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6부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제5편 영웅 (7) 팬픽, FAN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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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6부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제5편 영웅 (7)


쉴드는 전 세계구급 규모의 조직이기 때문에, 세계 주요 거점지에 허브라는 기지가 있었다. 허브는 쉴드의 본부인 트리스켈리온만큼의 규모는 아니었지만, 어지간한 첩보 영화에 나올 법한 조직의 메인 본부보다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전 세계를 다니면서 우주적 위협에서 지구를 지키는 쉴드의 요원들은 허브에서 임무를 하달 받고, 임무 수행을 위한 보급을 받으며, 임무가 없는 경우에는 훈련과 휴식 등을 취했다.
콜슨의 팀도 현재 허브에서 대기 중이었다. 이전 캡틴 아메리카와 함께 수행한 임무가 끝난 직후, 인근 허브로 복귀해 닉 퓨리로부터 직접 휴식을 명령받았다.
이는 캡틴 아메리카와 클로드 카르엘의 실종 직후, 2주간에 걸친 대대적인 수색작업에 콜슨의 팀이 동원된 것에 대한 퓨리의 배려였다. 그들의 수색 덕분에 실종됐던 캡틴 아메리카와 클로드 카르엘이 무사히 발견됐으니 망정이었지, 만약 찾지 못했으면 엄중한 문책을 받고 자칫하면 팀이 해산될 수도 있었다는 메이의 설명은 덤이었다.

허브에 마련된 자신의 숙소에서 스카이는 노트북으로 이것저것을 검색하고 있었다.
현재 스카이가 머물고 있는 허브 내 그녀의 숙소는 카케루와 같은 방이었는데, 성인 남녀를 같은 방을 쓰는 게 이상해 보일 수 있었지만, 정리정돈에 괴멸적으로 재능이 없는 스카이와 팀원들을 위한 카케루의 배려였다. 다른 팀원이 스카이와 방을 쓰면 정리정돈을 워낙 안하는 그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그렇다고 혼자 방을 쓰면 일주일도 안 되어 쓰레기장이 될 게 분명했기에 카케루가 콜슨에게 직접 부탁했다.
같은 방을 쓰는 걸로 연애질하려는 거 아니냐는 콜슨의 질문에 카케루는,

“가족이랑 키스하고 섹스할 거 같습니까?”

라고 가볍게 일축해버렸다. 그들의 동거에는 보증인이 둘이나 있었기 때문에 콜슨은 두 사람의 동거를 승낙해줬다.
카케루가 아침에 정리해준 노력이 무색하게도, 그가 자리를 비운 지 2시간만에 스카이가 노트북에 집중하고 있는 책상 주변은 과장봉지와 음료수병, 그리고 스카이가 덥다고 대충 벗어던진 티셔츠와 겉옷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자신이 집중하는 일 외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스카이다운 짓이었는데, 스카이는 자신의 모든 능력을 동원해 노트북의 키보드를 신들린 듯 두들겨대고 있었다. 컴퓨터에 관한한 토니 스타크 급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였기에 그녀의 노트북은 이것저것 뭔가 나타내고 알려주는 정보 창들로 가득했고, 그걸 읽는 그녀의 눈과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은 매우 매우 바빴다.
한참을 노트북과 씨름을 하던 그녀는 갑자기 모니터 화면에 뜬 ‘접속 불가’라는 창을 보곤 짜증이 났는지 혀를 찼다.

“젠장! 또 여기서 걸리는 거야!”

짜증을 냈지만 스카이의 탄식은 5초도 걸리지 않았다. 탄식보다 중요한 것은 해킹을 위해 침투한 모든 루트를 삭제하는 것. 스카이의 손은 아까보다 더 바쁘게 움직였고, 1분도 안 걸리는 시간 안에 그녀는 네트워크상에 남아있는, 해킹을 위한 자신의 모든 흔적을 지우는데 성공했다.
노트북을 닫아버린 스카이는 길게 한숨을 쉬더니 컴퓨터에서 작은 SD카드를 꺼냈다. 이루 형용할 수 없을만큼 복잡한 얼굴로 SD 카드를 바라보던 스카이는 쓰게 웃으며 작은 메모리카드를 자신의 가슴 안쪽에 숨겼다. 정확히 말하면 위쪽 속옷 안에 숨겼다라는 표현이 정확하겠지만 말이다.
아주 소중한 것을 숨기듯이 물건을 숨긴 스카이는 크게 기지개를 켰다. 두 팔을 쭉 뻗어 잔뜩 굳어버린 어깨와 상반신을 스트레칭하던 그녀의 눈에는 오후 3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는 벽시계가 들어왔다. 그녀가 노트북에 집중한 지도 벌써 1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스카이가 1시간 동안 노트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사건이 기억났는데 그건 바로 카케루가  오랜만에 양부와 대련해야한다면서 점심을 먹고 2시쯤 숙소에서 나갔기 때문이었다. 카케루가 나가고 할 일이 없어 심심해진 스카이는 노트북으로 해야할 일을 해본 것이다. 이번에도 수확이 없자, 스카이는 대련을 하겠다고 밖으로 나가면서 카케루가 “같이 갈래?”라고 말한 게 기억이 났다. 지금까지 안 들어오는 걸 보면 대련이 꽤 길어지는 거 같은데, 한번 구경이나 가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막연히 카케루처럼 현장에서 뛰는 요원도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 스카이는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트레이닝 복을 갖춰입은 스카이는 방문을 열고 대련장으로 향했다.

허브는 위치한 지역에 따라 규모가 조금씩 다르지만, 스카이가 지금 머물고 있는 허브는 대련장이 지하에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쉴드 요원들을 지나쳐 지하 대련장으로 향한 엘리베이터를 탄 스카이는 문이 열리자마자 대련장에서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에 놀랐다.
대련장에는 많은 쉴드의 요원들이 각기 육체를 단련하고 있었다. 콜슨을 비롯한 현장 요원들은 이곳에서 각자 익힌 무술을 갈고 닦으며 현장에서의 생존율을 조금이라도 놀리기 위해 노력했다.
스카이는 대련실에서 카케루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카케루는 양부라고 하기엔 심히 젊은, 30대 초중반의 어떤 남자와 열심히 대련 중이었는데, 대련이라고 말하지만 카케루가 상대를 때린 횟수보다 얻어맞거나 넘어진 횟수가 더 많았다.
카케루에게로 다가가던 스카이는 대련 도중 잠시 쉬라고 마련해둔 휴게실 소파에 커다란 덩치를 가진 남자가 앉아 신나게 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스카이는 그가 ‘클로드 카르엘’이고, 쉴드의 요원이며, 아이언맨 사건과 헐크 사건 때 사람들에게 알려진 ‘블러’라는 걸 기억해냈다.
스카이가 막 곁에 서기 전 클로드는 뭔가 재미있는 꿈을 꾸고 있었는지 옅은 미소까지 짓고 있다가……

“뜨업!”

갑자기 괴상한 소리를 내며 잠에서 깨어났다. 심호흡을 하며 뺨을 어루만지고 있는 클로드에게 스카이가 말을 걸었다.

“잘 잤어요, 카르엘 요원?”

대답 대신에 클로드는 아직 잠에 덜 깬 눈으로 스카이를 보다 자신의 뺨을 쓰다듬었다.

“무슨 꿈을 꿨길래 그렇게 놀란 거예요?”

스카이가 다시 묻자 클로드는 그제야 잠이 깼는지 기지개를 켜고는 대답했다.

“대단한 미인이 휘두르는 주먹에 맞은 꿈이요.”

“혹시 그 미인은 캡틴?”

스카이가 샤론을 언급하자 클로드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녀를 보았다.

“왜 여기서 캡틴이 나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샤론 씨는 아니었어요.”

“그건 그렇다고 치죠. 그런데 그 사람이 왜 때린 거죠?”

“그걸 모르겠어요. 너무 강렬하게 얻어맞아서 꿈에서 본 내용을 전부 잊어버렸네요.”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꿈에서 본 내용은 기억남은 게 없었다. 기억남은 건 딱 하나 클로드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시간이 정지된 핸드폰 배경 화면에 있는 아름다운 미녀에게 강펀치를 맞은 것뿐이었다.

“그런데 여기엔 어쩐 일이에요?”

“바튼 요원 때문에요.”


“아빠는 왜요?”

“카자마 요원 다음 대련 상대가 저거든요.”

클로드와 스카이의 대화가 얼추 마무리 될 무렵, 카케루는 편한 복장을 한 채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클린트 바튼 요원을 노려보았다. 자세를 낮추고 양 손을 앞에 내민 클린트에겐 도무지 빈틈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여러 차례 허점을 노출해 클린트를 도발했지만 그는 카케루가 쓰는 얕은 수의 도발에 전혀 넘어가지 않았다. 5분 가량 클린트에게 덤비지 못한 채 그의 빈틈만 찾아보던 카케루는 자세를 갑자기 낮추더니 클린트의 품을 파고들었다. 어설픈 견제로 반격의 빌미를 주느니 아예 달려들어 개싸움을 만들어버리자는 게 카케루의 속셈이었다.
하지만 클린트는 이런 카케루의 수를 예상했는지 달려드는 그의 머리를 눌러버리면서 발을 걸어 바닥에 나뒹굴게 만들었다.

“우와, 짜증나!”

나름 회심의 수였는데, 그것마저도 클린트가 손쉽게 파훼해버리자 카케루는 짜증났는지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바닥에 누워있는 카케루를 보며 클린트는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아직 배울 게 많다고 했잖아, 아들.”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너무한 거 아니에요, 아빠?”

클린트가 내민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키는 카케루의 입에선 클린트를 ‘아빠’이라고 부르는 단어가 나왔다. 막 카케루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대련실 문이 열리더니 스카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카이는 카케루와 클린트가 대련을 끝낸 듯한 모습을 보이자 잔뜩 실망했는지 볼을 뿌하고 부풀렸다.

“뭐야, 벌써 끝난 거야?”

“벌써라니? 아빠하고 30분이나 대련했어. 네가 늦게 온 거잖아.”

대련실 한 쪽에 걸려있는 수건을 가지고 온 카케루는 클린트에게 수건을 내밀곤 자신 역시 잔뜩 흘린 땀을 닦아냈다.

“아빠, 어때요? 카케루 많이 쓸만해졌어요?”

“자기 몸 하나 지킬 정도는 되더구나.”

“흠, 그럼 앞으론 이 스카이 님의 보디가드로 정식 임명하겠어.”

“또 까분다.”

먼저 뛰어간 스카이에 비해 대련실에 도착하는 게 늦은 클로드는 막 대련을 마친 클린트와 카케루를 보곤 머리를 긁적였다.

“흠, 벌써 끝난 겁니까? 바튼 요원?”

“그런 셈이지.”

“그런데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요. 이 두 사람이 당신과 로마노프 요원의 양자들이라니.”

클로드가 카케루와 스카이를 가리키며 말하자, 클린트는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

“나타샤와 나는 많은 일들을 겪었고, 그때마다 남겨지는 아이들의 슬픔을 봤지. 그 아이들에게 더 이상 슬픔을 안겨주기 싫었고, 그래서 많은 아이들을 입양하기로 했어. 덕분에 유부남이 됐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왼손 약지에 끼워진 결혼반지를 보여주는 클린트였다.

“당신이 유부남인 거 만큼이나 놀란 건 로마노프 요원이 당신 아내라는 점이었죠. 그리고 두 사람과 몇 살 차이 안 나는 아이들을 잔뜩 입양하셨고. 아이들만 10명이었던가요?”

“11명이야. 최근에 사정이 딱한 아이를 입양했거든.”

입양한 자식들의 수를 정정해준 클린트를 보며 클로드는 싱긋 웃어보였다. 사실 클린트 바튼과 나타샤 로마노프가 법적인 부부 관계이며, 그들이 수많은 아이들을 입양해 기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클로드의 놀라움은 거의 경악이었다.
클린트, 나타샤 부부의 가정사는 쉴드 내에서도 퓨리 국장이나 콜슨 요원과 같은 극소수만 알고 있는 사안이었다. 현장 요원 중에서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샤론 정도였는데, 클로드는 최근에 매우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다.
그 우연한 기회라는 게 호칭 사용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은 스카이가 클린트를 보자마자 ‘아빠’라고 불러버린 현장에 있었다는 거 정도였다.
어쨌든 클린트, 나타샤 그리고 카케루, 스카이의 가족사를 알게 된 클로드는 그들에게서 가족사를 어디에도 발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만 했다. 쉴드 현장 요원들에게 있어 가족의 존재는 약점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많은 쉴드 요원들은 독신으로 사는 경우가 많았고, 가족이 있으면 현장에서 물러나 후방지원을 주로 담당했다. 하지만 클린트와 나타샤는 워낙 출중한 능력을 가진 요원이었기 때문에 퓨리 국장이 그들의 가족에 대한 정보를 철저하게 보안에 부쳐준 것이다.

“자, 그럼 클로드. 대련을 시작하지. 이번에는 네 힘을 조절하는데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거야.”

“무슨 소리에요?”

클로드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클린트는 대련실 내의 환경을 조절하는 디스플레이 앞으로 가더니 뭔가를 조작했다. 그러자 대련실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고, 대련실 안은 온통 녹색 빛으로 가득 빛났다.
대련실이 녹색으로 변하자 클로드는 자신의 몸에 커다란 영향이 끼쳐졌다는 걸 느꼈다. 평소 충만하게 느껴졌던 힘이 절반, 아니 그 이하로 떨어졌다. 힘이 줄어들었지만 클로드는 큰 고통을 느끼진 않았다.
이건 아마도 클로드의 약점이라고 스완 박사가 알려준 오메가 크리스탈일 것이다. 스완 박사가 죽은 뒤, 쉴드는 그의 자료를 모두 압수해 철저하게 분석했다. 그의 자료에 있던 오메가 크리스탈을 쉴드에게 찾은 게 분명했다. 변해버린 대련실을 본 클로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꺼냈다.

“이거 찾은 거 용하네요.”

“케일 박사의 자료를 철저하게 분석했으니까.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오메가 크리스탈을 회수했고, 그걸 토대로 이 대련실을 만들었어.”

“대단하네요.”

“이 정도 강도의 오메가 크리스탈이면 네게 영구적인 손상을 가하지 않으면서 네 힘을 일반인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지. 이걸로 네게 격투기를 제대로 가르쳐줄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러자 클로드는 복싱 준비자세를 취하면서 대꾸했다.
“복싱은 할 줄 안다니까요.”

“복싱은 기초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클린트의 말을 들은 클로드는 이번 대련이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로부터 10분 뒤, 클로드가 클린트에게 사정없이 두들겨 맞는 모습을 보며 스카이는 카케루에게 슬며시 물어봤다.

“30분 동안 아빠랑 대련하면서 저렇게 맞았어?”

“아니, 저거보단 덜 맞았어. 아들이라고 봐준 건가?”

“근데 진짜 인정사정없네. 호신술 좀 알려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엄마한테 배울까?”

“엄마는 더 인정사정없을 거 같은데?”

카케루의 말에 스카이는 나타샤의 성격을 한 번 생각해보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럼 그냥 네가 가르쳐줘.”

“그럴까? 일단 샌드백 치는 것부터 하자.”

두 사람은 클린트에게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맞는 클로드를 뒤로 한 채 샌드백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브루클린, 샤론 로저스의 집.
많은 사람들이 잠자리에 든 이 시간에 샤론은 불이 꺼진 거실에 우두커니 서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 밤하늘과 별을 보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창가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오늘 샤론이 보고 있는 것은 밤하늘도, 별도 아니었다.
거실 벽난로 위에 놓여있는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였다. 샤론과 스티브, 페기의 사진들이 들어있는 액자들과 함께 벽난로 위를 장식하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의 원형 방패는 서늘한 달빛을 반사하며 샤론을 바라보고 있었다.

과거로부터 겨우 귀환한 샤론과 클로드는 유적을 미친 듯이 조사하고 있는 콜슨 일행에게 발견됐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났을 때처럼 돌아왔을 때도 샤론과 클로드는 며칠 동안 의식불명이었다.
필 콜슨 요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적은 갑자기 빛을 내더니 샤론과 클로드를 말 그대로 토해내듯이 튕겨냈고, 기절한 두 사람을 보며 놀란 쉴드 요원들은 오색찬란한 빛을 머금은 팔각형 디스크가 유적에서 뿜어낸 빛을 모두 흡수하더니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까지 볼 수 있었다.

어쨌든 며칠동안 행방불명된 샤론 로저스와 클로드 카르엘이 귀환했으니, 콜슨을 비롯한 쉴드 요원들은 그들을 버스에 태워 바로 미국으로 후송했다. 트리스켈리온으로 후송된 두 사람은 쉴드의 집중 치료를 받았고, 유적에서 튀어나온 지 일주일만에 각자의 병실에서 눈을 뜰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클로드는 강철의 남자답게 바로 남미 유적으로 달려가 자신의 힘으로 유적을 모조리 뭉개버렸다. 클로드가 유적을 파괴한 것을 두고 쉴드는 반발했지만 샤론이 유적의 위험성을 설명해 반발을 잠재울 수 있었다.

그로부터 다시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쉴드는 힘든 임무를 마치고 온 요원에게 짧으면 일주일, 길게는 한 달까지 휴가를 주는데, 샤론 역시 그런 쉴드의 혜택을 받은 요원 중 하나였다. 5일만 겨우 쉬고 한국에서 발생한 일을 수습하기 위해 임무에 투입된 클로드와 달리, 샤론은 뉴욕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얼마간 더 쉴 수 있었다.

클로드의 불행을 안주삼아 며칠간의 휴가를 만끽해야하는 샤론은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 눈으로 아버지가 쓰던 방패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이를 설명하려면 지금으로부터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클로드가 한국으로 임무를 떠난 시점, 샤론은 토니의 말리부 저택을 방문했다. 자신이 행방불명됐을 때 가장 걱정하고, 유적을 조사하는 쉴드 연구팀에 합류해 샤론의 귀환까지 유적을 조사했던 사람이 바로 토니였기 때문에 그를 만나러 가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샤론은 휴가를 받기 전, 닉 퓨리에게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고, 마담 레드가 무슨 생각으로 유적을 가동시킨 건지 상세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퓨리는 그걸 보곤 바로 샤론의 보고서를 기밀조항으로 분류했는데, 얼마 전 누군가 그걸 해킹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샤론의 보고서를 해킹할 정도로 능력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샤론은 바로 범인으로 ‘추정’되는 토니를 찾아온 것이다.

[어서 오십시오, 샤론 님. 주인님께서 많이 걱정하셨습니다.]

말리부 저택에 들어온 샤론을 가장 먼저 맞은 건 토니의 충실한 조수이자, 집사인 자비스였다.

“반가워, 자비스. 토니는 어디에 있어? 집에 없는 거 같은데?”

[주인님께선 지금 분쟁을 바로잡기 위해 출동하셨습니다. 마크6와 함께 가셨으니 곧 돌아오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바쁘네, 토니는. 지하 작업실로 오는 거지?”

[그렇습니다. 10분 정도면 도착하실 겁니다.]

“알았어.”

샤론은 걸음을 옮겨 말리부 저택의 지하 작업실로 향했다. 지문으로 작업실 문의 엄중한 락을 해제한 샤론은 더미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토니의 작업실을 둘러보았다. 새로운 슈트 개발, 아이언맨 슈트의 신무기 개발 등, 토니의 작업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중 샤론의 눈에 띄는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마크7이라는 딱지가 붙어있는 강철 통이었고, 다른 하나는 홀로그램으로 된 어느 빌딩의 조형도였다.

“자비스, 새로운 슈트 개발 중이었어?”

[그렇습니다. 마크5의 후속작인데, 직접 슈트를 가지고 다녔던 마크5와 달리 주인님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날아와 장착할 수 있는 콘셉트로 개발 중입니다.]

“점점 입고 벗기가 쉬워지도록 만드는 군. 그리고 이 빌딩은 뭐야?”

[아, 그건……]

벌써 10분이 지났는지, 작업실과 연결된 차고 입구에 시끄러운 파공음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리펄서 건이 내는 특유의 소리였고, 파공음이 점점 커지면서 아이언맨 슈트를 입은 토니가 작업실 안으로 들어왔다. 격전이 있었는지 슈트는 이곳저곳의 파손된 상태였고, 총알 자국도 여럿 보였다.
‘페퍼가 봤으면 또 기절했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샤론은 아이언맨에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리펄서 건의 작동이 멈추고 작업실 바닥에 내려선 아이언맨은 두 손을 들어 헬멧 부분을 잡고 그걸 머리에서 떼어냈다. 헬멧이 벗겨지자 그 안에는 땀을 잔뜩 흘렸지만 오랜만에 가족을 봐 반가워하는 토니의 얼굴이 드러났다.

“어? 누나?”

“토니.”

“이제 돌아다닐 수 있게 된 거야? 며칠동안 의식불명 상태였잖아.”

“그래, 한 일주일 정도? 오늘도 바쁘네, 아이언맨은.”

“처리할 일이 좀 있었어.”

“요새 히드라의 비밀 기지를 찾아서 아작을 내고 있다던데…… 사실이었네.”

“뭐, 나쁜 놈들 처리하면서 겸사겸사지.”

겸사겸사라고 하지만 토니가 히드라의 비밀 기지들을 죄다 박살낸 건 아마도 샤론 때문이었을 것이다. 말투는 퉁명스럽다지만 토니는 누구보다 샤론을 걱정하는 가족이고, 그녀가 행방불명됐을 때 분풀이 수준으로 히드라를 찾아 아작 낸 사람이었다.
히드라와 마담 레드만 아니었으면 샤론이 그런 위험을 겪을 일이 없었을 테니까. 그런 토니를 잘 아는 샤론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페퍼가 걱정하잖아. 얼마전에는 두바이에 있는 집에서 파티를 열곤 슈트 입고 나갔지?”

“뭐, 어쨌든 살아 돌아왔잖아. 그럼 된 거지.”

아이언맨 슈트의 앞부분이 열리면서 토니가 슈트 안에서 걸어나왔다. 슈트에서 나온 토니는 작업실 한 쪽에 마련된 바로 걸어가더니 녹색 즙을 두 잔을 따른 뒤, 샤론에게 간 잔을 건냈다. 팔라듐 중독을 막기 위해 열심히 먹어댔던 맛없는 녹색 즙이 이젠 입맛에 들었는지 토니는 요새 녹색 즙을 그 좋아하는 술보다 더 자주 먹었다.
토니의 녹색 즙을 한 모금 마신 샤론은 깊은 한숨을 쉬곤, 천천히 말을 꺼냈다.

“토니, 보고서 봤지?”

“보고서? 무슨? 아, 그거? 뭐, 돌봐주지 않으면 안 되는 누님에게 어떤 일이 생겼는지 정도는 알아야지. 뭐랄까, 12몽키즈의 제임스 콜이 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토니, 그 보고서는 네가 봐선 안 되는 거였어. 그리고 하워드 아저씨는……”

샤론은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만들어냈다’고 적혀진 자신의 보고서를 당사자인 토니가 읽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기에 보고서를 작성한 뒤, 퓨리 국장에게 보고서를 영구 기밀로 해달라고 부탁까지 한 거였다. 그런데 이 미친 천재 자식은 그걸 너무도 손쉽게 해킹해서 읽어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지난 번 스타크 엑스포 사건에서 하워드의 유품을 보고 난 뒤, 토니가 가진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이 겨우 줄어들었는데, 보고서 때문에 물거품이 될 지도 몰랐다.
하지만 토니는 큰 충격을 받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태연하게 녹즙을 마시면서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을 어리지만 자신보다 훨씬 누나인 여성에게 말했다.

“이봐, 누님~ 우리집 꼰대에게 더 실망하기엔 이미 바닥을 찍은지 오래야. 우리 부자가 그렇게까지 유쾌한 사이가 아니란 건 누님이 더 잘 알지 않나?”

“하지만 토니……”

“어드벤트 칠드런이고 나발이고. 하워드 스타크가 선택한 수정란이 누군지에 따라서 캡틴 아메리카가 달라졌을 거라고? 그런 어린애 어리광 같은 말에 신경 쓰지 마. 난 피랍 당했다 돌아왔을 때 예전처럼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CEO로 살 수도 있었지만 아이언맨이 되는 걸 선택했어.”

잠시 말을 멈춘 토니는 샤론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나머지 말을 꺼냈다.

“그러니 누님도 선택하라고. 여기서 징징거리고 있을 거야? 아니면 캡틴 아메리카답게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구할 거야?”


잠시 눈을 감은 샤론은 다시 눈을 떴다. 그녀의 눈앞에는 어두운 거실에서 홀로 달빛을 받아 은은한 빛을 내뿜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가 있었다.

이제까지 이 방패를 볼 때마다 샤론은 마음이 아팠다.

아버지가 행방불명 된 것이 바로 내 탓이라는 죄책감.

이 방패만 있었더라면 지금도 내 곁에 아버지가 있을 거라는 생각.

무엇보다……

자신이 아버지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는 캡틴 아메리카인지에 대한 의심……

그것이 샤론이 이 방패를 들지 못하게 한 이유였다. 샤론은 그날 새로 방패를 만들어주겠다는 토니의 제안을 거절했다.

“괜찮겠어, 누나? 방패가 없어도?”

“왜 방패가 없어? 난 이미 방패가 있어.”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던 토니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샤론은 자신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지만 여전히 귀여운 남동생을 생각하며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집어들었다.
아이스보다 약간 무겁지만 든든한 방패가 그녀의 팔에 메어졌다.

자신의 왼팔에 단단히 메어진 원형 방패를 보며 샤론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고마워, 토니. 네 덕분에 정신이 들었어.”



Captain America Will Return



Next Phase - Defender: Dark Resurr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