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자시리즈 최후의 전설, 지금은 안식의 날만 찾고 있는 용자왕 가오가이가 일상, DAILYLIFE




아마도 내 마음을 뜨겁게 만든 애니메이션이 뭐냐고 물어보면 용자왕 가오가이가를 놓고 가기 어려울 정도로... 내게 가오가이가는 최강의 용자왕이다.

용자 엑스카이저를 필두로, 태양의 용자 파이버드, 전설의 용자 다간, 용자특급 마이트가인, 용자경찰 제이데커, 황금용자 골드란, 용자지령 다그온으로 이어진 용자 시리즈는 다그온 때 위기를 겪게 된다.


아이디어는 나름 참신했는데 말이지... 근데 애들한텐 먹히기엔 너무 연령대가 높아...


위기를 겪게된 용자시리즈를 살려보자고 생각한 선라이즈는 당시 용자 시리즈의 스태프를 모두 모은 드림팀을 만들어 최후의 용자를 만들어냈고, 그것이 바로!



용자왕 가오가이가 였다.


내가 용자왕 가오가이가를 처음 본 것은 KBS에서 방영했던 사자왕 가오가이거였다.-강수진 성우의 연기가 매우 돋보였...- 그때까지 내가 본 용자물은...




전설의 용자 다간(국내명: 전설의 용사 다간)






태양의 용자 파이버드(국내명: 지구용사 선가드)







용자경찰 제이데커(국내명: 로봇수사대 K캅스)





용자특급 마이트가인(국내명: 마이트가인)



가 전부다. 이 중에서 가장 애정하는 작품은 전설의 용자 다간인데, 그레이트 다간 GX의 최종 무기가 검이 아닌 게 마음에 들었고, 세븐체인저의 간지는 정말 최고였다.


그보다 그레이트급 용자가 최종 보스에게 전혀 상대가 안 되는 점도 어린 시절 내게 완전 충격이었다.



​그레이트 합체를 해도 상대가 안 됐고, 결국 전설의 힘이라는 버프를 받고서야 오보스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다.





용자왕 가오가이가 TV판은 1997년 2월 1일~1998년 1월 31일까지 전 49화로 완결됐다.

용자왕 가오가이가는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용자 시리즈의 특징이 합체 장면은 뱅크신으로 때우는 건데, 용자왕 가오가이가의 합체신은 뱅크신이라고 해도 그냥 계속 봤다. 가오가이가의 프로텍트 셰이드, 헬 앤드 헤븐이나 미러 코팅 후 용자로봇들을 사출하는 장면 등에 컴퓨터 그래픽을 적극 활용했는데, 작화의 질이 상당히 좋다.


용자왕 가오가이가 TV판은 과거로의 회귀가 기본 컨셉이었다. 가오가이가나 용자로봇들이 단독으로 활약하는 게 아닌, 기지와의 연계가 매우 중요해졌고, 과거 마징가Z 시절 로봇의 파워업(제트 스크랜더나 드릴 미사일 등 추가 무장들)은 가오가이가가 사용하는 수많은 툴로 작중 표현된다.

그래서 가오가이가의 별명이 공구왕이었지.


그렇게 과거로의 회귀라는 컨셉을 잡았지만 무너져가던 용자물을 가오가이가 한 작품만으로 뒤집는 건 불가능했다. 청소년 이상을 타겟으로 한 각본과 분위기덕택에 아이들에게 어필하지 못했고 시청률도 2%대로 낮았다. 용자시리즈 전성기엔 시청률 4%를 넘나들었다고 한다.

시리어스한 전개와 작품 자체의 높은 퀄리티가 나름 어필했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거대로봇물은 건프라로 대표되는 건담시리즈를 제외하곤 아이들이 관련 완구를 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용자 시리즈에서 계속 사이드킥으로 어린아이를 등장시키는 거고, 엘드란 시리즈는 아이들이 아예 로봇을 조종하지...

용자물이 이제까지 쌓아온 것들을 재활용해 나름 세련되게 다듬은 것에 불과한 ‘과거로의 회귀’라는 회심수도 제대로 먹히지 못한 것이 가오가이가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거대 로봇물은 용자 시리즈, 엘드란 시리즈가 무너지면서 지금까지 회복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건담 시리즈가 체면치레를 하고 있지만 차기작들이 망하는 순간, 다른 거대로봇물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이거 때문에 건담 시리즈도 꽤 휘청거렸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말이지...


결국 가오가이가는 최후의 용자라는 타이틀을 달아야만 했다. 사실 가오가이가를 용자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총력을 기울여 화려하게 마무리하려고 했던 작품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가오가이가가 흥행이 됐으면 선라이즈가 후속 용자 시리즈를 만들지 않을 리 없으니... 용자시리즈의 종결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 져야할 거다.


용자왕 가오가이가 FINAL OVA 전 8화 2000년부터 2003년에 걸쳐 6개월간의 텀을 두고 발매됐다.

다른 용자 시리즈들과 다르게 가오가이가는 OVA가 발표됐다. 그리고 난 여기서 용자왕의 모든 전설이 끝나는 줄 알았다.

용자왕 가오가이가 FINAL은 용자 시리즈를 보고 자랐던 세대들의 어린 시절 추억과 중2병을 적절히 자극시켜주고, 마지막에 감동의 눈물까지 흘리게 만들어줬다고 본다.

FINAL이 나왔을 무렵에 군 입대를 했기 때문에, 최종화는 군대에서 봤다. 최종화가 나왔다는 소식에 휴가 나오자마자 바로 용산부터 뛰어갔던 기억이 난다.

OVA인 FINAL은 TV판과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TV판은 과거로의 회귀라는 컨셉에 맞게 가오가이가 단독으로 미션을 해결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기지와의 연계나 여러 파워업, 그리고 디바이딩 드라이버를 비롯한 각종 툴을 이용해 사건을 헤쳐나가고, 승리를 거두지만 OVA는 가오가이가의 동력원인 G스톤 빨로 다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용기 드립이 너무 남발됐다는 느낌이다.

가오가이가를 포함한 용자 로봇들이 솔 11유성주와 싸울 때 자폭성 연출이 나오지만 살제로 자폭성 공격을 감행한 건 격룡신 정도고, 나머진 그냥 폭발에 휩쓸린 게 다다.

빙룡과 염룡은 슈퍼노바를 근접해서 사용하느라 그랬고, 광룡과 암룡도 내장 탄환 X로 라우드 G스톤을 강제로 폭주시키는 과정에서 폭발에 휩쓸렸다. 볼포그도 멜팅 사이렌으로 포르탄의 장갑을 녹인 다음 실버 문으로 찌른 상태에서 터졌지...

사실 용자들이 저렇게 싸울 수밖에 없었던 게, 파츠Q머신을 솔 11유성주에게 빼앗긴 상태였고, 저들은 무한 복제가 가능했기 때문에 대량 복제를 유도하기 위해 솔 11유성주를 어떻게든 몰아붙일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일종의 치킨 게임인데... 문제는 연출이었다. 용자 드립을 치면서 저런 공격을 해대니 보는 사람 입장에선 자폭기로밖에 안보이는 거지.


​가오가이가와 기지의 연계가 가장 돋보였다고 생각하는 에피소드. 도쿄가 융기됐을 때 주위를 감싸고 있던 에너지막을 걷어내기 위해 가오가이가의 모든 툴이 총동원됐고, 용자 로봇들의 서포트도 등장했다.


결국 최후의 일격은 골디언 크래셔라는 지구제 툴로 해결하지만 이제까지 가오가이가의 주요 테마 중 하나인 ‘어떠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방법을 찾아낸다’가 ‘어떠한 상황에도 용기로 밀어붙인다’로 바뀐 거 같아서 조금 많이 아쉽다.


그래도 막타는 이걸로 때리더라고...


그리고 생각해보니 OVA는 TV판을 보다 한번쯤 상상하게 만드는 VS 놀이가 참 많이 나왔다.

가오가이가 FINAL 2편에서 헬 앤드 헤븐 VS 골디언 해머, 헬 앤드 헤븐 VS 헬 앤드 헤븐이 나왔고, 5편과 6편에 걸쳐 골디언 해머 VS 제이쿼스가 나왔더랬지...



2편에서 헬 앤드 헤븐에 박살난 골디언 해머는... 설정상 이유가 드러났는데, 햄머 헬을 할 때 그냥 망치로 때려박는 거지, 골디언 해머의 중력파를 발산하지 않아서, 스타 가오가이가의 헬 앤드 헤븐 위타에 반격 당해 그대로 박살...


​중력파가 발생하지 않은 골디언 해머는 그냥 무거운 뽕망치일 뿐...



여기서 체면을 구긴 골디언 해머는 6편에서 제이쿼스를 빛으로 갈아버렸... 제이쿼스: 왜 나한테 화풀이야!

사실 제이쿼스는 물리적인 실체에 J파워를 덧씌울 뿐이라서 뭐든지 중력파로 소립자 분해시키는 골디언 해머를 정면대결에서 이길 수 없다...

FINAL 마지막 에피소드 8편의 제목은 ‘신화’이고, 나레이션도 ‘이것은 생명을 초월한 용자왕 최후의 신화’라고 말하는 만큼, FINAL은 나름대로 멋지게 마무리했고, 여기에서 용자왕 최후의 신화가 멋지게 마무리되는가 싶었다.


이래서 끝인 줄 알았지...



그런데 용자왕 가오가이가 FINAL GGG라는 게 나오면서 뭔가 불길한 기운이 샘솟기 시작했다.




2003년 8부로 완결되고 2년 후인 2005년에 용자왕 가오가이가 FINAL의 TV판 버전이 방영됐다. 원작과의 구분을 위해 ‘용자왕 가오가이가 FINAL Grand Glorious Gathering’로 새 제목을 달았고, 2005년 4월 11일부터 6월 27일까지 총 12부작으로 완결됐다.

FINAL의 결말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뭔가 결말이 달라지나 싶어서 한번 봤는데, 결말은 같았다. 쳇...
FINAL과 FINAL GGG의 차이는 가오가이가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베터맨의 요소를 대거 추가했다. 사실 이때까지 베터맨은 가오가이가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이어서, ‘얘넨 누구야?’가 내가 느낀 의아함의 전부였다.

FINAL에선 많이 나오지 않았던 TV판의 장면을 넣고, 베터맨 내용을 많이 추가했지만 FINAL의 스토리에 녹아들지 못해 혼란함만 더했다. FINAL에 등장하는 인물 중 베터맨과 그나마 관련이 있는 사람은 FINAL에서 추가된 캐릭터 파피용 느와르 밖에 없을 정도니... 나만해도 베터맨을 잘 몰라서 얘네는 누군가요?라는 의문을 작품을 보는 내내 달고 있었다.

파피용 말고는 베터맨과 연결점이 없다. 있다면 가이아인가? 걔가 가이한테 에볼류더 드립치면서 힘내라고 한 거 정도?



용자왕 가오가이가 FINAL GGG에서 느낀 불길함... 그때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알게 된 어떤 분이 FINAL GGG를 두고 ‘장렬히 산화한 용자왕의 재를 박박 긁어모으는 거 같다’라고 평했는데...



가오가이가 FINAL GGG는 이 작품의 포석에 불과했다. 이 다음에 나온 것이 그 문제의 패계왕 가오가이가 대 베터맨...

가오가이가 FINAL이 완결된 이후의 후속작을 만들려는 계획이 있었고, 그것은 프로젝트 Z라는 이름으로 설정이 어느 정도 만들어진 상태였다.

프로젝트 Z는 용자왕 가오가이가 FINAL GGG DVD 박스에 동봉된 특전으로 풀린 짤막한 단편 영상으로 공개된 떡밥인데, 단편 영상이라고 해도 영상이 아니라 컨셉 사진과 나레이션이 곁들어진 내용이 전부다.




이때 공개된 건 어느 정도 자란 마모루와 아르마의 모습과 함께 가오가이고의 모습, 그리고 목성과 융합한 패계왕 가오가이가 정도만 공개됐기 때문에 참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저렇게 다 보여주고 이렇게 미완이라고 떡하고 박아버리면 당연히 기대하게 되잖아...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2016년 패계왕 가오가이가 대 베터맨이 웹소설로 나온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이를 통해 2006년 용자왕 가오가이가 FINAL GGG DVD 발매 당시 짤막한 부록 영상으로만 남겨진 채 미궁으로 빠져가는 듯했던 프로젝트 Z가 마침내 10년이 지난 후에야 본격화된 셈이다.

패계왕 가오가이가 대 베터맨은 번역된 웹소설을 적당히 읽어봤는데, 아직 현재 연재분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모르겠다. 내가 본 부분은 시시오 가이가 극적으로 귀환하고, 패계의 권속들이 등장하는데, 마이크 사운더스 13세와 스탤리온 화이트에 이어 볼포그가 마모루와 교전하는 내용까지다. 이후에는 킹 제이더에 환룡신, 강룡신-너네는 FINAL엔 안나오고 왜 여기서 나오는 거냐?-까지 나오고 아주 난리가 났다더라.

나름 마지막까지 본 웹소설판을 읽어본 느낌은 과거로의 회귀에 충실,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TV판에서, 용기의 위대한 힘을 끊임없이 강조했던 FINAL에 이어, 웹소설 판은... 왠지 코스믹 호러를 보는 거 같다는 거?

이런 거 보면 코스믹 호러라고 느낄 법도 하지... 제네식하고 융합된 저거 목성이다.


TV판도, FINAL도 지구가 박살이 날 뻔한 위기가 여러 번 찾아왔었지만, 패계왕 가오가이가 대 베터맨의 전 우주적 위기는 감이 제대로 오지 않을 정도다.

패계왕 가오가이가 대 베터맨에 대한 생각은... 설정은 참신하고 괜찮은 부분이 많다는 것. 하지만 최근 들어 추억 속의 애니메이션들에 굳이 손을 대서 실망감을 안겨준 사례가 너무 많아서 걱정이 된다.

이럴 때는 얘를 예로 들라고 배웠습니다. 손오공이 아니라 손육공이 된 등신이에요.


이럴 거면 안 나오면 좋고, 그러지 않다면 쌍수들고 환영할 일이다. 추억팔이들이 육공이처럼 나오면 위험할 거 같다는 생각이다. 나올 거면 제대로 각 잡고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선라이즈가 용자 시리즈를 만들지 않은 지가 너무 오래 됐고, 가오가이가가 용자 시리즈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애니메이션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결국 중요한 건 웹소설이 얼마나 잘 되느냐라는 건가... 애니화는 기대를 접자.


근데 이런 모습들을 보면... 아까도 언급한 인터넷 사이트의 어떤 분의 말처럼 모든 걸 불사르고 장렬히 산화한 용자왕을 쉬지 못하게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FINAL GGG에서부턴 장렬히 산화해 재만 남은 용자왕의 흔적을 박박 긁어모으는 거 같다고 할까?

정말 사랑스러운 작품인데, 이제 좀 안식의 날을 찾아주면 안 될까... 싶다.

덧글

  • 존다리안 2020/12/02 17:26 #

    제 닉이 존다리안입니다.
    패계왕은 원인대로 갈 걸 그랬습니다.
    그랬다면 한국과 일본의 전직 로봇소년들이 떨치고 일어났을 텐데....
  • SAGA 2020/12/02 20:23 #

    전 FINAL GGG부터 장렬히 산화한 용자왕의 재를 박박 긁어모은다는 느낌이라서요... 용자왕에게 안식을 줘... 이런 생각이라...ㅎㅎㅎ

    근데 패계왕이 원안에서 비틀린 모양이군요. 그건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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