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죄에 대한 담백한 수사극, 화이트채플 일상, DAILYLIFE




영화는 꽤 열심히 보는 편인데, 드라마는 그리 잘 보지 않는다. 정말 필이 꽂혀야 보는 스타일인데, 한 번 필 꽂히면 밤을 새서라도 그 드라마를 다 본다.

예전에야 밤을 새서 드라마 봐도 버틸 체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힘들어서 -무조건 밤 11시에는 자야하니까-드라마를 고르는데 있어 좀 신중하게 하는 편이다.

그런 내게 있어 영국드라마는 좀 낯선 이야기였다. 일본드라마나 미국드라마는 우연한 기회에 접해서 내 나름대로 열심히 봤다. 미국드라마는 C.S.I. 마이애미의 광팬인 여동생 덕분에 보기 시작했는데, 정작 나는 C.S.I.는 보지 않고 크리미널 마인드를 봤다.

그걸 본 건 J.J. 때문에...



이후로 본 미드는...

스몰빌-하늘 못나는 ㄷㅅ이 슈퍼맨이래...-, 멘탈리스트-패트릭 제인이 90% 이상을 한 드라마-, 덱스터-조금 보다 말았다-, 터미네이터 사라 코너 연대기-여름양 때문에 보긴 했는데... 전개가 짜증났다-, 에이전트 오브 쉴드-영화와의 연계를 좀 더 했으면 좋았을 것을-, 데어데블, 디펜더-넷플릭스 제발 계속 만들어주세요- 등이다.


일본드라마는 순전히 기무라 타쿠야 때문에 보게 됐는데, 나중에 영화 이야기에서 하겠지만 기무라 타쿠야가 주연을 맡은 일드 히어로의 극장판을 보게 되면서 일드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히어로는 1시즌이지! 2시즌은 별로임


그러다 기무라 타쿠야의 다른 작품인 프라이드,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 롱베케이션, 체인지, 미스터 브레인 등을 보게 되면서 일드도 여러 편을 보게 됐다.


아, 겁나 잘생겼다. 젠장...



그래서 보게 된 일드는 아빠와 딸의 7일간-각키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거렸...-, 리갈하이-역시 각키에 빠져서...-, 탐정 갈릴레오-지각과 쾌락의 나선- 등이었다. 내가 본 일드의 대부분은 특촬물인 가면라이더, 슈퍼전대지만 말이다.


각키 때문에 본 드라마만 3편이었던가?



영국 드라마는 가장 먼저 본 것이 셜록이다.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이 현대를 살아간다는 독특한 발상은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사실 셜록 홈즈를 조금 이상하게 묘사한 듯해서 그건 마음에 안 들었다.


드라마와 별개로 셜록의 저 코트는 갖고 싶었다



하나 예를 들자면 내 기억 속의 셜록 홈즈는 여성의 지적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과 별개로 매우 신사적으로 대했는데, 셜록은 매우 무례했... 이건 로다주가 주연을 맡은 영화판 셜록 홈즈도 비슷하니 요새 추세인 건가?



이 분은 무례라기 보다는 왓슨과의 브로맨스에 더 열을 올리시는 분이라...



어쨌든 셜록 이후에는 본 건 별로 없는데...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가 화이트채플이다.




화이트채플은 영국 런던에 소재하는 경찰서 화이트채플의 수사반이 사건을 풀어가는 영국 드라마다. 장르는 추리수사호러. 잭 더 리퍼 등 악명 높은 범죄자들의 모방범죄를 다루고 있다. 2009년부터 채널 ITV에서 방영을 시작했으며 2013년 4시즌을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시즌1의 주연 3인방. 마일스, 챈들러, 버칸...


화이트채플 중 내가 본 건 시즌1 뿐이다. 원래 시리즈물로 제작될 드라마가 아니었다고 들었는데, 그 말대로 시즌1 자체로 이미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주인공의 정신적 성장도 완전히 끝나버렸기 때문에 시즌1만으로도 내겐 충분했다.

화이트채플 시즌1은 영국의 전설적인 연쇄살인마인 ‘잭 더 리퍼’와 그를 모방한 범죄에 대한 이야기다. 2시즌은 무슨 범죄자 형제에 대한 카피캣이라는데 그건 안봐서 모르겠다.


화이트채플의 주인공은 조셉 챈들러 경위인데, 시즌1 초반에 연줄을 통해 화이트채플 서의 수사반 경위 직에 앉아 낙하산으로 수사반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그의 아버지에게 부탁을 받은 윗선이 그를 고속승진하게 해주려고 여러 발판을 마련해줬고, 그 중 하나가 화이트채플 서의 수사반장인데... 수사반장으로 부임한 첫날 한 여성이 무참하게 목이 난도질당한 상태로 발견된 살인사건을 맡게 된다.
책으로만 수사를 접한 ‘샌님’ 챈들러는 시체 검시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그건 드라마를 보는 나도 마찬가지다. 어우...-  어마어마한 결벽증이 있어 깔끔한 인상만큼이나 약간이라도 어질러진 것을 내버려두지 못한다.


레이 마일즈 경사는 이런 수사물에 등장하는 사이드킥스러운 전형적인 고참 형사다. 챈들러처럼 번뜩이는 지성은 없지만 오랜 경험으로 쌓은 연륜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에드워드 버칸은 아마추어 잭 더 리퍼 연구자로, 챈들러에게 이 사건이 잭 더 리퍼의 모방범죄일지도 모른다는 영감을 준다. 이후 시즌에서 정식으로 경찰의 자문역을 맡게 된다고 하는데, 이후 시즌은 내가 안 봐서 모르겠다.



1시즌은 햇병아리 낙하산으로 들어온 챈들러가 사건과 부닥치고 범인과 마주하면서 차츰 서류상 경찰에서 진짜 경찰로 성장하는 성장드라마적인 모습을 보인다.
처음에는 마일즈를 포함한 부하들은 곧 떠나갈 낙하산인 챈들러를 겉으로만 따르는 척 무시하는데, 이후 그의 진정성을 알아보고 든든한 버팀목이자 동료가 된다.
챈들러도 처음에는 자신이 거쳐갈 발판 중 하나로 이번 사건을 맡은 거라는 느낌이었는데, 어느 순간 그런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사건을 해결해야한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을 끌어주던 경찰서장에게 피해자가 누군지 본 적 있느냐고 일갈할 땐 역시 그래도 주인공은 주인공이구나 싶었다.
마일즈가 처음에 언급한 서류상 경찰에서 진짜 경찰이 되어가는 게 바로 이 모습인데, 이런 걸 보면 화이트채플 1시즌은 제대로 된 수사반장이 되는 챈들러의 성장기라고 볼 수 있다.


화이트채플을 보면서 느낀 건데, 이거 진짜 으스스하고 고어하다. 아무리 수사드라마라고 해도 살인사건에 등장하는 시체들은 간접적으로 드러내거나 자세한 묘사는 피하는데, 이건 있는 그대로 다 보여준다. 난도질당한 상처 부위는 물론, 장기 절단, 오려낸 피부, 잘린 사지 등 어지간한 고어 영화 급의 시체 표현이 등장한다.

드라마 특성상 검시하는 장면이 들어가야하는 신의 퀴즈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신의 퀴즈 ​다음 시즌 내줘요!!!



챈들러가 초반에 적응하지 못해 구역질을 하는데, 나도 같이 할 뻔 했... 그렇게 난 강심장이 되어가는 건가?




고어한 묘사뿐만 아니라 드라마 전체적으로 흐르는 분위기가 공포영화 스럽다. 특히 초반 오프닝 장면은 왠지 영화 세븐을 연상시키게 하는데... 깔끔한 오프닝을 보여준 셜록이나 그냥 등장인물들을 나열한 크리미널 마인드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건 뭐 공포영화도 아니고...


셜록이나 크리미널 마인드와 화이트채플이 다르다고 느낀 것 중 하나가 뒷맛이 개운하지 못하다는 거였다. 챈들러는 1시즌 내내 동료들과 범인을 쫓지만 범인과 제대로 마주한 순간은 시즌이 끝날 무렵이었다. 그리고 사건은 개운하지 않게 마무리 된다.


챈들러는 더 이상 잭 더 리퍼의 모방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말하지만, 경찰 윗선과 언론은 그를 ‘실패자’로 규정하고 냉담할 뿐이었다. 일드 춤추는 대수사선으로 따지면 미래가 보장된 커리어조의 낙하산이 진정성을 갖고 수사에 임하다 결국 자신의 커리어를 망쳤...다는 걸로 밖에 안 보이게 된다.

그래도 믿을만한 동료들을 얻게 됐고, 서류상 경찰이 아닌 진짜 경찰이 됐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랄까?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은 드라마였지만 같은 해 방송된 BBC의 ‘셜록’ 때문에 시상식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고 하더군.

너무하오, 오이 씨!

덧글

  • rumic71 2020/11/26 21:13 #

    쇼와 라이더는 저도 참 좋아해요.
  • SAGA 2020/11/27 13:55 #

    사실 전 쇼와보단 헤이세이 라이더를 좀 더 좋아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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