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GA Universe
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5부 DarkWing: Origin
제3편 비극 (5)
다시 하얀 대리석으로 가득한 방으로 돌아온 다크윙은 아직도 그 곳에 있는 그레이 팬텀들을 돌아보았다. 이들 전부를 상대할 시간이 없었다. 이제 남은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크윙은 그레이 팬텀을 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다크윙은 그레이 팬텀을 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레이 팬텀…… 네놈들이 누구든…… 내게서 숨지 못한다. 난 이 도시를 알아. 도시 아래 기반까지 샅샅이.”
“……”
다크윙은 하얀 대리석 조각에서 흐르는 샘을 가리켰다.
“난 여기가 어딘지 알아. 샘물을 맛보니 광물질 맛이 나더군. ……여긴 강 근처야. 그리고 이 거대하고 흉물스러운 샘은……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졌어. 다른 곳은 전부 건축용 대리석인데 말이지.”
“……”
“덕분에 이곳은 더 약할 수밖에 없어. 폭발에……”
다크윙은 아까부터 붉은 색의 아리랑이 같은 기운이 감돌고 있는 왼팔을 들어보였다. 그리고 가면 아래 드러난 입에 싸늘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것이 내 의지다!”
다크윙의 주먹이 바닥을 내리치자 아까 태연의 배를 쳤던 것과 같은 충격파가 하얀 대리석 바닥을 파괴했다. 큰 폭발음과 함께 구멍이 뚫리자, 다크윙은 태연을 데리고 그 구멍 안으로 몸을 던졌다. 자신의 계산이 맞다면 그 아래엔 분명 강으로 이어지는 물줄기가 있을 것이다. 그 물줄기에 몸을 맡기면 한강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는 게 다크윙의 계산이었다.
태연과 함께 미로를 빠져나가면서 다크윙은 그레이 팬텀을 향해 선언했다.
태연과 함께 미로를 빠져나가면서 다크윙은 그레이 팬텀을 향해 선언했다.
“쿨럭…… 네놈들 모두…… 잡으러 돌아오겠다.”
다크윙이 태연과 함께 바닥의 구멍으로 사라지자 그레이 팬텀들은 부서진 구멍을 향해 다가왔다. 구멍을 둘러싸고 아래 쪽의 어두운 공간을 내려다보던 장발의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주 대단하군. 다크윙, 그는 정말 훌륭한 전사군.”
“그레이 팬텀의 첫 야망을 분쇄시킨 자 답습니다.”
“그렇군. 대단한 자야.”
또 다른 그레이 팬텀이 장발의 남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강태연을 잃었습니다. 우리로선 큰 손해입니다.”
“손해? 뭐가 손해라는 거지?”
장발의 남자는 오른손을 들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장발의 남자의 핑거스냅이 미로를 울려 퍼지자 미로를 구성하던 벽들이 사라졌다. 미로를 헤매던 다크윙이 발견했던 붉은 관으로 된 공간이 벽들이 사라지면서 모습을 드러내자, 장발의 남자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의 발톱이 될 자들은 많아. M계획은 거의 성공했으니까.”
폭발로 생긴 바닥의 구멍으로 몸을 던진 다크윙은 예상대로 강으로 이어지는 지하수에 빠졌다. 물살이 그리 세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몸을 던진 거였는데, 예상보다 물살이 훨씬 셌다. 태연을 제압하고, 바닥을 파괴하고, 도망칠 때까지 다크윙의 모든 계획은 성공적으로 돌아갔지만 유일한 실수가 바로 이거였다.
태연의 손을 꼭 쥔 채 물살에 이리저리 휩싸인 다크윙이 다시 정신을 차린 건,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것도 정신이 들 때가 되어서 정신을 차린 게 아니라 온몸에 느껴지는 격통으로 인해 의식을 되찾은 거였다.
태연의 손을 꼭 쥔 채 물살에 이리저리 휩싸인 다크윙이 다시 정신을 차린 건,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것도 정신이 들 때가 되어서 정신을 차린 게 아니라 온몸에 느껴지는 격통으로 인해 의식을 되찾은 거였다.
블러드 업소버를 사용한 대가는 컸다. 이제까지 어떤 고통도 다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왔는데 이건 아니었다.
이건 생명력과 관련된 일이니, 이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일까?
겨우 일어나 자리에 앉은 것뿐인데 온 몸에서 느껴지는 격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깊은 한숨과 함께 고통을 잠시 달랜 다크윙은 주위를 둘러봤다.
이건 생명력과 관련된 일이니, 이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일까?
겨우 일어나 자리에 앉은 것뿐인데 온 몸에서 느껴지는 격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깊은 한숨과 함께 고통을 잠시 달랜 다크윙은 주위를 둘러봤다.
일단 그의 옆에는 의식을 잃은 태연이 쓰러져 있었다. 블러드 업소버에 의한 일격이 매우 강력했는지 태연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한강 인근으로 보이는데, 아직 아침해가 뜨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다.
한강 인근으로 보이는데, 아직 아침해가 뜨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다.
두꺼운 슈트를 입고 있었지만 춥다고 느껴질 정도로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쳤다. 다크윙은 헬멧 쪽의 탐정 모드를 켜거나 다크 케이브에 연락을 하려고 조작을 해봤지만 태연과 싸울 때 망가졌는지 작동되지 않았다.
다크 아머는 파괴됐고, 다크 케이브와 연락할 수단은 어떤 것도 없었다. 아니, 생각해보니 하나 있었다.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다크 케이브와 연락할 수 있도록 신발 뒤축에 초소형 통신기를 넣어놓은 게 생각이 났다.
다크 아머는 파괴됐고, 다크 케이브와 연락할 수단은 어떤 것도 없었다. 아니, 생각해보니 하나 있었다.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다크 케이브와 연락할 수 있도록 신발 뒤축에 초소형 통신기를 넣어놓은 게 생각이 났다.
다크윙은 신발에 안에 있는 초소형 통신기를 꺼냈다. 손가락 한마디 정도 크기의 정말 작은 사이즈의 통신기였는데 다크윙은 액정에 뜬 목록 중 ‘설현’이라고 이름을 찾아내곤 수화기 버튼을 눌렀다.
몇 번 통화음이 울린 끝에 설현과 연결됐다.
몇 번 통화음이 울린 끝에 설현과 연결됐다.
[회장님! 회장님 맞아요? 회장님 맞죠? 하느님 감사합니다. 무사하신 거죠? 지금 어디에 계세요?]
“……설현, 하나씩…… 물어.”
[아, 알겠어요. 회장님 지금 어디세요? 어디 다친 곳은요?]
“하나씩…… 물으라니까. 한강 인근인 거 같은데……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어…… 무사한 건 무사한 건데…… 네가 알면 아마 날 죽일 수도…… 있을……”
[일단 알았어요, 회장님. 통신기를 계속 켜놓고 있어요. 제가 그리로 찾아갈게요.]
“부탁해…… 설현……”
통신 종료 버튼을 누린 다크윙은 누군가 귀신처럼 서 있는 걸 보곤 안색을 굳혔다. 그곳에는 어느새 정신을 차린 태연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블러드 업소버를 사용했을 때도 겨우 맞상대하는 게 전부였는데 블러드 업소버의 힘을 다 쓴 지금, 부작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다크윙이 태연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태연은 천천히 다크윙에게 다가오더니 그의 곁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태연이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자 다크윙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태연은 천천히 다크윙에게 다가오더니 그의 곁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태연이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자 다크윙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붉은 안광의 마스크를 썼을 때 태연은 그레이 팬텀의 충실한 수족이었다. 미로 안에서 다크윙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한계에 몰릴 때까지 방치했던 악랄함을 보였다. 그리고 그레이팬텀의 명령을 받아 다크윙에게 덤벼들어, 블러드 업소버의 부작용을 각오하고 싸워야만했다. 그런데 지금의 태연은 뭔가 신비로운 존재를 바라보듯 그 어떤 적개심도, 증오도 보이지 않았다.
손을 뻗어 다크윙의 얼굴을 만지려고 하자 다크윙은 두 손을 들었다. 다크윙이 막으려는 줄 알고 태연은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서려고 했지만, 다크윙은 태연의 손을 잡았다.
태연이 놀란 눈으로 보자, 다크윙은 손을 들어 쓰고 있던 헬멧을 벗었다. 헬멧이 벗겨지면서 그 안에 강한영의 맨 얼굴이 나타났다.
태연이 놀란 눈으로 보자, 다크윙은 손을 들어 쓰고 있던 헬멧을 벗었다. 헬멧이 벗겨지면서 그 안에 강한영의 맨 얼굴이 나타났다.
다크윙, 아니 한영은 태연의 손을 자신의 얼굴에 가져다댔다. 태연은 이전과 같은 신기한 얼굴로 한영이 이끄는 대로 그의 얼굴을 만졌다. 그리고 태연은 작고 귀여운 입을 달싹이며 말했다.
“오빠?”
서울도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였기 때문에 근대화 이후, 지어진 건물들의 노후화가 심해진 상태였다. 그래서 도시 내의 많은 건물들이 재건축, 혹은 부분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었다.
네비게이션에 표시된 건물은 총 5층짜리 상가건물이었다. 만들어진 지 꽤 오래된 건물이라 한창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물론 공사 중이었기 때문에 건물 안에는 그 어떤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린 현규는 겨울밤이라 더욱 을씨년스러운 건물을 보고는 휴대폰의 문자를 확인하곤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비게이션에 표시된 건물은 총 5층짜리 상가건물이었다. 만들어진 지 꽤 오래된 건물이라 한창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물론 공사 중이었기 때문에 건물 안에는 그 어떤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린 현규는 겨울밤이라 더욱 을씨년스러운 건물을 보고는 휴대폰의 문자를 확인하곤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의 눈에 띄는 걸 엄청 싫어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도대체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다크윙의 취향에 대해 살짝 불평을 한 현규는 한 손에는 손전등을 들고 다른 손에는 권총을 뽑아든 채 건물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손전등으로 앞을 비추면서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던 현규는 막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들어섰다. 손전등을 비추면서 권총을 겨눈 채, 현규는 신중하게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막 2층에 도착했을 무렵, 현규의 휴대폰에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손전등을 겨드랑이에 끼우고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한 현규는 얼굴에 짜증이 솟구쳤다.
막 2층에 도착했을 무렵, 현규의 휴대폰에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손전등을 겨드랑이에 끼우고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한 현규는 얼굴에 짜증이 솟구쳤다.
[언제 오나? 3층으로 빨리 오게]
다크윙이었다. 현규는 짜증이 솟구치는 얼굴로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사람을 이렇게 오라가라 해놓고! 그것보다! 내가 왜 이 자식을 도우러 가는 거야? 이 자식 범법자잖아!”
범법자라도 도움을 요청하면 일단 가보는 게 경찰의 도리라고 배웠기 때문에 현규는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올라섰다. 신중하게 걸음을 옮긴 끝에 3층에 도착했을 때 현규는 가로등 불빛이 들어오는 창가에 검은 슈트를 입은 누군가, 다크윙이 벽에 기대 앉아있는 걸 보았다.
“다크윙?”
다크윙을 본 현규는 3층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검은 슈트를 입은 남자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 누군가 그를 급습했다. 등 뒤에서 소리 소문 없이 달려들었지만 현규는 그가 달려들기 전부터 또 다른 누군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현규의 감이 3층에 들어선 순간부터 누군가의 살의를 알아챈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다크윙이 처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우리’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등 뒤에서 달려든 급습자는 제일 먼저 현규의 오른손에 들린 권총을 노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게 현규의 권총이었기에 강력한 무기를 빼앗은 뒤, 현규를 제압할 속셈인 듯 싶었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현규는 손전등으로 급습자의 얼굴을 비춰, 그가 목표물을 제대로 노리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급습자의 기습을 막아낸 현규는 그에게 총을 겨누었는데, 손전등을 비춰보니 그는 어린 소녀였다. 얼굴은 복면에 가려져 있어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지만 160cm가 안되는 작은 키에 호리호리한 체구를 보니 소녀임에 틀림없었다.
“움직이지 마!”
현규가 총을 겨누면서 소리치자 검은 복면의 소녀는 더욱 살의를 드러냈다. 현규와 소녀가 대치하고 있었을 때 벽에 기대어 앉아있던 다크윙이 신음소리를 내며 머리를 흔들었다. 아마 정신을 잃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박현규 형사?”
“다크윙, 정신이 드나?”
다크윙이 정신을 차리자 소녀는 자신 앞에 겨눠진 총구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다크윙에게 달려갔다.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괜찮냐고 조용히 묻는 소녀에게 다크윙은 괜찮다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다크윙이 쓰다듬는 손길이 기분이 좋아졌는지 소녀는 가만히 앉아있었고, 다크윙은 그제야 현규에게 말을 건넬 수 있었다.
다크윙이 쓰다듬는 손길이 기분이 좋아졌는지 소녀는 가만히 앉아있었고, 다크윙은 그제야 현규에게 말을 건넬 수 있었다.
“와줘서 고맙소.”
“고마울 건 없네. 어차피 난 자네를 체포해야 하거든.”
현규가 수갑을 꺼내들자 소녀가 다시 살의를 드러내며 다크윙을 지키려는 듯 그의 앞에 섰다. 소녀의 기세가 심상치 않자 현규는 다크윙에게 더 다가오지 못했고, 다크윙은 고통스러운 지 신음소리를 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날 체포하는 건 그만두는 게 어떻겠소.”
“그래야할 거 같군. 당신을 체포했다간 저 여자가 날 가만두지 않을 거 같군.”
현규가 수갑을 도로 집어넣자, 소녀는 그제야 적의를 거뒀다. 그래도 현규를 완전히 믿지 않는 듯 소녀의 경계는 계속 이어졌다.
“날 이곳으로 부른 이유가 뭔가?”
“……미래를 위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요.”
“미래?”
“박현규 형사, 당신을 믿기 때문에 모든 걸 말하겠소. 지금 이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그리고…… 그레이 팬텀이라는 놈들에 대해서까지……”
왠지 지금 다크윙이 하는 말이 유언과 같은 느낌이 드는 건 현규 만의 착각이 아닐 것이다. 다크윙의 곁에 서 있는 소녀도 매우 슬픈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내게 모든 걸 말하겠다는 거지?”
“내 의지를…… 이어줄 사람은…… 당신 밖에 없으니까.”
차가운 겨울밤.
리모델링 중인 서울 시내의 모 건물 안에서 박현규 형사와 어둠의 수호자라고 불리는 히어로 ‘다크윙’과의 질기디 질긴 인연이 시작됐다.
리모델링 중인 서울 시내의 모 건물 안에서 박현규 형사와 어둠의 수호자라고 불리는 히어로 ‘다크윙’과의 질기디 질긴 인연이 시작됐다.
투 비 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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