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3부 Iron Man: Demon in the Chest 제4편 유산 (1) 팬픽, FAN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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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3부 Iron Man: Demon in the Chest


제4편 유산 (1)

퓨리가 아버지의 소지품을 가져다 준 시간부터 토니는 아버지가 남긴 힌트가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 사실 퓨리가 주고간 힌트라고 한 자료들은 특출난 자료가 아니었다.
이미 토니가 너무 많이 봐서 구조를 그대로 그리라고 하면 그려낼 수 있는 아크리액터 설계도와 하워드의 수첩, 그리고 여러 가지 신문기사와 사진. 각종 연구 자료들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 모든 건 토니가 이미 여러 경로로 알고 있던 자료들이었고, 그나마 모르는 자료는 양이 꽤 많아서 천하의 토니라도 읽어보는데 시간이 좀 많아 걸렸다.
눈에 띄는 자료가 하나 더 있었는데 그건 지금 열리고 있는 스타크 엑스포의 프로토 타입 버전에 해당하는 하워드의 인터뷰 영상 모음집이었다. 토니는 영사기를 가져와 아버지의 영상을 한 쪽에 틀어놓고 하워드가 남긴 자료를 계속 뒤적거렸다.

[……과학은 모든 걸 가능케 합니다. 윤택한 삶, 질병 정복.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평화도 가능하죠.]

[하워드 스타크입니다. 미래가 이곳에 있죠. 미래의 도시? 내일의 도시? 잠시만……]

[하워드 스타크입니다. 미래가 이곳에 있죠.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전 직원을 대표해……]

NG영상까지 전부 모아놨는지 영상은 끝없이 재생되고 있었다. 영상을 중간 중간에 힐끔 보면서 토니는 하워드가 남긴 수첩과 연구자료를 읽는데 주력했다.

“자비스, 거기 있지?”

[물론입니다, 주인님.]

“아버지가 남긴 아크리액터와 관련된 자료는 다 모았나?”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데이터까지 모두 수집했습니다. 결과만 말씀드리면 ‘큐브’라는 이름의 물체에 대한 연구데이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큐브의 실체는 찾을 길이 없습니다.]

“그래? 스타크 인더스트리에 없는 거라면 어디에 있는 거지? 쉴드에 있는 건가?”

[아마도 그럴 거라고 추정됩니다.]

자비스의 대답을 들으며 토니는 하워드의 수첩 한 페이지를 넘겼다. 거기에도 자비스가 찾은 큐브에 대한 정보가 기록돼 있었다. 자비스는 큐브의 실체까진 찾아내지 못했는데 그 이유를 알 거 같았다.
하워드는 정말 중요한 정보는 자신이 직접 기록한 수첩에만 남겨두고 그 외에는 전부 폐기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자비스가 스타크 인더스트리에서 찾은 아크리액터 관련 데이터에서 큐브의 이름만 찾아낸 것이다.
토니는 수첩에 그려진 정육면체 모양의 큐브 그림을 보고는 그걸 태블릿 PC에 저장해뒀다.

[토니, 그거 내려놔. 내려놓으라고. 엄마 어딨어? 마리아!]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영상에 토니는 큐브를 기록하던 손을 멈추곤 영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영상에는 어린 시절의 토니가 엑스포 시설 조형물을 가지고 장난치는 모습과, 그걸 엄히 나무라는 하워드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아버지가 어린시절 자신을 혼내는 걸 보니 좋지 않았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토니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 영상이 끝난 뒤에 계속된 촬영에 지쳐가는 하워드의 모습이 나타났다. 계속된 NG에 긴장이 됐는지 하워드는 토니의 기억 속에선 그다지 즐기지 않았던 위스키까지 마시고 있었다. 결국 위스키에 취했는지……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전 직원을 대표해…… 그냥 내 엉덩이나 보시죠~! 이제 그만해! 충분히 찍었잖아? 먹고 살기 힘들군.]

“저런 영상에서 기대할만한 건 없겠군. 자비스, 쉴드를 해킹할 수 있나?”

[할 수는 있습니다만 흔적을 남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어차피 수수께끼를 풀어보라고 한 사람이 쉴드의 우두머리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쉴드를 해킹해. 큐브가 뭔지 한 번 알아봐야겠어.”

[알겠습니다.]

큐브의 궁금증을 자비스에게 맡긴 토니는 영상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하워드 스타크.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이자,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창립자.
본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재능을 인정받아 성공하게 되고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는 전략과학부(S.S.R.)에 소속돼,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를 탄생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등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엔 페기 카터, 체스터 필립스와 함께 쉴드를 창설했다.

2차 세계대전 버전 토니 스타크라고 불릴 정도로 유능한 사람이었지만 자식에게는 그리 따뜻한 아버지가 되지 못했다.
항상 일에 바빴고, 천재성과 함께 자신의 기질을 그대로 물려받은 토니를 항상 나무랐다.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며 그를 본받아야한다는 말만 수천번도 넘게 들을 정도였으니 말 다한 셈이다. 덕분에 토니에게 작긴 하지만 정의감, 책임감 같은 게 생겼으니 나름대로 성공한 교육이라고도 볼 수 있다.

화려하고 우아한 것을 좋아하는 토니와는 달리, 간단한 걸 선호했다. 좋은 도구나 제품은 사용하기 간단해야지, 복잡하면서 폼만 요란한 건 장식품과 다를 바 없다는 게 하워드의 지론이었다.

그런 아버지는 토니가 미처 성인이 되지 못했을 때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어머니와 함께 출장을 갔는데 그날 토니는 늦잠을 자는 바람에 부모님을 배웅하지 못했다.

평소에도 데면데면하던 부자 사이였기 때문에 서로에게 ‘사랑한다’라는 말은 해본 역사가 없었다. 그냥 표현하지 못해도 대충은 알고 있겠거니로만 생각하다가 마지막 순간에는 그 말을 하지 못했다.

그건 지금도 토니의 가슴에 남아있는 ‘한’이었다.

그때였다.

[토니, 지금은 어려서 아직 이해를 못할 테니 이렇게 영상으로 남겨둔다.]

NG영상들과 다른 매우 진지한 하워드의 모습에 토니는 하던 일을 전부 내려놓고 영상에 집중했다.

[이건 널 위한 거다. 네가 크면 알게 되겠지만 이건 단순한 박람회장이 아니야. 내 평생에 걸친 업적을 담고 있어. 미래를 만들 기술이란다. 내 시대에서는 완성시킬 수 없겠지만 네 시대의 기술력이라면 가능할 거야. 그리고 완성시킨다면 세상을 변화시킬 거야.]

잠시 말은 멈춘 하워드는 영상 밖 토니를 정말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예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내 최고의 작품은 토니, 바로 너란다.]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코끝이 찡해져왔다.

토니에게 있어 아버지 하워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감정으로 얽혀있는 사람이었다. 아버지의 냉정함에 질린 적이 많았지만, 자신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언제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스티브 로저스를 본 받아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조차도 안했을 테니까.

솔직하게 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 탓에 하워드는 겉으로는 아들을 한심하다고 표현해왔다. 거기다 하워드를 100% 빼닮은 아들 토니는 아버지의 의도를 잘 알아채지 못하고 ‘언제나 나에게 차갑게만 대한다’고만 인식해왔다.
하지만 토니는 알고 있었다. 하워드는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겼다는 것을…… 그렇기에 오늘 본 영상은 토니의 마음을 깊게 울렸다.

그 울림은 토니에게 하나의 깨달음을 줬다.

[주인님, 큐브에 대한 데이터를……]

“자비스, 페퍼에게 가봐야겠어.”

[지금 말리부 저택은 쉴드에 의해 외부 출입이 격리된 상태입니다.]

“언제부터 그런 격리에 영향을 받았다고. 개구멍 있잖아. 그리로 나가지.”

[마크4를 대기시킬까요?]

“헬멧 수리도 못했잖아. 그냥 차로 가지.”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아버지의 수첩을 쓰다듬으며 토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드에게처럼 페퍼에게도 자신의 상태를 솔직히 말하고 사과하겠다는 다짐을 한 채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산맥 남쪽에서 콜로라도 하곡으로 뻗은 모하비 사막.
메마르고 건조한 사막이라고 해도 사람이 아예 살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모하비 사막 내에는 제임스 로드 중령이 근무하는 에드워드 기지가 있었고 남서부에는 작은 마을도 있었다.
그리 크진 않았지만 지나가는 여행객이나 에드워드 기지에서 잠시 외박 나온 군인들이 잠시나마 머무르기 충분한 규모의 마을이었다.

마을 중앙 거리에 위치한 한 허름한 술집. 간판에는 ‘화려한 맹세’라는 이름이 적혀져 있어 이 술집 주인이 얼마나 안일한 네이밍 센스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검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이 더운 곳에 오면서 검은색 계열의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이 술집의 스윙 도어를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선 남자는 선글라스를 벗어 얼굴을 드러내면서 술집 안에 있는 사람 중 자신과 약속이 되어 있는 사람을 찾았다.
술집 구석에 가벼운 와인으로 입술을 축이고 있는 남자, 아마빛 머리카락과 와인을 마시는 입술 사이로 언뜻 보이는 날카로운 송곳니, 그리고 호승심이 가득 담긴 눈동자와 핏기라곤 찾아보기 힘든 하얀 피부를 가진…… 검은 정장의 남자는 슈릭터를 알아보고 그에게로 걸어갔다.

“오랜만입니다, 슈릭터 씨.”

“왔군.”

슈릭터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넨 검은 정장의 남자는 맞은편의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남자가 슈릭터의 테이블에 합석하는 것을 본 술집 종업원이 급히 달려왔고, 귀엽고 발랄한 여종업원을 본 남자는 한쪽 눈을 살짝 감으면서 그녀에게 윙크를 보냈다.

“아가씨의 정성이 담긴 안주와 아가씨의 노력이 담긴 맥주 한잔~!”

“아, 예. 예~!”

이 세계 기준으로 미남 기준에 충분히 충족될 정도의 얼굴을 가졌기에 남자의 윙크와 작업용 멘트에 여종업원에게 제대로 먹혔다. 종헙원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홱하고 돌렸고 남자의 주문대로 안주와 맥주를 가져오기 위해 주방으로 뛰어가 버렸다.

“……또 작업인가?”

“이해해주시죠. 이 세계 아가씨들은 너무 순진해서 말입니다. 놀려먹는 재미가 솔솔하거든요.”

“……그런가?”

“우리 세계의 여자들이라면 느끼하다면서 당장에 따귀를 때릴 테지만 여기 아가씨들은 안 그렇더군요.”

“……좋군.”

좋다는 말은 남자의 생각에 동감한다는 말이 아닌, 자신이 마신 와인의 맛이 훌륭하다는 뜻이었다. 슈릭터는 비워진 와인잔에 다시 와인을 따랐다.

“그나저나…… 날 보자고 한 이유는 뭔가?”

“여전히 성격이 급하시군요. 급하게 왔더니 저도 목이 칼칼해서요. 맥주가 나오면 말하죠.”

“……시덥지 않은 소리는 집어치워.”

슈릭터가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합죠. 저희가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큐브’를 찾았습니다.”

“뭐?”

하늘이 무너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거 같던 슈릭터의 눈이 크게 떠졌다. 와인을 따르던 그의 손길이 멈춰졌고 쿵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와인 병이 테이블과 충돌하는 소리가 들린 후 3초쯤 지난 다음…… 슈릭터가 물어왔다.

“무슨 소리냐?”

“말 그대로입니다. 큐브를 찾았습니다.”

“큐브를? 지금 어디에 있지?”

“쉴드에 있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쉴드인가, 그런 곳에 있었던가?’라고 슈릭터의 입술이 움직이는 걸 남자는 볼 수 있었다. 말은 안했지만 입술은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까 남자가 반 장난삼아 추파를 던진 아가씨가 푸짐한 안주거리와 맥주 한 잔을 들고 그들 테이블에 다가왔다. 그녀의 뒤에서는 주인이 ‘안돼~! 고작 맥주 한 잔 시킨 손님에게 그렇게 많은 안주를 가져다주다니~! 라고 절규하는 모습도 들어왔다.

“주문하신 맥주와 안주가 나왔습니다.”

“아, 고마워요~! 아가씨의 노력과 정성이 한눈에 보이는 거 같군요.”

“어머, 참……”

“이 갸날프고 여린 손가락으로 이 미천한 자를 위한 안주를 만들어주시고 시원한 맥주를 대접해주시니 정말 황송할 따름입니다.”

“어머머머, 그러실 필요가 없어요.”

거짓말 조금 보태면 갸날프다고 할 수 있는 아가씨의 포동통한 손을 잡은 뒤 남자는 그녀의 손등에 감사의 키스를 맞추어주었다. 덕분에 아가씨의 얼굴은 잘 익은 토마토보다 더 빨개졌고 아까와 같이 주방으로 도망치듯 사라져버렸다.

“장난은 그만 두지.”

“재미있잖습니까? 덕분에 푸짐한 안주도 얻었고. 안주 없이 어떻게 술을 마시려고 하는 거죠?”

“……술은 음미하는 거라고 데미안이 그러더군..”

애주가인 데미안 말로 선생의 말씀을 인용한 슈릭터에게 남자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아가씨가 푸짐하게 가져온 안주 중 튀김종류 하나를 입에 물었다.

“어쩔 생각이십니까?”

“무슨 말인가?”

“계약대로 큐브의 행방을 찾아드렸습니다. 이 다음은 어떻게 하실 건지 궁금해서요.”

“글쎄……”

미적지근한 슈릭터의 대답에 남자는 앞에 놓여진 맥주잔을 집어들고는 입으로 가져갔다. 벌컥…… 벌컥…… 남자의 목젖이 움직이면서 맥주가 그의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맥주의 반은 위장 속으로 보내는데 성공한 남자는 입에 묻은 맥주 거품을 닦아내며 잔을 내려놓았다.

“으음, 상당히 고급품인데요. 작업에 들어간 보람이 있었군요.”

“……”

“전부터 묻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슈릭터 씨.”

“나에게?”

“예.”

맥주를 들이키고 난 뒤 남자는 맥주 한 잔을 더 시킨 뒤 안주 하나를 입에 물었다. 빈속에 술이 들어가니 약간 알딸딸해져왔지만 사고회로는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었다.

“저희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큐브는 지구의 물건이 아닌, 아스가르드의 것이더군요.”

“……”

“도대체 ‘그 분’이 큐브를 찾으시려는 이유를 알 수 없어서요. 그 이유를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대답을 원하나?”

와인을 들이키면서 슈릭터는 그렇게 말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슈릭터는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분의 해방을 위해 필요하다. 그 이상은 나도 말해줄 수 없다.”

“해방이요?”

슈릭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와인을 들이켰고 남자는 아까 그 아가씨에게 맥주를 가져다 달라는 것을 취소하고는 다른 술을 시켰다.

“아가씨, 이 집에서 가장 독한 술을 주시겠어요? ‘망각의 미약’ 정도면 됩니다만……”

“예? 그 술은 너무 독한 술인데요.”

“아아, 상관없어요. 가져다주세요.”

곧 그들의 테이블에는 잔 두 잔과 ‘망각의 미약’이라는 이름을 가진 술이 놓여졌다. 남자는 술잔을 들어 슈릭터에게 건넸고 그의 술잔에 검붉은 색의 독한 향기를 가지고 있는 술을 따라주었다. 자신의 잔에도 술을 한잔 채우고는 남자는 잔을 높이 들었다.

“……그 분의 해방을 위한 건배는 어떤가요?”

“……나쁘지 않군.”

쨍~! 맑고 가벼운 소리가 술집 전체에 울려 퍼졌다. 남자와 슈릭터는 그대로 술을 들이켰다. 식도가 후끈 타오르는 느낌 그리고 배속이 뜨뜻해지는 느낌…… 남자는 비워진 술잔을 보면서 입술을 핥았다.

“으음, 이 느낌 오랜만이군요.”

“……또 마실 껀가?”

“당연하잖습니까?”

슈릭터는 남자의 빈 잔에다가 술을 따라주었다.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두 사람은 순식간에 ‘망각의 미약’ 한 병을 모두 비워버렸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얼굴에는 취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독한 술. 아무리 애주가라고 해도 한 잔만 마시면 그대로 뻗어버린다는 엄청 독한 술인 ‘망각의 미약’도 그들에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들의 정신은 더욱 맑아져왔다.

“싫어지는 군요. 도무지 알콜에 취함이라는 걸 모른다니……”

“오늘은 이쯤에서 적당히 하지. 나도 다시 작업을 하러 들어가야하니.”

“작업이라, 워머신 슈트 작업 말인가요?”

“반코가 나름대로 성실함을 보여서 말이야. 귀찮은 일이 됐어.”

“그런가요? 워머신 슈트가 어떻게 완성될지 궁금하군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남자는 반쯤 남겨진 ‘망각의 미약’을 모조리 입에 털어 넣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두 사람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입구 바로 옆에 붙어있는 계산대에 도착했다. 카운터를 보고 있던 아가씨는 아까 남자가 잠깐 추파를 던진 그 아가씨였다.
남자는 그 아가씨를 보고 뭔가 떠올랐는지 씨익 웃었다. 슈릭터가 지갑을 꺼내자 남자는 먼저 카운터의 아가씨에게 접근했다. 아가씨는 남자를 보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더니 모기알만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 가시게요?”

“아가씨의 정성이 너무 과분해서 제가 감당하기가 어렵군요. 다음에 다시 와서 아가씨의 남은 정성을 받으려고 노력을 해보겠습니다.”

“아, 저……”

“그럼, 안녕히…… 마드모아젤~!”

남자는 그녀의 손에 다시 한 번 키스를 해주었고 아가씨는 완전히 뿅 가버렸다. 그 사이 슈릭터는 천천히 바깥으로 사라졌고 남자 역시 계산은 하지 않은 채 아가씨에게 매력적인 미소를 흘리며 사라졌다.
……무전취식, 아니 술을 마셨으니 무전취음에 성공한 두 사람. 그리고 뿅 가버린 채 남자를 보고 하염없이 손을 흔들고 있는 아가씨…… 그 아가씨 뒤에서 완전 열 받은 얼굴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술집 주인…… 뒷일은 안봐도 훤하지 않은가?
다행히 더 일이 커지기 전에 슈릭터가 몰래 카운터에 내려두고 온 돈 덕분에 아가씨의 하루 시급이 날아가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술집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까지 걸어온 슈릭터는 무전취음의 주인공이자 자신의 공범인 이 남자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덕분에 잘 마셨네.”

“다음엔 슈릭터 씨도 한 번 시도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시끄럽군.”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그들은 수많은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