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6부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제3편 추적 (1) 팬픽, FAN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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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6부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제3편 추적 (1)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얼음과 추위로 뒤덮인 이곳에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작고 어두운 건물이 어둠 속에 혼자 남겨져 있었다. 굵진 않지만 그래도 간간히 날리는 눈발은 어둠 속의 건물을 더욱 외롭고 처량하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 사람의 흔적은 1만 년 전부터 끊겼을 것 같은 이 건물에 후드가 달린 흑색 군용 코트를 입은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눈길을 해치고 연구소 입구에 도착한 여자는 녹이 슬대로 슬어서 제기능을 못하는 연구소 철문을 밀어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연구소 안으로 들어간 여자는 어깨에 묻은 눈을 털어낸 다음 눈이 묻은 후드를 벗었다. 화사하게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을 길게 길러 뒤쪽으로 단정히 모아 하나로 묶었지만 앞머리는 그와 다르게 제멋대로 길게 뻗쳐 있었다.
푸른색이 묘하게 섞인 커다란 녹색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묘하게 빛나고 있었다.
연구소에 들어온 여자는 주머니에서 플래시를 꺼내 주위를 밝혔다. 주위에 자신을 위협할만한 것들이 없다는 걸 안 여자는 오른쪽 귀에 꽂힌 소형 마이크의 스위치를 눌렀다.

“여기는 댄버스. 히드라 연구소에 잠입했다. 현재까진 별다른 이상은 없다.”

[알겠다. 이쪽에서도 요원의 모습을 확인했다. 임무를 속행하라, 카라 댄버스 요원.]

귀에 꽂힌 소형 통신기를 통해 잔뜩 긴장한 콜슨 요원의 목소리가 들리자 붉은 머리카락의 여자, 카라 댄버스 요원은 고개를 들어 붉은 빛이 들어온 감시카메라를 보았다. 아마도 콜슨 요원을 비롯한 쉴드 요원들은 저 감시카메라를 통해 카라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필 것이다.
카라는 플래시로 주위를 살펴보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과묵하고 차분한 카라의 모습과는 달리 그의 귀에 꽂힌 마이크에선 콜슨이 계속 이야기하는 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긴장을 놓치지 말게, 댄버스 요원. 버려진 기지라고 해도 히드라가 사용했던 이상, 어떤 보안장치가 있는지 알 수 없어.]

“알고 있어요, 콜슨 요원.

콜슨이 계속 말하는 게 듣기 싫었지만, 그래도 당장 유령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폐연구소 안에서 콜슨의 목소리는 나름 위안이 됐다.
카라가 홀로 수색하고 있는 이 연구소는 과거 히드라의 연구소로, 온갖 비윤리적이고 비합법적인 실험들이 자행됐다고 알려져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남과 동시에 모습을 감춘 레드 스컬과 달리, 그의 조직이었던 히드라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조직 재건과 언젠가 돌아올 레드 스컬을 맞이하기 위한 계획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
그때마다 어벤져스와 쉴드에 의해 음모가 모두 분쇄됐지만, 히드라의 집요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머리 하나를 자르면 두 개가 더 생겨난다는 말처럼 히드라는 끈질기게 살아남았고, 계속해서 음모를 꾸몄다.

지금 카라가 살펴보고 있는 연구소 역시 그런 히드라의 음모의 잔재였다. 히드라는 레드 스컬이 죽지 않고 반드시 살아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위한 여러 가지 계획을 준비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돌아온 레드 스컬을 위한 슈퍼 솔져 부대였다.
에이브러햄 어스킨 박사에 의해 만들어진 슈퍼 솔져 혈청은 어스킨 박사가 망명한 미국은 물론, 쉴드, 히드라까지 복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슈퍼 솔져 혈청과 관련된 자료는 전부 어스킨 박사의 머릿속에만 있었고, 그가 직접 만든 혈청은 스티브 로저스에게 주입된 이후, 남은 잔량이 모두 파괴됐기 때문에 이를 복제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다행히 쉴드는 스티브 로저스, 그의 딸인 샤론이 자신의 피를 제공해줬기 때문에 복제할 수라도 있었지만, 히드라는 이를 훔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카라가 이 연구소에 있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쉴드도 완전한 조직이 아니었기 때문에, 연구용으로 제공된 스티브의 피가 누군가에 의해 유출됐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머나먼 러시아까지 오게 된 것이다.
다만 카라가 지금도 이해되지 않은 건, 스티브의 혈액을 유출됐을 때 정체불명의 샘플 몇 개가 함께 없어졌다는 기록과, 이 기록 모두 토니의 아버지인 하워드 스타크가 쉴드의 연구 고문으로 있을 때의 일이라는 것이었다.
이미 고인이 된 하워드 때의 일이라고 하지만 슈퍼 솔져 혈청이 복제됐다면, 사악한 캡틴 아메리카가 군대로 만들어졌다면, 매우매우 골치아픈 일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확인해야만 했다.

카라는 플래시를 왼손으로 들곤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쥐었다. 연구소에서 인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았지만 노련한 요원은 자신의 기척을 숨길 수 있고, 아직까지 작동하고 있는 연구소의 보안 시설에 걸리기라도 하면 매우 귀찮아지기 때문에 준비를 한 것이다.
연구소 안은 을씨년을 넘어서 공포가 느껴질 정도로 어둡고 조용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5분도 안 돼 무섭다면서 비명을 지르며 도망칠 정도로 연구소의 분위기는 무섭기 짝이 없었다. 이런 곳을 카라는 말없이 돌아다니며 연구소 안을 살펴보고만 있었다.
그의 커다란 눈은 공포심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차분한, 침착함이 엿보였다.
연구소 1층을 전부 살펴본 카라는 주위를 다시 둘러보더니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발견하곤 그리로 걸어 올라갔다. 2층으로 올라선 카라는 1층에서 그랬던 것처럼 천천히, 그리고 꼼꼼하게 2층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연구소 2층의 마지막 방까지 전부 훑어본 카라는 머리를 긁적이며 1층으로 이어진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뭔가 이상한데……”

[무슨 일인가, 댄버스 요원?]

“일단 연구소 1, 2층을 전부 살펴봤는데 보안 시설은 전부 망가졌고, 다른 인간은 없으니 안심해도 될 거 같아요. 그런데……”

[그런데?]

“연구소 크기가 조금 이상해요.”

2층 연구실들을 다시 살펴본 카라는 빠르게 1층으로 내려가더니 1층 연구실 중 가장 구석에 있는 연구실에 들어가 자신의 보폭으로 연구실 크기를 쟀다.
열 다섯 번 발을 옮긴 끝에 연구실 벽에 도달하자 카라는 다시 2층으로 올라가 방금 자신이 크기를 확인한 연구실 바로 위쪽 연구실에 들어갔다. 연구실에 들어간 카라는 아까 했던 것과 똑같이 보폭으로 연구실 넓이를 쟀다. 겨우 다섯 발자국도 못가 연구실 벽에 도달하자 카라는 씩 웃으며 연구실 벽에 대고 말했다.

“흐음, 완전한 직사각형 2층 건물인데 왜 이 방만 작은 걸까? 이 벽 뒤에 뭘 숨긴 걸까?”

카라는 플래시로 벽을 살펴보다가 벽 끝 쪽에 정말 작게 돌출된 무언가를 발견하곤 그걸 눌렀다.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연구실 벽이 무거운 몸을 움직였다.

“빙고.”

[숨겨진 시설이 있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어, 댄버스 요원. 주의를 기울이게.]

“걱정하지 말아요, 콜슨 요원.

벽이 사라지자 연구소의 숨겨진 공간이 카라의 눈에 들어왔다. 최첨단과는 거리가 먼, 완전한 폐가 수준인 연구소의 다른 곳과는 달리 숨겨진 공간은 최첨단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아직 동력도 살아있는지 벽면에 붙어있는 전등 몇 개가 숨겨진 공간을 비추고 있었다.
숨겨진 연구실 안을 조심스럽게 살피면서 한 걸음 내딘 카라는 혹시나 모를 보안 장치가 있는지를 살펴봤다. 차분하고 침착한 눈으로 살펴봤지만 어디선가 기관총이 나와 카라를 향해 총알을 퍼부울 거 같은 장치는 없는 듯 했다.

“콜슨, 이 알리바바의 동굴에 대한 정보는 없었어요?”

[없어. 우리가 입수한 연구소의 평면도에는 그 방에 대한 존재 자체가 없어.]

“그럼 안을 제대로 살펴보는 수밖에 없겠네요.”

[위험한 시설이나 장비 같은 게 있을 수 있어. 지원병력을 보낼 테니……]

“그건 알아서 하세요. 일단 살펴보겠습니다.”

[댄버스 요원? 카라!]

콜슨이 말렸지만 카라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예상대로 연구실 안은 별다른 보안 장치가 없었다.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고, 어디선가 기관총이 튀어나와 카라를 향해 총알을 난사하지 않았다. 그리고 뭔가 경고음과 함께 연구실 자체가 폭발하는 일도 없었다.
그저 카라는 한가하게 연구실 안을 휘적거리며 살펴볼 뿐이었다. 그러다 카라는 무언가를 발견하곤 눈살을 찌푸렸다. 연구실 벽면을 가득 메운 캡슐에 무언가 들어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이상한 예감에 카라는 캡슐 안쪽으로 플래시를 들이밀어 그 안을 살펴봤다. 그리고 그 안에 태아 모습의 무언가가 있는 걸 보곤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연구실 벽을 가득 메운 캡슐 안에 태아와 같은 무언가가 있다는 건, 카라가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였다.

레드 스컬을 위한, 히드라의 슈퍼 솔져 군단.

이 연구실에 있는 캡슐은 슈퍼 솔져를 배양해내기 위한 인공자궁 역할을 하는 장치임이 틀림없었다. 카라는 연구실 한 켠에 있는 컴퓨터로 다가갔다. 분명 이 컴퓨터는 연구실 안에 있는 캡슐들을 관리하는 장치임이 분명했다.

연구실.
카라의 손가락은 매우 빠르게 컴퓨터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녀의 해킹 실력은 쉴드 내에서도 수준급이었다. 해킹에 필요한 단말기와 같은 장비를 쓰지 않고 그냥 컴퓨터만 이용해도 그녀는 그 안에 있는 모든 정보를 빼낼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카라는 뭔가 안 좋은 느낌을 받았다. 이걸 알아내면 안 된다는 느낌, 그냥 어둠 속에 묻어놔야 한다는 느낌…… 다가가선 안 되는 깊은 심연 속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에 카라는 몇 번이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걸 멈출 뻔 했지만 그때마다 이를 악물고 손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카라의 손이 한순간에 멈췄다. 해킹으로 엄중한 보안들을 모조리 깨고, ‘Advent Children’이라는 제목의 폴더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리고 폴더 안에 있는 문서 파일 하나를 클릭해 모니터에 내용이 떠오르게 만들었다.

[Advent Children, 프로젝트 책임자 하워드 스타크.]

카라가 찾은 문서는 Advent Children의 책임자 하워드 스타크가 남긴 일지였다. 토니의 아버지 하워드가 왜 이런 일지를 남긴 것인가?
카라는 하워드가 남긴 일지를 읽기 시작했다. 일지는 하워드가 Advent Children 프로젝트를 왜 시작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한 프로젝트인지에 대한 내용이 모두 담겨 있었다.
카라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모니터를 쓰다듬었다. 하워드의 일지에는 카라가 알고 있는 사람의 이름이 계속 반복해나왔기 때문이었다. 그 이름은 바로……

“샤론…… 로저스……”

모니터에 나타난 샤론의 이름을 본 카라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하워드의 일지에는 Advent Children 프로젝트의 핵심인 샤론 로저스의 탄생 과정이 매우 자세히 적혀 있었다.

샤론 미쉘 로저스.

스티브 로저스와 페기 카터의 유전자를 이용해 만든 Advent Children.

Advent Children 프로젝트의 궁극 형태이자, 프로젝트 존재의 이유이다.
어느 날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캡틴 아메리카와 어벤져스가 있지만, 먼 훗날에도 캡틴이 그대로 있을까? 토르와 아스가르드의 존재를 알게 되고, 우주에 인간 외의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나는 지구를 지킬 방패를 만들어야했다.
캡틴과 페기가 결혼한지 수년이 됐지만 둘 사이에선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다. 슈퍼 솔져 혈청을 만들어낼 방법이 없는 이상, 슈퍼 히어로가 될 슈퍼 솔져는 오로지 스티브 로저스의 혈육으로만 이어질 수 있었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슈퍼 히어로를 후대에도 남길 방법은 그의 혈육을 남기는 방법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스티브 로저스의 유전자를 이용, 클론 형태로 만드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하워드가 남긴 일지 모두를 읽은 카라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컴퓨터 본체에 꽂았다. 그리고 찾아낸 정보를 모두 USB에 옮겨 담았다. 모든 정보를 USB에 옮겨 담은 카라는 여전히 부들거리는 손으로 귀에 꽂혀져 있는 통신기를 빼냈다. 손가락에 힘을 줘서 통신기를 바스라뜨린 카라는 권총을 뽑아 컴퓨터에게 총알을 박아넣었다. 특히 하드디스크가 있는 본체 쪽은 더 많은 총알을 박아 완전히 파괴해버렸다.

아마 총소리를 듣고 콜슨이 무슨 일이냐고 묻고 있겠지만 통신기를 부순 이상 카라는 그걸 들을 수 없었다.

컴퓨터를 파괴한 카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숨겨진 연구실 밖으로 나갔다. 연구실 밖으로 나가면서 카라는 주머니에서 작은 라이터를 꺼내더니 뭔가 스위치를 눌렀다. 그리곤 라이터를 돌아보지도 않고 등 뒤로 집어던졌다.
히드라의 버려진 연구소에서 갑작스런 총소리와 폭발음이 들린 것에 놀란 콜슨 요원은 급히 팀을 연구소 안으로 들여보냈다. 하지만 거기서 찾은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남은 건, 누군가의 분노가 가득 담긴 총질과 폭파, 그리고 바스라진 무선 통신기뿐이었다.

그날 임무 이후로 사라진 카라는 두 번 다시 쉴드로 돌아오지 않았다.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