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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6부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제2편 전쟁 (5)
제2편 전쟁 (5)
대원들 사이에서 일어난 약간의 소요를 보며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는 작게 피워놓은 모닥불 앞에서 자신의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항상 체술과 비브라늄 방패를 이용해 전투를 수행하는 터라, 스티브는 특별한 장비랄 게 없었다. 방패를 손질하고, 가끔 사용하는 개인 화기인 권총을 살펴보는 게 전부였다.
“포성은 여전하네.”
누군가 캡틴에게 다가와 따뜻한 커피가 담긴 잔을 내밀었다. 캡틴이 받아드니 잔을 건넨 이는 그의 절친한 친구, 버키였다. 캡틴이 웃으면서 잔을 받아들자 버키는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자신의 몫의 커피를 마셨다.
“음…… 마을 주민한테 돈 주고 산 커피인데…… 맛이 별로네.”
“왜, 난 좋은데.”
스티브가 웃으면서 커피를 마시자, 버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스티브, 널 안 지도 참 오래됐는데, 슈퍼 솔져가 된 이후로는 모르는 게 참 많아졌어. 그 미각치도 그렇고.”
“미각치가 아니라 군소리 없이 아무거나 잘 먹는 거야. 그리고 버키, 네 입맛이 까다로운 거고.”
“무슨 소리야! 내 미각은 미국 평균 정도라고.”
발끈하는 버키를 보면서 스티브를 그냥 웃기만 했다. 사실 슈퍼 솔져가 된 이 이후, 스티브는 예전보다 식사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과거 약골 시절보다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커졌고, 힘이 세진 데에다가 신진대사 능력도 빨라져서 이전보다 확실히 많이 먹게 됐다.
그리고 버키의 말 중에 정정해야할 부분은 스티브는 미각치가 아니다. 그저 예전 약골 시절에는 먹는 양이 적었을 뿐 아무거나 잘 먹는 스타일이었다.
커피를 다시 한 모금 마신 버키는 어두운 밤하늘 아래서도 북쪽에 보이는 을씨년스러운 계곡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버키의 말 중에 정정해야할 부분은 스티브는 미각치가 아니다. 그저 예전 약골 시절에는 먹는 양이 적었을 뿐 아무거나 잘 먹는 스타일이었다.
커피를 다시 한 모금 마신 버키는 어두운 밤하늘 아래서도 북쪽에 보이는 을씨년스러운 계곡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이번 히드라 기지가 5번째인가?”
“그래, 저 기지만 파괴하면 남은 건 요한 슈미트와 마담 레드가 있다는 히드라의 본거지뿐이야.”
“히드라를 쳐부수고 히틀러를 쓰러뜨리면 이 기나긴 전쟁도 끝나겠지. 고향에 돌아가면 뭘할 건지 생각했어?”
“아직 생각한 건 없어.”
그러자 버키는 짓궂은 얼굴을 하면서 스티브에게 말했다.
“카터 요원과의 좋은 미래를 생각 안한 건 아니잖아. 그녀와 멋진 데이트를 하고, 결혼하고 예쁜 딸을 낳아 키우는…….”
“그만, 그만. 거기까지 해.”
뭐가 그렇게 부끄러웠는지 스티브는 얼굴이 빨개졌다. 전쟁 영웅에, 슈퍼 솔져, 그리고 잘생긴 금발의 훈남까지 됐지만 내면은 여전히 ‘퐁듀’가 뭔지 모르는 순진한 청년이었다.
‘퐁듀’가 뭔지 몰랐다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총질까지 당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퐁듀’가 뭔지 몰랐다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총질까지 당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카터 요원은 어디에 있지? 아까까진 보였었는데.”
아직도 약간 붉어진 얼굴로 스티브는 카터 요원을 찾았다. 스티브가 찾는 이는 페기 카터 로 SSR 소속의 정예 요원이며, 하울링 코만도스의 명예 대원이기도 한 여성이었다. 물론, 전쟁이 끝난 후, 스티브와 결혼해 2대 캡틴 아메리카인 샤론 로저스의 어머니가 되는 인물이기도 했다.
평소엔 안전한 후방지역에 있었지만 이번 작전에는 스티브에게 특별히 부탁해 참가하게 됐는데, 그녀가 보이지 않자 스티브는 불안해진 모양이었다. 스티브가 페기를 찾자 버키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커피를 마시며 대꾸했다.
평소엔 안전한 후방지역에 있었지만 이번 작전에는 스티브에게 특별히 부탁해 참가하게 됐는데, 그녀가 보이지 않자 스티브는 불안해진 모양이었다. 스티브가 페기를 찾자 버키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커피를 마시며 대꾸했다.
“아까 모리타와 함께 주변 경계에 나섰어. 곧 돌아오겠지.”
“무슨 소리야? 카터 요원에게 주변 경계를 맡겼다고? 왜 그랬어?”
좋아하는 여자가 관련된 일이라 스티브는 그 답지 않게 살짝 흥분했다. 그러자 버키는 팩트폭격으로 절친의 흥분을 가라앉혀줬다.
“본인이 자원했어. 다른 장병들도 다 하는 걸 자신만 안할 수 없다고 해서.”
“그래도, 카터 요원은 여성이라고! 좀 더 배려를 해줘야지!”
“걱정도 팔자다. 하울링 코만도스에서 너 빼고 카터 요원을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있을 거 같냐?”
사실은 그랬다. 버키를 포함한 하울링 코만도스는 전부 일당백, 역전의 용사들이었지만 샤론의 어머니 답게 페기의 전투력은 이들보다 결코 뒤지지 않았다. 푸시업을 한 손으로 한번에 107번을 할 수 있을 정도면 슈퍼 솔져 혈청이 따로 필요없을 정도였다.
“뭐, 그렇다고 하지.”
“그나저나 저 덩치는 언제까지 데리고 다닐 거야?”
버키가 어느 한 쪽으로 슬쩍 눈짓을 주며 묻자 스티브는 그가 가리킨 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헝크러진 앞머리를 한 검은 머리카락의 스티브보다 더 큰 덩치를 가진 남자가 수갑을 찬 채 얌전히 앉아있었다. 스티브는 얼마 전에 진군하다 이 남자를 우연히 발견했고, ‘클로드’라는 이름 외엔 어떤 묻는 말에도 대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곤 한숨을 쉬었다.
“이번 작전이 끝날 때까지만 데리고 있고, 작전이 끝난 뒤엔 포로수용소로 보내던가 조치를 취해야지.”
그렇게 말한 뒤 스티브는 이마에 ‘A’자가 그려진 캡틴 아메리카의 헬멧을 머리에 쓰곤 성조기 색으로 도색된 원형 방패를 들곤, 등 뒤에 장착했다. 캡틴의 방패는 평소엔 팔에 끼워 들고 다니지만 그냥 걷거나 방패가 필요없는 상황에는 이렇게 등 뒤에 장비하기도 했다.
친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버키는 절친이 지금 어디로 가려는지 대충 알아채곤 마시던 커피에 집중했다.
친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버키는 절친이 지금 어디로 가려는지 대충 알아채곤 마시던 커피에 집중했다.
“그러지 말고 이번 전투가 끝나면 요원님한테 데이트라도 신청해. 혹시 알아? 네 데이트 신청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노력해보지.”
돌아보지 않았지만 스티브의 얼굴은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을 것이리라. 보지 않아도 버키는 알 수 있었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스티브를 보며 버키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여자엔 완전 쑥맥인 저 친구가 얼마나 열심히 페기에게 들이댈지는 모르겠지만 첫 연애에 마음이 들떠있는 친구를 열심히 응원했다. 지금은 키도, 덩치도, 지위도 전부 스티브가 위였지만 버키에겐 스티브는 항상 곁에 있어줘야 하는 소중한 ‘형제’와도 같은 ‘친구’였으니까.
여자엔 완전 쑥맥인 저 친구가 얼마나 열심히 페기에게 들이댈지는 모르겠지만 첫 연애에 마음이 들떠있는 친구를 열심히 응원했다. 지금은 키도, 덩치도, 지위도 전부 스티브가 위였지만 버키에겐 스티브는 항상 곁에 있어줘야 하는 소중한 ‘형제’와도 같은 ‘친구’였으니까.
하울링 코만도스가 있을 것으로 확실한 마을을 향해 아무 생각없이 내달리던 샤론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그건 아마도 오랫동안 수라장과 같은 임무를 수행해온 덕분에 생긴 또 다른 통찰력이라고 해야 좋을 감정인데,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름 정통한 클로드는 그걸 ‘뉴타입’이라고 불러 샤론의 빈축을 산 적이 있었다.
뉴타입이든 어쨌든 샤론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협을 순간적으로 알아챌 수 있는 나름대로의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각은 샤론에게 지금 위협이 다가오고 있으니 대비하라고 경고를 했다.
마을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울리는 머릿속의 경고음에 샤론은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녀는 자신을 향해 겨눠진 싸늘한 총구를 보곤 얌전히 두 손을 들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항상 적진에 있을 땐 주변 경계가 중요하다고 샤론에게 알려준 사람에 바로 그녀의 아버지 스티브였다. 그런 아버지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적진 한 복판에서 부대를 주둔시키고 주위 경계를 안 하고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저 아버지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어린 딸의 마음으로 돌아가 방심한 게 화근이었다. 자신의 실수로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샤론은 더 변명할 껀덕지가 없었다. 아마도 지금 이 시기에는 살아있지만 샤론이 원래 살던 시대에선 돌아가신 아버지가 봤으면 혀를 끌끌차면서 ‘네가 그러고도 캡틴이니?’라고 한 소리 해도 할 말이 없었다.
뉴타입이든 어쨌든 샤론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협을 순간적으로 알아챌 수 있는 나름대로의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각은 샤론에게 지금 위협이 다가오고 있으니 대비하라고 경고를 했다.
마을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울리는 머릿속의 경고음에 샤론은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녀는 자신을 향해 겨눠진 싸늘한 총구를 보곤 얌전히 두 손을 들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항상 적진에 있을 땐 주변 경계가 중요하다고 샤론에게 알려준 사람에 바로 그녀의 아버지 스티브였다. 그런 아버지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적진 한 복판에서 부대를 주둔시키고 주위 경계를 안 하고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저 아버지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어린 딸의 마음으로 돌아가 방심한 게 화근이었다. 자신의 실수로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샤론은 더 변명할 껀덕지가 없었다. 아마도 지금 이 시기에는 살아있지만 샤론이 원래 살던 시대에선 돌아가신 아버지가 봤으면 혀를 끌끌차면서 ‘네가 그러고도 캡틴이니?’라고 한 소리 해도 할 말이 없었다.
“길을 잃고 헤매던 사람입니다. 도와주십시오.”
이 상황에선 도움을 요청하는 게 최선이었다. 캡틴 아메리카의 부대 하울링 코만도스는 작전 지역 인근 마음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부대였고,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샤론은 키가 크긴 했지만 여성이었기에 이 당시 시대라면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 나았다.
“이름과 소속을 말해.”
“샤론 카터. 이 근방에 살던 미국계 독일인입니다.”
어디선가 많이 듣던 목소리인데 하는 생각을 하며 샤론은 어머니의 성을 잠시 빌렸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는데, 그를 본 샤론은 깜짝 놀랐다. 잔뜩 헝크러진 검은 머리와 지저분하게 나있는 수염, 작은 체구지만 매우 강인해보이는 인상의 이 남자는 샤론도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제임스 ‘짐’ 모리타.
캡틴 아메리카의 부대 ‘하울링 코만도스’의 유능한 장교로, 후일 캡틴과 페기를 도와 쉴드의 창설까지 도움을 준 전쟁영웅이었다. 쉴드 창설 이후, 은퇴를 선언하고 평소 꿈이었던 교사가 됐고, 미드타운 과학고등학교의 교장까지 역임하기도 했다.
캡틴 아메리카의 부대 ‘하울링 코만도스’의 유능한 장교로, 후일 캡틴과 페기를 도와 쉴드의 창설까지 도움을 준 전쟁영웅이었다. 쉴드 창설 이후, 은퇴를 선언하고 평소 꿈이었던 교사가 됐고, 미드타운 과학고등학교의 교장까지 역임하기도 했다.
굉장한 인물이었지만 샤론에겐 그저 ‘모리타 삼촌’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하울링 코만도스는 해산됐지만 부대원 몇몇은 캡틴을 따라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해 힘썼다. 최초의 어벤져스 활동 때도 하울링 코만도스 대원들이 캡틴과 토르, 앤트맨, 와스프를 지원했으니까.
그런 와중에 태어난 캡틴의 금지옥엽 외동딸인 샤론은 하울링 코만도스 대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나중에 샤론이 베트남 전쟁을 이유로 입지가 위태로워지고, 토르의 초청으로 아스가르드에 가게 됐을 때 하울링 코만도스 대원들은 전부 눈물로 그녀를 배웅했다.
이후, 아스가르드에서 돌아왔을 때 샤론은 하울링 코만도스 대원들이 전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슬퍼하게 됐다.
하울링 코만도스 삼촌들에게 항상 귀여움을 받고 자란 샤론이었으니, 현 시점에서 고인이 된 모리타가 눈앞에 있는 게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런 와중에 태어난 캡틴의 금지옥엽 외동딸인 샤론은 하울링 코만도스 대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나중에 샤론이 베트남 전쟁을 이유로 입지가 위태로워지고, 토르의 초청으로 아스가르드에 가게 됐을 때 하울링 코만도스 대원들은 전부 눈물로 그녀를 배웅했다.
이후, 아스가르드에서 돌아왔을 때 샤론은 하울링 코만도스 대원들이 전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슬퍼하게 됐다.
하울링 코만도스 삼촌들에게 항상 귀여움을 받고 자란 샤론이었으니, 현 시점에서 고인이 된 모리타가 눈앞에 있는 게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다.
“카터라고 했나? 여기에 왜 있는 거지?”
특유의 가래침 끓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모리타는 샤론에게 물었다. 그리운 사람 중 한 사람을 만난 샤론은 감격에 겨워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한밤중에 나타난 여자가 제대로 대답 못하고 울먹이기만 하자, 모리타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곤 그녀를 겨눈 총구를 치웠다.
“이봐요, 진정해요. 하, 이거 참 어쩌지? 카터 요원?”
모리타가 카터 요원을 부르자, 샤론은 그쪽을 보았다. 그리고 그 쪽에 있는 사람을 보고 또 다시 눈물이 북받쳐 올라왔다. 지금도 샤론의 어머니 페기는 정정한 편이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은 샤론 또래의 매우 젊었을 때의 페기였다.
긴 머리를 틀어올린 그녀는 가죽 자켓 등 활동하기 편한 옷을 입고, 기관총을 들고 있었는데 샤론을 보자 기관총을 뒤로 숨기곤 그녀에게 다가왔다.
긴 머리를 틀어올린 그녀는 가죽 자켓 등 활동하기 편한 옷을 입고, 기관총을 들고 있었는데 샤론을 보자 기관총을 뒤로 숨기곤 그녀에게 다가왔다.
“샤론 카터 씨라고 했나요?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죠?”
“……히, 히드라를 피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히드라? 산 너머에 있는 마을 사람인가요? 히드라가 그 마을을 습격했다고 하던데.”
“맞아요. 히드라가 제 가족을 모두 끌고 갔어요. 그때 전 마을 밖에 있다가 화를 피할 수 있었죠. 마을에 남아있는 분들이 히드라가 제 가족들을 데리고 갔다가 알려줘서 여기까지 온 거에요.”
스파이의 덕목 중 하나는 연기력이었다. 캡틴 아메리카이기 때문에 샤론은 엄밀히 말하면 스파이보다는 군인에 더 가까웠지만 쉴드로 차출됐고, 쉴드의 임무에 자주 참여했기 때문에 스파이의 기본 소양을 갖추고 있었다.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의 뛰어난 지도 덕분으로, 어지간히 눈썰미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샤론의 연기력은 매우 좋았고, 이 연기력은 지금 이 상황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의 뛰어난 지도 덕분으로, 어지간히 눈썰미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샤론의 연기력은 매우 좋았고, 이 연기력은 지금 이 상황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샤론이 적당히 잘 얼버무린 탓이었을까? 잠시 자기들끼리 하겠다던 페기와 모리타, 그리고 하울링 코만도스 대원들의 대화를 엿들으면 샤론에게 꽤 우호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한밤 중에 숲속을 헤매는 수상쩍은 이 아가씨는 군인들이 보호해줘야 하는 민간인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덕분에 샤론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덤벼도 이길 수 있으면서도 이들의 보호를 받는 기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전장터를 헤매는 여성이라는 점이 크게 어필이 됐는지, 모리타를 포함한 대원들은 샤론을 보호해야한다는 의견을 강력히 표출했다. 하지만 페기는 뭔가 석연치 않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 늦은 시간에 혼자 숲속을 헤매고 있다는 게 그녀의 의심을 크게 산 듯 했다.
한밤 중에 숲속을 헤매는 수상쩍은 이 아가씨는 군인들이 보호해줘야 하는 민간인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덕분에 샤론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덤벼도 이길 수 있으면서도 이들의 보호를 받는 기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전장터를 헤매는 여성이라는 점이 크게 어필이 됐는지, 모리타를 포함한 대원들은 샤론을 보호해야한다는 의견을 강력히 표출했다. 하지만 페기는 뭔가 석연치 않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 늦은 시간에 혼자 숲속을 헤매고 있다는 게 그녀의 의심을 크게 산 듯 했다.
‘역시 울 엄마, 선배 요원으로서 배울 점이 많네요.’
아무리 어리고 연약해보이는 존재라도, 전장에선 항상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는 게 페기의 가르침 중 하나였다. 약간 무른 감이 있는 아버지 스티브와 달리 페기는 항상 철두철미했다. 그렇기에 인종차별은 물론, 성차별이 만연해있던 1940년대에 S.S.R.이라는 조직의 당당한 일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시각에 숲 속을 혼자 헤매고 있다는 게 꺼림직해요. 이야기한 것도 들어보면 앞뒤 맞지 않은 부분도 있고요.”
“그렇다고 해도, 카터 요원.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그냥 내버려둘 순 없잖아. 저 사람을 그냥 두고 가면 캡틴이 분명 한 소리 할 거라고.”
“……캡틴이라면 분명 그렇겠죠. 어쩔 수 없군요, 캡틴에게 판단을 맡기죠.”
결국 캡틴에게 모든 판단을 맡긴다는 조건으로 페기는 샤론을 하울링 코만도스에 데리고 가는 것에 동의했다. 뛰어난 청력으로 페기와 하울링 코만도스 대원들의 이야기를 엿들었지만 샤론은 모르는 척, 그리고 도움이 매우 절실한 척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 곳은 위험하니 저쪽 마을로 가시는 게 낫겠네요. 마을에는 캡틴 아메리카도 있으니까 아가씨를 보호해줄 수 있을 겁니다.”
아직도 경계심이 완전히 안 풀어졌는지 페기의 말투는 여전히 딱딱했다. 그래도 데리고 간다고 한 게 어딘가? 그것만이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샤론은 정말 고맙다는 표정 연기를 선보인 뒤, 그들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름이 샤론이라고 했죠?”
마을을 향해 걷고 있던 샤론에게 페기가 다가와 물었다. 왠지 자신을 신중하게 관찰하는 듯한 엄마의 시선에 샤론은 잔뜩 긴장했다.
“예, 예…… 왜, 왜 그러시죠?”
“낯이 익은 얼굴이라서 그런데, 혹시 예전에 절 만난 적 없나요?”
‘만난 적이 당연히 있겠죠, 이 얼굴에는 당신 얼굴도 섞여 있어요. 매우 높은 비중으로요’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샤론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금발에 장신, 그리고 신비한 푸른 눈동자는 아버지 스티브의 것을 물려받았지만, 미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샤론의 얼굴은 페기의 미모를 많이 반영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를 바꾸는 걸 최대한 피하고 싶은 샤론은 페기에게 자신이 당신과 캡틴 아메리카의 자식이라는 말은 숨기기로 했다.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를 바꾸는 걸 최대한 피하고 싶은 샤론은 페기에게 자신이 당신과 캡틴 아메리카의 자식이라는 말은 숨기기로 했다.
“글쎄요. 흔하게 생긴 얼굴이라 이 근처에서 비슷한 사람을 봤을지도요.”
“당신 같은 미인이 흔하게 생긴 얼굴이라뇨. 너무한 거 아니에요?”
샤론의 너스레에 먼저 반응한 건 모리타였다. 그의 넉살좋은 웃음에 샤론도 옛 생각이 떠올라 빙그시 웃었다. 샤론에게 자신의 유머가 통한다는 게 기분 좋아졌는지 모리타는 다시 개그를 시도했다.
“전쟁이 끝나고 돌아갈 때 이 근처를 다시 방문해야겠군요. 당신과 같은 분이 또 있으면 바로 청혼하게요.”
“말씀만으로도 영광이네요.”
왠지 죽이 맞는 모리타와 농담을 주고 받던 샤론은 뭔가 이상한 소리에 자신의 왼팔을 내려다보았다. 이제까지 자신의 팔에 얌전히 감겨있던 철제 팔찌가 기묘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샤론의 팔찌가 이상한 소리를 내자, 페기도, 모리타도, 다른 하울링 코만도스 대원들도 모두 그녀의 주위에 다가왔다.
“그게 뭐죠?”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게 왜 이러지? 이제까지 계속 조용했었는데……”
팔찌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샤론은 팔찌가 왜 하얀 빛을 내면서 기묘한 소리를 내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건 ‘경고’였다.
그때였다.
모리타, 페기와 만나 마을을 향해 가던 샤론이 뭔가 이상한 걸 본 순간이……
페기가 걱정돼 그녀가 정찰 나간 쪽으로 걷던 스티브가 샤론이 본 이상한 걸 본 그 순간이……
마을에 남아 또 한 잔의 커피를 마실까, 다른 대원들과 술이나 한 잔 마실까라고 고민하던 버키가 샤론과 스티브가 본 걸 봤을 때……
투 비 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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