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1부 Iron Man 제2편 선언 (2) 팬픽, FAN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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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gers - Legacy of Legend













제1부 Iron Man


제2편 선언 (2)


충격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토니는 스타크 인더스트리 내에 있는 연구소에 있었다. 거기는 토니의 아버지 하워드 때부터 아크 원자로를 연구하고 있던 곳이었는데 아크원자로는 한계에 도달한 기술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정리한 사업이었다.

아크원자로를 바라보고 있는 토니에게 샤론이 다가왔다.

“아까 비행기 안에서 하려고 했던 말이 이거였어?”

“그래.”

“참 모질게도 결심했네. 후회는 없는 거지? 오베디아나 포츠 양이나 지금 사태 수습하느라고 정신이 없어.”

“알고 있어.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야.”

“토니 스타크가 결심했으면 해야지. 그러면 위기에 처한 스타크 인더스트리를 구할 계획은 세워놨겠지? 하워드 아저씨랑 너의 좋은 점 중 하나가 책임감이 강하다는 거잖아?”

“아버지랑 비교하지 마. Plan B는 이미 있어.”

“그래?”

그때 연구소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이사진들에게 엄청난 항의전화에 시달린 오베디아가 안으로 들어왔다. 샤론이 알기론 이사진들은 토니가 피랍에서 나온 뒤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일부 이사들은 그에게서 경영권을 박탈해야한다는 과격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아크 원자로를 보고 있는 토니와 그의 곁에 있는 샤론을 보며 오베디아는 이사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가득 담아 말을 꺼냈다.

“참 대단한 기자회견이었어, 토니.”

“제 모가지가 날아간 건가요?”

“자네 모가지만이겠어? 나는 어떨 거 같나?”

여전히 화가 잔뜩 섞여있는 목소리였다. 오베디아는 토니와 샤론 곁으로 다가온 뒤 길게 한숨을 쉬었다.

“내일 주가가 얼마나 폭락할 지 생각해봤나?”

“낙관적으로 주당 40불쯤?”

“그건 최소한이지!”

버럭 소리를 지른 오베디아는 다시 한 번 화를 참기 위해 한숨을 쉬었다.

“토니, 우린 군수업자네. 무기를 만든다고.”

“오비,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그게 우리 일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세상의 혼돈을 막고, 평화를 지키고 있어.”

“내가 본 건 정반대에요.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구요.”

“더 좋은 일? 무슨 일을 할까? 아기 젖병이라도 만들까?”

오베디아가 묻자 토니는 아크 원자로를 가리켰다.

“아크 원자로 기술을 다시 연구하죠.”

“잊었나? 아크 원자로를 만든 건 쇼였어. 반전주의자들 입을 막으려고 만든 거잖아!”

“작동하잖아요.”

“거기다 비용 효율성이 너무 안 좋아. 더 이상 발전의 가능성이 없다고 연구진이 판단하고 있는 기술이란 말이네!”

“어쩌면요.”

“지금 기술로는 상용화가 불가능해! 30년간 진척이 없어!”

“……누구한테 들었어요?”

아크 원자로에 대해 혹평을 가하는 오베디아에게 토니가 불쑥 물었다. 오베디아가 제대로 답을 못하자 토니는 잔뜩 이죽거리면서 샤론을 쳐다봤다.

“표정 관리 정말 못하네, 안 그래?”

“토니~”

“그나저나 누나가 얘기했어?”

“토니.”

“아니네. 그럼.”

토니는 오베디아 쪽을 보더니 다시 물었다.

“누구한테 들었냐구요? 로디? 페퍼?”

“보여주기나 해.”

“아, 로디구나.”

답을 얻어낸 토니는 셔츠 위쪽 단추를 풀었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 정중앙에 박힌, 소형화된 아크리액터를 오베디아에게 보여줬다.

“제대로 작동돼요.”

아크 원자로 기술 상용화에 한줄기 빛이 보이자 오베디아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토니의 셔츠 단추를 채워줬다.

“잘 들어봐, 토니. 우린 한 팀이야. 힘을 합치면 불가능할 게 없어. 자네 아버지와 나처럼 말이지.”

“미리 말 안 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식은 안 돼.”

“아버지가 자주 하던 말이었죠.”

“나를 믿어, 토니. 이대로 가다간 죽도 밥도 안 돼. 당분간은 조용히 지내주게.”

“그러죠.”

아크리액터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본 오베디아의 발걸음은 매우 가벼워보였다. 오베디아가 연구소를 나가자마자 샤론은 토니에게 물었다.

“가슴에 있는 원자로. 스타크 인더스트리에서 연구할 생각인 거야?”

“무슨 말이야? 그럴 리 없잖아.”

“토니? 아깐 Plan B가……”

“잘못된 손에 기술이 넘어가는 건 안 돼.”

칼로 자르듯 단호하게 선언해버리자 샤론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적당한 바람둥이에, 탕아로 살던 그녀의 귀여운 남동생은 더 이상 이곳에 있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앞에 있는 건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남자’였다.


클로드는 지금 자신의 상황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닉 퓨리의 지시로 인해 스타크 인더스트리에 채용이 됐는데, 전산상의 오류로 원래 가야했던 재무팀으로 가지 못하고 토니 스타크의 개인 경호원으로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뭐, 거기까진 그럴 수 있다고 쳤지만 이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서 쉴드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토니 스타크의 개인 경호원이 되는 게 낫다고 판단했는지 클로드에게 또 다른 지시 같은 건 내려오지 않았다.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직원이 아닌 토니의 개인 경호원이 된 것까지도 이해한다고 쳐도, 지금 이 광경은 무엇인가? 말리부 저택 거실에서 페퍼와 함께 TV를 보고 있던 클로드는 급한 토니의 호출을 받고 그의 작업실로 내려갔는데 거기에 있던 건 상반신을 벗고 의자에 누워있는 토니의 모습이었다.

“포츠, 혼자 보내라고 했는데, 자네는 왜 온 거지? 자네, 그 이름이 뭐더라?”

“클로드 카르엘입니다.”

“그래, 카르엘이 함께 오면 혼자가 오는 게 아니라 둘이 오는 거잖아. 그건 그렇다고 치고. 포츠, 자네 손 얼마만큼 크지? 보여줘 봐.”

페퍼가 손을 들어보여주자 토니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가 있는 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클로드도 함께 가려고 하자 토니는 ‘넌 오지마’라는 손짓을 했다.

“포츠, 작은 손이 필요했거든. 잠시만 도와주면 돼.”

가까이 다가가진 않았지만 클로드의 눈에서 토니의 가슴에 달려있는 아크리액터가 보였다. 가까이서 아크리액터를 본 페퍼는 신기하다는 듯 토니에게 물었다.

“이게 생명을 유지시켜준다고요?”

“그랬었지. 이젠 골동품이지만.”

토니는 가슴에 달린 아크리액터가 아닌 새로운 아크리액터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앞으론 이게 날 도와줄 거야. 갈아 끼우는 걸 도와줘.”

토니는 가슴에 달린 아크리액터를 돌려서 빼냈다. 페퍼가 옆에 다가서자 토니는 가슴의 구멍에 손을 넣으라고 지시했다.

“별건 아니고 가슴 안쪽에 선이 있거든 그걸 빼내줘.”

“이거 안전한 거죠?”

“그냥 수술놀이 한다고 생각해. 천재, 억만장자, 바람둥이, 자선사업가의 목숨을 구하는 수술놀이.”

“그냥 끼어드는 말입니다만, 바람둥이의 목숨은 살려둘 필요가 없을 거 같은데요.”

“다 같은 사람이니까 그럴 순 없어.”

클로드의 딴죽을 적절히 방어한 토니는 페퍼에게 가슴 안에 손을 넣으라고 말했다. 페퍼는 잔뜩 겁을 먹은 얼굴로 토니의 가슴 안에 손을 넣었다. 가슴 안쪽에는 둥근 자석이 있었고, 그 뒤에는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심장의 박동이 느껴졌다.

“제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걱정마, 자네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야.”

“이상한 게 있어요.”

조심스럽게 자석의 선을 찾아낸 페퍼는 그걸 있는 힘을 다해 빼냈다.

“그걸 빼내면…… 아이고야, 빼버렸네.”

“예? 이젠 어떡해요?”

페퍼가 다시 자석을 몸 속에 넣으려고 하자 토니는 황급히 말렸다.

“아니야, 다시 넣지 마.”

“이젠 뭘 해야 하죠?”

“내 심장이 멈추기 전에 이걸 받아.”

토니가 새로운 아크 리액터를 내밀자 페퍼는 놀란 눈으로 그걸 받았다.

“심장이 멈춘다뇨? 무슨 소리에요? 안전하다고 했잖아요.”

“이걸 연결하면 괜찮아. 그러니까 어서 연결해.”

토니의 재촉에 페퍼는 얼른 가슴에 손을 넣고 아크리액터를 가슴 안에 연결했다. 순간 찌릿하는 감촉과 함께 토니의 심장 박동이 안정화되는 게 느껴졌다.
페퍼가 가슴에서 손을 빼내자 토니는 씩 웃으면서 페퍼의 손을 잡아줬다.

“자네, 괜찮아? 나쁘지 않지?”

“앞으론 절대! 절대! 이거 시키지 마세요.”

하마터면 토니를 골로 보낼 뻔한 경험을 했던 터라 페퍼는 볼멘소리를 냈다. 싱글벙글 웃으며 토니는 아크리액터를 고정하는 작업을 마무리 한 다음에 의자에서 일어났다. 신형 아크리액터를 본 클로드가 그에게 물었다.

“출력은 이전의 것보단 상향된 걸로 보입니다만.”

“감이 좋군. 새로 태어난 기념으로 새로운 아크리액터를 바꿔 단 거지.”

“이건 어떻게 할까요?”

페퍼가 구형 아크리액터를 들어보이자 토니는 상의를 걸치면서 짧게 대꾸했다.

“버려.”

뭔가 안 좋은 걸 보기라도 한 것처럼 토니는 Dum-E들을 부른 뒤 작업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페퍼가 구형 아크리액터를 들고 작업실을 나가자 클로드는 얼른 그녀에게 다가갔다.

“제가 처리할게요, 포츠 씨.”

“아니에요, 제가 하겠습니다. 전 스타크 씨가 시키는 일이라면 쓰레기 버리는 일도 하거든요.”

“이봐, 카르엘~ 잠깐 나 좀 볼까?”

클로드가 페퍼를 쫓아 나가려고 할 때 토니가 그를 불렀다. 클로드가 다가가자 토니는 작업실 한켠에 있는 소파에 앉더니 Dum-E 중 하나가 갈아온 녹즙을 컵에 따르면서 입을 열었다.

“지금 난 누구를 믿어야할지 확실히 보이지 않아.”

“피랍 당하셨다가 겨우 돌아왔으니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는 건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야. 자네 쉴드에서 왔지?”

“예?”

토니가 대뜸 쉴드라는 이름을 꺼내자 클로드는 깜짝 놀랐다. 쉴드의 닉 퓨리가 자신을 스타크 인더스트리에 파견했다는 건 퓨리, 샤론, 그리고 콜슨을 제외하곤 누구도 모르는 사실이었는데 토니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니……

“놀랄 거 없어. 재무팀에 들어 갔어야할 자네를 내 개인 경호원으로 만든 게 바로 나니까.”

클로드는 그제야 왜 자신이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재무팀이 아닌 토니 스타크의 개인 경호원이 됐는지를 알았다. 저 천재 공학도는 공학 분야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다루는데 있어서도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MIT에 들어간 해에 미국 펜타곤을 해킹을 해버려 하워드 스타크가 겨우겨우 무마시킨 적이 있었고, 다른 사람의 입장까지 생각할 수 있는 인공지능 자비스를 만들어 낼 정도의 능력을 가진 이가 바로 토니였다.

“왜 저를 개인 경호원으로……”

“닉 퓨리 국장은 우수한 사람이지만 정작 중요한 핵심을 못 볼 때가 가끔 있어.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일개 직원이 되어선 무기를 빼돌린 정황 증거를 알아내는 건 불가능해. 그 정도를 알아내려면 나나 오베디아, 이사들 정도의 권한이 있어야 하거든.”

“쉴드의 최신 프로그램을 깔아서 돌리면 된다고……”

“그 프로그램을 까는 순간 자네는 감옥에 들어가.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보안 프로그램을 만든 게 나야. 쉴드의 얼치기 프로그램 따위는 뚫지도 못하고 뚫으려고 하는 순간 바로 경찰에 신고가 되지.”

자신이 만든 보안 프로그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토니를 보면서 클로드는 자뻑이 너무 쩔어서 할 말을 잃었다.

“그러면 절 왜 개인 경호원으로 삼은 겁니까?”

“정확히 말하면 개인 경호원 겸 비서야. 자네는 포츠와 같이 날 수행하는 비서라는 거지. 그리고 비서는 회장이 시키면 시키는 일을 다할 수 있고, 회장이 어떤 일을 시키면 그 일에 관해선 회장과 동등한 권한을 갖게 되지.”

“……그렇다면.”

토니는 녹즙을 다 마신 뒤 소파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작은 USB를 그에게 내밀었다.

“그건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보안 프로그램을 뚫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야. 자네가 할 일을 알려주지. 그걸 가지고 스타크 인더스트리에 접속해 무기를 암거래한 흔적을 찾아와 줘.”

“조건은 있겠죠?”

“물론. 쉴드에 보고하기 전에 내게 먼저 보고해.”

자신에게 먼저 보고하라는 말에 클로드는 항의했다.

“암거래 된 무기들을 찾아서 어쩌시려구요? 쉴드에게 맡기면 알아서 잘 처리할 겁니다.”

“난 이제 누구도 믿지 못해. 내가 직접 처리하겠어.”

어떻게 직접 처리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클로드는 토니의 고집에 졌다.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억만장자는 뭔가를 단단히 결심한 듯 보였다. 클로드는 알았다는 듯 USB를 주머니에 넣고는 토니에게 물었다.

“그런데 한 가지만 묻죠. 제가 쉴드에서 나온 사람이란 걸 알면서 왜 개인 경호원으로 삼고, 이런 일을 맡긴 겁니까?”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지. 페퍼, 샤론, 로디, 오비 같은 사람들을 제외하곤 믿는 사람은 없어. 주위에 믿을만한 사람이 없다면 이방인을 믿으라는 말이 있더군.”

“누구 씨랑 많이 닮은 배우가 출연한 영화에 나온 말인 거 같습니다만……”

“시끄럽고 맡은 일이나 시작해.”


새로운 아크리액터를 가슴에 단 그날 밤.

간만에 돌아온 집이었는데도 토니는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처음엔 푹신한 더블 베드에 몸을 뉘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몸은 피곤했지만 토니의 머리는 무언가를 복잡하게 계산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계산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의 머리를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토니가 가지고 있는 모든 공학적인 지식을 총동원해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건 갑옷이었다. 토니가 강철 슈트를 입고 테러리스트들의 동굴에서 탈출했을 때 하늘에서 잠깐 스쳐간 상상 속에 나온 붉은 갑옷, 바로 그것이었다.

붉은 갑옷의 내구도, 최대 출력, 그리고 아크리액터의 에너지를 이용해 하늘을 날 수 있게 하는 추진장치까지 모두 토니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결국 토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안은 칠흑과 같은 어두움으로 가득했다.

창 밖에 있는 검은 하늘을 가득 수놓은 별들과 그들 중앙에 홀로 빛나고 있는 달이 토니의 침실에 약간의 빛을 넣어주고 있었다. 테러리스트들의 동굴에서 보던 밤하늘과 같았다.


“스타크, 이리로 와보세요.”

강철슈트를 만드는 작업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토니에게 잉센은 잠깐 쉬자는 말과 함께 자신이 보고 있던 조그마한 창이 있는 곳으로 토니를 불렀다. 슈트를 움직일 수 있는 동력관련 프로그램을 짜던 토니는 노트북을 덮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최소한의 환기를 위해 작업실에는 작은 창이 뚫려 있었다. 그곳을 통해 토니와 잉센은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다. 작은 창을 통해 밤하늘을 보던 잉센은 토니에게 커피가 담긴 컵을 건네줬다.

“프로그램은 다 끝났나요?”

“적당히요. 몇 개 소스코드만 추가하면 돼요.”

“당신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스타크. 두 명이서 저런 강철 슈트를 만드는데 두 달도 채 안 걸렸잖아요.”

“정확히 말하면 두 명이 아니라 나 혼자 만든 거죠. 당신은 거들었을 뿐이고.”

깐죽거림과 마음에 없는 말을 별 생각 없이 하는 토니의 말 버릇에 이미 충분히 익숙해진 잉센은 커피 한 모금 마시면서 웃을 뿐이었다.

“오늘은 별이 참 예쁘네요.”

“그런가요?”

“가끔 밤하늘을 보면 별들이 밝게 빛날 때가 있어요. 그때의 하늘은 참 멋지죠.”

“전 별 안 좋아해요. 그걸 가슴팍에 달고 다닌 어떤 늙은이가 생각나서.”

“아, 캡틴 아메리카를 말하는 건가요? 전 그를 만난 적 있어요.”

“항상 옳은 소리만 해대던 꼰대…… 뭐라구요?”

캡틴 아메리카를 만난 적이 있다는 잉센의 말에 토니는 마시던 커피를 그의 얼굴에 내뿜을 뻔 했다.

“여자에요? 남자에요? 만났다던 캡틴 아메리카가?”

“남자였어요. 스티브 로저스였죠.”

“아, 그 꼰대는 내가 본 적이 없으니까 패스합시다.”

다시 커피를 마시는 토니에게 잉센은 스티브 로저스와 만났던 일을 이야기해줬다.

“내가 살던 굴미라라는 마을은 분쟁 한가운데에 있던 곳이었어요. 매일 같이 폭격이 있었고, 테러리스트들의 습격에 시달렸죠. 그런 굴미라도 딱 5년 정도 평화로웠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가 캡틴 아메리카가 굴미라 인근의 테러리스트들을 처리했을 때였죠.”

“슈퍼 솔져니까 테러리스트는 문제도 아니었겠죠.”

“그때 난 아주 어렸을 때였는데 테러리스트들이 왜 우리 같은 사람을 괴롭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때 캡틴이 내게 ‘강한 자는 평생 힘을 갖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것을 존중할 줄 모른다’라는 말을 해줬죠.”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가던 잉센은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하지만 약한 자는 힘의 가치와 연민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존중할 줄 안다.”

“……라고 스티브 로저스가 말했군요.”

“스타크, 당신은 지금까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살아왔었어요. 그래서 당신이 가지고 있는 힘이 얼마나 중요하고 존중해야하는지 몰랐겠죠.”

“……”

“힘이 없어졌으니 알겠죠? 힘의 가치와 연민을…… 스타크, 이 곳을 탈출해 당신에게 힘이 다시 주어진다면……”


말리부 저택에서 아프가니스탄의 밤하늘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면서 토니는 중얼거렸다.

“알았다고요, 잉센.”

이제부터 해야할 일은 명확했다. 잠 같은 건 이미 다 깼다. 토니는 2층 침실에서 나와 지하 작업실로 내려갔다. 주인인 토니가 작업실에 들어오자 자비스는 지하실 내의 모든 컴퓨터를 가동시켰고, 토니가 만든 로봇 Dum-E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주인을 맞았다.

“자비스, 안 자고 있지?”

[언제나 그렇죠, 주인님.]

말리부 저택에 돌아온 날, 동굴을 탈출할 때 입었던 강철 슈트의 설계도를 복구했었는데 토니는 컴퓨터에서 설계도를 찾은 뒤 홀로그램 테이블로 불러냈다. 조각조각 나눠져있던 슈트 파츠들이 합쳐지더니 강철 슈트가 토니 눈앞에 나타났다.

“새 프로젝트 파일을 열어. 이름은 마크 2.”

[스타크 인더스트리 서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할까요?]

“아니, 아직은 아무도 못 믿겠어. 당분간 내 개인 서버에 저장해둬.”

강철 슈트 안에 입는 내의를 빼내 휴지통에 버린 토니는 허리 뒤쪽에 찬 추진 장치도 떼어내 삭제했다.

[비밀 프로젝트입니까?]

“악용되면 안 되거든. 내가 좋은 일에 쓸 거야.”

자질구레한 장치들을 슈트에서 떼어낸 토니는 홀로그램 슈트를 다시 분해해 세밀하게 설계작업부터 시작했다.


투 비 컨티뉴드~