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4부 Thor: God of Thunder 제5편 희망 (2) 팬픽, FAN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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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4부 Thor: God of Thunder


제5편 희망 (2)


아스가르드의 왕궁.
‘오딘의 잠’에 빠진 왕궁의 주인이 머물고 있는 침실에 불청객들이 난입했다. 푸른 피부에 붉은 눈을 가진 서리거인들은 왕의 침전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을 전부 살해하고, 신성한 침전에 흙발로 난입했다.

​침전의 문을 거칠게 열어 젖힌 서리거인들은 검을 들고 홀로 서 있는 프리가를 발견하곤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오딘이나 그의 혈통을 물려받은 왕족급 인사가 아닌 이상 아무리 아스가르드인이라고 해도 서리거인 하나를 당해내기 힘들었기에, 왕비이긴 해도 오딘의 혈통관 거리가 있는 프리가를 우습게 본 것이다.

가장 먼저 달려든 서리거인이 그녀에게 검을 휘두르자 얼음으로 만든 검은 프리가의 몸을 허무하게 통과해버렸다.
정교한 마법으로 만들어진 환영이 사라지면서 서리거인들 주변에 검을 든 여러 프리가들이 나타났다. 그녀들은 검을 들고 서리거인들을 마구 공격했고, 정교한 마법만큼이나 정교한 초식대로 휘두르는 그녀들의 검에 서리거인 셋은 순식간에 난자당하고 목숨을 잃었다.

또 다른 서리거인들이 달려들자, 프리가들은 그들과 격렬한 전투를 벌였고 부하들과 싸우고 있는 프리가들을 날카로운 눈으로 살펴보던 라우페이는 왼손을 뻗어 얼음 단검을 날렸다.

“아악!”

침전 구석에 은신하고 있던 프리가가 라우페이가 날린 단검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얼음 단도가 박힌 그녀의 어깨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프리가가 쓰러지자 정교하게 만들어진 그녀의 분신들이 모두 사라졌고, 라우페이는 또 다른 얼음 검을 만들어 프리가의 목에 겨누었다.

“만물의 어머니(All-Mother)시여, 놀랍군. 실체를 가진 환영을 만들어내다니…… 그대의 마법은 오딘을 능가한 면도 있군.”

“라우페이!”

프리가가 다시 일어서려고 하자 라우페이는 그녀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라우페이에게 맞은 프리가는 그대로 벽에 부딪힌 뒤, 정신을 잃었다.

​프리가를 완전히 제압한 라우페이는 얼음 단도를 들고 깊은 잠에 빠져있는 오딘에게 다가갔다. 아스가르드의 왕이자 아홉 세계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는 오딘을 죽이는 일인데 다른 서리거인에게 시키기 싫었다.

“지금 상태로도 모든 상황을 듣고 볼 수 있다지?”

라우페이는 얼음 단검을 높이 들었다. 그의 붉은 눈에 잔인한 빛이 번뜩였다.

“꼭 그렇길 바란다. 그래야 알 거 아니겠나. 내 손에 네 놈이 죽는다는 사실을!”

“크헉!”

라우페이의 입에서 단발마의 비명이 울려퍼지더니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를 맞췄던 황금색에 가까운 빛줄기가 오딘의 침전에 난입한 서리거인들을 하나 둘 맞췄고, 빛줄기에 맞은 서리거인들은 그대로 빛의 입자로 변해 바닥에 스러졌다.
자신과 서리거인들을 공격한 이를 본 라우페이는 이를 부득 갈았다. 그는 다름 아닌, 여기까지 자신을 안내하고, 오딘을 죽이라고 의뢰까지 한 로키였다.
전신 무장을 한 로키는 궁니르를 짚은 채 라우페이를 노려보면서 차갑게 읊조렸다.

“넌 오딘의 아들 손에 죽는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로키는 궁니르의 창끝을 라우페이에게 향했다. 궁니르의 창날이 번쩍이더니 창끝에서 황금의 빛이 쏘아졌고, 궁니르의 빛에 맞은 라우페이는 다른 서리거인들처럼 빛의 입자로 변해 사라졌다.
라우페이를 깨끗하게 정리한 로키는 얼른 프리가에게 다가갔다. 로키가 깨우자 프리가는 상처를 입은 어깨에 회복마법을 걸면서 자랑스럽다는 듯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로키! 아버질 구했구나!”

“맹세하옵니다, 어머니! 서리거인들이 반드시 죗값을 치르도록 만들게요!”

그때였다. 열려져 있는 침전의 문을 통해 거구의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천둥의 신이란 이명에 걸맞은 갑주와 붉은 망토를 걸친 토르였다. 남편에 의해 추방됐던 또 다른 아들이 돌아오자 프리가는 환하게 웃었다.

“토르! 돌아올 줄 알았단다.”

어머니께 잠깐 미소를 지은 토르는 묠니르를 들어 로키를 향해 겨누고는 호통을 쳤다.

“로키! 어머니께 실토해라! 디스트로이어를 보내 날 죽이려고 했지 않느냐! 뿐만 아니라 지구에 있는 무고한 생명들을 죽이려고 했다!”

“뭐라고? 무슨 소리니, 로키?”

프리가가 물었지만 로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헤임달을 얼려 비프로스트를 작동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는데, 그 헤임달이 스스로 얼음을 깨고 비프로스트를 작동시킨 모양이었다.

완벽하게 세운 계획이 하나씩 틀어지는 게 느껴졌다. 디스트로이어를 보내 토르를 죽이려고 했지만 천둥의 신으로서 힘을 되찾은 토르에 의해 실패했다. 헤임달을 얼려 아스가르드의 문을 봉쇄했지만 그 역시 헤임달의 강인한 의지에 의해 실패했다. 라우페이를 일부러 끌어들여 아버지를 구한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려고 촌극까지 벌였지만 돌아온 토르로 인해 실패했다. 완벽한 계획이 토르와 헤임달이라는 변수 때문에 모조리 실패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로키는 포기할 수 없었다. 지금에 와서 포기한다면 이제까지 한 모든 일이 그냥 헛수고에 불과했기 때문에,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디스트로이어를 보내 토르를 죽이려고 했고, 헤임달을 얼려버렸으며, 라우페이를 끌어들여 죽이기까지, 로키가 이런 짓을 한 이유는 단 하나, 출생에 대한 콤플렉스이면서, 아스가르드를 위협하는 적, 서리거인들을 멸절시키면 오딘이 토르보다 자신을 특별하게 여길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토르의 그늘 속에서 살다가 처음으로 왕으로 군림하게 됐고, 평소에 자신을 멸시하던 워리어스 쓰리와 레이디 시프 뿐만 아니라, 헤임달까지도 자신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이런 기회는 아마 다음은 없을 거라고 여겼기에 로키의 절박함은 커졌고, 결국 이런 일까지 저지르게 된 것이다.

“난 아버지의 명령을 따랐던 거야.”

“네 거짓말은 뱀의 혓바닥을 닮았구나!”

“형. 돌아와서 기뻐. 난 서리거인들을 벌하겠어.”

“로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궁니르의 창날이 달아올랐다. 황금의 빛이 궁니르를 통해 뿜어져 나와 토르를 덮쳤다. 묠니르로 간신히 방어하긴 했지만 토르는 침전 벽을 뚫고 왕궁 밖으로 나가 떨어졌다.

“로키!”

프리가가 애타게 불렀지만 로키는 돌아보지 않았다. 다만……

“모든 건 돌아와서 설명할게요.”

그 말만 남긴 채 로키는 침전 밖으로 뛰쳐나갔다. 왕궁을 빠져나온 로키는 오딘의 애마이자 8개의 다리를 가진 슬레이프니르를 타고 비프로스트로 이어지는 빛의 다리를 건넜다. 보통 말이었으면 시간이 꽤 오래 걸렸겠지만 오딘의 애마 답게 슬레이프니르는 묠니르로 하늘을 나는 토르와 비슷한 속도로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빨랐다.

순식간에 비프로스트에 도착한 로키는 궁니르를 제단에 꽂아 비프로스트를 작동시켰다. 여기까진 이전까지 같았지만 이 다음부턴 이전과 달랐다. 로키는 비프로스트의 힘을 단순히 문을 여는 정도가 아닌, 에너지가 흘러넘치도록 계속 비프로스트를 열어놓았다.
비프로스트에서 쏘아져나간 빛은 얼음 행성 요툰헤임을 향했고, 엄청나게 흘러넘친 에너지는 요툰헤임의 대지를 갈아엎을 정도로 강력했다.

‘플래닛 병기’라는 지구의 용어를 사용할 정도로, 비프로스트는 행성을 박살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병기였다. 비프로스트를 작동시킨 로키는 궁니르를 제단에서 빼낸 뒤, 그 자리에 고대 겨울의 상자를 꺼내 고정시켰다. 고대 겨울의 상자에서 나온 냉기가 제단을 포함한 비프로스트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었을 때가 되서야 토르가 묠니르와 함께 비프로스트에 도착했다.

“무슨 짓을 한 거냐?”

“형은 날 막지 못해. 난 요툰헤임을 비프로스트로 박살낼 거야.”

비프로스트로 요툰헤임을 박살내겠다는 살벌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동생을 보니 토르는 기가 막혔다.

“왜 이러는 거냐, 로키?”

“아버지께 자랑스런 아들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어. 아버지께서 깨어나면 내가 목숨을 구했고, 서리거인 놈들을 모조리 죽이고 나면 나를 인정하겠지.”

“겨우 그런 이유로 서리거인들을 다 죽일 순 없어!”

토르가 반박하자 로키는 이상하다는 눈으로 형을 바라보았다. 그가 알고 있는 형, 토르는 서리거인들의 목숨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행동했었는데, 이제와서 그들의 목숨을 걱정해주고 있다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째서? 왜 갑자기 괴물들한테 자비를 베풀지? 형은 그들을 맨손으로 다 죽이려고 했잖아!”

로키가 비난하자 토르는 잠시 슬픈 표정이 됐다. 과거의 실수를 똑바로 마주하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토르는 영웅이었고, 자신의 실수에게서 고개를 돌리는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

“그건 내 잘못이고, 내 실수였다. 그 실수로 난 달라졌다.”

“나도 변했어. 비프로스트를 멈추려면 목숨을 걸어야 할 거야!”

“어리석은!”

로키는 궁니르를 휘두르며 토르에게 덤벼들었다. 토르가 묠니르로 창을 막자 두 무기 사이에선 스파크가 튀었다. 불꽃의 창 궁니르와 번개의 망치 묠니르라는 아스가르드가 자랑하는 두 신기가 얼어붙은 비프로스트 안에서 화려하게 맞부딪혔다.

두 형제의 비극적인 싸움은 더욱 격렬해졌다. 아스가르드 최고의 전사는 토르였지만 로키 역시 어렸을 때부터 토르, 워리어스 쓰리, 레이디 시프와 함께 전사로서 훈련을 받아온 정예 전사였다. 에인헤야르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궁니르를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숙련된 창병, 그 이상이었다.

묠니르로 궁니르의 창날을 쳐낸 토르는 뒤로 두어걸음 물러나면서 소리쳤다. 이대로 뒀다가 비프로스트가 파괴되든, 그 에너지에 요툰헤임이 파괴되는 결과만 초래될 뿐이었다. 토르는 망치를 내리면서 동생을 설득했다.

“아우야, 난 싸우기 싫다.”

“난 네 동생이 아니야! 그랬던 적이나 있었나?

“로키!”

“난 왕좌 따위 원한 적 없었어! 내가 원했던 건 형과 동등해지는 거였어!”

그제야 토르는 로키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알 수 있었다. 로키의 비극은 아버지가 자랑스러워했던 형처럼 되고 싶어 했다는 데 있었다. 비록 성숙하지 못했지만 오딘은 토르는 충분히 인정했고, 그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대관식까지 열었을 정도였다.
거기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훈련을 받고 함께 지내왔던 워리어스 쓰리나 레이디 시프도 토르에게 더 깊은 신뢰와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로키는 그런 토르가 되고 싶었던 거였다.

평생 2인자로 살면서, 토르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왔던 로키는 만인이 우러러보는 형이 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로키는 지구에서 깨달음을 얻기 이전의 오만하고 폭력적인 토르이 모습을 그대로 본 뜬 것이다.
자신이 과거에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고, 별 생각 없었던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어떤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토르는 또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로 인해 네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 미처 살펴보지 못했다. 미안하구나, 아우야.”

“미안하다고? 왜 이러는 거야? 도대체 지구에서 뭘 했기에 이렇게 착해진 거지? 요툰헤임과 일전을 벌이겠다고 호기롭게 외치던 게 바로 위대한 토르 아니었나?

“로키.”

눈물까지 맺힌 채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동생을 보던 토르는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그건 로키의 손에 들린 궁니르의 미묘한 떨림이었다. 불꽃의 창 궁니르는 묠니르와 함께 아스가르드의 신기이자,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창이었다.

그 위력은 절대적이었으며, 묠니르 정도의 신기가 아니면 맞상대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알려진 그 무기가, 지금 소리없이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궁니르의 떨림을 본 토르는 아주 오래전 자신에게 묠니르를 물려줬을 때 오딘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궁니르에겐 선도, 악도 없고 오직 사용하는 이의 강한 의지를 따를 뿐이다’

왕을 상징하는 신기가 갑자기 왜 저렇게 격렬하게 반응하는 건가? 로키도 궁니르의 진동을 느꼈는지 눈물 맺힌 눈으로 궁니르를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로키의 의식 속으로 누군가 말을 건네왔다.

[네게…… 힘을…… 주겠다.]

“로키! 궁니르를 버려!”

동생의 안위가 걱정된 토르는 달려들어 궁니르를 로키의 손에서 떼어놓으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궁니르로부터 시커먼 에너지가 뿜어져나왔다. 토르는 반사적으로 묠니르를 들어 번개로 어두운 에너지를 막았지만, 그것이 자신을 뒤로 밀어내는 것까진 막아내지 못했다.

묠니르의 번개로 어두운 에너지를 쳐낸 토르는 로키를 집어삼킨 암흑 에너지의 결정체를 보곤 할 말을 일었다.

그것은 검은 연기와 같은 망토였는데 끝자락은 검은 불꽃처럼 너울거리고 있었다. 검은 불꽃에 가려 로키의 얼굴도, 장난끼 가득한 눈도 연기에 가려보이지 않았다.

검은 불꽃에 전신이 삼켜진 로키는 궁니르를 들고 있지 않은 손을 들어 토르를 겨누었다. 그의 손에서 사람 머리만한 불꽃이 튀어나오자 토르는 다시 묠니르의 번개로 막아냈다.

궁니르의 검은 불꽃.

선이란 개념도, 악이란 개념도 없는 궁니르는 주인에게 절대 복종하는 묠니르와 달리 자신이 주인을 선택하며, 주인으로 인정한 이의 의지를 구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딘의 손에선 황금의 불꽃을 보여줬지만, 절망과 슬픔에 빠진 로키의 손에선 검은 불꽃을 내뿜게 된 것이다.

“로키!”

[난…… 난……]

번개로 불꽃을 소멸시키자 그 다음은 검은 불꽃이 휘두르는 궁니르 차례였다. 오딘을 제외한 아스가르드 최강자이자, 완력으로는 이 세상에서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토르가 검은 불꽃의 로키가 휘두른 궁니르를 막곤 뒤로 튕겨졌다.

“크윽!”

연이어진 궁니르의 참격을 몇몇은 묠니르로 막아내고 몇몇은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토르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묠니르도 검은 불꽃에 뒤덮힌 궁니르를 그냥 막을 수 없다는 걸 느꼈는지 토르의 힘인 ‘번개’를 상시 두르고 궁니르의 참격을 막았다.

하지만 검은 불꽃화한 궁니르를 막는 건 번개를 두른 묠니르와 토르로서도 힘든 일이었다. 10여합을 간신히 막았지만 순간 날아든 창자루에 맞은 토르는 몸을 뒤집으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로, 로키……”

궁니르의 검은 불꽃에 삼켜진 로키는 전설 속에 등장하는 악마처럼 토르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나는…… 형이…… 토르가…… 될 거야……]

“로키……”

검은 불꽃에 휩싸인 채 로키는 토르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내뱉으며 그를 죽이려고 했다. 항상 형의 그림자로만 살아왔던 세월이, 그 울분과 슬픔이 전부 검은 불꽃으로 나타나 로키의 육신을 태우고 있었다.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