는 프로파일러 기법을 새로 만들어야한다는 내용부터, 히틀러에 대한 평가, 세뇌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방식까지 설명하는 등, 이 책에 나온 전작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줬다. 거기다 자신은 몬스터 사건을 해결한 게 아니라 다른 인물들처럼 요한에게 농락당한 것에 불과하다는 매서운 자기 평도 좋았다.


그 외에도 안나와 요한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 몬스터 본편에 등장한 극중극 초인 슈타이너의 제작자를 만나 만화를 제작하게 된 배경과 결말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있어 몬스터의 팬이라면 즐겁게 읽을 요소가 많다.


다만 이 소설도 몬스터처럼 많이 찜찜하게 끝나기 때문에, 그건 감안하고 읽어야할 거 같다.

덧글

  • rumic71 2021/03/01 11:11 #

    파인애플 아미와 마스터 키튼을 보면서 느낀 점이 '실력은 진짜 좋지만 클리셰에서 못 벗어나는 작가'였습니다. 당시 잡지에 그런 평론을 썼더니 바로 다음 호에 다른 분이 '재미있으면 됐지'라고 반박을...
  • SAGA 2021/03/07 10:34 #

    재미있으면 됐지...라는 말은 상대에게 정곡을 찔렸을 때 하는 '아무렴 어때'와 동급의 무성의한 말인데... 허헐...

    우라사와 나오키는 뒷심이 딸린다는 제 생각과 조금 다른 생각을 하시는군요^^
  • rumic71 2021/03/07 14:17 #

    스토리 진행이 뻔히 다 보였거든요.
  • SAGA 2021/03/14 11:13 #

    스토리 전개가 좀 빤히 보이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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